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들, 행복한 한 주 보내고 계십니까?

날씨가 부쩍 쌀쌀합니당. 자연스레 두꺼운 외투를 꺼내게 되는뎁쇼. 혹시 패딩점퍼에 충전재로 표기되는 ‘구스다운’ ‘덕다운’이 어떤 소재인지 아십니꽈. 아마도 거위, 오리의 털이라는 것은 모두 잘 아실 것 같습니닷.

최근 댕기자는 이 ‘다운’이 새들의 가슴과 겨드랑이에 나는 부드러운 솜털이라는 사실을 처음 깨달았는뎁쇼. 그동안 그저 새의 깃털이겠거니 하고 깊게 생각지 않고 지나쳤던 것입니돠. 그러다 동물해방물결과 동물권행동 카라가 공개한 목과 가슴의 털이 모두 뽑힌 새들의 사진을 보게 되었슴다.

이들이 전한 ‘다운의 진실’은 꽤 참혹했습죠.🦢😢 패딩 한 벌에는 새 15~25마리의 털이 들어가는데, 새들은 태어나 10주가 되면 깃털을 뽑히기 시작합니다. 그 과정에서 새들은 발버둥 치지 못하도록 온몸이 짓눌린 채, 털을 마구잡이로 뜯겨 피부가 찢어지고 살점이 떨어지기도 합니돠.

이렇게 살아있는 동안 털을 뽑히는 ‘라이브 플러킹’(Live Plucking)은 새가 죽기 전까지 6~7주에 한 번씩 반복됩니다. 새의 깃털을 빗질해서 모으는 ‘게더링’(Gathering)과 도살 이후 털을 채취하는 ‘포스트 모텀’(Post mortem) 방식으로 털을 얻기도 하는뎁쇼. 모두 새들의 희생으로 만들어지는 ‘피 붙은 깃털’이란 점은 다르지 않다고 함돠.

새들을 괴롭히지 않고 따뜻해질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요? 꼭 필요한 의류라면 ‘윤리적 다운 제품 인증’(RDS)이 달린 제품을 구매하고 되도록이면 웰론, 신슐레이트, 프리마로프트 등 신소재를 충전재로 쓴 옷을 선택할 수 있습니당. 그리고 더 중요한 것은 지금 가지고 있는 옷을 최대한 깨끗하고 오래 입는 것이 아닐까 합니닷. 새들의 솜털을 지킬 수 있는 윤리적 소비에 함께해주십셔!🙏

👨 조기자가 답합니다

요즘처럼 추운 날이면 따뜻한 봄까지 푹 겨울잠을 자는 동물이 부럽겠지. 곰은 여러 달 동안 꼼짝 않고 자고 나서도 근육이 전혀 약해지지 않아. 암컷은 겨울잠 동안 새끼도 낳지.

어떻게 그런 일이 가능하냐고? 곰은 가을에 짝짓기하는데 수정란은 몇 달 동안 자궁 속에서 떠돌다 출산 2달 전에야 자궁벽에 착상한대. 먹이가 많은 시기에 맞춰 출산하기 위한 전략인데 꽤 편리해 보여. 곰의 동면은 작년 찬바람 불 때 한 번 살펴보긴 했잖아. 그새 까먹었어?!

자이언트판다는 더운 지방에 사는 다른 곰과 마찬가지로 겨울잠을 자지 않아. 아무리 눈이 쌓여도 겨우내 먹을 대나무가 얼마든지 있거든. 불곰이나 반달가슴곰을 보면 가을 동안 연어는 물론이고 도토리나 꿀을 가리지 않고 많이 먹어 지방층을 불려. 겨우내 지방을 태우면서 생존에 필요한 열량을 얻어야 하니까.

그런데 지방이라고 거의 들어있지 않은 대나무만 먹는 판다가 지방층을 축적할 수 있겠어? 별수 없이 겨우내 대나무를 씹으며 버텨야지. 다행이라면 중국 남부의 고산지대에는 눈 속에서도 뜯어먹을 대나무가 많이 자라.

동물은 무얼 먹냐에 따라 행동도 달라져. 판다는 귀엽지만 느리고 게을러 보이잖아. 나무에서 내려올 때 힘들일 것 없이 그냥 굴러떨어지는 영상 봤어? 하루 14시간 이상 대나무 줄기나 잎, 순을 먹어. 사육장의 판다는 활동시간의 3분의 1동안만 돌아다녀. 속도는 무려 시.속. 15.5m.

왜 이렇게 게으르냐면 신진대사가 느리기 때문이야. 영양가 낮은 대나무를 먹고 살아남기 위해 몸의 신진대사를 낮추고 장기의 크기를 줄여 에너지 소비를 최소화했기 때문이라고 해. 판다는 대나무를 하루 12.5kg이나 먹는데 소화하는 건 17%에 그친대. 먹은 대나무 대부분을 그대로 배설하는 셈이야.

겨울잠을 자면서 낳는 곰의 새끼는 다른 동물에 견줘 아주 작은 편이야. 곰의 조상이 2000만년 전 처음 출현할 때 몸무게가 1.2㎏에 불과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 그럴듯해. 대형 포식자로 빠르게 진화했는데 새끼의 크기는 처음 크기에 머물러 있다는 얘기지. 어쨌든 판다 새끼는 곰 중에서도 아주 작아. 어미는 90㎏인데 새끼는 100g에 불과해.

자기 몸무게의 900분의 1에 불과하고, 털 한 오라기 하나 없는 핏덩이를 낳는 이유는 뭘까. 앞서 다른 곰들은 ‘지연 착상’한다고 했잖아. 판다는 그 시기가 더 늦어. 다른 곰들이 출산 2달 전 착상하는 것에 비해 판다는 한 달 전에야 착상을 해. 거의 미숙아 생태로 낳는 거지. 왜냐고? 최근 연구를 보면, 영양가가 빈약한 대나무가 주식이기 때문이라고 봐. 

그럼 판다는 육식동물일까 초식동물일까? 겉만 보면 비건인데 속은 육식동물이래. 최근의 연구결과를 보면 판다는 소화관과 소화효소, 장내 미생물 군집이 고기만 전문적으로 먹는 늑대와 같은 육식동물과 비슷해.

곰은 전문적으로 고기를 먹는 동물인 식육목에 속해. 그런데 잡식동물로 진화하면서 세계 곳곳에 퍼져 성공했지. 판다는 바로 대나무🎋로 전문화한 잡식동물인 셈이야. 아열대 숲에서 빠르게 자라 언제나 먹이 걱정 없을 만큼 풍부하고 경쟁자도 없는 대나무를 블루오션으로 잡았어. 빠른 속도로 전문화하다 보니 미처 뱃속까지 바꾸진 못한 셈이지.

그런 진화의 흔적 가운데 유명한 것이 ‘판다의 엄지’야. 스티븐 제이 굴드의 책 제목이기도 해. 판다가 미끄러운 대나무를 꽉 움켜쥐어 단단한 껍데기를 벗겨내고 으깨어 먹을 때 가짜 엄지를 사용한다는 거야. 사람처럼 엄지와 다른 손가락이 마주 보도록 배치돼 정교한 작업을 할 수 있는 동물은 드물어. 판다도 그런 엄지는 없는데 종자골이라는 손목뼈 일부를 엄지처럼 재활용해 쓰도록 진화한 거야.

최근엔 이 가짜 엄지가 보행에도 도움이 된다는 사실이 밝혀졌어. 진화는 재활용의 대가이고, 판다는 그런 산 증거야. 귀요미의 상징에만 그치는 동물이 아니란 점도 잘 알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