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버찌책방 대표 조예은
책은 사람이 만듭니다. 
보름유유는 매달 책의 사람을 만납니다. 
책의 세계에서 일하는 이들의 숨은 이야기를 궁금해하실 독자께 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유유의 막내 편집자 수입니다. (막내는 막무가내라 막내라지요?)


바야흐로 여름-! 훅 끼치는 바람이 덥고 무겁네요. 다들 안녕히 지내시나요?

저는 새 농사를 시작했습니다. 일일이 나열하기도 어려운 다양한 채소 친구들을 심었고 쌈도 몇 번 싸 먹었네요. 그런데! 웬 버르장머리 없는 애벌레가 제 케일을 다 뜯어 먹었지 뭡니까. 그리고 더 괘씸한 건 모든 잎을 다 한 입씩 먹었다는 겁니다. 어째서 애벌레들은 이 잎 먹다 저 잎 먹다 그러는 걸까요? 한 잎만 딱 얌전히 먹으면 용서해 줄 건데… 애벌레의 마음이 궁금한 요즘입니다.


이번에 만난 분은 지난 봄, 좋은 대전에서 처음 만난 버찌책방의 조예은 대표님입니다. 즐거운 에너지를 뿜어내는 분이셨어요. 새로운 일을 벌이고 사람 만나기를 좋아하는, 책으로 있는 다양하고 새로운 경험을 궁리하는 책방지기의 이야기를 만나 보시죠!

더불어 읽고, 더불어 살아가자

조예은 버찌책방 대표

대표님, 안녕하세요! 간단한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대전 유성구 끝자락에서 버찌책방을 운영한 지 5년 차가 된 조예은입니다. 저는 프랑스어를 전공했는데요, 전공을 살리지는 못했지만 고전 문학과 인문 교양서에 대한 관심을 놓지 않으려고 독서 생활을 시작했어요. 결혼 후 대전으로 이사했고, 아이를 키우면서 책과 함께 아이 키우기 좋은 동네 골목 분위기를 만들고 싶다는 마음으로 책방을 열었습니다.

보름유유에서 지역의 동네 책방지기 분을 만난 것은 처음이에요!

저도 독자로서 유유의 책을 만난 지 10년 만에 편집자와 책방지기 인터뷰로 만나니 감회가 새로워요. 꾸준히 좋아해 온 덕분에 이런 기회가 왔구나, 유유와 이렇게 가까워지다니! 생각하니 기뻐요🙂

요즘 어찌 지내셔요? 많이 바쁘시죠? 

책으로 안 해 본 일이 없는 지경에 이르렀어요(🙂). 오프라인 독서 모임, 작가와의 만남, 일일 책방지기 체험, 이달의 전시 등 책방이라는 공간에서 책을 바탕으로 할 수 있는 다양한 경험을 제안하며 판매를 이끌어내려 노력하고 있어요. 바쁘고, 바쁠 수밖에 없고, 바빠야만 해요. 공간이 지속 가능하려면요. 아시다시피 책 팔기 정말 쉽지 않은 세상이라 책방이 살아남으려면 함께 읽을 사람이 있어야 하고 그 사람들의 ‘읽는 기쁨’을 지켜 주기 위한 특별한 경험이 필요해요. 어떤 새로운 경험을 선사할 수 있을까 끊임없이 고민하는데, 그 고민 과정이 즐거워요.

재미있는 책 행사가 꾸준히 열리는 공간으로 자리 잡아서인지 감사하게도 출판사 측에서 협업 제안을 해 주셔서 함께 준비하기도 해요. 버찌책방이라는 공간이 이제는 단순히 상점이 아니라 책을 좋아하고, 누군가와 함께 읽고 싶은 모두의 문화 공간이 되어 가고 있는 것 같아 감사한 요즘이에요.


개인적으로 제게 버찌책방은 엄청 통통 튄다는 느낌이에요. 한시도 쉬지 않고 무언가 좋은 기운을 발산하고 있고, 쉼 없이 새로운 일을 벌이고 또 시도한다는 느낌인데요. 이 느낌이 어디에서 오나 가만 생각하면, 대표님이 독자를 만나려고 정말 열심히 애를 쓰시는 데서 비롯된 것 아닌가 싶어요. 어떤 동력으로 움직이세요?

버찌책방이 움직이는 동력은 ‘연결감’이 아닌가 싶어요. 상업 공간이니 당연히 수익 창출이 기본이지만 5년 동안 책방을 꾸리면서 책방은 결코 돈으로만 운영되지 않는다는 걸 깨달았어요. 처음에는 책을 소개하고 판매하고 모임을 주선하는 책방지기 업무가 독자를 향해 일방적으로 서비스를 제공한다고 생각했었어요. 하지만 공간 안팎으로 사람들과의 관계가 확장되고 촘촘해지다 보니 버찌책방과 손님들과의 연결은 쌍방이더라고요. 자본주의의 효율적 관점에서 벗어나 작은 책방을 애써 찾아 주시는 분들의 마음을 헤아려 보면 절로 고개가 숙여져요. 일부러 책방에 주문해 주시고, 들러 주시고, 모임에 참석해 주시고 심지어는 책 택배 상자를 함께 정리해 주시고 책방지기 끼니를 걱정해 도시락까지 싸 주시는 등, 응원해 주시는 벗들의 마음을 먹고 살고 있어요.(버찌책방의 손님들을 ‘책벗’이라고도 부릅니다!) 벗들과의 작지만 소중한 경험으로, 결코 혼자가 아니라는 느낌을 받으며 일해요. 그래서 당장 오늘은 손님이 터무니없이 적더라도 왠지 모를 든든한 구석이 있습니다. 그 ‘연결감’으로 뭔가 더 재밌는 일을 해 보고 싶다는 마음이 자꾸만 생겨 나서 몸을 움직이게 돼요.


진부하지만 어떤 생각으로 책방을 여시게 됐는지 궁금해요.

이야기가 긴데 ;^^; 이곳에 집을 짓고 책방을 연 데에는 정말 큰 용기가 필요했어요. 결코 경제적으로 여유롭기 때문에 일을 벌인 건 아니었거든요. 아이를 낳고 얼마 되지 않아 배우자가 많이 아팠어요. 중증 불안 장애, 강박 장애, 우울증 진단을 받아 최근까지 상담과 약물 치료를 받았지요.

치료하는 당사자만큼 제게도 힘든 시간이었어요. 그때 좋아하는 일을 다시 시작하라고 지인으로부터 권유를 받았고, 배우자의 치료 과정을 버틸 수 있는 무언가가 저에게 필요했던 터라 오랫동안 버팀목이 되어 준 책으로 책으로, 살고 있는 동네에 작은 공간을 열었습니다. 결혼 전 에세이를 낸 적이 있고, 그 책을 통해 도서관 강의나 독서 모임을 꾸준히 해 왔거든요. 

위치가 주택가 중에서도 큰길에서 한참 좁은 길을 걸어 들어와야 하는 곳이더라고요.

도시 한가운데 목 좋은 자리보다는 책 좋아하는 사람들이 머물기 좋은 자리에서 책방을 하고 싶었어요. 배우자의 치료 과정을 지켜보며 아이를 키우는 동안 제게 가장 큰 버팀목은 책이었는데, 책에서 수없이 위로받은 경험을 함께 나누려면 책과 함께 머물기 좋은, 분주한 일상과는 외따로 떨어진 섬 같은 공간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힘들지는 않으세요? 처음 책방을 여실 때와 지금의 마음이 어떤지(어떻게 다른지) 궁금해요.

운영하다 보면 당연히 힘든 일도 겪죠. 이렇게 돈은 안 되고 에너지는 많이 쓰는 일을 왜 하고 있을까? 하는 회의감이 들 때마다 책방을 처음 열 때 읽었던 책을 꺼내 제가 남겨 두었던 흔적을 들춰 봐요. 그 흔적들을 보다 보면 ‘더불어 읽고, 더불어 살아가자’라는 책방의 슬로건을 자연스레 떠올리게 되고 처음 열 때의 마음으로 돌아옵니다.


차를 몰고 다니시면서 책을 파시던 모습을 보고 적잖이 놀랐어요! 그때 이야기를 좀 더 해 주세요.

지금의 공간을 꾸리는 일이 예상보다 오래 걸렸어요. 코로나에 전쟁이 맞물려 건축 자재를 구하고 시공 비용을 맞추기가 정말 힘들었거든요. 거기에 거의 모든 에너지를 쓰면서도 책벗들과 소통하는 일을 멈추고 싶지 않아서, 이전 책방을 빼고 돌려받은 보증금으로 바로 운전면허 학원에 등록해 3개월 걸려 면허를 따고, 경차 한 대를 계약했습니다. 경차 트렁크 사이즈를 재 직접 책장을 스케치하고 동네 목공소에 제작을 의뢰했어요. 이 이동식 책방을 준비하면서 그해 겨울을 정말 춥지 않게 보냈습니다.

준비를 마치고 ‘찾아가는 버찌책방’이라는 이름으로 대전 골목 여기저기를 다녔어요. 그러면서 대전의 여러 상점들과 협업을 하기도 했고요. 성심당에서 제안을 해 성심당 문화원 앞에서 책방을 열기도 했고 학교에 직접 찾아가 책방을 열기도 했어요. 버찌책방이 자리 잡은 지금도 불러 주시는 곳이 있다면 그 날 그곳에 어울리는 책을 큐레이션해서 어디든, 언제든 갑니다!

와, 정말 대단하세요! 일단 기력이 대단하신 것 같아요…. 저라면 엄두도 못 내겠는데요? 게다가 북스테이도 하고 계시지요, 제가 저번에 북토크에 갔을 때, 오신 독자 분들이 대표님 바쁘신 와중에 ‘편집자님, 북스테이 정말 예쁘고 좋아요! 시간 되시면 묵고 가세요!’ 막 그러시더라고요. 독자님들의 애정이 대단하구나 싶기도 했고 공간도 너무 궁금했는데, 북스테이는 어떻게 시작하게 되셨어요?

책방에서 여러 행사를 열다 보니 다른 지역에서도 많이들 와 주셨는데, 오실 때마다 숙박 장소가 마땅찮더라고요. 마침 위층에 아주 작은 서재 방과 화장실이 하나 있는데 그 방을 빌려 드리면서 시작했어요. 사실 책 판매는 예측할 수 없어요. 찾아오시는 손님만 기다리며 유지하기는 정말 어렵거든요. 북스테이 외에도 독서 모임 공간이 필요한 분들께 부담 없는 이용료로 공간을 빌려 드리기도 해요. 책 판매 외에 수익을 창출할 수 있다는 건 책방을 지속하려면 꼭 필요한, 중요한 기회 같아요.

그럼 북스테이에 이어서, 버찌책방 이름으로 또 어떤 새로운 것들을 시도해 보고 싶으신가요?

버찌책방을 알고는 있지만 여전히 책이랑 친하지 않다는 이유로 방문을 부담스러워 하시는 분들을 종종 만나요. 소수의 애서가만을 위한 곳이 아니라 책과 함께 더불어 살아가고 싶은 분들이라면 누구에게든 활짝 열린 문화 공간이 되기를 바라요. 그런 의미에서 오시는 분들의 서가에 잠들어 있는 오래된, 안 읽는 책 플리마켓을 열어 보고도 싶어요. 어린이들을 판매자로 초대하면 좋을 것 같아요. 책을 좋아하는 마음의 선순환을 실천하면서 부담없이 책방에 더 많은 분들이 올 수 있게끔 만남의 장을 열어 보고 싶어요.

버찌책방  

지역의 동네 책방을 운영하시는 입장에서 출판사에 무언가 바라는 점이 있으셔요? 협업 과정에서 부탁하고 싶은 것이 있으신지도 궁금해요.

버찌책방에서 이런저런 행사를 여럿 하다 보니 협업 제안에 늘 감사한 마음이에요. 버찌책방에서 ‘뭔가 해 보고 싶다’, ‘한번 해 보니 너무 좋아서 또 하고 싶다’ 하는 연락을 받을 때면, 좋아하는 마음이  결국 또 다른 마음을 움직이는구나 싶어요.

여전히 지역의 동네 책방에게 기회는 적어요. 하지만 문화적 기회가 적다고 해서 독자들의 책을 좋아하는 마음이 작은 건 결코 아니에요. 때문에 출판사에서 ‘상생’의 관점에서 지역의 동네 책방에게도 관심 어린 시선을 넓혀 주었으면 좋겠어요. 책방이라는 공간은 독자와 접하는 최전선에 있는 모세혈관 같은 곳이잖아요. 함께 만들어 갈 수 있는 문화 행사의 기회를 더욱 확대해 주셨으면 하는 바람이에요. 오고 가는 과정에서 시간과 품이 좀 더 들더라도 전국의 책방이 살아야 출판사도 지속 가능하니까요. 책을 소비하고 읽는 문화를 이끌어 가는 것은 정책이나 거대한 자본이 아니라 독자 개개인과 읽는 공동체의 연대라고 믿어요. 이번 보름유유 인터뷰도 상생의 가치가 확대되는 새로운 한 걸음이라고 생각해요!

책방을 운영하시면서 독자들이 이런 점에 반응하는 것 같다, 이런 주제/키워드/형식에 반응하는 것 같다 하는 걸 느끼신 적이 있나요?

수익과 트렌드를 따져 가며 책을 판매하는 건 작은 책방이 할 역할은 아닌 것 같아요. 자본주의적 관점으로 책을 팔면 결국 대형 서점, 인터넷 서점이어야 경쟁이 가능하지요. 저는 작은 책방이라는 공간을 꾸리고 책방지기라는 역할을 맡았으니 그에 맞게 책을 소개하고 팔아야 한다고 판단했어요. 그래서 ‘버찌책방추천도서’라는 키워드에 대한 신뢰도가 높아져야 한다고 생각했고요.

공간 운영자가 잘 읽고 소개하는 책은 공간 이용자들의 마음을 움직여요. 진심은 통해요. 제가 여기저기 밑줄 긋고 메모해 가며 열심히 읽은 책은 손님들의 반응도 좋고 판매 실적도 좋아요. 믿고 본다, 믿고 산다라는 말을 들을 때 정말 뿌듯해요.


마지막 질문, 버찌책방은 후에 어떤 책방이 될까요?

원대한 꿈이나 목표는 없고요, 지금 이 자리에서 오래오래 하고 싶어요. 꼬마 책방지기인 저희 아이가 이런 말을 하더라고요. “엄마, 나는 나중에 버찌책방 물려받을 거야!” 그때 정신이 확 들었어요. 하루하루 허투루 살아선 안 되겠다. 읽는 기쁨을 잃지 않고 이 공간을 오래 꾸리는 것이 아이에게 전해 줄 수 있는 삶의 태도겠구나. 그래서 세대를 잇는 책방, 온 가족이 머물며 나만의 한 권을 고르는 책방이 되었으면 좋겠다 하고도 생각했어요.

지금도 가족 단위의 손님이 제일 많은데, 제 가장 큰 바람은 지금 오시는 손님들이 자라고 나이가 들어서도 꾸준히 찾는 공간, 그분들께 읽는 기쁨을 주는 공간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것이에요. 말 그대로 더불어 읽고 더불어 살아가며 나이 들면 좋겠어요. 책은 저희에게 희망이자 사랑이거든요.

🎉6월은 도서전의 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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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름유유🌕 보고 왔어요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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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전에서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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