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란이 되었던 그의 대표적인 에피소드를 소개드리자면, 🔗그는 '엠카운트다운'의 인터뷰 중 MC들의 질문에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습니다. 🤐 그 어떠한 반응 없이, 그저 앨범명 'ERROR'가 적힌 마스크를 쓴 채 가만히 있었어요. 그리고 이어진 '파노라마' 무대에서는 공연시간 내내 뒤돌아서 노래를 불렀습니다. 무대가 끝날 때까지 관객들에게 뒷모습만 보여줬던 것이죠. 뿐만 아니라 이전의 ‘상큼 발랄 남매듀오’의 이미지를 벗어나 🔗다소 자아가 충만한 날것의 무언가(..)를 연상시키는 찬혁의 무대 애티튜드를 두고 몇몇은 ‘GD병 걸린 것 아니냐’며 날 선 공격을 서슴지 않기도 했습니다. 🤬

🔗"대중예술 안에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것들에 관심이 많다. 대중문화의 파이를 넓혀가고 싶다는 욕심이 있다”

- 이찬혁

악동뮤지션이 오디션 프로그램을 통해 대중의 지지를 기반으로 성장한 팀이라는 건 자명한 사실입니다. 남매가 보여줄 수 있는 케미스트리로 사랑받아온 것도 맞고요. 🙆 하지만 많은 아티스트들이 하나의 컨셉에 영원히 종속되어있지만은 않습니다. 아이돌도 데뷔 때의 이미지로부터 벗어나 다양한 컨셉으로 무대를 채우곤 하니까요. 물론 찬혁의 근래 모습들은 너무나 파격적이었던 나머지 대중을 기만한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말이에요. 그러나 동시에 우리는 파격적인 충격감으로부터 작품의 ‘예술성’을 발견하기도 합니다. 그렇다면 누군가에겐 허용되고, 이찬혁에겐 허용되지 않았던 그 이유는 어디에 있을까요? 🤔 어쩌면 한국의 대중음악계에서 가능한 다양성은 대중에게 ‘허락된 만큼’까지만 가능한 걸지도 모르겠습니다. 어떤 예술에서는 벽에 바나나만 붙여도 전시가 매진되고, 4분 33초간 아무런 연주를 하지 않아도 음악사에 남는데 말이에요.

이러한 문화가 바로 캔슬 컬쳐(Cancel Culture)인데요. ❌ 주문을 취소하듯, 논란이 일은 유명인 또는 가치를 사회에서 ‘취소’시켜버리는 거예요. 이 문화는 2010년대부터 밀레니얼을 중심으로 퍼지기 시작했습니다. 부정적으로 여겨진다고도 하지만, ‘노 재팬’이나 #MeToo 해시태그 운동을 생각하면 꼭 그런 것만은 아닌 듯 해요. 이제 사람들은 ‘OO 논란’이나 ‘불매 운동’을 낯설게 받아들이지 않으며, 오히려 무차별적인 마녀사냥이라며 피로를 호소하기도 하죠. 반면 누군가는 사회적 정의를 실현하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생각하기도 하고요.

어느 쪽이 완전히 옳다곤 할 수는 없습니다. 캔슬 컬쳐가 사회적 동물인 인간을 궁극적으로 벌할 수도 있지만, '타인을 단죄하는 나'라는 환상에 취하게 할 수도 있으니까요. 또, 크게 부각되어버린 잘잘못 사이에서 사건과 이야기의 촘촘한 레이어는 사라져버립니다. 🔗그 사람이 빌런이 될 수 밖에 없었던 이유나 🔗그 너머의 진실은 '빌런'과 함께 저 밑으로 매장되기 참 쉬워요. 💀 사적인 이야기가 큰 논란으로 번지는 경우는 또 어떠하고요.

하지만 누군가에게 회복할 수 없는 큰 상처를 남긴 가해자라면, 적어도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살아가선 안되는 것 아닐까요? 21세기를 살아가는 사람으로서, 우리 모두가 이런 고민을 한번쯤은 해봤을 겁니다. 그러면서 마녀사냥에는 일조하지 않고 건강한 불매 운동에만 참여하겠다고 다짐하고요. 하지만, 'OOO 논란 ㄷㄷ'라는 고루하고도 자극적인 제목의 조회수는 참 높더라고요. 🤫

⚠️ 본 영화는 폭력적인 묘사, 트리거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시청에 유의해주세요! ⚠️

1965년, 인도네시아를 장악한 군부는 백만 명 이상의 사람들을 반공이라는 명목으로 살해합니다. 불법 무장단체 프레만을 동원해서요.🪓 그리고 40년이 지나 그들은 영웅으로 기록되어 모두의 존경을 받아요. 이때, 한 영화감독이 프레만의 수장이었던 안와르 콩고를 찾아가 흥미로운 제안을 합니다. "당신의 과거를 재연해 주시겠습니까?” 자신들의 업적을 기리겠다는 감독의 제안을 그는 흔쾌히 수락해요.

젊었을 때 영화관 일을 했던 콩고는 늘 할리우드 영화 속 주인공이 되고 싶었습니다. 🤠 그는 영화에서 영감을 얻어 멋을 포기하지 않으면서도 처리가 쉬운 살인법을 연마했죠. 수백을 죽인 건물 옥상에서 교살을 재연한 그는 흥에 겨워 춤을 춥니다. 마치 자신이 동경하던 영화 속 주인공들처럼요.

엑스트라 배우를 찾는 게 힘들어지자 콩고는 자신의 이웃들과 가족을 동원하기로 합니다. 프레만들이 거칠게 잡아끌고 목을 긋는 시늉을 하자 이웃들은 절규하며 쓰러져요. 🎬 컷! 소리와 함께 쓰러졌던 이들은 서로의 연기가 얼마나 실감 났는지 칭찬합니다. 그러나 끌려가지 않기 위해 몸부림쳤던 여인은 탈진하고, 눈앞에서 어른들이 픽픽 쓰러지는 것을 본 아이들은 쉽게 울음을 그치지 못해요. 자신의 과거를 제3의 눈으로 처음 바라본 콩고는 혼란스러워합니다. 이렇게 잔인할 줄 몰랐거든요.

영화의 말미, 콩고는 직접 공산당 리더 대역을 맡아 연기를 합니다. 죽음의 문턱을 체험한 콩고는 공포를 이기지 못하고 급히 컷을 외쳐요. 그리곤 마지막 인터뷰를 위해 아까의 건물 옥상에 다시 가죠. 곳곳을 둘러보던 그는 돌연 헛구역질을 합니다. 꾸역꾸역 토해내던 그는 깨닫습니다. 자신이 토해내고 있는 것은 자신의 역겨움임을, 영웅인 줄 알았던 자신이 빌런이었음을요.

영화는 그들을 히어로 혹은 빌런이라 정의하지 않습니다. 그저 역사를 자랑스러워하는 이들에게 한 마디 덧붙이는 정도지요. 💬 그래요? 자세히 알려주시겠어요? 하고요. 긴 이야기가 될 것입니다. 승자에 의해 쓰여졌던 역사는 감독이 덧붙인 한 마디를 통해 새로운 긴 이야기가 될 것입니다. 우리 사회에 존재하는 승자는 모두 영웅일까요? 패자는 모두 빌런이었을까요? 만약 그들이 자신의 영화를 찍게 된다면 웃으며 마무리할 수 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