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ekly newsletter no.218 | 2025. 10. 23
벗은 연예인 본 적 있어? 2호😎는 배우 조정석. 2016년 드라마 ‘질투의 화신’을 당시 직장, SBS 상암 사옥에서 찍었거든. 그때 처음 생각했어. ‘저런 사람이 연예인을 하는구나’ 하고.

드라마에서 방송 기자인 조정석은 남성 유방암 환자야. 병원에서 여성들 틈에 앉아 눈치를 보고, 여자 친구인 공효진에게 대리진료를 부탁하는 장면이 인상적이었어. 그때 처음 알았어. 남성도 유방암에 걸릴 수 있다는 걸.

40년 전만 해도 여성에게조차 유방암은 금기였대. 유방 절제 수술 사실을 숨기고, 여성 스스로 수치로 여겼던 거지. 이후 ‘암밍아웃’(암 발병 사실을 공개함)과 인식 개선 캠페인이 이어지며 비로소 유방암을 말하고 치료하는 분위기가 만들어졌지.

그런데 지난 15일, 패션 잡지 ‘W코리아’가 연 ‘유방암 인식 향상 행사’가 비난을 받고 있어. 핑크리본은 안 보이고, 연예인들의 술파티로 변질됐단 거야. W코리아는 결국 사과했지만 상식 밖 캠페인에 대한 여론은 여전히 싸늘해. 

10월19일 유방암의 날을 맞아 ‘유방암 캠페인’에 대해 짚어보려 해. 유방암 치료 과정을 책으로 쓴, 암 생존자를 초대했어. 함께 유방암 캠페인의 세계로 들어가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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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의 휘클리
  1. 한 번 알아봤다: 환자 빠진 ‘환장파티’
  2. 한 번 물어봤다: 유방암 환자가 본 유방암 캠페인
  3. 모르고리즘: 알고리즘 프리! 환경 뉴스픽
  4. 휘클러 say!: 독자피드백 + 이벤트 알림
📂환자 빠진 ‘환장파티’

그날 호텔에서 무슨 일이 
  • 지난 15일 서울 종로구 포시즌호텔에서 ‘Love Your W 2025’(W 캠페인)이라는 이름으로 자선행사가 열렸어. 패션 잡지 W코리아💡가 유방암 인식 개선을 내세워 2006년부터 20년째 이어온 캠페인이야.
  • 좋은 취지와 달리 행사는 ‘셀럽 사교 파티’로 변질됐어. BTS, 에스파, 아이브 등 아이돌은 물론 이영애, 변우석, 정해인 등 유명 배우까지 연예인 약 100명이 총출동했는데, 정작 중요한 유방암 인식 개선을 위한 메시지는 보이지 않았어. 샤넬과 루이비통 같은 명품브랜드 패션이 주목받는 동안 유방암 인식 개선 캠페인의 상징인 ‘핑크 리본’💡은 눈에 띄지 않았지. W코리아 SNS엔 유방암과 상관없는 친목사진이나 릴스💡가 올라왔어.
  • 연예인들이 행사장에서 술을 마시거나 건배하는 장면도 논란을 키웠어. 알코올은 유방암 발병 위험 요인 중 하나인데다, 유방암은 물론 암 환자들은 술을 마실 수 없으니까.
  • 가수 박재범이 부른 노래 ‘몸매’도 비판을 받았어. “소개받고 싶어 니 가슴에 달려있는 자매”처럼 유방을 선정적으로 묘사하는 가사가 담겼거든. 현재 암으로 고통받고 있고 유방의 일부나 전체를 절제해야 할지도 모를 유방암 환자 입장에선 불쾌하게 느낄 수 있단 지적이 잇따랐어.

기부금·이해충돌 논란까지 
  • ‘유방암 환자가 배제된 유방암 캠페인’에 분노한 암 환자·생존자와 누리꾼들 비난이 쏟아졌어. W코리아는 지난 19일 결국 공식 사과문을 올렸어. 이번 행사가 ‘캠페인 취지에 비추어 볼 때 적절하지 않았단 지적을 무겁게 받아들이고 있다’고 말이지. 누리집과 SNS에서 행사 사진도 모두 내렸어. 가수 박재범도 암환자들에게 사과했지.
  • 그 뒤에도 여론은 싸늘해. W코리아에 대한 추가 의혹이 제기됐거든. W캠페인 수익금을 한국유방건강재단(재단)💡에 기부하면 저소득층 유방암 환자의 치료비를 지원하는 데 쓰인다고 해. W코리아는 이번 행사 기부금 총 1억 5000만원을 포함해 지난 20년간 총 11억원을 기부했다고 밝혔어.
  • 하지만 이수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보건복지부로부터 받은 자료(여성신문 보도)를 보면 W코리아가 2007년부터 지난 11월까지 재단에 기부한 금액은 총 3억1569억원이야. 기부금을 준 쪽과 받은 쪽이 말하는 기부금액 차이가 크지? W코리아는 기부금 11억원은 “W코리아가 직접 기부한 금액과 캠페인에 참여 기업·개인이 직접 재단에 전달한 금액을 합산한 것”이라고 설명했어.
  • 이혜주 W코리아 편집장이 기부금을 받는 재단의 이사 5명 중 한 명이라는 사실도 알려졌어. 기부 캠페인을 주도한 매체의 편집장이, 기부금이 모이는 재단 이사회에 이름을 올리면서 기부금 운영의 공정성과 투명성에 의문이 커졌어. 이 편집장은 ‘스포츠서울’에 “약 1~2년 전부터 명예직으로 이사직을 맡고 있고, 보수는 한 푼도 받지 않는다”고 해명했어.

핑크만 이용한 나쁜 마케팅
  • 2010년 미국 KFC는 ‘Buckets for the Cure’(치킨 한통으로 유방암 치료하기)란 유방암 캠페인을 했어. 치킨이 담긴 패키지를 분홍색으로 바꾸고, 한 통이 팔릴 때마다 50센트를 유방암 연구재단에 기부하는 행사였지. 하지만 맥락이 삭제된 50센트 기부 캠페인에 의문이 제기됐어. 왜 갑자기 KFC가 유방암 캠페인에 나섰을까?
  • 미국 유방암 환자 단체 ‘유방암 행동(Breast Cancer Action)’에 따르면 당시 KFC는 발암물질 함량 논란으로 소송 중이었다고 해. 유방암 행동은 KFC 유방암 캠페인을 노골적인 ‘핑크워싱’💡이라 지적했어.(BCA)
  • 원래 핑크워싱은 핑크(성소수자)+화이트워싱(회칠)을 합친 용어야. 기업이나 국가가 자신의 부도덕한 행위를 감추려고 성소수자 친화적인 이미지로 도덕성을 세탁하려 한 데서 유래해.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사람들을 살육하는 한편, 성소수자 인권을 옹호하는 민주국가 이미지를 홍보하는 것이 대표적이야.
  • 전 세계적으로 유방암 인식 개선 캠페인 상징이 핑크리본이 된 이후, 유방암 캠페인을 기업 마케팅 도구로 활용하는 전략도 핑크워싱이라 불러. 미국 화장품 브랜드 레블론도 2003년 화장품 패키지에 핑크 리본을 달았다가 소비자들로부터 비난을 받았어. 그 화장품에 암 위험을 높인다고 알려진 성분이 함유됐기 때문이야. 당시 BCA는 이런 기업처럼 핑크워싱을 하는 기업을 뜻하는 ‘핑크워셔’란 용어도 만들었어.
  💡  Hi-light
W코리아: 두산매거진에서 2005년부터 발행한 패션 전문 월간지. 미국 잡지 ‘W’의 한국판
핑크리본: 유방암 인식 개선과 연대를 상징하는 표식
릴스:
인스타그램에서 유행을 만들고 퍼뜨리는 짧은 영상 콘텐츠
한국유방건강재단: 유방암 예방과 환자 지원을 위해 2000년 설립된 비영리 공익재단
핑크워싱(Pink Washing): 기업이 유방암 캠페인을 내세워 제품·브랜드를 홍보하는 행태
에스티로더
핑크리본의 역사
  • 유방암 인식 개선 캠페인이 처음부터 상업적으로 활용된 건 아냐. 1985년 미국 암학회와 제약사 아스트라제네카는 10월을 ‘유방암 인식의 달’로 정했어. 그때만 해도 유방은 의사에게 드러내기 어려운 신체 부위였거든. 특히, 유방암으로 유방을 잘라내는 건 수치스러운 일로 여겨져 유방암 발병 사실을 공개하는 것조차 금기시됐어.
  • 1972년 미국 국민 아역배우였던 셜리 템플이 기자들을 불러 유방암을 ‘암밍아웃’해서 화제가 됐어. 유방을 절제했단 고백과 함께 조기 진단을 독려했다고 해. 1974년 미국 포드 대통령 부인, 베티 포드도 유방암 발병 사실을 밝히면서 유방암을 둘러싼 불평등한 금기도 조금씩 깨지기 시작했어. 그렇게 하나둘 용기 있는 이들의 고백으로 유방암 진단 운동이 이어진 셈이지.
  • 핑크 리본이 유방암 캠페인 상징으로 등장한 건 1991년. 유방암 인식 개선과 퇴치를 목적으로 하는 미국 유방암 재단(Susan G. Komen Foundation)에서 유방암 생존자들을 위한 달리기 경기 참가자들에게 분홍색 리본을 나눠주면서 시작됐어.
  • 1992년 글로벌 화장품 기업 에스티로더는 사회 공헌 활동의 일환으로 매장에서 150만개 유방암 자가 진단 키트와 함께 핑크리본을 나눠줬어. 전 세계적으로 유방암 자가 검진 캠페인이 이어졌고, 핑크리본이라는 상징도 점차 알려졌어.

여성 암 발병 1위, 유방암
  • 수많은 암 중에서도 유방암 캠페인이 많은 이유가 있어. 유방암은 초기에 뚜렷한 증상이 없어 발견이 어렵지만, 조기 발견이 생사를 가르는 병이야. 게다가 발생률이 높고 환자 수가 빠르게 늘고 있어.
  • 유방암 진행 정도는 국한(0~1기), 국소진행(2~3기), 원격전이(4기)로 분류해. 2018~2022년 유방암 요약병기💡에 따른 5년 상대생존율💡은 국한 99.1%, 국소진행 93.0%, 원격전이 49.0%야. 조기 발견과 말기 사이 생존율이 50%p 이상 차이나. 
  • 여성 암 발생 1위는 유방암이야.(2022년 통계) 환자 수도 급증하고 있어. 유방암 환자는 1999년 5890명에서 2022년 2만9528명으로 약 5배 늘었어. 전체 암 환자가 같은 기간 약 2.8배 늘어난 것과 비교하면 증가세가 가파르지.
  • 치료비 부담도 커. 작년 유방암 환자 총 진료비는 1조6999억원으로, 5년째 주요 10대 암💡 중 1위야. 2020년(1조1708억원)보다 45% 넘게 늘어났어. 

유방암 캠페인 이렇게 하자!
  • 유방암 캠페인은 환자가 중심이어야 해. 영국 자선단체 ‘CoppaFeel!’은 젊은 여성이 조기에 가슴을 검진하도록 독려하는 캠페인(‘Check Your Chest')을 진행 중이야. 20대 초반에 유방암 환자가 된 사례를 공유하고, 젊은 사람도 유방암에 걸릴 수 있다는 걸 알리고 있어.
  • 페루 슈퍼마켓 체인인 ‘Tottus’는 2023년 10월 유방암 인식의 달을 맞아 유방촬영 검진권을 할인된 가격으로 판매하는 캠페인을 펼쳤어. 유방암 조기 검진 접근성을 높인 환자 친화적인 캠페인 사례로 꼽혀. 
  • 유방암 환자가 건강과 일상을 회복하기 위한 사회적인 지원도 절실해. 환자들이 겪는 현실에 대한 세심한 이해가 그 시작이야. 예를 들어 항암 치료를 하다 보면 호르몬 기능이 급격히 떨어져 조기 폐경을 겪는 경우가 많거든. 올해 6월부터 정부가 항암 치료로 영구 불임이 예상되는 여성에게 난자 동결 비용을 지원해. 암 환자의 가임력 보존을 지원하는 제도가 생긴 건 환영할 만한 일이야. 하지만 생애 1번, 최대 200만원까지만 지원하는 한계가 있어. 보건복지부가 난자와 정자 냉동 추가 지원을 위한 후속 사업을 준비 중이래.
  💡  Hi-light
요약병기: 암이 발생한 장기로부터 진행한 정도를 범주화한 병기 분류
5년 상대생존율: 암 진단 후 5년간 생존한 환자 비율을 일반인 생존율과 비교해 계산한 지표
10대 암: 갑상선암·대장암·폐암·유방암·위암·전립선암·간암·췌장암·담낭암·신장암

🎙️처음 유방암을 진단받았던 때가 언제야?
💬2022년 9월, 추석 연휴 바로 다음 날이었어. 명절 끝나고 병원에 갔는데 조직검사 결과가 나왔고 유방암 2기 진단을 받았지. 이상하게도 그 순간엔 막 눈물이 나거나 절망스럽진 않았어.


🎙️놀라지 않았어?

💬암 진단을 받기 한 달 전쯤부터 가슴에서 멍울이 만져졌거든. 어느 정도 예감을 해서일까, 막상 암 진단을 받으니 오히려 담담했어. 충격보다 ‘올 게 왔구나’란 느낌이 컸지. 조직검사 결과를 기다릴 때만 해도 혹시나 하는 마음이 있었는데, 막상 현실이 되니까 담담하게 받아들이게 되더라.


🎙️치료 과정에서 ‘이건 정말 예상 못했다’ 싶은 순간은 언제였어?
💬항암치료가 그렇게까지 힘들 줄 몰랐어. 수술하고 방사선 치료는 버틸 만했는데, 항암치료는 말하자면 몸에 있는 세포들을 다 죽이는 거거든. ‘내가 죽을 지경까지 가야 다시 살아나는 거구나’란 생각이 들 정도로 온몸이 아팠어. 너무 힘들어서 ‘차라리 항암을 안 하고 죽겠다’는 사람들 마음이 이해됐지.


🎙️가장 힘들었던 부작용은?
💬수족 증후군이었어. 손발이 터질 것같이 붓고 가려운데, 그 통증이 진짜 말로 표현이 안 돼. 너무 아파서 울었지. 살짝만 닿아도 찌릿하고, 걸을 때마다 발바닥이 불타는 느낌이었거든. 근데 이게 또 사람마다 달라서, 어떤 사람은 머리만 빠지고 끝나는 경우도 있고 어떤 사람은 부종이 생기기도 하고. 항암 후유증은 개인차가 큰 것 같아.


🎙️어린 자녀가 둘 있잖아. 치료 기간 아이들 돌봄은 어떻게 했어?

💬친정엄마가 도와주긴 했지만, 대부분 내가 직접 했어. 몸이 아파도 ‘엄마니까 해야지’라는 마음이 컸어. 오히려 아이들에게 약한 모습을 보여주기 싫은 거 있지. 아이들이 아픈 모습을 보고 힘들어할까 봐 그랬던 것 같아. 아픈 척을 좀 할 걸 그랬어. 진짜 아무렇지도 않은 줄 아는 거 같더라고.(웃음)


🎙️유방암에 대한 주변 사람들 시선은 어땠어?

💬일단 암이라고 하면 대부분 불쌍하게 봐. ‘어쩌다가...’라는 시선도 많아. 사실 암은 누구나 걸릴 수 있는 병인데, 내 생활 습관이 잘못됐거나 전생에 업보가 있다거나 해서 생긴 병처럼 생각하는 거지. 


🎙️구체적으로 기억에 남는 반응은?
💬안 좋은 반응은 내가 병가 휴직을 한다고 했을 때, “나도 휴직이나 할까?”라며 농담처럼 말한 동료야. 물론 내가 유방암이란 구체적인 병명을 말하지 않아서 그랬겠지만(그렇게 생각하고 싶어), 그래도 병가를 별거 아닌 것처럼 말하는 반응이 충격이었어. 


🎙️좋았던 반응은?

💬‘괜찮아질 거야’, ‘치료 잘 받아’란 위로도 좋았지만, 가장 큰 힘이 된 건 친한 친구가 한 말이었어. 내가 애주가였거든. 이제 술은 못 마실 거라 한탄하니 “내 친구도 유방암 걸렸었는데 지금 나보다 술 더 잘 마셔.” 그 말이 제일 위로가 됐어. ‘나도 언젠가 다시 그렇게 자연스럽게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겠구나’ 안심이 되더라고. 환우분들도 의지가 많이 됐지.


🎙️다른 환자들은 어디서 만났는데?
💬네이버에 ‘유방암 이야기’란 유방암 환우 카페가 있어. 거기서 어떤 분이 카카오톡 오픈 채팅방을 열었고 거기에 들어가니, 나랑 비슷한 시기에 유방암을 진단받은 분들이 있었거든. 진단 초기이거나 수술까지 끝난 분들은 나와 공감대가 다른데, 치료 시기가 비슷하니까 공유할 수 있는 것들이 많았어. 나중엔 번개로 대면 모임도 몇 번 했어.


🎙️암 중에서도 유방암이라서 겪는 편견이나 시선은 없었어? 
💬일단 나는 유방 절제에 대한 큰 스트레스는 없었어. 책에도 썼지만, ‘암 덩어리가 없어진다면 그깟 가슴쯤은 없어도 뭐가 대수겠는가’ 했거든. 그것보다 다른 암과 비교해서 유방암을 조금 가볍게 생각하는 시선이었어. 


🎙️가볍게 생각한다니, 어떻게? 

💬유방암은 조기 생존율이 굉장히 높거든. 물론 종양 크기나 암 종류에 따라 다르겠지만, 2기의 경우 생존율이 90%가 넘어. 그렇다 보니, 주변에서 유방암을 약간 쉽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었어. 근데 생존율이 높다고 항암 치료가 힘들지 않은 건 아니니까. 갑상생암(갑상선암)도 그런 면에선 수술만 하면 된다는 생각을 하는데, 암에 대한 고통을 쉽게 평가하면 안 된다고 생각해.

2024 핑크런 대회(유방암 인식 개선을 위한 달리기 캠페인)

🎙️W코리아가 진행한 유방암 인식 개선 행사 소식 들었어?

💬웹 서핑하다가 우연히 봤어. 누가 그 행사를 비판하는 글을 먼저 봤고, 사진을 찾아봤지. 사실 대학생 때 유방암 캠페인으로 유명한 화장품 회사에서 아르바이트한 적이 있어서 핑크 리본 캠페인이 있단 건 알고 있었거든. 근데 ‘유방암 인식 캠페인’이라면서 정작 유방암 관련 메시지가 하나도 안 보이더라고. 핑크 리본 색깔도 없고, 그냥 화려한 파티 같았어.


🎙️무슨 생각이 들었어?
💬캠페인 할 때 유명 연예인이 참여하는 건 의미가 있다고 생각해. 사람들의 관심을 끌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니까. 근데 술 파티로 진행됐단 기사를 보니 의아하단 생각이 들었지. 대체 주최 쪽은 무슨 생각으로 어떻게 기획을 했길래, 이런 결과가 나왔을까 하고 말이지.


🎙️메시지가 보이지 않았다?

💬이번이 20주년 캠페인이었다면서. 보통 이런 행사를 하면 콘셉트이 있고 그게 맞춘 발언이나 메시지가 있잖아. 근데 유방암은 그냥 행사를 위한 소재로만 걸어놨던 것 같아. 그 행사가 다른 암이나 암과 상관없는 행사였어도 어색한 게 없을 만큼 말이지. 


🎙️그럼, 행사가 어떻게 진행되면 좋았을까? 
💬연예인의 유행 릴스나 화려한 모습보단 유방암 인식 개선을 위한 메시지들이 공개되면 더 좋았을 것 같아. 이 행사로 얼마를 모아서 어떻게 쓰이는지도 궁금하더라고. 그런 점을 알렸어야 하지 않을까? 초청된 연예인도 아쉬운 부분이 있었어. 


🎙️어떤 부분이?

💬실제 유방암을 진단받은 연예인이 굉장히 많은 걸로 알고 있거든. 인기 아이돌도 좋지만, 그런 분들을 상징적으로 초청했다면 행사의 취지가 더 잘 전달됐을 것 같아.


🎙️유방암 인식 개선을 위해 어떤 캠페인을 하면 좋을까?

💬유방암 진단을 받고 가족들을 대상으로 ‘천하제일 암퀴즈왕 선발대회’를 열었거든. 유명 연예인 파티도 좋지만, 유방암을 쉽게 이해할 수 있는 퀴즈 방식의 캠페인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 


🎙️정말 기발하다. 어떤 방식으로 진행됐어?

💬유방암과 관련된 20문항의 퀴즈를 직접 만들었어. 인터넷을 뒤져서 그림까지 넣으니 파워포인트로 38장이 나왔어. ‘유방암은 남자도 걸릴 수 있을까’ 같은 기본적인 상식부터 시작해서, 암의 종류, 받을 치료와 맞을 주사 개수, 항암치료 부작용 등을 최대한 쉽게 담으려고 했어. 퀴즈에 참여만 해도 500원, 정답을 맞추면 1000원을 줬지.


🎙️퀴즈대회를 연 이유는 뭐야? 

💬가족에게 유쾌하게 ‘암밍아웃’을 하고 싶었어. 또 아이들이 당시 초등학교 2학년, 중학교 1학년이었거든. 아이들 눈높이에 맞춰 유방암에 대해 설명하고 이해를 구하고 싶었지. 생각보다 반응이 뜨거웠어.


🎙️유방암 환자들을 위해 필요한 제도는 뭐가 있을까?

💬표적항암제 중에는 아직 보험이 안 되는 약이 많아. 한 번 맞을 때마다 몇백만 원을 내야 하는 경우도 있거든. 이런 부분은 보험 적용이 더 확대되면 좋겠어. 나는 남편이 일했고, 회사에서 휴직 중 일정 부분 월급이 나와서 생활이 크게 어렵진 않았거든. 근데 치료보다 생활이 더 힘든 암 환자가 많아. 병원비 외에 생계비나 돌봄비 같은 걸 제도적으로 지원해주는 게 정말 필요하다고 생각해.


🎙️또 있어?

💬젊은 여성 환자를 위한 지원도 꼭 필요해. 항암치료 때문에 호르몬 균형이 무너지고, 폐경(이 경우엔 완경보다 이 표현이 더 정확한 것 같아)이 빨리 오는 경우가 많거든. 나는 이미 출산을 마친 상태라 괜찮았지만, 아직 결혼이나 출산 전인 환자들은 그게 정말 두렵대. 냉동난자 지원이나 가임력 보존 같은 제도가 확대되면 좋겠어.


🎙️암 치료 과정을 버티는 데 가장 도움이 됐던 뭐야?
💬도보 배달 아르바이트! 몸이 조금 괜찮아졌을 때 해봤는데 생각보다 좋았어. 수입은 많지 않지만, ‘움직임’이 주는 해방감이 있었거든. 배달 콜을 잡는 게 게임처럼 재밌기도 하고, 걷다 보면 잡념이 사라졌어. 사람마다 자기만의 버티는 방식이 있겠지만, 나한텐 힘든 시간을 버티는 힘이 됐어. 추천해주고 싶어. 


🎙️암 치료 중인 환자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괜찮아질 거야.” 이 말이 참 쉽지 않지만, 그럼에도 꼭 해주고 싶어. 아픈 시간은 분명 끝이 있거든. 너무 슬퍼하거나 자신을 가두지 말고, 치료가 끝난 후의 나를 그리면서 하루하루 버텨 봐. 내가 다시 일상으로 돌아온 것처럼, 분명 그런 날이 올 거야. 


🎙️가족이나 친구의 ‘암밍아웃’을 들었을 때 어떻게 반응하면 좋을까?

💬사람마다 본인에게 위로가 되는 말이 다르겠지만, 암을 진단받기 전과 똑같이 대해주는 게 편했어. 불쌍하게 여기지도, 과하게 위로하지도 말고 그냥 예전처럼 대해줘. 가만히 있어도 환자는 이미 죄책감과 스트레스에 시달리거든. “이거 먹으면 안 돼”, “운동해야 해” 이런 식으로 생활을 통제하려 드는 것도 조심했으면 좋겠어.

  🖐️  Hi-five
  1. W코리아의 유방암 인식 개선 캠페인이 상식 밖이란 비난을 받았어.
  2. 주최쪽 사과에도 기부금 사용 투명성과 공정성 논란이 이어졌어.
  3. 유방암 캠페인은 여성의 건강권을 지켜온 40년 투쟁의 역사가 있어.
  4. 유방암은 조기 발견이 생존과 직결된단 점에서 캠페인이 중요해.
  5. 보여주기식 행사가 아닌 환자를 중심에 둔 실질적인 제도 변화가 필요해.
윤순영
🍀사흘 일찍 온 큰 기러기 가을걷이 전령사가 올해는 조금 일찍 한강 하구를 찾았어. 하얀 엉덩이를 실룩거리며 걷는 기러기의 귀여움을 여러 장의 사진으로 만나봐. 

🍀방사된 황새의 죽음 지난 15일 경남 김해시에서 과학관을 개관하면서 황새 3마리를 방사했어. 한마리는 바로 폐사되고 말았는데, 억지로 끌어내서 방사했다고 해. 
 
🍀지구에 좋은 밥상 국제연구조직 EAT-랜싯위원회에서 충분한 영양을 섭취하면서 환경에 미치는 영향도 줄이는 식단을 리뉴얼해서 내놓았어. 뭘 먹어야 할까. 
서울환경연합
🍀막개발법을 멈춰라 산불특별법이 국무회의를 통과했어. 산불 피해를 지원하기 위한다지만, 내용이 민간의 산림 개발을 대폭 허용해 환경단체들이 반대하고 있어. 

🍀재생에너지 10%대 지난해 원전이 전체 발전량의 31.7%를 차지하면서 최대발전원이던 석탄(28.1%)을 제쳤어. 재생에너지도 10%를 넘겼지만 높은 수준은 아니야.
 
🍀바다에만 의존하지 마 바다 탄소 흡수력이 예전 같지 않대. 해수면 온도가 상승해서 엽록소 농도가 감소했기 때문이래. 온실가스를 더 줄여야 한다는 말이야. 

그사이 완연한 가을이 됐어. 지난주 휘클리 Vol.217: 캄보디아 범죄단지 가봤습니다가 나간 뒤 여러 휘클러들이 캄보디아에 대한 선입견이 생기는 건 경계해야 한다는 의견을 남겨줬어. 캄보디아 국민보다 한국인이 피싱 범죄에 더 많이 연루되었다는 점을 다시 강조하고 싶어. 캄보디아 국민 대다수도 권력층과 외국 자본(범죄집단)의 피해자일 뿐이야.


😕범죄소굴을 '산업단지'라고 칭하는 게 이질적인 느낌이 들긴 해. 하나의 나라를 지탱하고 있는 사업이 보이스피싱, 리딩방 같은 최첨단 범죄라니. 체계적으로 조직화되어 한편으로는 피해자들이 돈을 돌려받기도 힘들고, 사기를 당하기도 쉬워. 캄보디아에서 발생하는 범죄에서 피해자를 구출해야 하고, 범죄 조직을 소탕해야 하는 건 맞지만 캄보디아라는 나라 자체의 혐오로 번지지는 않을까 우려스러워. 또 범죄피해자를 단순히 피해자라고 보기도 어려울 것 같아. 자발적으로 범죄조직에 들어간 경우도 있다고 하니까. 참 어렵네.


😥아직도 이슈인 캄보디아 사기 및 납치 사건에 대해 현지에서까지 조사하고 취재한 게 좋았어. 작게 보면 캄보디아에서 일어나는 사기 및 납치 사건이긴 한데 깊게 보면 결국은 우리나라 사회적 문제로 인해 많은 청년이 하지 않아도 될 사건에 휘말린 것 같아 마음이 아파.

😐정말 영화같은 일들이 현실로 나타나는구나 느꼈어. 쉽게 돈을 벌려는 것도 조심해야겠지만 그런 사람의 마음을 이용해서 한 사람을 범죄집단에 끌어들이는 건 정말 용서할 수 없는 일이야. 생각지 못한 첨단 범죄들이 점점 확장되어 가는 시대에 의도치 않게 범죄자가 되어버리는 일들이 일어나지 않았으면 좋겠어. 정말 어떻게 해야 스스로 안전하고, 또 정의와 평화가 있는 나라를 만들어갈 수 있을까 고민돼.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 처음 보고 충격을 받았는데 다시 한번 그때보다 더 놀라운 현실에 충격받았어.

😲태자단지 사진을 보니 체계가 잡혀 있는 곳에서 범죄가 이루어졌구나 싶어서 더 소름 돋아.

🤣이번 달 말에 베트남 여행을 앞두면서 걱정을 많이 하고 있었어. "인접한 국가에서도 납치해서 캄보디아로 데려간다"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었거든. 근데 이번에 캄보디아 현지인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물론 조심은 해야겠지만 그래도 한시름 마음을 놓을 수 있겠다고 생각했어.

😄캄보디아 현지의 상황을 생생히 전달해줘서 좋았어. 내가 오해했던 부분도 있고 몰랐던 부분도 더 자세히 알 수 있었어. 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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