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독 감사합니다. Vol.45 『페르마타, 이탈리아』 이금이 작가 인터뷰 LETTER 🎈 기꺼이 착각 1 || 글을 쓸 때 표지판이 아니라 위령비를 세우는 기분이 들 때가 있어요. 일기를 쓸 때 주로 그래요. 기억을 묻어 버리기 위해 하루를 기록할 때가 있다는 말이에요. 타임캡슐이라 쓰고 관이라 읽는 게 제 일기장의 이름인 것 같아요. (기억하는 것만큼 잊는 것도 중요한 것 같습니다.) 2 || 반면 제가 쓰지 않았지만 제가 읽고 있는 글은, 기억하기 위해 쓰인 글이겠죠. 당신의 경험을 복사해 내 머릿속에 저장하는 게 독서의 본령이었나요. (작문의 본령은 앞 문장에서 나와 당신의 위치만 바꾸면 되고요.) 그래서인지 '이런 건 읽고(기억하고) 싶지 않단 말이야!' 험악한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던 책들이 많았던 것 같아요. 다 좋을 수는 없죠. 3 || 그런 책이 있다면 그렇지 않은 책도 있다는 게, 여러분도 예상하는 이 글의 흐름일 테죠. 맞아요. 저는 지금 이금이 작가님의 에세이 『페르마타, 이탈리아』를 소개하고 싶어 안 보여드려도 될 것을 구태여 보여드렸어요. 작가님이 에세이로 자신을 드러냈으므로, 책을 소개하는 저 또한 어느 정도 드러나야 도리에 맞지 않나 싶었거든요. 오지랖일까요? 신뢰의 문제에 가까운 것 같아요. 4 || 여러분은 이미 제가 하고 싶은 말을 알고 있을 거예요. 『페르마타, 이탈리아』. 가치 있는 책이에요. 책이라 부를 수 있는 책이며, 공유할 가치가 있는 경험이에요. 여러분이 다녀오지 않은 이탈리아 여행을 이야기하지만, 여러분의 기억이 되어도 괜찮아요. 다시 말해, 이 책은 일기가 아니라 에세이예요.작가의 기억을 내 기억이라 '잠깐 정도는' 착각해도 좋아요. (객관화가 세계의 화두지만, 어디 착각 없이 살 수 있나요.) 5 || '됐고, 그래서 어떤 책인데?' 독자의 목소리가 들리는 것 같아 사설 이만 줄일게요. 이어지는 인터뷰를 읽어 보세요. 어떤 책인지, 충분히 톺을 수 있을 거예요. PS. 북뉴스 말미에 여행에 관한 설문 링크가 있습니다. 아무래도 이탈리아 여행기다 보니까, 독자님들도 여행 이야기를 하고 싶지 않을까 했거든요. 외국이 아니라도 좋아요. 아니, 아니면 더 좋아요. INTERVIEW 🎈 『페르마타, 이탈리아』 이금이 에세이 (🎱: 담당자 |
👩: 이금이) 🎱 오랜 작가 생활의 첫 에세이이자 첫 여행기. 책에 담긴 이탈리아 여행이 작가님께 얼마나 큰 의미였는지 알 수 있어요. 👩 친구와 함께 35일 동안 이탈리아 여행을 했어요. 북부 밀라노로 들어가 이탈리아 반도를 종단해 시칠리아섬까지 다녀오는 여정이었어요. 이렇게 긴 여행을 자유 여행으로 간 건 처음이었지요. 자유롭기도 했지만 좌충우돌하고 실수도 있고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만한 다채로운 여행이었어요. 에세이를 쓰려고 여행을 간 건 아니었어요. 여행을 다녀오니 그때의 추억을 정리하고 싶었어요. 그리고 함께 간 친구에게 좋은 선물이 되었으면 좋겠다라는 생각이 들어서 에세이를 썼어요. ![]() ![]() (←: 스펠로 | 아시시: →) (삽화 김소은: 인스타그램) 🎱 에세이를 쓰기 위한 여행이었다면 오히려 에세이는 안 나왔겠죠. 대신 가이드북으로 엮여 다른 출판사에서 나왔을 거고요. 여행을 다녀온 다음에야 보이는 감상이 에세이로 엮일 수 있지 않나 싶어요. 그런 의미에서 질문 드릴게요. 여행을 돌아봤을 때, 가장 기억 남는 곳이 어딘가요. 👩 편하고 좋았던 곳보단 예기치 않았던 사건들이 벌어진 곳, 또는 뜻밖이었던 곳이 기억에 남아요. 제일 좋았던 기억으로 남은 곳은 스펠로예요. 꽃의 마을이라고 할 정도로 꽃 장식이 가득해요. 저는 식물을 기르고, 보는 걸 좋아해요. 처음에는 평범한 시골마을인 줄 알고 들어갔는데 아니었어요. 뜻밖의 선물처럼 느껴지는 곳이었어요. 오랫동안 마음에 남아 있는 곳은 아시시예요. 프란체스카 성인이 나고 활동을 했던, 가톨릭을 믿는 사람들에게는 성지 같은 곳이에요. 저는 종교가 없지만 그 긴 여행을 마무리하는 휴식 같은 공간이었던 것 같아요. 지금도 루카 성에 올라가서 안개 속에서 들었던 종소리를 생각하면 위안을 받거든요. 사실 모든 곳이 생생하게 기억이 나요. (피렌체) 🎱 맞아요. 여행의 기억만한 위안 거리는 잘 없지요. 지겨움을 이겨내기 위해 육포처럼 곱씹는 기억이랄까. (비유가 이상한가.) 아무튼 그게 전부는 아닐 거예요. 여행에 또 다른 효용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 제 연배 사람들의 얘기를 들어 보면 제일 원하는 게 여행이에요. 가족이나 자식들보다 친구들하고 가는 여행을 굉장히 바라고 원하는 것 같아요. 그런데 여러 상황 상 긴 여행이나 자유 여행 가는 걸 좀 두려워하시는 것 같아요. 저도 사실 영어를 잘하는 것도 아니고, 앱이라든가 전자 도구 같은 걸 잘 다루는 사람도 아니에요. 번역기를 돌리다 실패하고 어플로 길 찾다 제대로 못 찾기도 하고. 다만 그런 여행을 하고 돌아왔을 때, 혹은 여행하는 과정 중에 어려움에 부닥치고 이겨 냈을 때, 굉장한 성취감과 함께 자부심이 생기더라고요. 말하자면 ‘나 한 달씩 자유여행 갔다 온 사람이야.’ 이런 느낌? 나이가 들다 보면 위축되기도 하고 삶이 허무하고 자신감이 없어지기도 하지만 여행을 다녀오는 것으로써 충전도 되고 앞으로 남은 삶에 대한 용기도 얻는 것 같아요. (fermata: 서는 것, 멈추는 것, 정지, 휴지. | 정류소, 역.) 🎱 그러니까, 역시 용기. 그 힘이 작가님 이야기들에 녹아든 게 아닐까 싶습니다. 여행 자주 다녀오시길 바랍니다. 이만 마쳐야 할 것 같아요. 마지막으로 독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 부탁 드립니다. 👩 요즘 랜선 여행이라는 말 많이들 하잖아요. 이 책이 여행하는 기분이었으면 좋겠어요, 책을 읽는 동안 여행에 대한 갈증을 조금이나마 풀어 줄 수 있는 책이었으면, 작가 이금이, 인간 이금이라는 사람과 조금 더 가까워지는 그런 책이었으면 합니다. COMMUNITY 🎈 독자와의 대화 10년 후 우리 생활은 어떻게 변할까. 몰라요. 알고 싶지도 않아요. 그렇다면 10년 후에도 변하지 않을 건 뭘까. 10년 후에 무엇이 변할지 궁금해하는 사람들과, 그것에 관해 회의적으로 말하는 저 같은 사람들이 있을 테죠. 그러니까, 사람은 그대로 있을 거예요. 사람과 사람 사이의 대화도요. 진부하죠? (오그라들고.) 진부하니까 10년 후에도 남을 수 있는 거예요. 진부한 말을 하기 위해 향후 10년을 들먹였습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피드백 많이 주세요. 부탁해요. (👀: 독자 | 🎱: 담당자) 👀: 주류 출판사의 비주류 뉴스레터. 하지만 책의 흥미를 끌기엔 너무 좋았다. 죽음에 관해서는 선생이 아니라 친구가 필요하다는 말에 공감하고 간다. 🎱: 사견이지만 어느 순간부터 동감 대신 공감이 득세하는 것 같습니다. 동감은 "어떤 의견이나 생각에 한가지로 똑같이 느낌"이고, 공감은 "남의 주장이나 감정, 생각 따위에 찬성하여 자기도 그렇다고 느낌"이라는 뜻입니다. 뉘앙스에 차이가 있어요. 동감 대신 공감을 쓴다는 건, 사람들이 각자의 생각이 100% 똑같을 수는 없다는 사실에 주목하고 있다는 증거일지 모르겠습니다. 지난 뉴스레터를 읽은 독자님의 마음에 동감 아닌 공감을 만든 1%의 차이가 궁금해지는 대목입니다. 독자님은 죽음에 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지금 말하고 있는 책은 『내일 아침에 눈을 뜰 수 없겠지만』입니다.) 이 답글을 읽고 있는 여러분도 생각해 보시면 좋을 것 같아요. 👀: 북뉴스 읽고 어딘가에서 회신하고 있을 다른 친구(?)들의 답변이 매번 기대됩니다. 이건 정말...... 외계 생명체와 통신을 주고 받는 느낌이랄까......? 그렇다면 담당자님은 매개체일까 숙주일까.. ㅋㅋ다음 통신도 기다려집니다. 늦었지만 모두들 새해 복 많이 받으시길. 일복은 빼고요. 🎱: <인디펜디던스 데이>라는 20세기 영화가 있습니다. 외계인이 지구 침공하는 영화인데요. 전방위적으로 오류 투성이인 이 영화에서 가장 쇼킹한 오류(혹은 영화적 상상력)는 외계인의 컴퓨터가 인간이 만든 컴퓨터 바이러스에 감염이 된다는 거예요. 외계인들이 마이크로소프트나 애플이 만든 운영체제와 비슷한 걸 쓴다는 거죠...... 물론 침팬지와 인간의 유전자가 거의 같다는 사실을 상기하면 아주 불가능한 것도 아닌 것 같기도요. 다 한끝 차이입니다. 아무튼, 20세기 말은 저도 거의 기억 나지 않지만 지금과 달리 '위아더월드' 같은 세계였어요. 저나 여러분, 그리고 침팬지. 모두 친구라는 말입니다. (?) 동문서답이었나요. 피드백 많이 보내 주세요~ 👀: 신박한 댓글에 신박한 답변이 웃음 짓게 했어요. 청소년은 누구인가? 청소년문학은 무엇일까, 잠시 생각했습니다. 🎱: 제 답변이 신박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그 나물에 그 밥이 나오는 걸 막을 수는 없어요.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아라. 헌 부대가 되기 전까지는 최선을 다 하겠습니다. 그 이후는 모르겠어요. 신박하다 말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 이상하게 중독되는 글을 쓰시네요! 빠져듭니다. 🎱: 중독은 몸과 마음에 해롭습니다. 👀: 농담은 진화한다. 하하. / 그림책 특집 원츄요. 🎱: 다음은 그림책 특집입니다. 담당자 개인 블로그처럼 이 북뉴스가 이어지고 있는 상황. 앞으로 어떤 게 나올지 모르겠습니다. 많이 제안해 주세요. 소재가 늘 궁해요. 이번 북뉴스도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장바구니에 주황색 책이 안 보인다면 다시 가서....... 다음 북뉴스는 그림책 큐레이션입니다. 많이 기대해 주세요~ PS. 피드백은 북뉴스 만드는 일에 큰 도움이 됩니다. PS1. 이번 북뉴스는 『페르마타, 이탈리아』. 여행 에세이에 관한 것이었습니다. 여행 관련한 짧은 설문을 준비했어요. 아래 링크를 통해 간단히 답해 주시면 정말로 감사하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