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과한 알과 열한 번째 뉴스레터 처럼
Morning Read 10. ☕️
"성취감보다는 뿌듯함으로"

‘성취하다’란 ‘목적한 바를 이루다’라는 뜻이다. 유의어로는 ‘달성하다‘가 있다. 그에 반해 ‘뿌듯하다‘란 ‘기쁨이나 감격이 마음에 가득 차서 벅차다‘라는 뜻이다. 유의어로는 ‘보람되다‘가 있다. 500원짜리 동전으로 돼지 저금통을 가득 채운 상황에서는 ‘뿌듯하다’를 쓰고, 100억 투자를 유치한 스타트업에는 ‘성취하다’를 쓴다.


…본인이 성취감을 더 많이 느끼는 사람인지 뿌듯함을 더 많이 느끼는 사람인지 파악하면 방향성을 설정하는데 도움이 된다. 사회에서 어떤 목표를 달성하고 싶은지, 어떤 일에 보람을 느끼는지. 그 두가지를 합치면 이전보다는 구체적인 답이 나오지 않을까.



일하는 과정이 아니라 일의 결과, 어떤 목표를 했고 이뤘는지가 중요한 환경에서 나고 자라 그런지 아직도 매일 ‘뭔가 이루지 못했는데’라는 생각에 은은하게 시달린다. 얼마 전 동료와 대화를 나누다가, ‘학교 다닐 땐 시험이 있어서 너무 싫었는데 회사 생활은 시험은 없어서 좋다’길래 ‘저는 매일이 시험 같은데요’라고 했다든지.. (상대방은 충격받았다)


충격을 덜어드리려 초년생 때 많이 그랬고 지금은 아니라고 너스레 떨었지만 아직도 조금은 그렇다. 회사는 매일 가야하고 매일 새로운 시험을 치기 때문에 준비할 시간이 없다. 준비 없이 시험을 치는 걸 정말 싫어하는 나인데.. 벼락치기에도 젬병인데.. 매일이 준비없이 시험장에 들어가는 기분이라 일이 정말 힘들었던 적도 있었다.


내가 시험이라고 느낀 건 아마도 일을 너무도 중요하게 여기고, 또 얼만큼은 반드시 성취해야 한다는 생각 때문이었던 것 같다. 시험이 아니라 쳐도 실무자로서 하루하루 하는 일로 엄청난 결과를 만들어 내는 건 사실 쉽지 않은 일이다. 과정을 중시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했지만 멋진 결과물을 내놓는 동료들을 보면 자극받고 ‘나도 뭔가 이뤄야 하는데..’하며 압박을 느꼈던 것 같다. 저만큼 성취하면, 저런 결과물을 내놓으면 기쁘고 뿌듯하겠지?하면서 매일 낮은 시험 점수를 받는 기분 대신 기쁨을 느끼고 싶었다.



그런데 뭔가를 성취하는 순간마다 내가 상상한 만큼 기뻤는지 모르겠다. 너무 과잉으로 쏟아낸 나머지 넉다운되어 회복의 시간을 가지거나, 과정에서 받았던 극도의 스트레스를 풀어야 했다거나.. 성취는 정말로 한 순간이고 나머지는 다시 지루한 일상이다. 그래서 이제는 엄청난 성취, 대단한 목표 이런 것만으로 행복하지 않을 것임을 안다. 뭔가를 펑! 하고 이뤄야 한다는 생각이 좀 줄었다. 그러고 나니 더 이상 하루하루가 시험기간 같이 느껴지지 않는다.


홍민지 PD의 글을 읽으며 나도 성취보다는 뿌듯함으로 살아가야 즐거운 사람이라는 걸 다시 생각했다. 요즘은 매일이 작은 실망과 작은 뿌듯함들로 이루어졌다는 생각을 한다. 사실은 하루 단위가 아니라 거의 매 순간 준비 없이 대응해야 하는 일들의 연속이라는 걸 깨달으며 마음이 좀 편안해졌다. 그런 동시에 하루아침에 되는 일도 없다. 매일 평가 받는 게 아니라 하루하루 준비없는 일들의 연속을, 작은 실망과 뿌듯함들을 쌓아가는 것이다. 쌓인 시간은 당장이 아니라 나중에 알아서 모습을 드러낼 것 같다.



매일 아침에 무언가 읽고 이 글을 쓰는 일도 그렇다. 숫자로는 10번째, 횟수로는 11번째인 이 뉴스레터를 쓸 때마다, 보낼 때마다 ‘뿌듯’하다. 준비없이 무언가 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니라고 했지만, 생각해보면 이 뉴스레터를 쓸 때는 그냥 자리에 앉아 일단 써서 보냈다. 덕분에 내게는 3개월 동안의 기록, 50명의 구독자가 생겼다. 성취하겠다는 목표 없이도 무언가 쌓을 수 있다는 것, 그리고 그런 뿌듯함을 쌓는 건 이런 느낌이라는 것을 간만에 느낄 수 있었다.


사람들이 좋아할지, 어떻게 평가할지(내 얘기만 하는 이 메일이 재미가 있을까? 유익할까? 하는 마음의 소리)를 조금은 제쳐두고 내가 무슨 이야기를 하고 싶은지를 먼저 생각할 수 있는 일을 매 주 할 수 있어 기쁘다. 무작정 키보드 앞에 앉아서 뭔가 써 내려가는 시간에 내가 어떤 사람인지 더 들여다볼 수 있다. 이런 시간을 50명과 함께 나눌 수 있어 감사하다.


Morning Read는 제가 한 주, 혹은 두 주 동안
매일 제가 읽고 쓴 것 중 나누고 싶은 것을 추려서 보내는 뉴스레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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