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기 교육감, '미래 교육' 전환 예고 / 부모 재력에 따른 학력 격차 더 커져 / 영어, 일찍 배우면 더 잘할까?

"여러분, 옆을 보세요. 여기가 보건실이에요."

1학년 교육과정에는 학교에 처음 오게 된 아이들을 위한 학교탐방내용이 있어요. 담임선생님과 함께 학교도 둘러보고, 특별실의 위치와 이용 방법을 배우는 시간이죠. 학교가 처음인 만큼 아이들에게는 보건실도 낯선 공간인데요. 그렇기 때문에 보건실은 언제 가는 곳이고, 우리 학교 보건실은 어디에 있는지 배워요. 이때부터 1학년 아이들의 좌충우돌 적응기가 시작되면서 보건실과 관련된 많은 에피소드가 생기기도 합니다.

"선생님.. 배가 너무 아파요. 도와주세요."

1학년 재성이가 허리도 펴지 못한 채 아주 심각한 얼굴로 아프다고 하소연했어요. 아이의 복통 호소가 심하기 때문에 제일 먼저 맹장 부위를 확인해 보았죠. 하지만 아이는 맹장 부위는 전혀 아프지 않았고, 아랫배 부분 중 직장 부위에 심한 통증을 호소하였어요.

"재성이 혹시 화장실은 다녀왔나요?"

"아침에 집에서 오줌 누고 왔어요."

"오줌 말고, 큰일은? 대변은 봤나요?"

"응아요? 언제 누었는지 기억이 안 나요... 선생님 배가 너무 아파요..."

아이와 대화하며 감이 왔지만, 일단 아이가 너무 심하게 통증을 호소하기에 따뜻한 물을 한잔 마시게 하고 잠시 쉬게 해주었어요. 잠시 후 역시나 재성이는 화장실에 가고 싶다고 했어요. 웃음이 났지만 참고, 재빨리 재성이를 화장실에 보냈습니다. 처음 초등학교 보건교사로 일할 때는 갑작스럽게 복통을 호소하는 1학년 아이들을 보고, 심각한 질병일까 놀라기부터 했었죠. 하지만 아이들을 많이 접하고 나서는 여유가 생기게 되었답니다.

1학년 아이들은 아직 대변이 급해서 배가 아픈 것인지, 다른 이유로 아픈 것인지 잘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요. 그래서 학기 초에는 재성이와 같은 일이 생각보다 빈번하게 일어나곤 해요. 또한 변비를 가지고 있는 아이들도 많기 때문에 아랫배가 아플 때 화장실은 가보았는지 묻고, 다녀오지 않았다면 화장실에 먼저 다녀올 수 있도록 해줘야 합니다.

"선생님, 저 코에서 피가 나요."

누군가 다급하게 걸어오는 발소리와 함께 보건실 문이 열렸어요. 하지만 아무도 들어오지 않아 고개를 들어 보건실 문을 바라보았더니, 1학년 도경이가 휴지로 코를 막고서는 울기 직전인 얼굴로 서 있었어요. 다가오라는 손짓에 보건실로 들어온 도경이는 결국 참고 있던 눈물을 터트렸죠. 놀란 마음으로 보건실에 달려왔을 도경이를 생각하니 마음이 안되어서 아이를 위로하고 안심시켜 주었어요. 그러자 울음소리는 멈췄지만, 여전히 도경이의 큰 눈동자에는 눈물이 차올랐지요. 처음 난 코피를 보고 많이 놀란 모양이에요.

"선생님 저 코에서 피가 처음 나 봤어요. 너무 무서웠어요."

"누구나 코피가 날 수 있어요. 괜찮아요. 너무 놀라지 않아도 돼요."

한참 눈물을 흘리던 도경이는 진정을 했고, 코피도 어느 정도 지혈되어 다시 교실로 돌아갔어요. 그 다음 날이었어요. 점심을 먹고 오니, 도경이가 보건실 문 앞에서 서성이고 있었어요.

"어제 저 너무 무서웠는데, 저 잘 치료해 주셔서 감사해요.

감사의 인사를 드리려고 왔어요."

그렇게 아이는 수줍게 감사의 인사말을 전하고는 돌아갔죠. 보건교사로 일하면서 여러 가지 힘든 일도 많지만, 이런 아이들을 보면서 힐링이 되기도 해요. 그 뒤로 도경이는 자기는 보건선생님과 엄청 친하다며 자랑을 하고 다니곤 했답니다.

• 지난 링키레터에서 어떤 콘텐츠가 가장 좋았는지 여쭤봤는데요. 많은 분이 '몰입을 위한 나만의 루틴 만들기'가 유익했다고 답변해주셨어요. 감사합니다!
• 설 연휴를 맞아 링키레터도 한 회 쉬어갑니다. 다음 목요일(26일)에 더 유익한 정보로 찾아뵐게요. 모두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