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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2/4/金  웹에서 보기 | 구독하기


Vol.45 『페르마타, 이탈리아』
이금이 작가 인터뷰
LETTER
🎈 기꺼이 착각
1 || 글을 쓸 때 표지판이 아니라 위령비를 세우는 기분이 들 때가 있어요. 일기를 쓸 때 주로 그래요. 기억을 묻어 버리기 위해 하루를 기록할 때가 있다는 말이에요. 타임캡슐이라 쓰고 관이라 읽는 게 제 일기장의 이름인 것 같아요. (기억하는 것만큼 잊는 것도 중요한 것 같습니다.)

2 || 반면 제가 쓰지 않았지만 제가 읽고 있는 글은, 기억하기 위해 쓰인 글이겠죠. 당신의 경험을 복사해 내 머릿속에 저장하는 게 독서의 본령이었나요. (작문의 본령은 앞 문장에서 나와 당신의 위치만 바꾸면 되고요.) 그래서인지 '이런 건 읽고(기억하고) 싶지 않단 말이야!' 험악한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던 책들이 많았던 것 같아요. 다 좋을 수는 없죠.

3 || 그런 책이 있다면 그렇지 않은 책도 있다는 게, 여러분도 예상하는 이 글의 흐름일 테죠. 맞아요. 저는 지금 이금이 작가님의 에세이 『페르마타, 이탈리아』를 소개하고 싶어 안 보여드려도 될 것을 구태여 보여드렸어요. 작가님이 에세이로 자신을 드러냈으므로, 책을 소개하는 저 또한 어느 정도 드러나야 도리에 맞지 않나 싶었거든요. 오지랖일까요? 신뢰의 문제에 가까운 것 같아요.

4 || 여러분은 이미 제가 하고 싶은 말을  알고 있을 거예요. 『페르마타, 이탈리아』. 가치 있는 책이에요. 책이라 부를 수 있는 책이며, 공유할 가치가 있는 경험이에요. 여러분이 다녀오지 않은 이탈리아 여행을 이야기하지만, 여러분의 기억이 되어도 괜찮아요. 다시 말해, 이 책은 일기가 아니라 에세이예요.작가의 기억을 내 기억이라 '잠깐 정도는' 착각해도 좋아요. (객관화가 세계의 화두지만, 어디 착각 없이 살 수 있나요.)

5 || '됐고, 그래서 어떤 책인데?'  독자의 목소리가 들리는 것 같아 사설 이만 줄일게요. 이어지는 인터뷰를 읽어 보세요. 어떤 책인지, 충분히 톺을 수 있을 거예요.


PS. 북뉴스 말미에 여행에 관한 설문 링크가 있습니다.
아무래도 이탈리아 여행기다 보니까, 독자님들도 여행 이야기를 하고 싶지 않을까 했거든요.
외국이 아니라도 좋아요. 아니, 아니면 더 좋아요.

INTERVIEW
🎈 『페르마타, 이탈리아』 이금이 에세이

(🎱: 담당자 |   👩: 이금이)

🎱 오랜 작가 생활의 첫 에세이이자 첫 여행기. 책에 담긴 이탈리아 여행이 작가님께 얼마나 큰 의미였는지 알 수 있어요.

👩 친구와 함께 35일 동안 이탈리아 여행을 했어요. 북부 밀라노로 들어가 이탈리아 반도를 종단해 시칠리아섬까지 다녀오는 여정이었어요. 이렇게 긴 여행을 자유 여행으로 간 건 처음이었지요. 자유롭기도 했지만 좌충우돌하고 실수도 있고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만한 다채로운 여행이었어요. 에세이를 쓰려고 여행을 간 건 아니었어요. 여행을 다녀오니 그때의 추억을 정리하고 싶었어요. 그리고 함께 간 친구에게 좋은 선물이 되었으면 좋겠다라는 생각이 들어서 에세이를 썼어요. 
(←: 스펠로 | 아시시: 
(삽화 김소은: 인스타그램)
🎱 에세이를 쓰기 위한 여행이었다면 오히려 에세이는 안 나왔겠죠. 대신 가이드북으로 엮여 다른 출판사에서 나왔을 거고요. 여행을 다녀온 다음에야 보이는 감상이 에세이로 엮일 수 있지 않나 싶어요. 그런 의미에서 질문 드릴게요. 여행을 돌아봤을 때, 가장 기억 남는 곳이 어딘가요. 

👩 편하고 좋았던 곳보단 예기치 않았던 사건들이 벌어진 곳, 또는 뜻밖이었던 곳이 기억에 남아요. 제일 좋았던 기억으로 남은 곳은 스펠로예요. 꽃의 마을이라고 할 정도로 꽃 장식이 가득해요. 저는 식물을 기르고, 보는 걸 좋아해요. 처음에는 평범한 시골마을인 줄 알고 들어갔는데 아니었어요. 뜻밖의 선물처럼 느껴지는 곳이었어요.
 오랫동안 마음에 남아 있는 곳은 아시시예요. 프란체스카 성인이 나고 활동을 했던, 가톨릭을 믿는 사람들에게는 성지 같은 곳이에요. 저는 종교가 없지만 그 긴 여행을 마무리하는 휴식 같은 공간이었던 것 같아요. 지금도 루카 성에 올라가서 안개 속에서 들었던 종소리를 생각하면 위안을 받거든요. 
 사실 모든 곳이 생생하게 기억이 나요. 

(피렌체)
🎱 맞아요. 여행의 기억만한 위안 거리는 잘 없지요. 지겨움을 이겨내기 위해 육포처럼 곱씹는 기억이랄까. (비유가 이상한가.) 아무튼 그게 전부는 아닐 거예요. 여행에 또 다른 효용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 제 연배 사람들의 얘기를 들어 보면 제일 원하는 게 여행이에요. 가족이나 자식들보다 친구들하고 가는 여행을 굉장히 바라고 원하는 것 같아요. 그런데 여러 상황 상 긴 여행이나 자유 여행 가는 걸 좀 두려워하시는 것 같아요. 저도 사실 영어를 잘하는 것도 아니고, 앱이라든가 전자 도구 같은 걸 잘 다루는 사람도 아니에요. 번역기를 돌리다 실패하고 어플로 길 찾다 제대로 못 찾기도 하고. 
 다만 그런 여행을 하고 돌아왔을 때, 혹은 여행하는 과정 중에 어려움에 부닥치고 이겨 냈을 때, 굉장한 성취감과 함께 자부심이 생기더라고요. 
 말하자면 ‘나 한 달씩 자유여행 갔다 온 사람이야.’ 이런 느낌? 나이가 들다 보면 위축되기도 하고 삶이 허무하고 자신감이 없어지기도 하지만 여행을 다녀오는 것으로써 충전도 되고 앞으로 남은 삶에 대한 용기도 얻는 것 같아요. 

(fermata: 서는 것, 멈추는 것, 정지, 휴지. | 정류소, 역.)
🎱 그러니까, 역시 용기. 그 힘이 작가님 이야기들에 녹아든 게 아닐까 싶습니다. 여행 자주 다녀오시길 바랍니다. 이만 마쳐야 할 것 같아요. 마지막으로 독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 부탁 드립니다.

👩 요즘 랜선 여행이라는 말 많이들 하잖아요. 이 책이 여행하는 기분이었으면 좋겠어요, 책을 읽는 동안 여행에 대한 갈증을 조금이나마 풀어 줄 수 있는 책이었으면, 작가 이금이, 인간 이금이라는 사람과 조금 더 가까워지는 그런 책이었으면 합니다.


COMMUNITY
🎈 독자와의 대화
10년 후 우리 생활은 어떻게 변할까. 몰라요. 알고 싶지도 않아요. 그렇다면 10년 후에도 변하지 않을 건 뭘까. 10년 후에 무엇이 변할지 궁금해하는 사람들과, 그것에 관해 회의적으로 말하는 저 같은 사람들이 있을 테죠. 그러니까, 사람은 그대로 있을 거예요. 사람과 사람 사이의 대화도요. 

진부하죠? (오그라들고.) 진부하니까 10년 후에도 남을 수 있는 거예요.

진부한 말을 하기 위해 향후 10년을 들먹였습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피드백 많이 주세요. 부탁해요.

(👀: 독자 | 🎱: 담당자)


👀: 주류 출판사의 비주류 뉴스레터. 하지만 책의 흥미를 끌기엔 너무 좋았다. 죽음에 관해서는 선생이 아니라 친구가 필요하다는 말에 공감하고 간다. 

🎱: 사견이지만 어느 순간부터 동감 대신 공감이 득세하는 것 같습니다. 동감은 "어떤 의견이나 생각에 한가지로 똑같이 느낌"이고, 공감은 "남의 주장이나 감정, 생각 따위에 찬성하여 자기도 그렇다고 느낌"이라는 뜻입니다. 뉘앙스에 차이가 있어요. 동감 대신 공감을 쓴다는 건, 사람들이 각자의 생각이 100% 똑같을 수는 없다는 사실에 주목하고 있다는 증거일지 모르겠습니다.
지난 뉴스레터를 읽은 독자님의 마음에 동감 아닌 공감을 만든 1%의 차이가 궁금해지는 대목입니다. 독자님은 죽음에 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지금 말하고 있는 책은 『내일 아침에 눈을 뜰 수 없겠지만』입니다.) 이 답글을 읽고 있는 여러분도 생각해 보시면 좋을 것 같아요. 

"모든 발자국 가운데 코끼리의 발자국이 최고이고 마음을 다스리는 명상 가운데 죽음에 대한 명상이 최상이노라."-『대반열반경』- 출처



👀: 북뉴스 읽고 어딘가에서 회신하고 있을 다른 친구(?)들의 답변이 매번 기대됩니다. 이건 정말...... 외계 생명체와 통신을 주고 받는 느낌이랄까......? 그렇다면 담당자님은 매개체일까 숙주일까.. ㅋㅋ다음 통신도 기다려집니다. 늦었지만 모두들 새해 복 많이 받으시길. 일복은 빼고요.

🎱: <인디펜디던스 데이>라는 20세기 영화가 있습니다. 외계인이 지구 침공하는 영화인데요. 전방위적으로 오류 투성이인 이 영화에서 가장 쇼킹한 오류(혹은 영화적 상상력)는 외계인의 컴퓨터가 인간이 만든 컴퓨터 바이러스에 감염이 된다는 거예요. 외계인들이 마이크로소프트나 애플이 만든 운영체제와 비슷한 걸 쓴다는 거죠...... 물론 침팬지와 인간의 유전자가 거의 같다는 사실을 상기하면 아주 불가능한 것도 아닌 것 같기도요. 다 한끝 차이입니다. 아무튼, 20세기 말은 저도 거의 기억 나지 않지만 지금과 달리 '위아더월드' 같은 세계였어요. 저나 여러분, 그리고 침팬지. 모두 친구라는 말입니다. (?) 
 
 동문서답이었나요. 피드백 많이 보내 주세요~



👀: 신박한 댓글에 신박한 답변이 웃음 짓게 했어요. 청소년은 누구인가? 청소년문학은 무엇일까, 잠시 생각했습니다.

🎱: 제 답변이 신박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그 나물에 그 밥이 나오는 걸 막을 수는 없어요.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아라. 헌 부대가 되기 전까지는 최선을 다 하겠습니다. 그 이후는 모르겠어요. 신박하다 말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  이상하게 중독되는 글을 쓰시네요! 빠져듭니다.

🎱: 중독은 몸과 마음에 해롭습니다.



👀: 농담은 진화한다. 하하. / 그림책 특집 원츄요.

🎱: 다음은 그림책 특집입니다. 담당자 개인 블로그처럼 이 북뉴스가 이어지고 있는 상황. 앞으로 어떤 게 나올지 모르겠습니다. 많이 제안해 주세요. 소재가 늘 궁해요.




이번 북뉴스도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장바구니에 주황색 책이 안 보인다면 다시 가서.......

다음 북뉴스는 그림책 큐레이션입니다.
많이 기대해 주세요~


PS.
피드백은 북뉴스 만드는 일에 큰 도움이 됩니다.

PS1.
이번 북뉴스는 『페르마타, 이탈리아』. 여행 에세이에 관한 것이었습니다.
여행 관련한 짧은 설문을 준비했어요.
아래 링크를 통해 간단히 답해 주시면 정말로 감사하겠습니다!




(주)사계절출판사
파주시 회동길 252
031 955 85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