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ekly newsletter no.217 | 2025. 10. 16
안녕. 벗은 사기 당한 적 있어? 9몬📝은 하늘이 도와 사기 피해를 간신히 피한 적 있어. 해외 결제가 됐다며 문의전화 번호를 남긴 곳에 전화를 걸었어. 대화를 나누다가 상대방 말투가 갑자기 변하면서 “아이폰이야요?” 하더니 확 끊어버리더라고.


사실 가장 크게 사기당한 건 오프라인에서야. 길에서 자신을 3군 축구선수라고 소개한 사람이 집에 돌아갈 방법이 없다며 교통비를 달라고 했어. 배고프다고 밥값도 부탁하면서 바로 갚아주겠대. 백수 시절 통장 잔고 절반을 인출해 빌려줬어.


하지만 그가 돈 돌려줄 생각이 조금도 없다는 걸 뒤늦게 깨달았지. 그 사기꾼은 축구선수라기엔 몸집이 너무 불어 있었고 술값으로 교통비를 탕진한 듯 숙취에 절은 얼굴이었어. 사실 위압적인 풍채 때문에 돈을 건네지 않을 수 없었어. 그런데 이거 누구한테 처음 얘기하는 거야.😅


최근 범죄 집단이 캄보디아에서 조직적으로 운영되는 실태가 충격을 주고 있지. 감금·고문·폭행 끝에 사망 사고까지 발생했어. 이번 휘클리는 범죄 내용을 상세히 담았어. 당하지 않으려면 그들의 ‘대본’을 잘 알아야 한다고 생각해서야. 용감하게 캄보디아로 취재를 떠난 정인선 요원에게 국제전화를 걸어 현지 상황도 들어 봤어.


📣이번 휘클리 둘 중 어떤 버전을 받았어? ①목요일 낮 12시(기존과 동일) ②목요일 오후 2시. 더 많은 휘클러가 더 쉽고 편하게 휘클리를 볼 수 있는 방법을 고민 중이야. 오후 2시에 받는 휘클러는 이전보다 조금 늦게 오더라도 이해해줘.😉
📂 오늘의 휘클리
  1. 한 번 알아봤다: 스캠보디아의 돼지 사육
  2. 한 번 물어봤다: 캄보디아 범죄단지 가보니
  3. 모르고리즘: 알고리즘 프리! 경제 뉴스픽
  4. 휘클러 say!: 독자피드백 + 이벤트 알림
📂스캠보디아의 돼지 사육

대학생 박씨 고문 사망 사건의 전말
  • 22살 경북 예천 출신의 대학생 박○○씨는 지난 7월17일 가족에게 현지 박람회에 간다고 하고 캄보디아로 출국했어.

  • 일주일 뒤, 박씨의 전화로 박씨의 형에게 전화가 걸려왔어. 중국 동포 말투였어. “동생분은 사장님 쪽에서 데리고 가면 되는 부분이고요. 일단 동생 보니까 사고를 저질렀어요. 사고를 저질렀으니까 해결해야 되는 게 목적이 아니세요?” 가족은 경찰과 대사관에 신고했는데, 경찰은 그쪽에 돈을 보내지 말라고 안내했대.(안동MBC 9월25일 방송).

  • 박씨가 거기까지 간 이유? ‘대포통장을 비싸게 팔 수 있다고 해서 온 것’ ‘강제로 마약 운반에 동원됐다 그 조직으로 팔려왔던 상태’ 등의 증언이 나왔어.
  • 지난 8월8일 박씨의 주검이 캄보디아 캄포트주 보코르산 근처 차 안에서 발견됐어. 사망 원인은 ‘심장마비(고문으로 인한 극심한 통증)’. 캄보디아 국영통신사 AKP(Agence Kampuchea Presse)에 따르면 현지 경찰은 박씨가 숨진 현장 등에서 중국인 용의자 3명을 체포했어. 
  • 국내에서 박씨의 죽음은 사망 두 달 뒤에야 주목받기 시작했어. 10월9일 캄보디아 대학생 사망사건 연루된 중국인 3명 검거된 것이 대대적으로 보도되면서야. 박씨 사망 사건이 추석 연휴 막바지에 한국을 뒤흔들었어. 10월10일 조현 외교부장관은 캄보디아 대사를 초치💡하기에 이르렀지.


박씨는 왜 캄보디아로 갔을까
  • 더불어민주당 박찬대 의원은 캄보디아 납치 감금 사건이 횡행하는 이유로 세 가지를 들었어.(유튜브 ‘취재편의점’, 10월13일) ① 고도화된 온라인 사기 수법 ② 청년 구직난과 경제적 취약성을 노린 해외 고수익 유혹 ③ 신고 후 협조하는 수준에 머무르는 제도적·집행적 공백

  • ‘캄보디아에 서류 가져다 주실 분’. 당근에 뜬 광고야. 비행기표는 왕복으로 발급해준다 하고 건당 40만원을 수고비를 제시하고 있어. ‘캄보디아 여행 동행자분 구해요’ 등으로 여행객을 속이는 광고도 있어. 2년 전 시아누크빌 카지노에서 일한 김가영(가명)씨는 ‘관광객 가이드’라고 소개받았고, ‘그것이 알고 싶다’(3월1일 방송, ‘범죄도시는 있다-캄보디아 웬치와 돼지 도살자들’, 이하 ‘그알’)에서도 김민성씨(가명)씨는 ‘호텔’에 일하는 것으로 알고 캄보디아 땅을 밟았어. 그 과정에서 그들을 더욱더 유혹하는 것은 ‘업무 대비 엄청난 고수익’ 광고야. “제공 멘트 읽어주면 끝나는 간단한 작업, 월급 최소 1만불, 못 버는 직원이 5천불” 같은 말들로 현혹해. 

  • 캄보디아 범죄집단이 이들을 필요로하는 이유? 일단 ‘대포통장’💡 때문이야. 현지에서 통장은 최대 2천만원까지 거래된다고 알려져 있어. 범죄집단이 활용하는 통장들은 ‘착오송금’ 신고(피해자가 잘못된 송금이라고 신고하는 행위)와 은행의 ‘금융 거래 이상 포착’ 등으로 자주 정지돼. 그러니 범죄자들에게는 많은 통장이 필요해.

웬치, 범죄단지
  • 기업형 범죄라서 그런가,  그들은 ‘산업단지’에 입주해 있어. 캄보디아 수도 프놈펜 태자(프린스)단지, 망고단지, 원구단지가 대표적이야. 중국어로 ‘단지’를 의미하는 웬치(园区·원구)라고 불려. 지난 6월에 발표한 앰네스티 ‘인신매매 보고서’는 캄보디아 전역에 53곳의 범죄 시설을 확인했어. 그중 시아누크빌에 22곳이 집중돼 있고. 그외 타이 국경 지대 포이페트나 베트남 국경도시 바베트 등도 주요 ‘범죄 도시’야.

  • 범죄단지 건물은 높은 철조망으로 담을 쌓았고, 문 앞엔 ‘전기봉’을 든 경비원들이 지키고 있어. 안에는 층별로 시설을 나눠. 현관문을 드나들 수 있는 사람은 총책 등 몇 명으로 제한돼. 숙식은 대부분 안에서 해결해. 

  • 그곳에 일자리 구하러 가면 여권과 휴대전화를 빼앗긴대. 그리곤 범죄사기 업무에 종사하게 되는데, 이때 숙식비와 대본비 등을 빚으로 떠안게 되고 월급으로 이 빚을 탕감받는 식이야. 업무를 거부하면 고문과 협박이 이어져. 다른 조직으로 팔려가는 경우도 있대.

  • 미국 평화 연구소(USIP)는 이런 사기 범죄조직이 연간 125억 달러(17조9375억원) 이상 수입을 얻는다고 추산해. 2024년 캄보디아 국내총생산(GDP) 약 464억달러의 27%에 달하는 금액이야. 유엔인권최고대표사무소(OHCHR)는 캄보디아 사기 범죄 가담자는 최소 10만명에 이른 것으로 보고 있어.

  • 범죄 집단에는 외국인이 더 많아. 캄보디아 경찰은 2025년 상반기 18건의 단속으로 용의자 2418명을 체포하고, 외국인 2322명을 추방했어. 중국인이 가장 많아. 지난 6월 말~7월22일 경찰 단속에서 중국인이 33.4%, 베트남인이 22.5%를 차지했어. 한국인은 1.8% 정도야. 

  💡  Hi-light
초치: 외교 문제 발생 시 상대국 대사관의 외교관을 불러들여 항의하거나 설명을 요구
대포통장: 거짓말 통장이란 뜻. 명의와 사용자가 다른 통장
겉은 원시, 속은 최첨단
  • 캄보디아 사기 범죄조직은 감금·고문이 횡행하는 야만적인 곳으로만 비치지만 사기 수법은 첨단을 달려. 이들 수법은 지난 7월 서울동부지검이 발표한 일명 ‘마동석’이 조직한 ‘한야’ 콜센터 범죄단체 사건에서 엿볼 수 있어. 조직원 18명은 캄보디아에 거점을 두고 활동했어. 노쇼 사기💡, 리딩방💡 사기, 로맨스 스캠💡, 구매대행 사기 등 사기 수익 모델별로 역할을 나눴어. 여기에 자금 세탁팀까지 뒀어. 검찰은 이 범죄조직을 ‘기업형 구조로 진화’한 형태라고 설명해. 

  • 이들 범죄조직의 사기를 ‘돼지 도살’(杀猪盘)이라고 부르기도 해. ‘키워서 도살할 때까지 기다린다’는 뜻이야. SNS·메신저·데이트앱 등으로 친분을 쌓은 뒤 고수익 투자 등을 미끼로 돈을 송금하게 만들어.

  • ‘그알’에서 총책의 인터뷰 영상이 나간 120억원대 ‘로맨스 스캠’ 사건은 아직 수사가 진행 중이야. 울산경찰청은 최근까지 84명을 특정하고 54명을 검거했는데, 이중 34명은 구속기소돼 1심에서 징역 2~4년을 선고받았어. 29명은 아직 캄보디아 현지에 있어. 지난 2월3일 현지에서 체포됐다가 풀려난 것으로 알려진 조직 총책 한국인 부부도 여기에 포함돼.

  • 이 부부는 직업·가족관계·취미·MBTI 등을 설정하고, ‘딥 페이크’ 영상으로 상대방의 마음을 훔쳤어. 유튜브 강좌를 올려 유명 투자 전문가로 위장하고 피해자를 투자방으로 유인했고. 한명이 혼자 100여명 역할극을 하는 단체방에서 ‘타깃’은 허수아비처럼 주머니를 열게 돼.

  • 한 제보자는 “카톡으로 하면 개인이지만 밴드 단체방에 들어오시는 순간, 홀릴 수밖에 없다”고 이야기해.(2024년 12월24일 ‘KBS 시사기획 창’ 캄보디아 유토피아-사라지는 사람들 편) 범죄집단 사무실에서는 한 사람이 20~30개의 휴대전화와 유심칩을 쌓아두고 작업해.


왜 한국, 캄보디아, 중국일까
  • 캄보디아와 타이는 지난 7월에도 국경 지대에서 무력 충돌을 벌였어. 캄보디아 스캠 단지를 보도하는 한 영상엔 이런 댓글이 있어. “전쟁 뒤 피싱 전화가 걸려오지 않아 정말 살 것 같다” “캄보디아가 그래서 스캠보디아(스캠+ 캄보디아)라고 불리지.” 양국의 분쟁은 20세기 국경 획정에서 유래하고 카지노 이권이 걸려 있지만, 캄보디아 보이스피싱 범죄에 대한 응징의 효과도 있다고 해. 한국 이전에 주변 국가들부터 피해를 겪었다고 전해져.

  • 캄보디아 현지 한국인 실종 신고 건수는 2021년 4건, 2022년 1건, 2023년 17건이었지만, 2024년 220건, 2025년에는 8월 말까지 330건으로 집계됐어. 한국 피해자가 상대적으로 적은 2021~2023년엔 주요 피해자가 대만, 타이, 베트남인들이었대. 2022년에는 베트남인이 40여명이 강을 건너 탈출하는 일도 있었어. 그들도 대부분 젊은이들이었어.

  • 앰네스티 인신매매 보고서의 400명 생존자 조사 결과에 한국인은 없어. 하지만 피해자들의 이야기는 최근 캄보디아에서 감금·고문을 겪은 한국인 피해자들과 거의 똑같아.

  • 최근 한국인 피해자가 많아진 이유를 시아누크빌에서 젊은이들을 구조해온 오창수 선교사는 “한국인들이 건넬 수 있는 돈이 많으므로 보이스피싱으로 얻는 수익도 커서”라고 말해.(YTN, 10월14일)

  • 범죄조직 총책은 대부분 중국인이라고 알려져 있어. 그래서일까. 범죄 단지의 공간의 운영방식 자체가 ‘중국식 기숙학교’나 ‘대규모 공장의 인력 관리’와 유사하다는 분석이 나와. 근데 왜 또 중국일까.

  • 중국은 2018년 시진핑 정권 2기 반부패 운동을 벌여 카지노 자본을 단속했어. 카지노 자본이 새 보금자리로 잡은 곳이 캄보디아야. 저개발국가인 캄보디아도 외국 자본이 투자한다는데 대환영이지. 앞에서 시아누크빌에 범죄단지가 가장 많다고 했던 거 기억나? 자유특구인 시아누크빌은 중국의 일대일로💡 사업 뒤 거의 중국처럼 변했다고 할 정도야. 중국과 함께 카지노가 성하던 필리핀에서도 두테르테 대통령 집권 후 카지노와의 전쟁을 선언했어. 자연스럽게 카지노와 함께 범죄조직도 숨을 곳을 찾아 이동한 거지.

  • 2020년 코로나19가 발생한 뒤 비대면 상황에서 축적한 IT기술과 운영 노하우를 바탕으로 온라인 도박으로 전환할 수 있었어. 처음은 온라인 도박이었지만 점점 유사 산업과 범죄로 뻗어 나갔지. 프놈펜의 대규모 산업단지 역시 코로나19 팬데믹을 거치면서 공실이 늘었고, 마침 성장 중이던 사기 범죄 집단이 그곳에 자리를 잡게 됐어.


덫에 걸린 사람을 살리기 위해
  • 주캄보디아 대사는 지난 7월 임기가 끝난 뒤 공석이야. 영사만 1명 있는 상황이었어. 캄보디아 실종 구출 사건이 벌어진 뒤 영사는 3명으로 늘어났어. 

  • 경찰청은 오는 23일 캄보디아 경찰과 양자회담을 열어 한인 대상 범죄를 전담하는 ‘코리안 데스크’ 설치와 한국 경찰 파견을 논의할 예정. 기존 코리안 데스크가 설치된 나라는 필리핀, 타이밖에 없어. 한국인 대상 범죄 대응 정부 합동 대응팀도 어제 현지로 출국했어.

  • 정부는 지난달 16일 프놈펜을 여행 자제(여행경보 2단계) 지역으로 지정하고 시하누크빌, 보코산, 바벳 등은 특별여행주의보(2.5단계)를 내렸어. 오늘 0시부터 포이펫·보코산·바벳 등 캄보디아 취업사기·감금 위험 지역에 대해 여행 금지(4단계)를 발령했어.

  • 외교부와 경찰은 각자 취합한 캄보디아 실종·감금 신고 현황을 발표했어. 외교부는 작년부터 올해 8월까지 캄보디아 내 한국인 실종신고가 550명으로, 안전이 확인 안 된 사람은 80여명이라고 밝혔어. 경찰은 작년부터 캄보디아 실종·감금 신고는 143건이고 이중 52건이 미제라고 했어.

  • 캄보디아 경찰이 현지 범죄단지 단속으로 검거한 63명의 한국인은 모두 한국으로 송환돼 조사받을 예정이야. 지난 14일 63명 중 2명이 한국으로 송환되었어. 어제 또 하나의 비보가 전해졌어. 최근 캄보디아와 인접한 베트남 국경 지역에서 한국인 30대 여성이 숨진 채 발견됐어. 한국과 베트남 수사당국은 범죄조직 연루 가능성 등을 수사하고 있어.

  💡  Hi-light
노쇼사기: 만남을 빙자해 선금을 받은 뒤 나타나지 않음
리딩방: 주식 등 금융 투자에 도움을 주는 온라인 채팅방
스캠: 사기라는 영어로 주로 온라인 사기를 지칭
일대일로: 一帶一路. 중국-중앙아시아-유럽을 연결하는 육상·해상 실크로드 건설 프로젝트

🎙️지금 어디야. 

💬캄보디아야. 월요일(13일) 저녁 비행기로 날아왔어. 화요일과 수요일 프놈펜 시내에 있는 원구단지와, 외곽에 있는 망고단지, 태자단지를 돌아보았어. 시내에 있는 6층짜리 빌라 콘도, 호텔 등도 돌아보았어.


🎙️왜 간 거야?

💬추석 연휴 주말에 캄보디아로 간 대학생 사망 사건이 뒤늦게 알려졌잖아. 현지 취재를 위해 급히 준비해서 왔어. 와보니 다른 언론사들 보다는 조금 일찍 도착한 것 같아.


🎙️현지 분위기는 어때?  

💬여기 온다고 하니까 주변에서 위험한 것 아니냐고 걱정을 많이 하셨어. 근데 막상 도착하고 보니 ‘이 도시가 범죄가 일어나는 곳인가’ 하는 느낌이 들 정도로 평온해. 여행할 때 분위기와 비슷한 느낌이야. 온라인 범죄는 공개된 장소에서 벌어지지 않잖아. 그러다 보니 일상과 범죄가 한 공간에 있다는 게 더 피부에 와 닿지 않는 것 같아.


🎙️이미 단속을 피해 프놈펜 범죄조직들은 다 떠났다는 말이 있던데. 
💬7~8월쯤 대대적인 단속이 있었어. 시내 6층짜리 건물들만 봐도 공실이 많아 보여. 중국어, 캄보디아어, 영어로 ‘임대’한다고 광고하는 건물도 많아.


🎙️단속에 걸려서 잡혀간 걸까.

💬원래 범죄조직들이 여기저기 옮겨 다닌다고 해. 단속이 뜰 것 같으면 빨리 다른 곳으로 떠나는 거지. 다른 나라로 쉽게 도망칠 수 있는 국경지역 도시로 갔을 거라는 얘기도 나와. 


🎙️한국 대학생 사망이 단속에 영향을 줬어? 

💬물론. 그렇지만 이전에도 단속이 종종 있었어. 다들 또다시 단속하러 올 거라고 생각해.


🎙️원구단지는 프놈펜 시내야? 

💬아이보리색 콘도 같은 5층짜리 건물 4개동 정도가 모여 있어. 단지 전체에 높은 담장이 둘러져 있어. 이중삼중으로 철조망이 있고. 담벼락에는 ‘방 빌려드립니다’는 글자가 전화번호와 함께 적혀 있고, 방마다 방범창이 있어. 현지 가이드 말로는 탈출이나 자살을 막기 위해서라고 해. 안쪽으로는 나란히 놓인 이층침대가 보였어. 검은색 SUV 차량 주차된 모습은 살짝 보이는데 사람 드나드는 모습은 전혀 보이지 않아. 


🎙️범죄조직 사람은 못 만났겠네.

💬가이드와 함께 철문 앞에서 서성거리자 캄보디아인 관리인 2명이 문 열고 나와서 무슨 일이냐 물었어. 한국에서 왔는데 안에 들어가 볼 수 있느냐고 묻자 “책임자에게 물어봐야 한다”며 들어가더니 다시 나오지 않았어. 


🎙️기사에서 ‘범죄단지’가 생뚱맞게 보인다고 했는데? 

💬프놈펜에 높은 건물이 거의 없는데, 낙후한 올드시티 같은 동네에 거대한 단지가 있으니 뜬금없이 보여. 망고 단지, 태자 단지도 그래. 프놈펜에서 국도로 1시간을 가야 하는데, 집들도 단층짜리 집이고 주변엔 논밭이 있어. 그런데 평야 한가운데 빌라 하나가 덩그러니 있어. 게다가 거의 유일하게 새로 지은 건물이야.

캄보디아 프놈펜 남쪽 외곽에 있는 범죄단지인 ‘태자단지’의 모습

🎙️중국인들이 총책이란 말들이 많아. 중국인들 흔적이 보여?

💬태자 단지는 11개 동이 있는 복도식 아파트야. 현관이 노출돼 있어. 현관문에 붉은색 ‘두이롄’(중국인들이 설에 복을 기원하기 위해 대문에 붙이는 천이나 종이)이 남아 있었어. 프놈펜 시내 다른 건물 내부에도 중국어가 더 크게 쓰여 있어.


🎙️어차피 실내에만 있으면 국경 도시가 싸고 숨기도 좋을 텐데, 왜 프놈펜까지 왔을까.

💬범죄단체는 싸고 비싸고는 중요하지 않대. 메뚜기처럼 옮겨 다니는 거니까. 오히려 범죄조직이 스며들기에는 대도시가 좋다고 해.


🎙️범죄조직 은신이 의심되는 건물도 가봤어? 

💬프놈펜 시내 건물 서너 군데 가봤는데, 겉에서 보면 주상복합호텔 느낌이야. 내 숙소도 일부러 거기로 잡았어. 공실이 많아. 주거단지 한가운데 있는 호텔도 가봤어. 반은 호텔이고 반은 레지던스야. 가이드 말로는 주거단지 한가운데서 호텔이 장사가 잘 될 리가 없는데 자리잡은 건, 보이스피싱 범죄조직 등이 층 단위로 들어와 있기 때문이라고 해. 호텔은 공실률 줄이고 범죄조직은 건물 싸게 이용하는 공생관계인 셈이지. 프놈펜에는 코로나19 이전에 중국 자본이 대규모 호텔들을 지어졌는데 거의 장사가 안 돼서 빈 채 방치되었고, 결국 거기에 범죄 집단이 들어왔다고 해. 


🎙️건물에서 한국 사람 만났어?   

💬못 만났어. 경비원에게 한국 사람 많이 사냐고 하니까, 꽤 많이 산다고 했어. 대부분 20~30대 남성이라면서 여성은 한 명도 보지 못했대. 망고단지에서 20대 초반 캄보디아인 요리사를 만났는데, 그가 같이 사는 친구들 말고는 건물에 사람이 없대.


🎙️그는 범죄조직원 아니야?
💬자신을 일용직 노동자, 요리사라고 소개했어. 그는 망고단지 건물에 중국 사람들이 많이 있었고 건물 안에서 폭행과 고문이 벌어진다는 얘긴 들었대. 하지만 그들이 석달 전부터 떠나기 시작해 지금은 없는 것 같다고 말했어.


🎙️현지 한인회는 “특정 범죄지역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안전하다”며 “교민과 일반 여행객 피해 사례는 없다”는 점을 강조했어.
💬교민들은 언론에 비치는 것처럼 캄보디아가 원래 위험해서 사람들을 위험에 빠뜨리는 건 아니라고 이야기해. 대포통장을 거래하기 위해 오거나, 돈 쉽게 벌 수 있다는 말에 현혹돼서 오는 이들한테 위험이 발생한다는 거지. 캄보디아인 입장에서는 외국 범죄자들의 범죄라고 볼 수도 있어. 범죄자를 체포하면 죄다 중국인 등등 외국인이 많잖아. 


🎙️캄보디아 경찰은 범죄조직 단속에 적극적이야?
💬그렇지는 않아. 현지 교민들도 불만이 많아. 범죄조직과 뒷돈 거래를 해서 적극적이지 않다는 말도 나와. 


🎙️위험하지 않다고 하는데, 9월 말 관광객이 납치된 사건도 보도됐어.

💬현지인들 말로는 이 관광객이 카지노에서 도박을 해서 빚을 졌는데 안 갚았다고 해. 그래서 돈을 빌려준 조직의 소행이라는 거지. 하지만 한국 언론에선 프놈펜의 번화한 거리 벙깽꽁 카페에서 이런 이유도 없이 납치된 것처럼 보도되고 있어.


🎙️언론에 대한 불만도 많아?

💬현지 교민들 불만이 많아. 이번 사태와 아무런 관련 없는 연예인 서세원 죽음이라든지 ‘박항서, 캄보디아서 납치’ 이런 이야기도 끄집어내는데, 박항서 납치는 베트남에서 있었던 일이야.


🎙️그래도 누구든 어디서든 조심해야 하지 않을까.  
💬거대 단지에 거대 조직이라는 옛날 방식이, 건물에 한층 사용 등 점조직화되고 있는 건 맞아. 그래서 시내 한가운데 건물에 세를 든 범죄조직도 있을 정도로, 범죄 지역과 일반 지역이 분리되지도 않아. 하지만 교민들 마음이 이해되지 않는 건 아냐. 관광객 상대로 사업하는 사람들이 많잖아. 식당과 여행가이드 등. 가을에는 캄보디아 골프 관광객이 많다고 해. 그런데 사망 사건 발생 뒤 모두 취소되었대. 


🎙️한인회가 올해만 400명을 구해줬다고 했는데. 
💬피해자들이 자기 위치를 가족이나 친구에게 알리는 경우는 구해줄 수가 있대. 캄보디아 경찰은 자신의 위치, 건물사진, 여권사본, 현재 얼굴 사진 등 갇혀 있다는 사실을 증빙할 수 있어야 출동하지만, 한인회는 택시 타고 한인회로 도망쳐오면 여권 없어도 탈출시켜줄 수 있다고 말해.


🎙️한인회에서 정부에 바라는 건 뭐야. 
💬조직원만이 아니라 가담자라도 처벌을 해달라. 오는 마음조차 먹지 못하게. 


*정인선 요원과는 어제(15일) 오전 캄포트 옆 보코르산으로 이동하는 중에 전화통화를 했어. 캄포트에 도착한 뒤 다시 현지 분위기를 전해왔어.


💬캄포트에 와서 망고단지와 비슷하게 생긴 건물 위 대형 카지노가 있는데, 안에 들어가 보진 못했어. 이곳 산 중턱부터는 휴대전화 신호도 잡히지 않아서, 범죄 조직에 끌려오면 자력으로는 탈출하기 쉽지 않아 보여.

  🖐️  Hi-five
1. 한국 대학생 사망 사건으로 캄보디아 사기 범죄 단지가 주목받고 있어.
2. 그들의 연간 범죄 수익은 2024년 캄보디아 GDP의 27%에 달해. 
3. 중국과 필리핀 정책, 코로나19가 범죄조직들의 캄보디아 정착 계기가 됐어.
4. 기업형 범죄조직들은 인간 심리를 이용한 ‘돼지 도살’ 사기를 저지르는 중.
5. 2024년부터 본격적으로 사기범죄 타깃이 한국으로 넘어오고 있어.
연합
💰넉달 만 대책 정부가 3번째 부동산 대책을 내놨어. 서울 전체와 경기 12개 지역의 ‘투기성 부동산 거래’를 막고, 1주택자 대출을 옥죄는 게 핵심. 궁금한 점을 모았어. 

💰딱걸린 쿠팡 지난해 4월 쿠팡이 유료 멤버십, 와우멤버십 가격 인상을 알리면서 꼼수를 썼어. 동의 버튼은 크고 유보 버튼은 작았어. 공정위가 칼을 빼 들었어. 

💰개미들 줄세운 곳 지난 14일 서울 성수동에서 열린 미국 AI 방산기업 ‘팔란티어’ 팝업스토어에 수백 명이 몰렸대. 20·30대 서학개미들이 열광하는 현장을 다녀왔어. 
세븐일레븐

💰옷가게 된 편의점 편의점이 속옷 같은 필수품에 이어 겨울철 의류를 판매한대. 캐시미어 니트와 경량패딩을 가성비로 살 수 있는 거지. 왜 이렇게까지 하냐면.


💰스타벅스 너마저 스타벅스에서 향이 강하지 않은 외부음식을 허용했잖아. 앞으론 유아 이유식을 제외하곤 모두 금지된대. 일부 소비자가 ‘선’을 세게 넘어서야.


💰마케팅도 한글이 대세 요즘 식품·패션 업체들이 너도나도 한글을 내세우고 있대. 예스러운 한글 서체를 쓰거나 수출용 과자 포장에 한글을 그대로 쓰는 방식이래.  

지난주 휘클리 Vol.216: 서방님이라 부르는 아주머니를 읽고 호칭 변화의 필요성에 공감하는 휘클러들이 많았어. 명절 연휴에도 답장 보내줘서 고마워. 2호는 다가오는 설에 시댁에 이야기를 꺼내보려고 해. 다들 할 수 있는 선에서 조금씩 변화를 만들어 가보자. 


😃가족 호칭 바꾸기, 예전부터 정말 고민 많았던 부분인데 가려운 곳을 잘 긁어줘서 정말 고마워~

 

😅오늘 내용 정말 좋고 크게 공감돼. 우리나라도 서양처럼 그냥 in-law로 통일하면 좋을지도 모를 텐데, 그치? 공감되었던 부분은 나와 나이 차이가 그렇게 크지 않은 사람들이 더 반발한다는 점이야. 말마따나 본인 딴에 아랫사람이라 생각한 사람이 의견을 내는 것에 불만일 수도 있고, 왜 우리 고유의 ‘전통’을 훼손하려 드냐고 따지는 경우도 있더라고. ‘지금까지 잘 해왔는데 왜 갑자기 그러냐’는 말엔 ‘그럼 너는 계속 조선시대에 살든가!’라고 소리치고 싶어ㅋㅋ 명절에 걸맞은 주제 소개해줘서 고마워! 

 

😘가족호칭에 남성 중심 위계서열이 있음을 깨닫게 되었어. 이름을 부르는 것 좋은 것 같고, 정부의 캠페인과 언론에 노출 좋은 것 같아. 직업 뒤에 붙이는 호칭도 좀더 신경 써야 할 것 같고. 가족을 넘어 친밀하고 다양한 관계를 만들 수 있는 공동체도 넘 좋은 것 같고. 정말 알찬 기사였어. 

 

😊오랜 시간 전통처럼 여겨온 것들은 너무 익숙해서 문제란 사실을 인식하는 것조차 쉬운 일이 아닌 것 같아. 핵가족화로 인해 호칭의 문제로 인해 어색함을 겪을 가족 구성원이 없다면 더욱 그런 것 같구. 오래 이어져 온 이 문제가 변화했으면 좋겠지만, 그 과정이 쉽지 않을 것도 보이고, 이 모든 일에 동의하는 나도 가족 구성원 중 문제적 호칭으로 불러야 하는 사람이 있다면 과연 용기를 낼 수 있을까 소심해지기도 해. 하지만 한 걸음씩이라도 함께 인식할 수 있다면 의식 있는 사람들이 조금씩 생각을 바꾸어주지 않을까 기대해 보고 싶어.

 

😍여성단체나 다양한 종류의 모임을 가보면 이름이나 별명을 그대로 부르는 문화가 있다는 걸 처음 들었어! 이 문제에 대해 나도 고민이 많았는데 덕분에 실제로 명칭을 바꾼 사람의 노력을 알게 되다니, 정말 흥미로웠던 편이야. 제일 궁금한 건 실제로 작가님은 남편의 형을 뭐라 부르는지 궁금해. 이게 제일 궁금했는데 정확히 나와 있지 않아서 더 궁금하네.

👉작가님에게 물어보니, 남편의 가족은 모두 OO(이름)씨라고 불렀대. 

 

🤔호칭 문제가 사소한 문제라면 대체 왜 못 바꾸는 걸까? 언어는 사람의 생각과 직결되는 만큼, 많은 사람들이 남성 중심의 수직적인 가족 호칭 문제에 관심을 두고 생각해주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 조금 더 나은 세상이 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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