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가 친구들의 얘기를 듣고 상처받는다는 거는 너도 친구들의 말에 어느 정도 동의한다는 게 아닐까?"

"(잠깐 침묵) ... 맞아요. 제 생각에도 저는 진짜 못생긴 거 같아요. 매일 거울 볼 때마다 못생긴  자신이 너무 싫어져요. 몸이 뚱뚱해서 어떤 옷을 입어도 예쁘지도 않고 힘만 세고..."

"근데 생각해 봐. 친구들이 외모로만 너를 판단할까? 민정이 너는 친구들을 바라볼 때 외모만으로 판단하니?"

"아뇨... 성격이랑 이런저런 다른 것들도 보죠."

"맞아, 대부분의 사람이 그렇지. 지금 선생님이 얘기하고 싶은 건 '외모 따위는 전혀 중요하지 않다.'는 아니야. 사람들의 호감을 끌어내는 데는 외모도 어느 정도 역할을 하지. 하지만 외모만 중요한 건 아니야. 네 말대로 성격도 중요하고, 말재주나 그 사람만의 개성, 고유하게 가지고 있는 재능 같은 다양한 요소들이 사람의 호감에 영향을 미치거든."

"근데 저는 다른 매력이 없어요..."

"네가 무슨 매력이 없어? 그림도 잘 그리고, 성격도 괜찮고, 생각도 깊고! 그리고 넌 아직 어리니까 네 매력을 충분히 계발할 시간이 있잖아? 지금부터 몇 개 선택해서 너만의 매력을 키워 나가 봐!"

"선생님, 그럼 저는 뭘 계발하면 좋을까요?"

"네가 원하는 건 뭐든지? 하지만 그건 확실하게 해야 해. 무슨 목표를 정하기 전에, 네가 현재 노력해서 바꿀 수 있는 것과 노력해도 바꿀 수 없는 것을 구분해서 바꿀 수 있는 것에 집중하는 게 필요해. 예로 외모를 들어보자. 지금 살 빼는 거나 옷을 잘 입는 건 네 노력으로 충분히 가능하지? 하지만 갑자기 이목구비가 달라진다거나 연예인처럼 얼굴이 바뀌는 거는 초등학생인 네가 가능할까?

이렇게 네가 바꿀 수 있는 것과 없는 것을 냉정하게 구분해서, 바꿀 수 있는 것들에 에너지를 집중하기를 선생님은 추천해. 지금 당장은 너는 외모가 신경 쓰일 테니, 다이어트하는 것도 괜찮겠다. 건강에도 좋고. 그리고 선생님이 장담하는데, 네가 노력해서 무언가 긍정적인 방향으로 바뀌는 게 네 눈으로 보이잖아? 그땐 너무 재미있고 좋아서 지금의 암울한 기분은 기억조차 나지 않을걸? 선생님 말 믿고 하나씩 하나씩 해보자. 일단 오늘부터 다이어트 시작해 보는 거 어때? 데일리 리포트로 매일 인증하는 것도 좋겠다."

일기장에도 살을 빼겠다는 다짐을 적고, 매일 데일리 리포트를 통해 운동 미션을 인증하기도 했어요. 하지만 그 변화도 잠시, 얼마 후 민정이는 울상이 된 표정으로 저를 찾아왔죠.

"선생님, 너무 힘들어요. 며칠 동안 운동하면서 재미도 있고 살도 빠지는 느낌이 들어서 기분이 괜찮았거든요? 근데 또 애들한테 뚱뚱하다는 얘기를 들었어요. 그 소리 들으니까 다 포기하고 싶어요. 이럴 때는 어떻게 하면 돼요?"

"음... 이건 선생님이 좀 고민을 해봐야겠네. 고민해 보고 나중에 알려줄게!"

미봉책으로 민정이를 놀리는 반 아이들에게 주의를 줄까 생각해 보았지만, 그건 장기적인 해결책이 아니었어요. 졸업을 하고 해가 바뀌면서 새로운 친구들을 만나고 언젠가 비슷한 얘기를 들을 텐데, 그때는 제가 신경을 쓸 수 없으니까요. 민정이의 내면이 바뀌는 방법밖에는 해결책이 없다고 생각했고, 며칠을 고민하다 얼마 전에 읽은 심리학 책의 내용이 떠올랐어요.

이 모든 공포의 밑바닥에는 자신이 뭔가 부족할까 봐 두려워하고 자신이 부족하기 때문에 버려질지도 모른다는 부족함 공포가 깔려있다. (중략) 부족함 공포는 우리 삶을 통제한다. 그렇다면 이것을 우리 삶에서 어떻게 찾아낼 수 있을까? 부족함 공포를 살살 달래 숨어 있던 곳에서 나오게 만들면 이를 긍정적인 무언가로 바꿀 수 있다. 이 모든 과정은 공포를 바라보고, 대면하고, 대체하는 3단계로 구성된다. (p.162)

- 「나를 단단하게 만드는 심리학」(피파 그레인지 지음, 2022년, ⓒ상상스퀘어)

우선 민정이와 함께 외모 콤플렉스에 숨어 있는 기저 감정들을 살펴보았어요. 사람들에게 사랑받고 싶은 욕구, 그 밑에는 사람들에게 버려질지 모른다는 공포. 자신만 그런 건가 두려워하는 민정이에게 누구나 사랑받고 싶어 하고, 버림받을까 봐 두려워한다는 것도 알려줬어요. 선생님 또한 그렇다고요.

이번에는 좀 더 깊이 파고들어 가장 공포를 느끼는 순간이 언제인지 물었어요. 그러자 민정이는 친구들이 상처 주는 말을 했을 때라 답했어요. '못생겼다. 살쪘다. 돼지 같다.' 이런 얘기를 들을 때 특히 그렇다고 했죠. 또 그 순간을 생각할 때 떠오르는 이미지나 느낌을 묻자, 눈에 눈물이 고이며 누군가 몸을 칼로 찌르는 느낌이 든다고 했어요. 

"아... 그동안 민정이는 계속 그런 느낌을 받았었구나. 많이 힘들었겠네. 그럼 이제 그 이미지를 긍정적인 이미지로 바꾸는 작업을 할 건데, 어떤 이미지로 바꾸는 게 좋을까?"

"(한참을 고민하다) 모르겠어요..."

"흠... 웹툰 마니아인 선생님의 생각으로는 누군가가 찌른 칼이 네 몸에 닿았을 때, 네 몸에서 빛이 나면서 오히려 그 칼을 네가 흡수하는 거야. 칼의 철붙이는 네 몸의 단단한 갑옷이 되는 거고. 오히려 누군가 찌른 칼들이 너를 더 강력하게 만들어 주는 거지. 어때?"

"오... 괜찮은데요?"

"그럼 나쁜 말을 들었을 때마다 이 이미지를 떠올리는 연습을 한 번 해보자. 자, 처음부터 시작!"

늘어나는 돌봄에 교사단체 반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