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에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진행하고 있는 이건희 컬렉션을 소개해 줬었지? 이번 주에는 날 좋은 날을 골라서 엄마랑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진행하고 있는 어느 수집가의 초대(aka.이건희 컬렉션)을 다녀왔어. 어쩌다 보니 1주일 1이건희 컬렉션을 보게 되었네.🤣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진행하고 있는 어느 수집가의 초대는 4월 28일~8월 28일까지 진행하고 티켓값은 성인 기준 5000원이야. 예매는 인터파크를 통해 할 수 있는데, 현재는 모두 매진되었어. 취켓팅을 노려 볼 친구들을 위해 링크 남겨둘게. 사전 예매 이외에도 현장에서 한 타임당 30장에 한 해서 현장 발권이 가능해. 나도 현장 발권을 통해서 관람하고 왔어!
전시가 어땠는지 결론만 먼저 얘기하자면 나는 MMCA의 이건희 컬렉션 보다 국중박의 이건희 컬렉션이 더 좋았어. 규모도 훨씬 컸을뿐더러 사람이 많아서 질서정연하게 줄 서서 보는 게 아니라 보다 자유롭게 관람할 수 있었고 작품 자체도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작품들이 많았어. 이번 주에도 저번 주처럼 그중 몇 작품을 골라서 소개해 주려고 해.
첫 번째 작품은 국중박 이건희 컬렉션의 가장 큰 작품인 인왕제색도야. 교과서에나 보던 국보 인왕제색도를 실물로 보게 될 줄이야.🤭 인왕제색도는 방 하나에 전시되었고, 방의 조도를 낮추고 온전히 작품에 집중할 수 있도록 배치해 놨어. 방에 들어서 인왕제색도를 보게 되었을 때 나도 모르게 숨을 죽이게 되었어. 먹으로 그린 그림이라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로 섬세했어. 물안개가 낀 인왕산의 정취가 느껴졌어. 친구들이 시간적 여유가 된다면 고요히 앉아서 인왕산제색도 주는 차분함을 오래도록 느껴봤으면 좋겠어. 마음의 비움을 주는 작품이야. 인왕제색도는 5월 31일까지만 전시하는 작품이니까 작품을 보고 싶은 친구들은 그전에 다녀와!
두 번째 작품은 유영국 선생님의 작품이야. 따로 제목은 없어서 무제야. 유영국 선생님은 김환기 선생님과 쌍벽을 이루는 한국 추상미술의 선구자이셔. 선생님의 작품은 대구에서 처음 봤었는데 그 이후로, 국현미 이건희전에서도 봤지만 이번 작품이 가장 최애야. 최소한의 색으로 자연의 모습을 담았는데도 불구하고, 큰 여운을 준 작품이었어. 제한의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었어. 삼각형의 산과 원의 달, 그리고 직사각형의 바다까지 단순한 형태를 띠면서도 각각의 요소가 대비돼서 마음의 안정을 주면서도 어느 요소하나 빠지지 않고 눈에 들어왔어.
세 번째 작품은 이중섭 선생님의 춤추는 가족이야. 선생님의 작품에는 가족들이 자주 등장하는데, 가족과 함께한 행복한 기억과 이별의 슬픈 기억을 작품에 모두 녹여냈어. 부인분이 일본인이셨는데, 부친이 사망 후 상속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두 아들을 데리고 도쿄로 떠난 뒤에 홀로 남은 선생님이 그리움과 슬픔을 후에 행복할 날을 작품을 그려서 달랬다고 해. 춤추는 가족도 그런 작품 중에 하나야. 선생님의 가족에 대한 사랑과 그리움이 잔뜩 묻어나는 작품이야. 나는 춤추는 작품을 보면서 떠오른 작품이 하나 더 있었는데, 바로 앙리 마티스의 춤이야. 두 작품의 형태가 같아서 친숙하게 느껴졌던 것 같아. 두 작품을 비교해둔 기사가 있어서 링크 남겨둘게.
네 번째 작품은 이중섭 선생님의 황소야. 저번 주에는 흰 소를 소개해 줬었지? 이번에는 황소를 가져와 봤어. 그때도 말했다시피 소는 인내와 끈기의 상징으로 일제강점기 당시 우리 민족을 상징하는 동물이었어. 그래서 이중섭 선생님의 작품의 소가 자주 등장하고 어떤 사람들은 소를 그의 자화상처럼 여기기도 해. 지난주에 본 흰 소는 힘겹게 앞을 향해 나아가는 듯한 모습이었다면, 황소는 주름과 근육의 결에서 힘찬 생명력이 느껴져. 강인한 붉은 색감의 배경색까지 조화롭게 어우러져서 생명력이 더 느껴졌어.
다 섯번째 작품은 모네의 수련이야. 수련은 인왕제색도와 쌍벽으로 관람객들이 가장 보고 싶어 하는 작품이 아닐까? 싶어. 모네는 수련을 좋아해서 많은 연작을 남겼어. 나는 3년 전에 파리 오랑주리 미술관에서 수련을 본 이후로 이번이 처음이야. 수련은 인왕제색도와 마찬가지로 방 하나를 따로 마련해서 전시 중이었어. 작년에 소더비에서 831억에 낙찰받은 후 아마 처음으로 대중에게 선보이는 걸 거야. 방은 작품에 집중할 수 있도록 조도를 낮추고 바닥에는 작품을 디지털화해서 보여주고 있었어. 사람들이 몰려서 조금은 정신이 없었지만 그럼에도 파리 때와 마찬가지로 불분명한 경계와 형태가 주는 감동이 있었어. 방을 나서면 물감을 쌓아서 작업한 모네의 작업 방식을 촉감으로 경험할 수 있도록 하는 공간이 마련되어 있었어. 이색적인 체험이라 기억에 남았어.
마지막으로 소개해 줄 작품은 이름 모를 작은 두 도자기야. 두 도자기는 다양한 물건들이 하나의 컬렉션으로 모여 있는 방에 있었는데, 많은 물건들 속에서도 엄마랑 나의 눈에 띈 건 이 작은 두 도자기야. 사진에는 크기가 느껴지지 않겠지만 나의 손보다도 작은 크기였어. 그렇게 작은 도자기인데 촘촘히 그림을 그렸다는 것에 놀라고 두 번째로는 그 색감에 놀랐어. 그 시대에 저렇게 아름답고 다채로운 색감을 썼다는 것에 다시 놀랐어. 그래서 많은 물건들을 두고도 작은 도자기에 눈길이 갔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