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계절의 끝이 가을이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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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pening Act

*매주 에디터들이 꼽은 주목할만한 앨범을 소개합니다.

Haydn: The Seasons

얼마 전, 나이가 들수록 시간이 빨리 가는 것처럼 느껴지는 이유 중 하나가 '기억력의 저하'라는 글을 보았어요. 기억력을 관장하는 뇌세포가 기능을 점차 상실하면서 제한된 시간에 많은 것을 기억하던 이전과는 달리 상대적으로 시간이 빨리 흐르는 것처럼 느낀다는 거죠🥲 나이 듦에 따른 자연스러운 과정이겠지만, 우리가 의식하지 못하고 흘려보내는 시간이 점차 속도를 높인다고 생각하니 때아닌 경각심이 들었답니다.

시간의 흐름을 가장 먼저 알려주는 것은 계절의 변화가 아닐까 싶어요. 반복되는 사계절일지라도 매년 느끼는 바가 다른 것 같은데요. 그래서인지 시간과 계절은 예술가들이 매우 사랑한 소재입니다. 특히 '사계'를 주제로 작품을 만든 음악가들도 많은데요. 우리에게 가장 익숙한 비발디뿐만 아니라 하이든, 차이콥스키 등이 저마다의 “사계”를 작곡했어요🖼️

오늘 Opening Act에서 소개할 하이든의 “사계”는 특이하게도 기악곡이 아닌 오라토리오입니다. 오라토리오란 ‘종교적인 성격을 띤 미니 오페라’라고 생각하면 이해가 쉬울 듯해요. 하이든의 "사계" 역시 성서의 내용을 바탕으로 작곡되었습니다. 차분한 감상을 주는 하이든의 "사계"로 이번 레터 시작해 볼게요!

Main Act

Glazunov: The Seasons, Op.67 - 4. Autumn

👏🏻👏🏻 오늘의 메인 연주는 글라주노프의 "사계" 중 '가을' 이었습니다!

러시아에서 태어난 글라주노프가 음악교육을 전문적으로 받게 된 것은 피아니스트였던 어머니 덕분이었습니다. 그는 아들이 음악에 재능을 보이자 자신의 피아노 선생님이었던 발라키레프에게 아들을 데리고 갔고, 발라키레프는 림스키 코르사코프라는 스승을 소개합니다👀 러시아 5인조 중에서도 강경한 국민악파였던 림스키 코르사코프에게 배워서인지, 글라주노프는 러시아 국민악파의 계승자로 부상합니다.

그런 그가 발레계의 주목을 받게 된 것은 바로 1898년 선배 러시아 음악가들과 함께 작업한 "레이몬다(Raymonda)"라는 작품 덕분이었어요🩰 사실 오늘의 작품인 글라주노프의 “사계” 또한 발레음악인데요. 러시아 황실발레단에 위촉된 이 작품은 1900년 마린스키 극장에서 초연되었고, 앞서 언급한 “레이몬다”의 안무를 작업한 마리우스 프티파가 안무를 맡았습니다. 그리고 이 두 작품은 러시아 고전 발레를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작품이 되었죠.

화려함을 뒤로하고 떨어지는, 낙엽 ;

글라주노프의 사계는 겨울부터 시작합니다. 1악장이 '겨울', 2악장이 '봄', 3악장이 '여름', 마지막 4악장이 '가을'이죠. 보통 '가을' 하면 쓸쓸하고 차분한 분위기를 떠올리기 마련입니다🍂 이러한 분위기는 이제껏 사계를 작곡한 대다수 작곡가에게서 공통으로 보이는 양상이기도 해요. 그러나 글라주노프는 4악장인 '가을'을 가장 화려하고 활기차게 표현합니다. 곡의 말미에 가서야 비로소 차분한 현악 선율이 두드러지는데요. 확실하지는 않지만, 많은 평론가는 화려한 단풍과 그것이 지고 난 뒤, 쓸쓸하게 떨어지는 낙엽을 음악에 담은 것이 아닐까 추측하고 있어요😮

💡 하나 더! 앞서 이 곡을 토대로 만들어진 발레 작품이 러시아 고전 발레에서 매우 중요한 작품이라고 이야기했었죠. 그렇다면 발레 작품 "사계"는 어떤 내용일까요? 흥미롭게도, 이 발레 작품에는 시나리오가 없습니다. 그보다는 무용수가 직접 몸으로 식물, 동물, 대기와 같은 자연을 표현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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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altz from "The Sleeping Beauty", Ballet by Marius Petipa

몸짓만으로 계절을 표현하기 위해서는 창의력을 비롯한 안무가의 역량이 중요하겠죠? "레이몬다", "사계" 두 작품의 안무를 구상한 안무가 마리우스 프티파. 러시아 고전발레를 완성했다는 평을 받는 그는 어떤 인물일까요?🤓

파리 출신의 안무가이지만, 그가 본격적으로 이름을 알린 것은 러시아 상트 페테르부르크 황실 극장에 입성하면서부터예요. 당시 유럽의 예술을 뛰어나다고 여겨 이를 답습하고자 했던 러시아는 다양한 예술 분야 중 '발레'에 특히 집중했습니다. 발레를 본격적으로 육성하고자 국가적인 차원에서 프랑스에서 인기 있던 안무가들을 초빙하였고, 그중 한 명이 바로 프티파였죠.

프티파가 음악을 연구한 흔적 ©The Marius Petipa Society

그가 고국이 아닌 러시아에서 더욱 빛을 발할 수 있었던 이유는 바로 자신과 잘 맞는 작곡가를 만났기 때문이 아닐까 싶어요. 이때 프티파와 잘 맞는 작곡가란, 많은 분이 예측하셨을 법한 차이콥스키입니다🎩 다소 독선적인 성격의 소유자였던 프티파는 곡과 어우러진 완벽한 작품을 만들어 내고싶어 했습니다. 얼마나 치밀했는지, 작업할 곡의 악보를 직접 분석하며 음악에 사용된 작곡기법을 자신의 안무에도 적용하고자 했어요. 예컨대 대위법이 두드러지는 구간에서는 안무에도 대위법적인 요소를 적용했죠.

차이콥스키는 이렇게 깐깐한 그에게 맞추어 곡을 작업해 주었다고 해요. 그렇게 탄생한 작품들이 바로 고전 발레의 기반을 다진 “잠자는 숲속의 미녀”, “호두까기 인형”, “백조의 호수”와 같은 작품입니다. 그중 신비로운 분위기가 매력적인 “잠자는 숲속의 미녀”로 오늘 뉴스레터를 마쳐볼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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