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ya Land, Traveller Collage ©️saatchi gallery

Opening Act

*매주 에디터들이 꼽은 주목할만한 앨범과 음악을 소개합니다.

장마가 한창인 요즘, 님은 어떤 음악을 듣고 있나요? 마땅한 음악을 찾지 못했다면, 글릿이 추천하는 올드팝을 들어보세요. 에릭 카멘의 “Never Gonna Fall in Love Again”은 그의 첫 솔로 데뷔 앨범에 수록된 곡으로, 발매한 해 빌보드 이지 리스닝 차트 1위를 기록하며 인기를 끌었어요. 하지만 명실상부 그의 최대 히트곡은 단연 “All by Myself”인데요. 이 곡은 <브리짓 존스의 일기>에서 영화 초반, 주인공이 솔로 크리스마스를 기념(?)하며 열창하는 곡으로도 유명하죠🎤

팝 역사에 길이 남은 두 명곡, 클래식을 좋아한다면 왠지 더 익숙하게 들릴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이 두 곡은 라흐마니노프 작품의 일부를 빌려와서 만든 거거든요! “All by Myself”는 피아노 협주곡 2번에서, “Never Gonna Fall in Love Again”은 교향곡 2번에서 멜로디 아이디어를 따왔는데요😼 오늘은 그중 교향곡 2번을 같이 들으면서 이 음악이 후대에 준 영향력을 되짚어 보려고 해요. 곡을 듣다 보면 왜 이렇게 많은 음악가에게 사랑받았는지 알 수 있을 거예요.

Main Act

좌절과 어려움을 딛고 일어선 순간, 넘치는 자신감과 열정을 주체하지 못한 경험이 있나요? 오늘의 작곡가 라흐마니노프는 야심작 교향곡 1번이 대중에게 외면받자 크게 실망하고 3년간 극심한 우울증에 시달렸다고 해요. 의사의 치료와 노력으로 병이 나아질 때쯤, 그는 재기를 위해 피아노 협주곡 2번을 작업하여 공개했습니다. 다행히 이 곡은 대 히트를 쳤고 이는 라흐마니노프가 자신감과 창작욕을 되찾는 계기가 되었어요🔥

그 직후 작곡한 곡이 바로 교향곡 2번입니다. 1906년부터 반년간 작업한 이 곡은 라흐마니노프가 드레스덴에 머물던 시기에 작곡되었어요. 이후 1908년, 작곡가 본인의 지휘로 무사히 초연을 마쳤죠. 라흐마니노프는 20세기 작곡가임에도 당대 유행하던 무조 음악과 같은 현대 음악이 아닌 19세기 작곡 기법을 따르던 음악가였기 때문에, 그의 교향곡은 차이코프스키의 뒤를 잇는다고도 평가됩니다🤓 그래서 많은 클래식 음악 애호가들이 차이코프스키와 라흐마니노프의 교향곡을 사랑해 마지않는 듯한데요. 그중 오늘의 교향곡 2번 중 3악장의 메인 선율은 CF와 영화 배경음악에 종종 등장한답니다.

💡 하나 더! 사실 교향곡 2번은 피아노 협주곡 2번처럼 바로 관객의 애정을 받지는 못했어요. 총 연주 시간이 한 시간이나 달하는 이 긴 곡에 많은 사람들은 '지루하다'는 평을 늘어놓기 일쑤였죠. 그 후에도 크게 주목받지 못하던 이 곡이 재발견 된 것은 지휘자 앙드레 프레빈 덕분이었습니다✍🏻 1971년, 서울에서도 이 곡을 연주한 바 있던 그는 1973년, 교향곡 2번 연주 음반을 세상에 내놓았고, 이 음반이 큰 사랑을 받게 됩니다. 여기에 3년 뒤 에릭 카먼의 노래가 발표되어 곡의 인기는 더욱 치솟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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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rio Marianelli: Dance With Me (From Anna Karenina)

다른 나라도 아니고 ‘러시아’를 대표하는 작곡가가 드레스덴에서 오랜 기간 머물렀다니, 의외라고 생각할 수 있을 텐데요. 사실 이 시기 러시아는 아주 혼란한 시기였어요. 정부와 혁명군 사이의 대립이 극에 달했었거든요. 이처럼 러시아를 둘러싼 국내외 정세는 라흐마니노프의 삶을 완전히 뒤바꿔놓습니다😮

원래 라흐마니노프는 귀족 집안 아들이었어요. 하지만 19세기 러시아는 서구사회로부터 영향을 받은 산업화와 더불어 노동자 계층의 갈등, 그리고 자본가와 귀족의 갈등이 극심한 상황이었습니다. 이에 귀족의 명예 역시 무의미해졌죠. 이러한 상황은 비슷한 시기 또 다른 예술 작품인 톨스토이의 <안나 카레니나>에서도 찾아볼 수 있어요. 소설의 주인공 안나는 열정적이고 자유로운 사랑을 추구했던 19세기 러시아 상류 사회의 여성이에요🇷🇺 계층 간 격차가 흐려지고 있었으나, 안나는 여전히 귀족적 마인드와 씀씀이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죠. 이처럼 소설은 전체적으로 사회적 구조의 무력화와 더불어 개인적인 욕망과 이기주의 등을 묘사하고 있는데요. 이 소설을 읽으면 당대 사회상을 유추해 볼 수 있어요.

워낙에 파격적인 내용으로 영화로 많이 리메이크 되기도 한 이 작품, 오늘은 2012년 작 <안나 카레니나>의 사운드트랙을 가지고 와봤어요. 영화 음악가 다리오 마리넬리가 작업한 이 사운드트랙은 아카데미 시상식에도 노미네이트 되는 등 뛰어난 작품성으로 극찬을 받았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