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독자 여러분, 〈오!레터〉가 50화를 맞았습니다. 짝짝짝! 2022년 1월, '일단 해!'를 속으로 외치며 레터 발행을 시작한 지 벌써 1,061일이 지났네요(매일 세진 않습니다). 이번 해의 레터도 오늘 회차를 포함해 단 두 회를 남기고 있는데요. 소소하게 기념하기 위해서 오월의봄 구성원이 품고 있는 우리의 레터에 관한 생각을 담아 보았어요. 곧 출간될 따끈따끈 《젠더 수업 리포트》의 이유진 저자 인터뷰도 정말 감동적이니 충분히 느끼며 읽어주세요.
다음 올해의 마지막 레터(51화)는 구독자 여러분과 함께 꾸려보고 싶어 이벤트도 준비했어요. 조금 뻔하긴 하지만 올해의 **만큼 한 해를 정리해보기에 명료하고 재밌는 것도 없잖아요? 답변을 남겨주신 분 중 세 분을 추첨해 책을 선물로 보내드릴게요. 맨 아래에 준비해두었습니다. 
50화 동안 만날 수 있어서 기뻤어요. 
Interview : 《젠더 수업 리포트》 이유진 저자 인터뷰
지은이 │이유진
전북 남원에서 농촌 페미니즘 캠페인과 청소년 상담을 한 것을 계기로 2017년 젠더교육 활동을 시작했으며, 칼럼과 SNS를 통해 페미니스트 젠더교육 강사로서의 고뇌와 분투가 담긴 교육 현장 이야기를 틈틈이 기록해왔다. 비수도권 지역 여성을 위한 문화 기획과 청소년 교육에 관심이 많다.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 폭력예방교육 전문강사, 남원에 있는 책방이자 페미니즘문화지구인 ‘살롱드마고’ 공동운영자다. 《몸이 말하고 나는 쓴다》를 썼고, 《대한민국 페미니스트의 고백》을 함께 썼다.
오월의봄 문고 시리즈 〈오봄문고〉의 9번째 책, 《젠더 수업 리포트》가 곧 출간됩니다. 레터 구독자 여러분께 가장 먼저 이 책을 소개해 드려요. 젠더교육 전문가로 활동하고 계신 이유진(달리) 선생님께 책 이야기를 비롯한 현재 한국사회의 젠더교육 현장에 관한 생생한 내용을 전해 받았습니다. 첨부된 사진을 보면 이 책의 표지가 어떻게 탄생했는지 조금 감 잡으실 수 있을 거예요. 글 말미에 감동적인 사진도 첨부해두었으니 마지막까지 꼭 읽어주세요! 

Q1.

이 책은 페미니즘 웹진인 〈일다〉에 연재하셨던 글에서 출발했는데요, 이 책의 시작을 소개해주셔요. (그리고 처음에 제가 출간 제안을 드렸을 때는 완곡히 거절하셨는데, 다시 마음을 바꾸신 이유도 말씀해주실 수 있을까요? 호홋)


이유진 젠더교육 활동을 하면서 수업에서 겪은 에피소드나 후기를 제 SNS에 가끔 올리곤 했어요. 저는 수업 중에 난감한 상황을 마주했을 때, 페미니스트 강사로서 기존의 교육 문화에 어려움을 느꼈을 때 그런 답답한 마음이나 고민을 어디에 말해야 할지 몰라 저만의 온라인 공간에 글로 남기게 된 것 같아요. 저와 같은 일을 하는 동료 강사들이나 비슷한 성향(페미니즘 교육을 지향하거나 지지하는)의 팔로워들이 그 글들에 관심을 갖고 읽어주고, 소통하면서 저에게 도움이 되기도 했고요. 또 한편으로는 젠더교육 현장이나 교실에서 일상적으로 벌어지는 일들에 대해 사람들이 잘 모르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어요.

그러다 3년 전 〈일다〉의 조이여울  편집장님으로부터 성교육 활동 칼럼을 써보면 어떻겠냐는 제안이 왔는데, “강사 개인의 하소연으로 보이지 않겠느냐”고 망설이던 제게 편집장님이 “이런 이야기가 사회적으로 의미 있다. 알려져야 한다”고 말씀해주셔서 연재하게 됐습니다. 처음 오월의봄에서 책 출간 제안이 왔을 때엔 〈일다〉 연재가 끝나지 않은 상황이었고 책을 염두에 두고 쓴 기사가 아니라 자신이 없었어요. 그리고 당시에 다른 책을 준비 중인 상황이라 다음 책을 계약할 마음의 여유가 없기도 했고요. 그런데 거절 의사를 밝힌 후에도 이정신 편집자님이 계속 연락을 주시고 책도 보내주시고😂 제가 쓴 기사를 분석해 왜 책으로 냈으면 하는지 그 취지와 의미를 자세히 말씀해주셔서 저도 마음을 바꾸게 됐습니다. 기존 성교육 도서들이 다루지 못한 주제가 될 거라는 말씀에, 왠지 도전해보고 싶어졌어요. 온라인 기사는 연재가 끝나면 원고의 수명이 다하는 셈이지만, 책으로 남는다면 어쩌면 의미 있는 기록이 되지 않을까 하는 바람이 있었어요.


Q2.

제가 그 연재글을 읽고 이 글을 책으로 묶고 싶다고 생각한 중요한 계기는 10대 대상의 젠더교육 현장(학교에서 이루어지는 성교육)을 기록한 글들이었어요. 책 본문에도 쓰여 있지만, 젠더교육 현장에서 ‘날것’으로 드러나는 역동과 목소리는 우리가 현재 어떤 사회에서 살아가고 있는지를 생생히 드러내고 있으니까요. 짧게 말씀하시기 어렵겠지만 특히 10대 대상의 젠더교육의 현장을 어떻게 설명해주실 수 있을까요?


이유진 학교에서 성교육은 1년에 15시간 이상 해야 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그나마 고3은 입시 때문에 성교육을 거의 하지 않습니다. 성인이 되기 직전이라 가장 필요한 시기일 텐데요). 그런데 대부분 보건 교사가 담당해 ‘보건’ 영역의 특성상 신체와 건강, 생식 주제를 많이 다루게 되고요.

사실 보건 교사들도 성교육 전공자가 아니기 때문에 선생님들께 직접 들어보면 고민이 많다고들 하세요. 보건 교사뿐 아니라 다른 교사들, 심지어 양육자들도 성에 대해 아이들과 구체적으로 대화하기 부담스러워하는 경우도 많고요. 그래서 외부강사를 초빙해 성교육(폭력예방교육 등)을 진행하기도 하는데, 이 수업에 예산을 많이 배치하는 학교를 거의 보지 못했어요. 1년에 한두 번 정도 할 수 있는 만큼, 그것도 전교생 기준으로 하면 1년에 몇십 만원 정도일 텐데요(코로나 이후에는 영상 자료로 대체되는 수업도 많아져 비용을 들이지 않는 경우도 있을 겁니다). 가정에서 아이들 학원비도 한 달에 몇십만 원은 쓰잖아요. 

요즘 성교육이 중요하다고 말하는 양육자나 교사들은 많은데, 그래서 어떻게 적극적으로 잘할 것인가에 대한 논의와 실천은 터무니없이 부족합니다. 젠더교육에 대한 중요성이 공감대를 이루어야 교육에 투자도 더 많이 이루어질 거라고 생각해요. 그런데 성인들은 미성년자에게 성에 대해 적극적으로 가르치는 것을 경계하고, 혹은 최소한의 정보와 지식만 제공해야 ‘안전’하다고 믿는 경우가 여전히 많아요. 다음 세대에 대한 관심과 걱정이 진짜 있다면, 이번 정권에서 성교육에 ‘성평등’ ‘성소수자’ 같은 용어를 삭제하고 성인권 교육 예산을 삭감한 것에 강력히 항의하고, 좋은 성교육에 대한 고민과 지원을 실제로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젠더 수업 리포트》에 등장하는 포스트잇 사진.  “성이 무엇일까?”라는 질문에 중1 남학생이 쓴 답변.

Q3.

이 책에서 직접적으로 젠더교육이 쉬웠던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고 언급해주시기도 했고, 특히 의무교육 현장은 맨몸으로 전쟁터로 들어가는 기분일 때도 있다고 하셨는데, 젠더교육 활동가로서 젠더교육 현장에서 마주하는 어려움들은 무엇일까요? 그리고 지금 우리 젠더교육 현장이 어떻게 변화하고 바뀌어야 할지 (너무 많은 이야기가 있겠지만) 몇몇 대표적인 것을 꼽아주실 수 있다면요?


이유진 교육의 효과를 실질적으로 거둘 수 있는 환경과 조건이 만들어지면 좋겠어요. 최근에도 어떤 학교에서 전교생 300명 대상 1시간 강의 의뢰가 들어와 거절했는데(물론 강사마다 수락 조건은 다릅니다), 이렇게 “했다”는 기록만 남기기 위한 교육은 경험상 무의미했고 강사로서 좋은 기억이 거의 없었어요. 젠더 주제 자체에 거부감과 불편함을 있는 그대로 표현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방치하는 분위기도 강사로서 가장 어려운 지점 중 하나입니다. 이것은 교육에 대한 개인의 취향이나 선호 문제라기보다 사회문화적인 부분이라 당장 변화하긴 어렵겠지만, 책에도 썼듯이 의무교육에 대한 태도와 참여도가 조직 구성원의 업무능력으로 평가된다면 문화도 바꿀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제가 좋아하는 배우가 최근에 인터뷰에서 한 말인데, “사회가 변하지 않는다면 기다리기보다 먼저 나아가자”는 것이 젠더교육에도 필요한 행동인 것 같아요. 무엇보다, 공교육에서 젠더 주제의 수업이 일반 교과목처럼 어릴 때부터 체계적으로 다뤄지면 좋겠습니다.


Q4.

“사람을 바꿀 순 없어도 공기는 바꿀 수 있다”라는 이야기와 집중도가 떨어지는 대형 집합 교육 안에서도 고개를 끄덕이며 듣고 있는 한 사람을 바라보며 젠더교육 활동을 이어가신다는 부분, 젠더교육을 통해 이뤄진 변화 등을 읽으며 왠지 모르게 안도하기도 했습니다(세상이 그저 암울하지만은 않다는···). 기본적으로 적대적이거나 무관심한 관중을 대상으로 교육해야 하는 상황이 많으니, 아랫배에 힘을 한 번이 아니라 여러 번 줘도 그 안에 들어가는 것이 보통 어렵지 않을 것 같은데, 그럼에도 선생님을 그 현장에서 떠날 수 없게 하는 원동력은 어디에서 가장 많이 나오는 것일까요?


이유진 우선 직업을 당장 그만두거나 바로 바꾸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에요.😅 더구나 오랫동안 공부하며 준비하고 자격을 만들어 쌓아온 일이고, 저에겐 생계가 되니까요. 돈 버는 일 이상의 의미를 찾는다면 책에서 여는 글에도 썼지만 이제는 어떤 사명이나 당위보다, 성평등한 세상을 만들기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실천 중 하나로 아직까지 교육활동을 이어가고 있는 것 같습니다. 또 의무교육 현장뿐 아니라 다른 곳들에서 이 주제의 교육을 적극적으로 듣고 배우고자 하는 사람들도 만날 수 있는데, 그런 대상과 함께하면 저도 큰 에너지를 얻고 제 일에 지지와 인정을 받으며 보람을 느낍니다.

 

Q5.

책에서 직접적으로 많이 다루는 것은 아니나,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기존의 성교육과 선생님이 진행하고 계신 성교육의 가장 큰 차이가 있다면 어떤 지점일까요? 그리고 전반적으로 우리 성교육의 흐름이나 기조는 변화해가고 있는지요?


이유진 제가 처음 교육활동을 시작한 2017년만 해도 학교에서 ‘페미니즘’을 제목에 걸고 수업을 할 수 있었고, 학생들에게 ‘페미니스트’의 뜻을 물으면 ‘성평등주의자’라는 답이 많았는데요. 2018년 중반 이후 백래시가 심해지면서 최근에는 ‘남성혐오자’라고 아는 학생들이 많아져 안타까워요. 그런 현상을 보았을 때 다른 교육도 마찬가지겠지만 특히 성교육은 우리 사회의 정치, 문화와 뗄 수 없고 그 영향을 많이 받는다는 생각이 듭니다. 성교육은 과거에 비해 덜 방어적으로 이루어지는 것 같긴 하지만, ‘나답게’라는 구호 외에 젠더 문제 자체에 대한 분석은 아직 비어 있는 경우가 많다고 느낍니다. 제 수업에 대해 “새롭다”는 소감을 자주 듣곤 하는데요. 성(젠더)이라는 주제에 대해 구체적이고 실질적으로 대화하고자 하고, 수업을 듣는 이로 하여금 주체적으로 사유할 수 있게 계속 질문을 던지기 때문인 것 같아요. 강사로서 무엇이 ‘옳다’는 것을 전제로 수업이 흘러가지 않게 하려고, 하나의 정답을 넘어 좀 더 다각적으로 접근하도록 시야를 넓혀주려고 노력하는 편입니다.

 

Q6.

동료 젠더교육 활동가들에게서 많은 힘을 얻는다고도 하셨는데, 일반화할 수는 없겠지만 강사 선생님들께서 공유하는 어려움과 뿌듯함이 있다면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이유진 코로나 이후 대면 교육이 많이 줄어 저를 포함해 강사분들 생계에 영향을 미칠 정도였는데요. 온라인 강의가 활성화되는 분위기였다가 다시 정권이 바뀌며 젠더 주제 강의 자체가 많이 축소되어 개인의 생계뿐 아니라 사회적인 문제라는 우려도 듭니다. 특히 올해는 전에 비해 강의 의뢰가 많이 없어졌다거나, 강의를 검열하는 경우가 생겼다는 소식을 여러 번 들었어요.

강사 선생님들 대부분이 늘 공부하는 사람들이고 각자 현장에서 다양한 경험을 해와서, 만나서 대화하고 정보를 나누는 것만으로도 저에게도 공부가 되고 도움을 받는다고 느껴요. 일하며 느낀 고민을 털어놓으면 경청하며 지혜를 나눠주기도 하고, 같이 분노해주기도 해서 힘을 받기도 하고요. 또 저도 수강생으로서 좋은 강의를 하는 강사 선생님들에게 수업을 들으면, 교육자로서 성장하고 제가 모자란 부분을 채우는 것 같습니다. 강사들이 프리랜서로 혼자 출장 다니며 일하는 경우가 많은데, 서로 임파워링할 수 있게 협업할 기회가 더 많아졌으면 좋겠어요.

 

Q7.

이 책이 누구에게, 어떻게 읽혔으면 하시는지 기대를 말씀해주신다면요?


이유진 주제와 제목 때문에 아무래도 저와 비슷한 일을 하는 강사분들이 가장 관심을 가질 것 같은데요. 교사와 양육자 등 아동·청소년의 성교육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분들도 많이 읽어주면 좋겠어요. 성교육의 방법이나 스킬을 익히기보다(그것을 익힌다고 좋은 성교육이 될지 잘 모르겠고), 성교육에 대한 나의 인식과 태도가 어떤지 돌아보는 기회가 될 수 있을 거예요.

 

Q8.

마지막으로, 혹시 젠더교육 활동은 언제까지 하겠다고 계획하신 바가 있는지도 여쭙고 싶습니다. 그리고 독자들께 전하고 싶으신 말씀이 있다면 그 내용도 같이 부탁드릴게요.

 

이유진 7년째 수업할 때마다 ‘계속 해야 되나’ 고민하고 있어서, ‘언제까지’라고 말씀드리긴 어렵겠네요. 다만 내년에는 개인적으로 안식 시기를 가질 계획이라 활동이 많이 줄어들 거예요. 그때도 어떤 형태로든 공부는 계속하겠지만요. 강사로서의 일과 별개로 새로운 배움은 삶에 중요한 부분이라, 젠더와 페미니즘에 관한 공부는 놓지 않으려 합니다. 독자분들에게도 같은 이야기를 하고 싶어요. 내가 성교육을 의무적으로 받아야 하는 위치가 아니더라도, 성교육을 담당한 사람이 아니더라도, ‘성’은 죽을 때까지 공부해야 하는 영역이라고 생각합니다. 나답게 사는 동시에 타인과 더불어 살기 위해서요.

나에게 〈오!레터〉란?
🍊 오월의봄
〈오!레터〉 50화를 맞아 우리의 레터에 관한 생각을 옮겼습니다.

◌ 나에게 〈오!레터〉란 ‘우리만의 매체’다.

📖 편독자

저에게 〈오!레터〉란 ‘매체’예요. 건조한 축사일 수도 있겠지만, ‘한쪽에서 다른 한쪽으로 무언가를 전달하는 수단’이라는 매체의 고전적 정의를 떠올려볼 때 더없이 그래요. 독자분들과의 구체적인 소통을 매개해주는 ‘오월의봄만의’ 매체, 그게 〈오!레터〉의 의미이자 존재 이유일 겁니다. 레터라는 매체가 생긴 덕택에 개인적인 차원에서만 작업해보던 편집후기 같은 것들을 좀 더 많은 분들과 공유할 수 있는 글 형태로 다듬어보는 시도도 할 수 있게 된 것 같고, 그 과정에서 책을 알릴 수 있는 다양한 형식/방편들을 고민해볼 수 있게 된 것 같아요. 저자분들과도 새로운 방식의 협업을 하게 되고요. 한편으로는 고민과 부담도 큽니다. 제한된 범위의 사람들과 공유하던 생각과 글을 레터라는 정식 매체로 발행할 때 고려해야 하는 부분들에 대해서요. 책에 관해 읽을 만한 자료나 글감 등 좀 더 체계적인 콘텐츠를 발행해보고 싶은 소망도 큰데, 시간이 부족해 쉽지만은 않네요. 이런 고민만큼, 회를 거듭할수록 나아진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길 바라며!

나에게 〈오!레터〉란 ‘눈물’이다. 

⏳ 모래

첫 순간을 떠올리면 부끄러워지기 마련인데, 레터는 메일함에 고스란히 남아 있기까지 하니 1화를 다시 열기 무서울 뿐입니다(눈물 1)···. 발행 초기엔 잠을 이루지 못하고 새벽까지 모니터를 들여다보았고, 호기롭게 5일, 15일, 25일(5레터) 한 달에 세 번 발행하겠다며 거의 매일 스티비에 들어와 살았어요(눈물 2). 3화는 제 고양이 친구가 마우스 패드를 눌러 제목이 붙지 않은 채로 발송되고, 모든 오탈자는 발송 후에야 기가 막히도록 잘 보였죠(눈물 3). 이렇다 할 템플릿 없이 나름 구성해 본 디자인도 마음에 들지 않았으며 족족 제 능력 부족의 증거 같을 때도 잦았습니다(필요 없는 들여쓰기 난무). 그래도 돌이켜보면 마케터인 저에게 부족하더라도 마음껏 편집의 맛을 느끼도록 맡겨주고, 양질의 원고를 때맞춰 보내주는 우리 오월의봄 동료들 및 저자 선생님들과 피드백 채널에서 책과 삶 속 이야기를 들려주고, 읽어주시는 구독자들과 함께여서 저는 참 행복했어요. 서로가 누구인지 알지 못하는데도, 단지 책과 이야기로 묶여서 모니터를 사이에 두고선 서로의 말을 읽고 이해하는 이상한 이것을 제가 할 수 있어서 행운이라고 생각합니다. ‘발송하기’를 누를 때 심장이 터질 것 같던 시간을 지나 이제는 한 번에 버튼을 클릭해요. 그것이 달라진 점이라면, 한 달에 두 번 이곳에서 여러분께 말 거는 시간이 좋다는 것. 이것이 변하지 않은 점입니다. 대부분 호칭을 ‘여러분’이라고 적지만 한 사람에게 수신된다는 마음으로 인사말을 씁니다. 앞으로도 그럴 것 같아요.

나에게 〈오!레터〉란 ‘디자인 대숲’이다.

🎨 가내수공업자

〈오레터〉의 제호를 만들면서 각 호별로 숫자가 들어간 모양을 통제하고 싶어서 호 번호가 들어간 제호를 차례대로 만들어두었습니다. 99호까지요. 99호까지 만들어 놓은 것이 〈오레터〉의 발간을 책임지고 있는 모래 님에게 징그럽게 느껴질까봐 우선 50호까지만 공유했었습니다. 그러나 모래 님은 레터를 꿋꿋하게 발간해내시더니 제가 드린 50개의 제호를 징그럽게도(!) 다 쓰셨습니다. 〈오레터〉가 있어서 저는 우리 책의 북디자인 이야기를 털어놓을 곳이 있었어요. 〈오레터〉를 만들어준 모래 님, 또 읽어주신 독자님들 감사합니다.

나에게 〈오!레터〉란 ‘모래의 피, 땀, 눈물’이다.

🥟 만두맨

〈오!레터〉는 2년 전, 모래가 오월의봄에 들어오고 난 후에 있었던 우리 출판사의 큰 변화 중 하나입니다. 처음 모래가 뉴스레터를 시작하자고 했을 때, 신이 나면서도 꾸준한 발행이 가능할까 싶었는데 50회를 맞이하고야 말았네요. 구성원 모두가 함께 만들고 있지만 담당자인 우리 모래의 추진력과 끈기와 애정이 아니었다면 50회까지 이렇게 꾸준히 나오지 못했을 거예요(〈오!레터〉 두 번 내보내고 나면 한 달이 지났다던 모래의 목소리가 떠오르네요). 이제 명실상부, 〈오!레터〉는 오월의봄이 독자들께 더 가까이 다가가는 동시에 독자분들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중요한 다리가 된 것 같아요. 〈스요레터〉와 〈채널예스〉 등에 소개된 적도 있는 꽤 자랑스러운 발간물이기도 하고요. 그간 〈오!레터〉를 읽어주신 독자들께 대한 감사와 함께, 지금까지 오월의봄과 독자에 대한 진심의 애정으로 〈오!레터〉를 이끌어준 모래에게도 감사와 존경을 전합니다!

나에게 〈오!레터〉란 ‘채집’이다.

🏕️ 캠퍼

〈오!레터〉가 벌써 50화를 맞이했다니! 일단 무엇보다 이 레터를 장장 50화나 이끌어온 모래 마케터님의 노고에 박수를 보냅니다. 그가 아니었다면 과연 2년여의 시간 동안 이 레터가 발행될 수 있었을지…… 상상하기 어렵네요. 레터가 처음 기획될 때 한창 캠핑에 빠져 있어 ‘캠퍼’라는 닉네임을 정하고 그 이름으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해왔는데요. 레터를 핑계로 저자분들과 본격 출간 후일담도 나누고, 낯모를 독자분들께 사담 섞인 한탄도 해보고, 이 책 좋다 자랑도 하고, 그랬던 것 같습니다. 〈오!레터〉가 아니었다면 머릿속에서만 빙빙 돌다 흩어졌을 많은 이야기가 잘 정돈된 기록으로 남았으니, 제게 〈오!레터〉는 채집입니다. 동료들의 이야기를 읽는 것도 즐거웠고, 구독자분들께서 보내주시는 피드백에 힘을 얻은 날들도 있었어요. 사소한 한마디가 하루의 힘이 되는 날도 있어서 저 또한 그렇게 피드백을 잘 주는 사람이 되자고 결심한 날도 있었습니다. 앞으로도 이 레터가 누군가의 메일함에 반가운 소식으로 날아든다면 좋겠습니다. 〈오!레터〉 50화 축하해요!

나에게 〈오!레터〉란 ‘누군가의 수고’다.

🚶‍♂️ 산책자

나에게 〈오!레터〉란 누군가의 ‘수고’입니다. 처음 레터를 시작한다고 했을 때, 이걸 누가 담당해야 하냐, 어떤 글을 써야 하냐 등을 논의했어요. 게다가 한 달에 세 번이나 발행한다고 했습니다(지금은 한 달에 두 번 발행). 담당자가 된 모래 님과 또 종종 글을 써야 하는 동료들의 수고가 눈앞에 아른거렸지만, 아무튼 호기롭게 우리도 레터를 발행하게 되었습니다. 이 글들이 누군가에게는 가닿을 거라는 설렘과 기대가 컸죠. 그리고 어느덧 〈오!레터〉를 시작한 지 2년이 되어가고(2022년 1월 15일에 첫 화가 발행됐네요), 50화에 이르렀습니다. 그 기간을 잠시 생각해보면…… 많은 감동을 받았던 것 같습니다. 특히 동료들의 생각과 수고가 우리의 색채를 바꾸는 과정을 볼 수 있었습니다.

매일 받아 보는 뉴스레터가 적지 않습니다. 이 수많은 레터들 중에 〈오!레터〉는 무엇일까도 생각해보게 되네요. 무엇보다 담당자 모래 님과 동료들의 수고가 잘 반영되는지 지켜봐야겠습니다. 그런 수고가 반영되지 않는다고 여겨질 때는 멋있게 퇴장도 해야겠지요. 아무튼 저도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여러분의 올해의 **을 알려주세요!
위의 사진은 2022년을 마무리하며 응답해주신 구독자 pick 올해의 **이에요. 〈오!레터〉28화로 보내드렸었죠. 2023년의 마지막 레터 51화에도 오월의봄 구성원의 이야기와 함께 여러분의 이야기도 싣고 싶어요. 이야기를 적어주신 분 중 세 분을 추첨하여 〈오봄문고〉 중 한 권을 선물로 보내드립니다. 아래의 폼에서 작성, 선택하실 수 있어요! 많은 참여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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