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수아즈 사강은 작가 활동을 하면서 소설, 에세이, 희곡, 시나리오 등 다양한 장르의 작품을 발표했는데요. 그런 그녀의 작가 활동을 관통하는 키워드는 바로 ‘사랑’입니다. 사랑이야말로 인간의 가장 본질적인 감정이기에 인간의 내면을 섬세하게 묘사하는 사강에게 사랑은 어쩌면 작가로서 가장 다루어야만 하는 주제였을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사강이 소설에서 그려내는 사랑은 결코 아름다운 것이 아닙니다. 그녀는 인생에 대한 환상을 모두 걷어내고 어떻게 보면 냉정할 정도로 담담한 시선으로 사랑을 그려내죠. 🔍

이 소설의 가장 큰 특징은 치밀한 심리 묘사에 있습니다. 사강은 사랑을 둘러싼 폴, 로제, 시몽의 감정과 생각들을 하나하나 문장으로 끄집어내 독자들에게 보여주는데요. 드라마틱한 사건과 파격적인 전개가 드러나는 소설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우리를 이 소설 속으로 빠져들게 하는 가장 큰 힘은 이러한 섬세한 심리 묘사에 있습니다. 폴과 로제, 시몽의 선택이 비록 우리가 기대했던 것과는 다를지 몰라도 우리는 그들의 내면을 사강의 문장을 통해 마치 눈앞에서 보는 것처럼 경험했기에 그들을 쉽게 판단하기 어려워지는 것이죠. 소설을 통해 사강은 동시에 사랑은 고독과 결코 떼어낼 수 없는 것임을 드러냅니다. 사랑으로 인해 때로는 자기 자신을 잃어가고, 사랑하는 이가 곁에 있어도 지독한 고독을 느끼기도 하는 인간의 모순적인 측면들을 작가는 집요하게 포착하는데요. 책을 덮는 그 순간까지 사랑과 고독에 대해 생각하게 하는 작가는 우리를 복잡한 감정에서 헤어나오기 어렵게 만듭니다. ⏳

📝 책 속 한마디

이 작품의 주인공 조제는 작가인 프랑수아즈 사강과도 많이 닮아 있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사강은 두 번의 결혼과 이혼, 스피드광으로 살면서 겪었던 큰 교통 사고, 술과 마약에 대한 의존 등으로 굴곡이 심한 인생을 산 것으로도 잘 알려져 있는데요. 그런 그녀를 두고 어떤 사람들은 그녀가 지나치게 충동적이고, 자기파괴적이라며 비난하기도 했습니다. 그런 사강의 모습이 반영되기라도 한 것일까요. 작품 속의 조제 역시 굉장히 충동적인 모습을 자주 보이고, 그녀는 인생에 대한 그 어떤 달콤한 환상도 지니지 않은 채 자기 자신을 갉아먹기도 합니다.  작품의 제목 ‘신기한 구름’은 조제가 뉴욕에서 비행기를 타고 파리로 올 때 비행기 창문을 통해 본 하늘의 모습에서 따온 것인데요. 다양한 색의 구름들이 삶의 기로에 서 있는 조제의 복잡한 심경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죠. 어쩌면 사강은 〈신기한 구름〉 속 조제를 통해 자신이 삶에서 마주한, 그리고 마주하게 될 복잡한 순간들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었는지도 모릅니다. 🌥

사강의 소설 속 주인공들을 바라보고 있으면 때로는 궁금해지기도 합니다. 이렇게 복잡한 내면을 가진 주인공들을 탄생시킨 작가의 삶과 내면은 과연 어떠한 모습이었을까? “타인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한, 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라는 말을 남긴 그녀는 매체를 통해 스피드광, 마약 중독, 도박 등의 모습들로 우리에게 알려져 있죠. 하지만 그런 측면들로만 설명하기에는 사강이 좀 더 복잡하고 모순적인 인간 그 자체가 아니었을까 하는 의문이 여전히 우리에게 남아 있습니다. 

작가가 아닌 인간으로서의 사강의 모습을 조금이나마 살펴볼 수 있는 책이 바로 〈리틀 블랙 드레스〉입니다. 이 책은 사강이 1950년대 후반에서 1980년대 후반 사이에 각종 잡지에 기고한 48편의 글들을 수록하고 있는 에세이집인데요. 이 책에 실린 글들을 단순히 ‘에세이’라고 칭하기에는 약간의 어려움이 있습니다. 자유롭고 예측하기 어려운 그녀의 영혼을 담고 있는 이 글들은 형식과 발화의 자유분방함이 살아 있어 굉장히 다양한 측면들을 갖고 있죠. 👗

📝 책 속 한마디

오늘은 이렇게 바인드북과 함께 프랑수아즈 사강의 4가지 작품을 만나보았습니다. 매일 빠르게 흘러가는 세상 속에서 속도감 있는 콘텐츠에 익숙해진 우리에게 사강은 삶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선사하는데요. 복잡하고 모순적인 인생의 단면을 하나하나 짚어서 우리의 앞에 데려오는 프랑수아즈 사강의 이야기들을 통해 어느새 우리는 잠시 정지해 우리를 둘러싼 사랑과 고독이라는 삶의 본질에 대해 고민하게 되죠. 이야기 속 인물들의 깊은 내면을 낱낱이 마주하고, 그것을 천천히 곱씹으며 따라가는 일이 누군가에게는 어쩌면 어렵게만 느껴지는 일일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복잡한 삶의 기로에 놓인 인물들을 따라 우리 안의 내면을 마주할 때, 우리는 우리의 삶을 더 깊이 이해할 수 있는 건 아닐까요? 이것이 모순적이면서도 혼란스러운 인간의 내면을 섬세하게 담아내는 사강의 문학이 지금의 우리에게 필요한 이유인 것 같습니다. 그럼 바인드북은 다음주에 새로운 주제로 여러분들께 돌아오도록 하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