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기자가 답합니다
펭귄이 인기를 끄는 매력 포인트 중 하나가 바로 그 뒤뚱거리는 걸음걸이야. 꼬리는 바짝 세우고 간신히 땅 위에서 두 발로 균형을 잡지. 그 이유는 한 마디로 펭귄이 바다새이기 때문이야.
펭귄은 삶의 반은 번식과 양육을 위해 육지에서 보내지만 나머지 반은 바다에서 살아. 물속 생활에 완벽하게 적응했지. 크릴, 물고기, 오징어 같은 먹이가 미끄러지지 않도록 혀에는 가시가 달렸고 매끄러운 깃털 아래엔 공기층이 들어있어. 찬 남극해에서 체온을 잃지 않고 부력을 얻기 위한 장치야.
등이 어둡고 배가 흰 ‘의상’만 봐도 청어나 고등어처럼 바다 표면에 최적화한 보호색이야. 이런 배색은 물속 포식자나 하늘 포식자 모두에게 잘 보이지 않아. 물고기와 차이가 없지. 물은 어디서 마시냐고? 좋은 질문이야. 펭귄은 바닷물을 그냥 마셔. 혈관에서 소금을 걸러내는 기능이 있어서 진한 소금기를 코로 배출해.
왜 펭귄의 다리가 짧냐고 물었잖아. 그런데 물고기 배에 다리가 삐죽 나있다고 상상해봐. 헤엄치는데 저항만 커지잖아. 다리에 너무 집착하지마. 펭귄의 다른 능력들에 비하면 사실 다리는 아무것도 아니거든. 하긴 놀라운 기능을 선보이는 펭귄도 있긴 해. 황제펭귄은 얼음판 위에서 알을 부화시킨 뒤 새끼를 다리 위에 올려놓고 키워.
혹시 물속에서 날개를 지느러미 삼아 날렵하게 헤엄치는 펭귄 봤어? 안 봤다면 펭귄 가운데 날쌘돌이 젠투펭귄이 정어리 떼를 사냥하는 영상을 감상해 봐. 물속에서 시속 32㎞ 속도로 헤엄쳐. 펭귄 눈에는 아마 개가 헤엄치는 모습이 우스워 보일걸!
그런데 펭귄은 왜 남극❄️🧊에만 살고 북극엔 없을까? 얼음 바다와 풍부한 크릴떼 같은 자연 여건을 보면 두 곳 모두에서 살 수 있을 것 같은데. 실제로 1936년 노르웨이의 한 북극 탐험가가 남극에서 포획한 임금펭귄 9마리를 북극해의 섬에 풀어놓은 적이 있었고, 마카로니펭귄도 이후에 다른 곳에 도입됐어.
하지만 1949년 마지막으로 관찰된 이후 남극에서 온 펭귄은 자취를 감췄대. 과학자들은 포식자 때문으로 봐. 남극에 펭귄 천적이 없는 건 아니지만 육지에 포유동물은 없어(그래서 사람을 무서워하지 않아). 그런데 북극에는 북극곰과 북극여우 같은 강력하고 부지런한 포식자가 살아 육지에서의 번식이 쉽지 않겠지.
그리고 엄밀하게 말해 펭귄이 사는 곳도 남극은 아냐. 남극 주변 바닷가가 서식지야. 또 남극해뿐 아니라 남아프리카나 남미의 온대 바다에도 살고 가장 북쪽으로는 적도인 갈라파고스제도에 사는 펭귄도 있어.
펭귄은 처음부터 날지 못했을까? 최근의 분자유전학 연구를 보면 펭귄의 조상은 앨버트로스나 슴새처럼 대양을 날던 바닷새였어. 약 6000만년 전에 비행능력을 잃고 잠수해 사냥하는 바다새로 진화했어. 남극에 거대한 얼음대륙이 형성되기 전 일이야.
펭귄은 추운 남극 환경에 적응한 일종의 전문가야. 세계 어디서나 살아가는 참새나 비둘기와 다른 부류의 새인 거지. 두꺼운 지방층, 수심 550m까지 잠수하면서 산소부족에 견디는 능력, 피부 1㎠에 최고 9개까지 빽빽하게 돋는 깃털, 잠수에 적응한 시력 등은 남극과 주변 바다에서 생존을 보장해 주지만 환경이 조금만 달라지면 치명적이야.
펭귄 18종 가운데 절반 이상이 국제자연보전연맹(IUCN)의 멸종위기종 목록에 올라 있는 것은 놀랍지 않아. 남극은 기후변화의 영향이 가장 크게 나타나는 곳의 하나거든. 2019년엔 황제펭귄의 2번째로 큰 서식지가 붕괴하기도 했어.
6000만 년 넘게 전문적인 해양 포식자로 진화해 지구에서 가장 극단적인 기후에 적응했는데 이제 급속히 더워지는 지구의 최전선에 서 있는 셈이지. 북극에 북극곰이 있다면 남극엔 펭귄이 그렇게 파수꾼으로 서 있어. 펭귄이 우스워 보이지 않았으면 좋겠어.
🐶댕기자: 육지에서의 모습만 보고 댕기자가 또 입방정을 떨었슴다! 물 속 펭귄 선배님들, 넘 재빠른뎁쇼?!(⊙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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