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이란 출세를 위해서가 아니라 더욱 관대해지기 위함이다."

또 그가 주장했던 교육의 효과는 책 읽기의 효과와 다르지 않다고 생각해요. 책 읽기를 통해서 우리는 관대해지거든요. 유튜브를 명목으로 4년간 매주 한 권씩의 책을 소개하면서 아이들 책을 많이 읽었는데요. 작가들은 책을 통해 각양각색의 이야기를 전하지만 그들이 책을 통해 말하는 바는 결국 하나의 물줄기를 향해 흐르는 것을 보았어요. 바로 '타인에 대해 좀 더 넓은 마음을 가지라는 것'이었어요.

사실 요즘은 착하게 살면 바보라는 말을 듣는 시대예요. 자기 자신도 돌보지 못하면서 다른 사람을 챙기는 것이 매우 미련하게 보이죠. MZ세대를 중심으로 개인주의적인 문화가 만연해지고, 나 자신의 케어가 중요해진 시대에 어쩌면 당연할지도 몰라요. 그런데 과연 사회 분위기가 이러니 우리 아이에게도 자기의 안위만 챙기며 살라고 그렇게 가르치는 것이 옳은 것일까요?

아이들에게 오래전 내가 배워왔던 가치를 가르치는 것이 헷갈리는 요즘, 우연히 학교에서 주최하는 학부모 강의를 통해 광고 영상 하나를 보게 되었어요. 그 영상 속에서는 바보 같아 보이는 한 남자가 나와요. 그는 매일 아침 차를 파는 할머니의 리어카 옮기는 것을 도와주고, 거리에서 구걸하는 모녀에게 적선하죠. 주변 사람들은 청년의 그런 행동을 보면서 혀를 끌끌 차곤 하고요. 그들은 청년이 밑 빠진 독에 물을 붓는 것처럼 쓸데없는 일을 한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그런 마음을 대변하듯 광고 속 내레이션 역시 매일 반복되는 선행에 그가 얻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고 말해요. 하지만 광고의 말미에 구걸하던 아이는 사라지고 교복을 입고 웃는 얼굴로 등교하는 모습이 나와요. 바로 청년의 바보 같음이 만들어 낸 기적이었어요.

물론 그것이 잘못된 것은 아니에요. 저 또한 초창기엔 그에 동의했고 그런 목적으로 아이들에게 독서를 강조했었어요. 어찌 보면 문해력은 학습을 위한 기초작업과 같은 것이고 문해력이 뒷받침되지 않는 공부는 모래 위에 성을 짓는 것처럼 한계가 있는 일이기 때문이에요. 독서를 통해 논리력 사고력을 갖춘 아이들이 수업을 잘 따라가고 또 좋은 성취를 보이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귀결이죠. 하지만 이제는 여기서 좀 더 나아가기를 기대해요. 문해력 너머에 있는 그 무엇인가를 말이에요.

비록 아이들 책이긴 하지만 문학책을 계속해서 읽으면서 깨달은 것은 바로 타인에 대한 배려와 이해였어요. 책 속의 주인공들을 통해 다양한 삶을 알게 됐고, 그들의 삶을 간접적으로 알게 됐죠. 고전이라 불리는 대가의 작품들 역시 비슷했고요. 삶은 참으로 별볼일없지만, 그 가운데 작은 희망을 발견하는 삶을 살라는 것. 그 희망의 바탕에는 결국 타인과의 유대가 필수라는 것. 그것이 바로 그들이 공통으로 전하는 메시지였어요.

지구상에 존재하는 생명체 중 인간만이 자녀를 독립시키기까지 무려 20년 정도의 돌봄과 교육이 필요하다고 해요. 그런데 그 기간 우리가 아이를 키우면서 목표로 하는 것은 과연 그들의 온전한 성장일까요? 아니면 누군가보다 더 잘나기 위한 출세일까요? 혼자의 힘만으로 살아갈 수 없는 세상 속에서 우리 삶에는 어떤 식으로든 연대가 필요하다는 것을 책은 끊임없이 알려줘요. 

자칫 이야기가 다소 무겁게 흘러간 것 같지만 말하고자 하는 바는 어려운 이야기가 아니에요. 게다가 책을 통해서 모두가 착한 사람이 됐으면 좋겠다는 그런 허무맹랑한 이야기를 하고자 하는 것은 더욱 아니고요. 그저 조금 더 타인을 이해하고 배려할 수 있는 그런 마음을 한편에 마련하자는 것이에요. 누군가에게 피해를 주는 일이 아니라면, 나와 다른 누군가의 모습과 행동이 비록 나의 성향과 일치하지 않는다고 할지라도 그것이 잘못된 것이라 여기며 매도하지 않는 것. 그냥 그럴 수 있구나. 저런 사람도 있구나. 그 다양성을 인정할 수 있는 그런 자세 말이에요.

여기 <실패 도감>이라는 책이 있어요. 이 책에는 우리가 알고 있는 수많은 위인의 실패담이 나오죠. 세계적 작가인 ‘나쓰메 소세키’가 영국 유학 시절 말도 통하지 않고, 넉넉지 않은 경제 사정 때문에 소위 ‘은둔형 외톨이’가 되었다는 이야기, ‘월트 디즈니’가 신문사에서 만화를 그릴 때 상상력이 없다는 이유로 해고당했다는 이야기, 영원한 요정이라 불리는 ‘오드리 햅번’ 역시 당시의 미의 기준과 다른 깡마른 몸매와 각진 얼굴이 콤플렉스였다는 이야기 등 유명 인사들의 실패 이야기를 읽다 보면 실패라는 것이 무엇인지 새삼 생각해 보게 될 것이에요.

이 책을 읽고 ‘실패’라는 그 단어가 한 인간을 좌절로 이끄는 무겁고 어둡기만 한 단어가 아님을 아이들이 알게 되면 좋겠어요. 실제로 인생이란 매번 짜릿한 행복감을 느끼는 순간 들로만 가득 찬 것이 아니라 지루하고 단조로운 일상의 연속인 것처럼 실패 역시 우리 삶을 망치게 하는 거대한 걸림돌이 아닌, 그냥 일상이라는 것을 말이에요.

눈 뜨면 누군가의 성공담이 물밀듯이 쏟아지는 세상이에요. 각종 SNS의 발달로 우리는 사람들의 성공담을 자주 접하면서 그렇게 화려하게 사는 것을 누구나 당연한 것으로 여기고 있거든요. 하지만 삶은 그렇지 않잖아요. 보이는 것과 현실 삶의 차이를 인지하고 우리 아이들에게 실패를 좌절감으로 연결하지 않도록 도와주세요.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님을 알기 위해서는 식상하지만, 미디어를 조금 멀리하고 책을 좀 더 가까이하는 삶을 선택하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에요. 앞서 언급했던 은유 작가는 오랜 시간 책을 읽고 글을 쓰면서 상황은 바꿀 수 없지만 상황을 다르게 바라보는 힘을 가지게 됐음을 강조하기도 했어요.

오늘 밤엔 다 같이 식탁에 둘러앉아 부모의 실패담을 한 번 늘여 놓아보는 건 어떨까요? 다 자란 어른 역시도 인생은 힘든 것이고, 이렇게 어른이 되기까지 무수한 실패가 있었다는 것을, 부모 역시도 완벽한 인간이 아님을 토로하며 아이들과 실패의 경험을 공유해 보세요. 화려한 성공이 특정 사람만의 고유물일 수 있지만 실패는 그 어떤 사람도 비켜 갈 수 없는 우리 삶의 베이스라는 것을 인지할 때, 우리 삶은 한결 가벼워질지도 모르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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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링키레터에서 어떤 콘텐츠가 가장 좋았는지 여쭤봤는데요. 많은 분이 '생명을 살려요! 응급처치 교육'이 유익했다고 답변해주셨어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