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슈 풀어봤's UP/ 고민이 많아지는 2023년 정부의 국제개발협력 방향
• 빈곤 포르노 근절 캠페인 with Luminance Africa/ 탈 빈곤 포르노를 위한 다양한 노력들
• 국제개발협력 ON-AIR 

오랜만에 김치앤칩스 구독자분들께 인사드립니다. 조금 늦었지만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친구비도 미리 드립니다  

(출처: instagram @25_jw) 

저는 작년 9월 딸 아이의 아빠가 된 후 잠시 가족들과 휴식 시간을 가졌습니다. 잠시 뉴스레터 글쓰기를 멈추었을 때 더 넓은 시각에서 정부의 국제개발협력과 ODA 관련 정책을 바라볼 수 있었습니다.

2023년 윤석열 정부의 국제개발협력의 방향은 다소 애매하게 보였습니다. 이전 정권의 대통령들은 취임 직후 국제 사회의 이슈와 한국의 ODA를 연계한 전략들을 발표한 바 있습니다. 이명박 정부의 녹색성장, 박근혜 정부의 문화 ODA, 문재인 정부의 신남방·신북방 정책들은 정권 초기에 발표되면서 우리나라 ODA 업계에 많은 영향을 주었죠. 그러나 윤석열 정부는 한국형 ODA라는 애매모호한 키워드만 언급했을 뿐 취임 후 현재까지 구체적인 방향과 전략을 제시하지 않았습니다. 

2022년 윤석열 정부의 ODA 부문 성과가 아예 없었던 것은 아닙니다. 예를 들면, 대한민국 ODA 통합 BI(Brand Identity)를 구축했습니다. 국제개발협력위원회는 ODA 통합 BI의 개정 배경은 우리나라 ODA를 상징적으로 표현하는 통합 BI 수요에 대응하는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대한민국 ODA 통합 BI

(출처: 관계부처합동(2022). 대한민국 ODA 통합 BI 개정안)

또한 우리나라 최초로 농업 ODA(무상부분) 추진전략과 아프리카 지역 무상원조 사업 추진방향도 2023년 1월 제5차 무상개발협력전략회의를 통해서 의결됐습니다. 특히 농업 ODA 추진전략은 글로벌 식량위기라는 국제사회의 이슈에 대응하기 위한 전략으로서 의의가 있죠.

마지막으로 우리나라 국제개발협력업계뿐만 아니라 언론을 뜨겁게 달구었던 김건희 여사의 빈곤 포르노 이슈까지 있었습니다(이건 성과라고 말하기도 뭐하고…).

나름대로 다사다난했던 윤석열 정부의 ODA 정책과 사건사고(?) 가운데 한 가지 특이한 뉴스가 보도되었습니다. 2022년 12월 윤석열 대통령이 국제개발협력위원회 위원장(국무총리)에게 한국형 ODA 전략 수립을 통해 2030 부산 세계박람회(이하 엑스포) 유치를 지원하라고 지시했다는 소식입니다.  

내 거친 생각과…불안한 눈빛과…그걸 지켜보는 대통령님 

(출처: 국제뉴스. 윤 대통령 부산 엑스포 위한 "한국형 ODA 전략 수립" 지시(2022.12.12.))

2030 엑스포 후보 국가

(출처: BIE 홈페이지)

사실 우리나라는 이미 엑스포를 개최한 경험이 있는데요, 바로 1993년 치러진 대전 엑스포입니다. 당시 저도 부모님 손을 잡고 대전 엑스포를 관람한 기억이 있습니다. 대전 엑스포는 선진국의 전유물이었던 엑스포를 개발도상국에서 개최한 첫 사례로서 의의가 있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1993년 대전 엑스포 마스코트 꿈돌이

(출처: 대전일보. 대전엑스포 '꿈돌이' 온통대전 얼굴로(2022.1.26))

(출처: 오사카·간사이 엑스포 2025 홈페이지)

또한 일본은 2025 오사카·간사이 엑스포의 목표로 SDGs 달성에 기여하는 것과 일본의 국가전략인 Society 5.0 실현을 꼽고 있습니다. 이는 엑스포를 통해 ODA 관련 핵심의제(SDGs)에 집중함으로써 개발도상국을 적극 지원하는 모범국가라는 이미지를 구축하려는 의도로 보입니다.

게다가 최근 일본의 평화헌법 개정 후 국방비 증액이 예상되는데요. 일본이 국방비를 증액할 경우 군비 지출 상위 10개 국가 중 3위로 거듭나게 됩니다. 일본은 제2차 세계대전 패배 후 선제 공격이 불가능한 군대(자위대)를 유지했지만, 평화헌법 개정을 통해서 전쟁이 가능한 보통 국가로 변화하고 있죠. 엑스포 개최는 이 과정에서 국가 이미지를 ‘평화와 공존’에 초점을 맞추려는 시도로 볼 수 있습니다. 

일본 군비 증액 시 전세계 군비 지출 순위

(출처: 동아일보. 日, 방위비 5년내 2배 증액 공식화… 동아시아 ‘긴장 격화’ 우려(2022.6.8))

결국 일본의 오사카 엑스포와 ODA의 협업은 단순히 ODA를 활용한 국제 행사 유치 전략으로만 볼 수 없습니다. 오랜 기간 동안 고착되어온 국가의 이미지를 획기적으로 바꾸는 글로벌 홍보 전략이죠. 

일본의 사례는 윤석열 정부가 ODA를 부산 엑스포 유치에 활용하려는 의도가 무엇인지 짐작할 수 있게 합니다. 윤석열 정부는 어떤 점에서 ODA를 활용하려고 할까요? 이 질문에 관하여 세 가지 가설을 세워보았습니다. 

가설 1. 부산 엑스포를 활용한 ODA 브랜드 정체성 홍보
ODA 통합 BI를 구축한 윤석열 정부는 이 성과를 적극적으로 홍보할 수단이 필요한 상황입니다. 우리나라의 ODA 제공에 대한 국민 지지도는 2011년부터 2020년까지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습니다. ODA가 외교 정책의 일환이며 따라서 국민의 정책 지지도가 중요하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는 가벼운 문제가 아닙니다. 직전 정부인 문재인 정부에서는 BTS를 대통령 특별사절로 임명하고, UN총회 연설과 다양한 퍼포먼스를 보여주면서 문화를 외교에 적절히 접목할 수 있었죠. 하지만 지금 BTS는 멤버들이 군입대를 시작해, ODA에 글로벌 스타를 활용하기도 어렵습니다. 

이 상황을 타개할 묘책으로 윤석열 정부가 부산 엑스포에 초점을 맞추었다는 것이 제 가설입니다. 일본이 ODA로 개발도상국의 표를 얻는 동시에, 경제성장이나 기술 홍보를 넘어 SDGs를 엑스포의 주제로 활용함으로써 국제사회에 기여하겠다고 선포한 것에 착안해서요. 한국 정부도 2022년 11월 제171차 BIE 총회 PT에서 ‘인류공존프로젝트(Project Coexistence)’라는 키워드 하에 세계인들이 함께 위기를 극복한다는 주제로 PT를 진행했습니다. 또한 부산 이니셔티브를 통해서 ‘한국의 독특한 성장 경험을 회원국들과 공유’, ‘각국이 처한 다양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국제협력프로젝트’라는 것을 강조한 것은 부산 엑스포 성격에 맞추어 ODA를 응용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결국 ODA BI를 개편한 것은 단순히 통합된 브랜드 정체성의 개발뿐만 아니라 부산 엑스포라는 대규모 행사를 위한 발판이었다고 풀이됩니다. 

가설 2. 포스트-SDGs를 고려한 부산 엑스포 유치

부산은 국제개발협력과 인연이 있는 도시입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2011년 부산세계개발원조총회를 개최해서 우리나라의 국제개발협력 붐을 일으켰죠. 이를 기점으로 국제개발협력업계에 청년들의 진출이 급격하게 증가합니다. 그 전까지 국제개발협력, ODA에 등에 무지했던 저도 부산세계개발원조총회를 통해서 이 업계에 발을 들여놓게 되었으니까요.

국제개발협력 업계 진출 시점에 대한 설문 결과

(출처: 우승훈 외. 2020. "국제개발협력, 계속해보겠습니다." (25페이지, 표4))

국제개발협력기본법 제3조(기본정신 및 목표)

① 국제개발협력은 개발도상국의 빈곤감소, 여성ㆍ아동ㆍ장애인ㆍ청소년의 인권향상, 성평등 실현, 지속가능한 발전 및 인도주의를 실현하고 개발도상국과의 경제협력관계를 증진하며 국제사회의 평화와 번영을 추구하는 것을 기본정신으로 한다.

② 국제개발협력은 제1항의 기본정신을 추구하기 위하여 다음 각 호의 사항을 달성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1. 개발도상국의 빈곤감소 및 삶의 질 향상

2. 개발도상국의 발전 및 이를 위한 제반 제도ㆍ조건의 개선

3. 개발도상국과의 우호협력관계 및 상호교류 증진

4. 국제개발협력과 관련된 범지구적 문제 해결에 대한 기여

5. 국제적으로 합의된 지속가능발전과 관련된 목표(2015년 9월 유엔개발정상회의에서 채택된 2030 지속가능개발의제 등을 말한다)의 달성에 대한 기여

6. 그 밖에 제1항의 기본정신을 달성하기 위하여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사항

(출처: 국제개발협력기본법)

부산 엑스포의 유치는 한국의 ODA 성과를 대외적으로 알리는 효과적인 수단이 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ODA의 근본적인 목적과 정신은 개발도상국의 경제, 사회, 환경의 발전과 SDGs 달성입니다. 이에 대한 깊은 고려가 없는 ODA의 활용은 무용지물이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또한 ODA가 정치적, 외교적 목적 달성을 위한 수단으로만 그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합니다. 비록 일본은 ODA를 활용해서 오사카 엑스포 유치에 성공했지만, 엑스포 유치 성공이 일본의 국제개발협력 관계자들에게 어떤 이득이 되는지 구체적으로 확인하기 어렵습니다.

마찬가지로 부산세계개발원조총회 이후 많은 청년들이 ‘국제개발협력’이란 용어와 이 업계가 추구하는 철학에 매료되어서 젊음을 바치고 있지만, 여전히 국제개발협력은 ‘노동’이 아니라 ‘봉사’로 인식되고 있습니다. 발전대안 피다와 공적인사적모임은 2022년 국제개발협력 노동이슈 솔루션 그룹(노이솔그)를 통해서 이 업계의 문제점을 지적하기도 했죠. 비영리업계 노동자들의 처우를 개선할 수 있는 산별 노동조합도 쉽게 형성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참고자료: 김치앤칩스 vol.93. 비영리업계에서 노동조합을 보기 어려운 이유

(출처: 발전대안 피다. [피움X김칩] 06. 중요한 건 꺾이지 않는 활동가들의 마음)

비록 ODA의 근본적인 목적이 개발도상국의 발전에 초점을 맞추고 있지만, 한국의 ODA 성과를 알리고 싶다면 한국 ODA라는 거대한 판을 유지하는 노동자들에 대한 전략도 필요하다고 생각됩니다. 노동자들의 처우가 개선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된다면 한국 ODA 업계의 내실화로 이어지고 이는 곧 한국 ODA의 브랜드 경쟁력 강화를 불러올 것입니다. 통합 BI 개발과 엑스포 유치 이상의 효과를 가져올지도 모르죠.

이 글의 마지막에 이 질문을 던지고 싶습니다. 윤석열 정부의 국제개발협력의 방향은 어디를 향하고 있나요?

네 줄 요약

여러분은 유명한 베스트셀러, '팩트풀니스'를 읽어보신 적 있으신가요? 아마 김칩을 꾸준히 받아보신 분들이라면 김칩x땡스데이터의 특별호로 익숙하실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