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ening Act

*매주 에디터들이 꼽은 주목할만한 앨범을 소개합니다.

님, 혹시 ‘말괄량이’라는 단어가 남자에게는 사용될 수 없다는 것을 아시나요?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은 이 단어를 ‘말이나 행동이 얌전하지 못하고 덜렁거리는 여자’로 정의하고 있습니다👎🏻 대개 20세 미만의 여자아이를 대상으로 쓰이죠. 그럼 그런 남자아이에게 쓰이는 단어는 무엇일까요? 놀랍게도 그런 단어는 없습니다. 옛 어른들이 남자아이가 장난스러운 것은 자연스럽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에요🙁

오늘 글릿이 소개할 작품은 발레 “말괄량이 길들이기”입니다. 원작인 셰익스피어 소설의 원제는 "The taming of the shrew"로, 여기에서 'Shrew' 역시 쉽게 화내고, 자기 의견을 강하게 표현하는 ‘여성’을 지칭하는 단어예요. 심지어 셰익스피어 시대에는 ‘말괄량이’라는 죄목으로 재판이 있었을 정도로 옳은 여성상을 한정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이번 뉴스레터에서는 작품과, 이를 바라보는 비판적인 시선을 함께 소개하려고 해요.

오프닝 액트에서 소개할 음악은 영화 "귀여운 여인"의 OST로 잘 알려진, 로이 오빈슨의 "Oh! pretty Woman"입니다. 영화 속 콜걸 비비안은 변호사 필립을 위해 숙녀 수업을 받습니다. 그가 원하는 여성상에 맞추어 길들여지기 위해서요!

Main Act

👏🏻👏🏻 오늘의 메인 연주는 발레 "말괄량이 길들이기(The Taming of the Shrew)"이었습니다!

작품의 내용을 소개하기에 앞서, 오늘 보여드릴 작품이 두 가지 버전임을 말씀드려야 할 것 같아요. 사실 "말괄량이 길들이기"하면 남아프리카공화국 출신의 안무가 존 크랑코의 버전이 가장 유명하지만, 최근에는 후대 안무가인 장 크리스토프 마이요의 버전도 많이 상연되거든요. 글릿은 오늘 "말괄량이 길들이기"를 발레로 탄생시킨 존 크랑코 위주로 설명하되, 중간에 마이요의 안무도 소개할게요!🤓

1927년에 태어난 존 크랑코는 20살이라는 어린 나이부터 안무를 의뢰받아 자신의 작품을 만들기 시작했어요. 파리오페라발레단, 영국 로열발레단 등 세계 유수 발레단을 위해 안무를 작업했는데요. 그런 크랑코가 본격적으로 명성을 얻게 된 것은 1962년, “로미오와 줄리엣”을 발표한 후였습니다. 7년 후인 1969년 발표된 "말괄량이 길들이기"는 그가 작업한 두 번째 셰익스피어 작품이었죠.

과연 전설적인 발레리노답게, 그가 만든 "말괄량이 길들이기" 안무는 재미있는 요소들로 주목받았어요✍🏻 여기서 잠깐! 내용을 모르는 분들을 위해 20초 요약해 드릴게요.

이탈리아의 남부 파도바, 세 명의 남자가 바앙카에게 청혼하기 위해 그의 아버지인 밥티스타의 집을 방문합니다. 하지만 밥티스타는 비앙카의 언니 카타리나가 먼저 결혼해야 한다며 거절하고, 동네에서 이미 성격이 나쁘기로 유명한 카타리나는 그들을 쫓아내기 바쁘죠. 쫓겨난 세 남자는 술집에 모여 신세를 한탄하는데요. 마침 그곳에 있던 페트루키오는 이들의 대화를 듣게 되고, 오로지 돈만을 바라며 카타리나에게 접근합니다🤨 결국 페트루키오의 청혼을 승낙한 카타리나는 남편의 장난질과 폭력적인 변덕에 길들여지면서 순종적인 여성상으로 변해가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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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oyal Shakespeare Company - The Taming of the Shrew

조지 버나드 쇼는 이 작품에 관해 ‘점잖은 취향을 가진 사람이라면 여자와 함께 이 공연을 끝까지 볼 수 없을 것이다.’라고 얘기했다고 합니다. 2021년, 국립발레단이 이 작품을 선택했을 때 수많은 기사와 칼럼들이 쏟아진 이유도 여기에 있죠. 글들은 하나같이 '지금과 다른 것을 넘어, 잘못된 시대상을 재현한 작품을 왜 작품으로서 공연하고 박수를 치는가' 하는 물음을 던졌습니다🧐

다행히 예술계는 이에 안주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원작에 도전하는 해석이 많이 생겨나고 있거든요. 지금으로부터 무려 100여 년 전, 그러니까 존 크랑코가 이를 발레화 하기 약 40년 전에 이미 유성영화로 재탄생한 "말괄량이 길들이기"에서 카타리나는 길들여지지 않았고, 자신에게 심하게 대하는 페트루키오에게 역으로 갚아주려는 모습을 보입니다🗣️ 2019년, 셰익스피어 해석의 권위단체로 불리는 로열 셰익스피어 컴퍼니에서는 등장인물의 성별을 뒤바꾼 버전으로 연극을 올리기도 했어요.

한편, 이 작품이 가진 ‘함의’를 찾으려는 노력도 있는데요. 일각에서는 셰익스피어가 의도적으로 당시 만연했던 가부장제를 비판하기 위한 장치로서 이야기를 이용했다고 해석합니다. 비록 에디터의 사견이지만, 사실 작품 안에서 직접적으로 이러한 의도를 찾아보기는 어려운 것 같아요.

그러나 우리는 이 작품을 통해 당시 사회상과 마주할 수 있어요. 말괄량이 카타리나는 동생의 구혼자들, 아버지 밥티스타 그리고 남편 페트루키오에게 행위의 주체보다는 '우왁스러운 여성'으로서 규정되거든요. 타자화된 여성, 아마 현대의 우리에게도 낯선 주제는 아닐 것 같네요😐

이야기가 쓰여진지 500여 년이 지난 현재, 우리는 이 작품을 어떻게 바라보아야 할까요? 지금까지도 유효한 이 작품의 기능은 무엇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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