우 안녕하세요, 김민희 대표님. 자기소개 간단히 부탁드려요. 좋아하시는 것 위주로 자신을 표현해 주실 수 있을까요?
민 보통 저는 자유일꾼이라고 소개를 합니다. 책덕이라는 이름으로 여성 코미디언의 책을 굉장히 느리게 출판하고 있고요, 그 외의 시간에는 편집, 디자인, 팟캐스트 등 다양한 일을 하며 지내고 있습니다. 낡은 로모 카메라를 가지고 다니며 갑작스레 꺼내서 묘하게 꽂힌 장면을 찍는 걸 좋아해요. 그리고 터무니 없는 망상을 하는 것도 좋아한답니다. 이런 저를 질색하지 않는 사람들을 좋아하고요.
우 '자유일꾼'이라는 이름이 재미있네요. 이 이름은 어떻게 나온 거예요?
민 책으로 돈 벌 생각 없이 출판사를 시작했어요. 그냥 내가 처음부터 끝까지 모두 도맡아서 책 한 권을 만들어 보자는 마음으로 뛰어들었거든요. 돈은 다른 일을 하면서 벌어야 하니까, 명함을 만들 때 대표 같은 직함보다는 다른 걸 넣어 보자 생각했죠. 휩쓸리지 말고 내 자유를 보장 받는 한에서 일을 해 보자는 생각으로 이 직함을 생각해 냈어요.
우 어떤출판연구회에 올해부터 함께하게 되셨지요? 어떤출판연구회는 출판계의 구체적이고도 현실적인 문제를 함께 살펴보기 위해 만들어졌다는 소개글을 봤어요. 어떻게 결성하게 되었는지, 어떤 목적을 안고 시작했는지 좀 더 자세히 말씀해 주실 수 있을까요?
민 처음에는 시각예술을 바탕으로 출판이라는 매체에 관심을 가져온 세 분이 시작한 모임이었어요. 2021년에 만들어져서 기성 출판문화와 미술 출판 동향에 대해 대화를 나누다가 지속적으로 교류하는 네트워크를 만들고자 '어떤출판연구회'를 만들었다고 알고 있습니다. 그 과정에서 오늘날 문화예술의 지형도 속에서 출판의 출판의 확장된 가능성을 고민하고 실천하고 있는 사람들을 인터뷰했고 그 결과물이 『오늘의 예술출판에 관한 대화』라는 책자로 나왔습니다. 당시의 어떤출판연구회에서 그 책자의 디자인을 저에게 맡기고 싶다고 연락이 와서 저는 디자이너로서 참여를 하게 되었고요.
2022년에는 이 모임이 조금 색이 달라진 것 같아요. 원래 어떤출판연구회였던 돛과닻 운영자 김영글 님과 타이그레스온페이퍼의 한윤아 님이 지금의 멤버 3명에게 어떤출판연구회 모임을 제안하셨어요. 저를 포함해서 『오늘의 예술출판에 관한 대화』에 인터뷰이로 참여했던 나선프레스의 이한범 님과 포도밭 출판사의 최진규 님까지요. 처음에는 거창한 목표가 있었던 건 아니고 그냥 서로를 독려하고 작업을 피드백해주는 작은 모임으로 시작을 했습니다. 한 달에 한 번 정도 정기적으로 만나면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어요.
우 책덕 대표로서 어떤 점을 기대하고 어떤출판연구회에 참여하게 되셨나요?
민 일단 어떤출판연구회의 제안 방식이 좋았어요. 거창한 것을 하자고 하기보다는 '어떤' 게 될지 모르겠지만 우리가 당면한 질문들을 함께 풀어 가며 서로에게 힘이 되는 시간을 축적해 보자,라고 말하셨거든요.
저도 어느새 혼자 출판을 한 지 9년이 되다 보니 책을 만들 때마다 멈칫 하게 만드는 현실적인 문제들, 부조리함이 있는데 그런 것들을 조금이라도 꺼내서 풀어내고 싶은 그런 욕구가 있었던 것 같아요. 이 고민들을 혼자 끌어안고 있기엔 저를 점점 지치게 만드는 독이 되는데, 그렇다고 외면한 채 책을 만들 수는 없다고 생각했거든요.
우 모임 이름도 그렇고, 책자 이름도 그렇고 ‘어떤’이 들어가네요. 이 '어떤'은 어떤 의미일까요?
민 이번 언리미티드 에디션14에 연합부스로 함께 나갔었는데, 그때는 이 이름에 대한 설명을 이렇게 썼어요. "‘어떤 출판’은 경계에 있는, 아직 정의되지 않은 감각, 물성, 관계에 대한 이름이 될 수 있습니다."
이 질문을 받고 저 나름의 답을 생각해 보았는데요. 출판을 하면서 미묘한 문제의식을 느낄 때가 있잖아요? 그냥 넘어가자면 넘어갈 수도 있지만 뭔가 마음에 걸리는 것들, 그 틈새를 집요하게 파고든다면 어쩌면 새로운 길이 될지도 모르는 가능성. 이런 것들은 아직 언어화되지 않아서 접하지 못한 가치라고 생각을 해요. 그래서 분명 존재하지만 우리가 아직 정확히 표현하지 못하는 문제와 가치를 '어떤'이라는 말로 서로 감각하고 있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
우 『어떤 계약』을 시작으로 『어떤 OO』 시리즈로 책자와 웹용 pdf를 계속 만드실 예정인 걸로 알고 있어요. 계약하시면서 어떤 점이 문제라고 생각하셨기에 '계약'이 첫 주제로 선정되었나요?
민 처음에는 여러 이야기가 산발적으로 나왔는데요. 계약은 일을 시작하는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첫 번째로' 하는 일이라서 먼저 다뤄야겠다고 생각했어요. 무엇보다 구성원들이 출판사를 하면서 흔히 '표준계약서'라고 불리는 것이 우리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전혀 담아내지 못하고 있다는 문제의식에 모두 공감을 했고요.
우 이 ‘OO’에는 앞으로 어떤 단어가 들어갈 예정인지 궁금해요.
민 처음엔 많지 않았는데 얘기를 나누다 보니 계속 추가가 되고 있는데요. 어떤 공급률☆, 어떤 제작, 어떤 인쇄☆, 어떤 디자인, 어떤 번역☆, 어떤 유통, 어떤 세금, 어떤 교열, 어떤 편집, 어떤 협업, 어떤 마케팅, 어떤 종이☆, 어떤 책방, 어떤 공공도서관, 어떤 페어 등등이 있네요. 지금도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실시간으로 주제가 추가되고 있습니다. (별 표시한 건 영글 씨가 꼭 내고 싶다고 말한 주제입니다.) 다들 터무니없어 하면서도 또 나름 진지하니까 가끔 좀 무섭습니다. 지금까지 나온 주제를 석 달에 한 번씩 내도 3년어치거든요. 오래 살아야겠어요 하하.
우 저도 이전 출판사에서 ‘갑을병정’을 쓰는 계약서가 마음에 안 든다고 생각했어요. 그래도 ‘가위바위보’라는 언어를 계약서에 쓰는 것은 생각지도 못한 일이에요. 가위바위보 계약서는 어떻게 만들게 되셨는지 유유 구독자 분들께도 다시 소개해 주세요!
민 책덕의 네 번째 책까지는 기획부터 번역, 출간까지 모두 제가 혼자 진행했어요. 그러다가 처음 번역가로 데뷔하는 분이 기획서를 보내 주셨고, 마케팅과 편집을 해 주실 또다른 분도 합류하게 되어서 셋이서 이 책을 만들게 됐죠. 그래서 뭔가를 쓰긴 써야겠는데 기존 계약서로는 우리가 하는 일을 담기도 힘들고 그런 딱딱한 계약서를 쓰고 싶지도 않더라고요. 고민을 하다가 모든 주체가 물고 물리는 관계인 가위바위보를 떠올리게 되었습니다. 아무래도 참여한 주체가 마침 3명이라 바로 떠올랐던 것 같아요. 제가 얼개를 짜고 나머지 두 분이 피드백을 주셔서 계약서를 완성하고 사인을 했습니다. 이 계약서를 SNS에도 공유를 했는데, 재밌다는 피드백도 있었지만 '물렁하다'는 평도 있었어요. 근데 그 물렁한 계약서를 보고 여섯 번째 책 기획서를 제안해 주신 분들이 또 좋다고 하는 거예요. 그래서 이번에 출간한 여섯 번째 책도 가위바위보 계약서를 쓰고 책을 만들었습니다. 사실 이 이야기가 공감을 못 받을 수도 있지만, 어떤출판연구회에서는 다들 좋아해 주셔서 표지 그림도 그리게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