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ekly newsletter no.225 | 2025. 12. 11
벗 안녕, 9몬📝이야. 요즘 직장인들은 송년회 시즌이고, 대학은 기말고사 시즌이지? 근데 커닝 때문에 난리더라. 커닝 생각하다가 옛날 ‘컨닝’했던 시절이 떠올랐어. 진짜 까마득한 고등학교 시절이야.

2학기 기말시험 날, 자리에 앉자마자 뒷자리 친구가 나를 조심스럽게 불러. 수학 점수가 좀 부족하다면서 문제지 풀이과정도 답안지 답도 옆으로 조금 빼서 적으라는 거야. 아, 그때 처음 알았어. ‘컨닝’은 이렇게 하는 거구나. 하지만 나 9몬은 아무 대꾸도 하지 않은 채 친구를 외면하고 앞으로 돌아앉았지.

진짜 보여 줄 마음은 없었는데, 시험 시간이 되자 엄청 싱숭생숭했어. 어느새 난 허리 나간 사람마냥 불량한 자세로 문제를 풀고 있었고, 뒷자리 친구가 내 문제지 정도는 볼 수 있도록 옆구리 사이로 시야를 확보해주었지.

근데 웬걸, 시험이 끝나자 그 친구가 와서는 “진짜 봤다 생각하나? 나 아까 안 봤다”(경상도 사투리) 그러는 거야. 지금도 그 친구 이름은 기억하고 있어. 하고 싶은 말은 많지만, 한마디만 할게. “야, 김경○! 너 그때 챗GPT가 없어서 나를 챗GPT로 알았나?”

요즘 도덕이 땅에 떨어졌느니 그런 말을 못하겠어. 옛날이나 지금이나 다 커닝하고 있다는 거지. 시험 커닝 이야기를 하면서 대학 교실을 걱정하지만, 정작 중요한 건 따로 있었어. 챗GPT를 받아들인다는 것은 새로운 대학 교육 모델을 만드는 문제로까지 연결되는 화두야. 커닝보다는 조금 큰 이야기니까 찬찬히 따라와 줘. 인터뷰 손님은 챗GPT로 글쓰기 수업을 하는 교수님을 모셨어.
📂 오늘의 휘클리
  1. 한 번 알아봤다: 교수님만 모르는 비밀무기
  2. 한 번 물어봤다: 수업을 바꿔라
  3. 모르고리즘: 알고리즘 프리! 경제 뉴스픽
  4. 휘클러 say!: 독자피드백+컵 당첨자 발표
📂교수님만 모르는 비밀무기

적발하거나 금지하거나
  • 지난 10월15일 연세대 ‘자연어처리(NLP💡)와 챗GPT💡’ 중간고사가 있었어. 온라인 수업인데, 시험도 온라인으로 봤어. 담당 교수는 학생들에게 컴퓨터 화면, 손과 얼굴 등이 찍힌 시험 보는 영상을 제출하라고 했어. 부정행위를 알아내기 위한 목적이야. 교수는 조교들과 영상을 통해 부정행위자 50명 정도를 파악했다며 이렇게 공지했어. “‘자수’하는 분들에 한해 중간고사 성적만 0점 처리, 발뺌하는 학생들은 학칙에 따라 유기정학을 추진”하겠다고. 카메라가 보이지 않는 ‘사각지대’를 주기적으로 응시하거나, 컴퓨터 화면에 여러 프로그램을 겹쳐 띄워 놓은 걸 잠재적 부정행위로 봤대.
  • 결국 40명이 ‘자수’했어. 같은 달 30일 학교 에브리타임💡 게시판에 양심 투표를 해보자는 게시물이 올라왔어. 그날 오후 2시께까지 ‘커닝했다’고 답한 사람은 202명. 발각되지 않은 사람이 더 많았던 거야.
  • 오프라인 시험에서도 생성형 AI💡(LLM💡 모델)를 이용한 부정행위가 적발됐어. 지난 10월 서울대 자연과학대 교양과목인 통계학실험 중간고사는 프로그램이 설치된 컴퓨터를 활용해 치러졌어. 그런데 한 학생이 조교에게 컴퓨터 내 AI를 사용해 문제를 푼 학생이 있다고 제보했어. 조사해봤더니 의심 답안지가 발견되었대. 서울대 쪽은 개인의 일탈이라며, 해당 반은 재시험을 치기로 했어. 
  • 비슷한 시기 대형 커닝 사고가 발생했어. 지난 10월 고려대 ‘고령사회에 대한 다학제적 이해’ 온라인 교양 수업 시험에서는 학생들이 카카오톡으로 문제와 정답을 공유했어. 지난달 같은 대학 공과대학 전공수업 퀴즈시험은 일부 학생이 반복 응시해 해당 시험이 취소됐어. 지난 1일 연세대 ‘고전문학과 상상력’ 수업에서는 온라인 퀴즈를 볼 때 커뮤니티앱 익명 채팅방에서 답안을 주고받은 정황이 포착됐어. 이 과목은 지난 중간고사에서 부정행위가 발견돼 기말고사는 오프라인으로 치르기로 했거든. 마지막으로 치러진 온라인 퀴즈에서 부정행위가 발견된 거야.
  • ‘채팅 커닝’은 코로나19 시기부터 반복된 문제야. 온라인 시험을 치르는 건 대놓고 커닝하라는 말 아닐까. 거기다 이 수업들은 규모도 엄청나. 채팅 부정행위가 발견된 고려대 ‘고령사회’ 수업은 1400명, 연세대 ‘고전문학’ 수업은 200명 듣는 대형 강의야. 고려대는 문제가 발생하자, 모든 온라인 강의 시험을 대면 시험으로 바꿨어.

쫓고 쫓기는 싸움  
  • 시험에서 부정행위가 논란이 되었지만 생성형 AI는 과제에 사용하는 경우가 더 많아. “다들 그렇게 해요. 교수님도 자세히 보진 않잖아요. 표절 검사만 넘기면 문제없어요.” 중앙대 학생이 쓴 글이야. 학생은 AI를 써서 리포트를 내고 교수는 골머리를 앓지.
  • 생각지도 못한 딜레마도 있어. “결국 나의 표현이 담긴 문장이 아니라 ‘또 다른 인공지능이 괜찮다고 여길 문장’을 만들어야만 했다.” 직접 쓴 글이 표절률이 높게 나와 글을 수정해야 했다는 또 다른 학생의 글이야. 교수들은 학교에서 제공하는 표절 검사 도구, 카피킬러💡로 과제가 표절인지 아닌지 검사하는데, 학생들도 과제 제출 전에 표절률을 돌려서 검사해.
  • 전국 4년제 대학 중 94%가 사용한다는 AI 표절 탐지 사이트 GPT킬러(무하스) 발표에 따르면, 2024년 2학기 과제물 평가용 검사 29만 건 중 55.9%의 글이 챗GPT를 활용해 작성한 글이었어. 그중 27.33%는 표절률 30% 이상으로 나타났어. GPT킬러 사이트에 내용을 직접 입력하며 문서를 작성한 경우도 33.63%나 되었어. 학생들이 직접 자신의 리포트를 작성하는 동시에 검사했다는 거야.
  • 하지만 걸리지 않고 넘어간 경우도 많을 거야. 영국 레딩 대학교 연구진은 챗GPT로 작성된 답안을 대학 자체 시험 시스템에 제출하는 블라인드테스트를 했어. AI가 제출한 답안의 94%가 감지되지 않았고 인간이 제출한 답안보다 높은 점수를 받았다고 해. 
  • 영국 미디어 가디언은 표절 판정 자체의 문제를 지적하는데, 표절 판정에서 1% 정도의 오류는 학생 수를 고려하면 엄청난 숫자라는 거야. 같은 보도에서 외국인 학생의 리포트를 표절이라고 더 쉽게 의심하거나 판정하는 차별도 벌어지고 있다고 이야기해. 

안 쓰느니만 못한 “알아서 써라
  • 대학 부정행위가 빈발하자, 생성형 AI 가이드라인의 부재가 문제라고 지적해. 대학교육협의회 조사 결과, 전국 131개 대학 중 30곳(22.9%)만 가이드라인을 채택했거나 적용하고 있어. 전국 대학 71.1%는 가이드라인이 아예 없단 얘기.
  • 가이드라인은 그 자체로 중요해. 연세대 사회과학연구소는 ‘생성형 에이아이(AI) 인용 가이드라인이 대학생의 자기 효능감에 미치는 영향’(2025년 5월 논문)을 연구했어. 인공지능 사용 금지(53명), 가이드라인 없이 인공지능 허용(40명), 인공지능을 허용하되 인용 방식 가이드라인 제공(47명)으로 나눠 조사한 결과, ‘가이드라인 제공 그룹’의 시간 효율성과 자기 효능감이 셋 중 가장 높았어.
  • 하지만 가이드라인이 있는 거로 충분하지 않아. AI를 수업에서 잘 활용하느냐는 별개의 문제야. 예를 들어 중앙대는 2023년에 가이드라인이 나왔는데, 중대신문의 2024년 조사에 따르면 학생 92%가 AI를 사용할 의향이 있지만 수업 중 생성형 AI를 사용했다고 응답한 학생은 단 32.67%뿐이었어.
  • 꼼꼼한 제시(가이드라인)가 필요해. 수업에서 생성형 인공지능 도구, 프롬프트💡 입력 등에 대해 디테일하고도 명확한 지침을 줘야 해. 잘 만들었다고 평가받는 중앙대 가이드라인은 이렇게 규정해. 교수나 강사가 생성형 AI에 대해 ①금지 ②승인 또는 출처 표기 후 사용 ③ 자유롭게 사용 등 3가지 중 하나를 강의계획서에 명시하도록 했어. ②의 경우에는 사용한 유형, 프롬프트 실행 날짜와 내용, 결과물을 스크린샷으로 첨부해야 해.
  💡  Hi-light
자연어처리(NLP): 컴퓨터가 인간의 언어를 이해, 해석, 생성, 조작하는 기술
챗GPT: OpenAI가 개발한 생성형 인공지능(AI) 챗봇
에브리타임: 국내 최대 대학생활 플랫폼
생성형 AI(인공지능): 기존 데이터를 학습하여 기존에 없던 콘텐츠를 만드는 인공지능
LLM: Large Language Model(대규모 언어 모델)의 약자. 생성형 인공지능의 핵심기술
카피킬러: 문서의 표절 여부를 검사하는 프로그램
프롬프트: AI에게 원하는 결과를 얻기 위해 사용자가 입력하는 명령어, 질문
챗GPT가 라파엘로의 아테네학당을 바탕으로 디지털기기를 활용하는 철학자를 사이버펑크풍으로 그림
교수님만 몰라요
  • “대학 쪽도 형식적인 윤리 규정만 제시할 뿐, 실질적인 교육적 대안을 마련하지 않는다. 모두가 알고 있지만, 아무도 진지하게 말하지 않는 ‘공공연한 비밀’”(앞의 중앙대 학생 글)
  • 성대신문 편집장은 클라우드 기업의 장애로 챗GPT가 일시적으로 마비되었을 때 “근래 경험한 가장 아찔한 순간”이었다고 말해.(성대신문 1751호) 학생들에게 챗GPT는 이미 너무 당연한 학습 도구야. 
  • 영국 고등교육정책연구소가 올해 2월 대학생 1041명을 대상으로 생성형 AI 활용을 조사한 리포트를 보면, 생성형 AI를 활용하는 학생은 지난해 66%에서 올해 92%로 급격히 늘었어. 보고서 저자는 “단 12개월 만에 이처럼 큰 행동 변화가 나타나는 것은 거의 전례가 없는 일”이라고 말해.
  • 한국의 조사도 마찬가지야. 한국직업능력연구원과 한국대학교육협의회 조사를 보면, 지난해 4~6년제 대학생 726명 중 91.7%가 과제나 자료 검색에 인공지능을 활용했다고 말했어.

모두 베끼는 경우는 없어
  • 스탠퍼드 대학교 연구진은 생성형 AI 때문에 부정행위가 많아진 게 아니라고 단호하게 말해. 부정행위는 AI 등장 전부터 있었던 일이라는 거야. AI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부정행위는 적은 편이고, 이전의 다른 부정행위와 비교하면 오히려 줄었대. 학생들은 초기 조사, 새로운 개념 설명, 논문 아이디어 등의 기초조사에서 AI를 사용하지, 부정행위로 판별될 만한 수준으로 AI를 쓰지는 않는다는 거야. 
  • 성균관대 교수학습혁신센터는 2025년 6월 학생 412명을 설문조사했어. 대부분의 학생이 생성형 AI를 사용했다는 것은 놀랍지 않은데, 이들이 주목한 건 ‘대부분의 학생이 생성형 AI의 오류 가능성(환각💡)을 인지하고 결과물을 수정해 사용’했다는 점이야. 센터의 보고서는 학생들은 AI 사용에 대한 명확한 기준을 원하고 있고, 학생 스스로 쓰고 말하는 서술형 시험이나 구술시험을 도입하는 현실적인 평가 방안도 제안하고 있어. 

수업 재설계가 필요해
  • 학생들은 전면적인 수업 방식의 재설계를 바라고 있어. 제일 쉽게 옛날 방식으로 돌아가기도 해. 과제물을 손으로 직접 쓰게 하고 시험도 그렇게 치른다는 교사도 있어. 
  • AI에 의존하지 않는 실재 감각을 되찾게 하겠다는 건데, 미국 오스틴 주립대의 폴 쇼클리 교수도 그래. 그는 자연 명소나 종교 유적지로 직접 가보게 하는 체험형 과제를 주고, 학생들이 소통하도록 독려해. 쇼클리 교수는 원래 LLM 신봉자로 서로 질문을 주고받으며 AI의 한계를 익히는 ‘소크라테스식 접근법’으로 유명했는데 이 방식이 신입생에게는 맞지 않다고 보고 수정했다고 해.(비즈니스 인사이더)
  • 미국의 애리조나 주립대는 생성형 AI를 전면 허용했어. 안도현 제주대 언론정보학과 교수도 ‘소통의 이해’ 수업에서 오픈 AI가 원칙이야. “생성형 인공지능을 수업이나 과제에 사용하지 말라는 지침은 가장 쉽고 게으른 방식이다. 사용 여부를 학생 양심에 맡기는 것도 공허하다”고 말해. 안 교수는 결과보다는 인공지능으로 정보를 찾는 과정 자체를 평가해. 
  • 부지런한 교수들은 AI가 답할 수 없는 과제를 발 벗고 찾아 나서고 있어. 오영진 서울과학기술대 교수의 ‘창의적 사고’ 수업은 이번 학기 주제를 ‘경청’으로 잡고 학생들에게 일상의 소리를 듣고 채집하도록 했대.  
  💡  Hi-light
환각(Hallucination): AI 가 사실이 아닌 정보를 진실인 것처럼 자신 있게 만들어내는 현상 
🎙️올해 중간고사에서 생성형 AI를 사용한 커닝이 연세대, 서울대에서 적발됐어.

💬생성형 AI를 쓰면 엄청난 부적절한 일을 하고 부정을 저지르는 것처럼 여기는 게 문제야. 학생들은 다들 쓰고 있어. 지난해만 해도 생성형 AI가 ‘학습 도구’라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학습 환경이라고 생각해.


🎙️모든 사람이 쓰기 때문에 안 쓸 수 없다는 뜻?
💬이젠 선택을 넘어선 문제야. 학습환경, 교육환경이 변화한 건데 학생들을 적발하거나 색출하는 일로 해결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야. 부적절한 거는 학생이 아니라 교육이야. 교육의 내용이 바뀌어야지. 대학이 창피한 일이야.


🎙️AI 부정행위를 적발한 수업이 챗GPT에 관한 수업이었다는 게 아이러니해.

💬기사를 읽어보니 600명 강의의 객관식 시험이었어. 인터뷰에 이런 말 하면 그렇지만 부적절한 거는 학생이 아니라 교육의 형식이었어. 대학에서 시험을 치르면서 손과 발 얼굴 사진을 찍으라고 하는 건 인권 침해 아닐까. 손과 발을 찍으라고 하면 어떤 교육적인 효과가 있지? 학생들이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을까. 수집정보는 동의받았겠지만 제출된 동영상은 제대로 파기되었을까.


🎙️그걸 확인하지는 못했네.

💬챗GPT를 다루면 저작권의 경계도 배울 거야. 자신이 제출한 영상과 글이 어떻게 사용되는지 궁금할 거야. 교수자와 학습자가 타인의 말과 글을 어떻게 사용할 것인가에 대한 윤리적인 접근이 어느 때보다 필요하거든. 그런 걸 고려하지 않은 채 배워야 한다면 학생들이 너무 괴로워. 


🎙️서강대에서 어떤 수업을 하고 있어?
💬교양교육을 전담하는 전인교육원에서 ‘글쓰기’를 가르치고 있어.

🎙️올 초 나온 책 ‘쓰기 교양’(삼인)을 보면 프롬프트를 가르치던데. ‘문과’ 수업에서 ‘이과’스러운 프롬프트라니 이질적이야.
💬코로나19 이후 학생들은 글을 쓸 준비도 안 됐는데 글쓰기 기계가 등장한 상황이었어. 다들 이야기하는 거지만 글을 쓰지 못하는 학생이 늘어나고 있어. 표절률 이야기를 하지만 사실은 이 부분이 더 중요해.

🎙️글을 쓰지 못하는 학생이 많아진 상황.
💬여태까지 과제만 했던 친구들이거든. 내가 도대체 왜 글을 써야 되고 무엇을 쓰고 싶고 어떤 앎에, 진실에 도달하고 싶은지를 모르는 학생들이 많았어. 그 내적 요구를 밝혀내는 그 과정 자체가 언어의 과정이야. 그런 과정이 생략되면 분석적 글쓰기, 논증적 글쓰기처럼 형식적으로만 글을 쓰게 돼. ‘생성형 AI를 쓸 것인가 말 것인가’ 같은 고민보다는 지금은 어떤 도구라도 필요한 때라는 생각이 컸어. 그런데 챗GPT가 자기가 쓰고 싶은 글을 알아내는 데 도움이 되는 도구더라.

🎙️어떻게?
💬챗GPT는 프롬프트를 통해 메타인지(상황을 객관화해서 바라보기)를 할 수 있기 때문이야. ‘프롬프트 글쓰기’를 나름으로 정의한 게, 학습자의 글쓰기 지식 그리고 글쓰기 경험에 맞게 생성형 AI의 생성 구조와 조건을 설계하는 글쓰기야.

🎙️메타인지라는 게 어렵네.
💬글 쓰는 과정이 투명하게 보이게 진행해나간다는 거지. 생성형 AI와 적어도 3회 이상 대화를 나눠야 한다고 말해. 피드백 받으면서 학생 자신이 첨삭의 요건을 설정하는데, 그러려면 서론의 조건이 뭔지, 쟁점의 논제가 뭔지 같은 것을 본인이 알고 있어야 하니까.

🎙️예를 들면.
💬‘나는 너(챗GPT)를 너무 많이 쓰는데 그런 걸 원치 않아, 300자로만 해줘’ 이런 조건을 달 수 있어. 학생 중에는 ‘나는 피드백 받을 때 상처를 잘 받으니까 내 글의 장점부터 이야기해줘’라고 말하는 친구도 있더라. 피드백 경험에 대해 성찰적 이해가 있는 거야. 프롬프트는 결과의 조건을 바꾸는 과정이야. 결과가 금방금방 보이니까 생성이 달라지는 경험을 하게 돼. 소비자처럼 세팅된 걸 사용하는 게 아니라. 이런 좋은 기술을 만난 거야. 내가 잘 읽고 잘 써야, 잘 이용할 수 있는 좋은 기술. 그래서 프롬프트 글쓰기가 인문계와 자연계의 결합이라고 생각하지 않고 글쓰기의 좋은 도구라고 생각했어.

🎙️프롬프트를 잘 짜야 한다는 거지? 
💬그래서 프롬프트 교육이 필요해. 좋은 글쓰기 수업이 되려면 효능감을 높여야 하는데, 프롬프트 글쓰기를 잘하면 효능감이 좋아져. 말의 힘, 글의 힘을 발견하게 돼. 생성형 AI는 굉장히 추상적인 언어를 써. 구체적으로 프롬프트를 넣어야지 구체적인 답변을 받게 돼. 그렇게 말과 글을 사용하는 아주 구체적인 경험을 할 수 있는 거야. 
박숙자 교수의 글쓰기 수업. 서강대학교
🎙️과제 에세이를 표절인지 판별하는 것도 큰일이겠어.
💬카피킬러라고 학교에서 제공하는 툴이 있어. 거기에 보면 표절률의 숫자가 표시돼. 하지만 이제는 카피킬러 표절률 숫자를 믿지 않아. 정말 참고 정도야. 일단 교수가 기술에 너무 의존하는 방식은 안 좋은 것 같아. 읽어보면 AI 돌린 흔적이 보여.

🎙️어떤 흔적이야? 
💬글의 유형이 있거든. 맥락에 맞지 않는 문장이 들어가. 이상의 ‘권태’를 이야기하면서 아내가 등장한다든지(소설 ‘권태’에는 아내가 등장하지 않는다), 한강 작가의 ‘소년이 온다’ 이야기를 하면서 맨부커상을 언급하는(맨부커상 수상작은 ‘채식주의자’다) 등의 오류들. 요즘에 문제가 되는 건 출처 없는 인용, 혹은 출처가 부정확한 인용, 출처는 있지만 좀 뻔한 문장들이야. 학생들에게 안 좋은 예로, 챗GPT가 쓴 글을 보여주고 이야기해. 그러면 학생들이 조금씩 바뀌어. 그러면서 말과 글에 대한 예민한 감각을 익혀나가는 거지. 

🎙️학생들이 GPT킬러를 돌린다고 하는데.
💬그 친구들 용어로는 ‘표절 방어’를 하는 거거든. 자기 언어에 대한 자신감이 없으면 더 많이 의존하게 돼. 그런데 표절률이 높아도 언어에 대한 감각이 없으면 고칠 수가 없어. 그렇게 되면 AI 흔적이 남은 글을 제출하게 되지. 그런 경우 더 그 학생을 신경 쓰게 돼. 

🎙️프롬프트 교육만이 아니라 여러 가지가 바뀌었겠네.
💬2025년 과정 중심으로 수업 모델을 만들었어. 결과만 가지고 학생을 평가하지 않고, 단계별로 지식과 경험을 쌓는 과정을 보는 거야. 좋은 논증 자료 찾아서 가져와야 하고, 다른 사람의 글에 대해 평가를 해주어야 해. 찬반 토론이 있으면 참여하게 하고. 그런 과정을 거쳐서 글을 쓰게 해. 글을 쓰기 전에 이미 글의 주장과 근거가 마련된 상태인 거야. 그렇게 학생들에게 글을 쓴다는 건 단지 혼자서 감당하는 일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과 같이 고민하고 토론하는 일이라는 걸 경험하는 것도 중요해.

🎙️글쓰기가 고립감을 없앤다고?
💬디지털 네이티브 세대가 정말 어떤지 짐작하기 어려울 수 있어. 학생들이 빠르게 연결하고 빠르게 접속하는 만큼, 고립되어 있어.

🎙️그건 요즘 어른도 마찬가지잖아.
💬응 그렇지. 디지털 네이티브는 그게 좀 더 서툴러. 고립과 외로움을 표현하면서도 자기 돌봄을 적극적으로 하지 못해. 그래서 이번 학기에는 마지막에 ‘자기 서사’를 쓰기로 했어. 회복과 돌봄의 플롯을 학생들에게 줘. 그 플롯에 자신이 공유할 수 있는 세 문장, 세 줄 정도를 공유하도록 했어. 

🎙️공유한다는 건 뭐야? 
💬이전에는 패들렛이라는 프로그램을 이용해서, 글을 올리고 거기에 답글을 다는 방식이었는데, 지금은 구글 독스를 활용해서 글을 공유해. 다른 학생들은 글을 읽고 코멘트를 달아주는 거지. 민감한 글들이 많아서 품평할 때 모두 익명으로 해. 학생들의 소감이 비슷해. 나만 이런 게 아니구나, 나만 힘든 게 아니구나. 친한 친구한테도 하지 않은 비밀인데 꺼내놓고 보니까 다들 비슷한 문제라는 것을 알게 돼. ‘공통 감각’이 약한 것 같아. 이런 과정을 같이 해나가는 게 중요해.

🎙️단순히 지식을 가르치고 시험 보는 학문도 있는데 이런 토론 수업이 가능해?
💬수업마다 다르겠지만, 수학이나 과학 과목 역시도 예전처럼 그렇게 목표지향적, 지식 중심적인 방식으로 수업하는 게 가능할 것 같지 않아. 예전에 문학 수업도, 대표적인 문학사 책들을 읽고 발제를 하고 익히는 과정을 가졌어. 그런데 그때도 중요한 거는 학생들이 문학사에 질문하고 스스로 문제를 발견해내거나 해결하는 능력이었어. 과거의 지식이 아니라 그 과거의 지식을 재해석해서 비판적으로 읽고 창의적으로 어떤 상상을 하는 능력이지. 지식 그 자체를 얼마나 익혔느냐는 평가 대상이 아니라고 생각해.

🎙️물리학 수업도 이론을 예습해와서 챗GPT를 이용해 서로 질문과 답을 하는 사례가 있더라.
💬챗GPT를 도구로서 어떻게 이용할까 이런 문제만은 아니야. 교수(가르침)의 질문이 다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해. 계속 말하지만 학습 환경이 바뀌었으니까. 지식의 형태가 그대로 있는 형태가 아니라 질문형이기 때문에, 질문을 잘하는 인재를 키워내야 하는 거지. 정전(正典) 중심의 지식보다는 급변하는 기술에 질문하고 정보와 아이디어를 만들어가는 게 대학의 역할이라고 봐. 지식의 허브, 지식의 플랫폼이 되는 거지. 조금 더 개방적일 필요가 있어.

🎙️대학 교수진들도 많이들 동의해?  
💬여전히 어떤 교수는 대학은 아카데믹한 진리탐구의 장이라 생각해. 챗GPT를 인정할 수 없고, 그걸 인정하면 대학이 위태롭다고 하는 이도 있고. 챗GPT의 문제를 AI 기술의 문제로 접근하기 때문인 것 같아. 기술로만 접근하니까 이걸 쓸지 말지를 결정하는 게 다거든. 하지만 계속 말하지만, 생성형 AI는 기술 이상의 학습 환경 자체의 변화이기 때문에 AI 기술을 빼고 대학 수업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아. 지금 대학이 그 정도로 급변하는 상황에 맞춰서 대처하고 있진 않지만, 서강대에서도 탐구형 수업이라고 해서 계속 새로운 시도를 하고 있어. 학생들이 질문하고 발견하는 경험을 중심으로 진행하는 수업이야. 다른 대학도 비슷한 게 있어.

🎙️AI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것에 대한 대학 간 교류도 있어?  
💬책 출간 직후보다 최근에 워크숍 초대를 많이 받고 있어. 여러 시도가 늘어나고 있어. 나는 이번에 쓰기 경험을 강조한 글쓰기 대회를 열었어.

🎙️어떤 대회? 
💬‘AI 도구 없이 쓰기’ 경험을 하는 대회야. 공동저자로 참여할 경우엔 가산점을 줬어. 글은 혼자 쓰는 거라는 개념을 바꾸고 싶었거든. “혼자 쓰지 않아도 돼”, “글은 외롭게 쓰는 것이 아니야”라고 말해주고 싶었어. 

🎙️인상적인 작품은.
💬89팀 103명이 참여했는데, 우수상을 받은 공동 저자들이 대회의 의도를 잘 알아준 것 같았어. 글쓰기는 한 개인의 고유한 영혼의 산물인 것처럼 생각되지만, 글쓰기를 같이 하면서 생각이 다르다는 것에 너무 놀랐고, 그 당연한 것을 확인하면서 새로운 쓰기 경험을 해서 즐거웠다는 내용이었어.

🎙️대상 수상작은 뭐야?
💬대상 받은 학생이 컴공과(컴퓨터공학과) 학생이었는데. 첫 문장이 “AI 도구 없이 쓰는 게 두려웠다”. 우리가 보기에는 자연스럽지 않은 문장이잖아. AI 도구 없이 쓰는 게 두려울 정도라는 거야? 그 친구의 말을 요약하면 쓰기라는 게 결국 책임의 문제라는 거였어. 쓰기는 말과 글을 책임지는 것이고, 말과 글은 결국 사회참여로 이어지더라는 내용. 너무 멋졌어.
  🖐️  Hi-five
  1. 생성형 AI를 이용한 부정행위가 적발되면서 대학가에 비상이 걸렸어. 
  2. 교수와 학생 모두 과제물 표절률을 검사에 열을 올리고 있어.
  3. 이미 학생 92%가 생성형 AI를 쓰는데 수업은 예전 그대로인 경우가 많아. 
  4. 생성형 AI 등장 이후 새로운 글쓰기 수업과 새로운 과제가 나타나고 있어.
  5. 금지와 적발을 넘어 새로운 대학 교육 모델을 만들어야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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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가는 카톡 소비자 불만이 많았던 카톡 개편 기능 일부가 바뀐대. 친구목록은 가나다순 정렬로 돌아가고 피드형 게시물은 별도 메뉴로 빠진대. 여론 반전될까?


💰이유 있는 사고 쿠팡 개인정보 유출 원인은 뭘까. 쿠팡 전·현직 직원들은 외국인 관리자 중심 체계, 속도전 중심 조직문화, 불명확한 역할과 책임을 지적해. 


💰생수병 이젠 무라벨 새해부터 생수병에 붙은 상표띠가 사라져. 대신 뚜껑 QR코드에 정보가 담긴대. 이렇게만 해도 1년에 플라스틱 사용량을 얼마나 줄이냐면.

💰깊어지는 고용절벽 2030 ‘쉬었음’ 인구가 다섯달째 70만명대야. 30대는 11월 기준 역대 최대치. 이직 등 잠시 쉬는 30대와 달리 20대는 높은 취업 문턱이 원인이래.


💰“왜 최저임금만 주나” 이재명 대통령이 공공부문 기간제·공무직 노동자에게 적정임금을 지급하라고 했어. 근속·숙련도가 임금에 반영되지 않은 공무직이 수두룩하대.


💰생활비 늘어난 이유 요즘 장보기 무섭지. 최근 5년간 식품물가가 27%나 뛰었어. 전체 물가보다  9.9%p나 높아. 과일은 귤, 식재료는 부추가 특히 많이 올랐어. 

벗, 지난주 휘클리 Vol.224: 지긋지긋한 1년, 그래도 0은 아니다 어땠어? 피드백 수가 예상했던 것보다 적었어. 내용이 어려웠던 걸까? 이벤트 상품이 없어서였을까? 이런저런 고민이 들었던 게 사실이야.🤔

인스타그램 이벤트엔 정말 많은 벗들이 참여해줬어. 적어준 한줄을 보면서 팀휘클리 마음도 몽글몽글해지고 힘이 나는 거 있지. 좋은 문장 공유해주고 친구들도 추천해줘서 다시 한번 고마워. 당첨자들 외에 남겨준 올해 문장들은 18일치 휘클리에 공유할게. 새롭에 휘클리 구독을 시작한 벗들 모두 환영해. 앞으로 잘 부탁해.


😃벌써 1년이 흘렀구나. 무슨 일이 일어날까봐 걱정하며 뉴스를 보던 게 엊그제 같은데... 내란이 단순히 나라를 혼란스럽게 만든 것뿐만 아니라 그 후 극우 세력을 키웠다는 것에 극히 공감해. 원래도 극우 세력은 도처에 분포해 있었지만 각자의 세력이었을 뿐 한 데 뭉치진 못했는데, 내란으로 인해 더욱 연대하게 되었달까... 그런 세력이 부끄러운 줄도 모르고 판치고 다니는 꼴을 보니 가슴이 답답해. 그렇지만 휘클리에서 말해준 것처럼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싸워주는 사람들도 있다는 걸 잊지 말아야겠어. 좋은 뉴스레터 고마워!


☺️내란 관련 내용을 한눈에 다 알 수 있어서 너무 유익했어!!


🍷‘나의 한줄, 너의 한잔’ 당첨자는 👉@violet**** 👉@park.**** 👉@eunchu**** 👉@shin36**** 👉@blossom___me**** 👉@non_retu**** 👉@pbme****
👉@maro.**** 👉@with1ov**** 👉@luminou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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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주 휘클리 어땠어? 더 나은 휘클리를 위해 의견 남겨줘. 다음주, 올해 마지막호에 담겼으면 하는 주제 제안은 대대환영!!! 보내준 답장은 휘클러세이에 실을게.😉
팀 휘클리는 늘 답장을 기다리고 있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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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레터는 팀 휘클리 김선식(살몬) | 권지담(2호) | 구둘래(9몬) 기자가 제작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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