띠모 : 안녕하세요, 자기소개 먼저 부탁드려요.
솔 : 네, 안녕하세요. 저는 여성인권티움에서 7년째 반성매매 활동을 하고 있는 솔(활동명)이라고 합니다. 아, 반려견 두부와 함께 살고있어요:)
띠모 : 구독자 분들에겐 ‘티움’이 생소할 것 같은데요. 여성인권티움에 대한 설명도 부탁드려요.
솔 : 티움은 대전지역에서 반성매매 운동을 하고 있는 여성단체고요. 느티나무 상담소와 대전여성자활지원센터, 성착취피해아동청소년지원센터 다락과 청소년 자립지원 그냥공방을 부설기관으로 운영하고 있습니다. 지역에서 반성매매 운동을 주되게 하지만 젠더폭력 사안이나 성차별 사안 등 성평등한 사회의 걸림돌이 되는 다양한 사안에도 함께 연대합니다. 일상적으로는 성매매 피해 당사자 분들을 만나서 지원하는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띠모 : 그럼 솔은 티움에서 무엇을 맡고 계신가요?
솔 : 저는 5년은 여성인권지원상담소 ‘느티나무’에서 활동했고, 지금은 성착취피해아동청소년지원센터 ‘다락’에서 2년째 활동 중입니다.
띠모 : 두 활동은 어떻게 다른가요?
솔 : 활동은 어떤 맥락에서는 비슷한 점이 있을 수도 있지만 완전히 달라요. 느티나무에 있을 때는 성인 여성 분들을 만나면서, 성매매는 여성 빈곤의 문제라고 느꼈어요. 그런데 다락으로 오니까 성매매는 “도대체 몇 살의 여성까지 성적으로 대상화할 것인가”라는 근본적 질문을 던지게 되더라고요. 그런 측면에서 굉장히 달라요. 좀 더 근본적인 것을 보게 되는 거죠. 성인 성매매 사안에서는 자발과 비자발로 본질을 흐리는 느낌이 강했다면, 아동청소년 성매매 사안에 있어서는 자발/비자발 프레임이 사라지면서 본질이 보인다는 거예요. 아이들에게 묻지는 않잖아요. 고등학생, 중학생, 초등학생 아이들에게도 자발과 비자발을 물을 건 아니잖아요. 성인 성매매도 마찬가지예요. 어디까지 성적으로 대상화할 수 있는가, 본질은 그거라고 생각해요.
아쉽지만 성매매를 바라보는 세상의 시선도 너무 과거의 틀에 머물러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피해자가 저연령화되고, 형식도 온라인을 매개로 많이 바뀌었어요. 그런데 아직도 성매매에 대한 인식이 대부분 성인 여성과 남성, 소위 유흥주점이라고 하는 업소를 중심으로 하는 이미지를 떠올려요. 그런데 현실은 아니거든요. 경악할 정도로 어린 여성들이 성을 매개로 착취당하고 그 방식은 조건만남, 오피스텔성매매, 마사지, 룸바 등 굉장히 다종다양해졌어요. 입던 속옷이나 스타킹을 구매한다거나 신체부위나 행위에 대한 사진이나 영상을 구매하는 것, 온라인 방송을 통하여 노출장면을 보기 위해 유료아이템을 선물하는 것 등. 성매매가 이미 일상에서 통용되는 사회에서 그 대상이 그냥 아동 청소년으로 옮겨지는 것, 그 범위가 급속도로 팽창되는 것은 너무도 자연스러운 거지 않냐는 생각이 들어요.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딥페이크 성범죄도 그 연장선 상에 있고요.
띠모 : 우리 사회가 왜 이렇게 됐을까요?
솔 : 뻔한 말이지만 성차별적인 사회이기 때문에 그렇다고 생각해요. “이 사람을, 이 사람의 몸을 내가 돈 주면 얼마든지 살 수 있다.”, “성적으로 대상화 할 수 있고 그것이 하나의 (남성)문화로서 자연스럽다”라고 여겨지는 사회에서는 이 사람의 나이가 어떻든, 그 방식이 어떻든 소비될 수 있는 것이라고 여기는 거죠. 어떠한 문제의식이나 죄책감 없이도요. 근본적인 건 해결되지 않으면서 다양한 이슈가 터질때마다 그 순간만 땜빵하듯 법, 제도나 사회적 관심이 반짝하고 만다면 얼마든지 그 다음 사안들은 계속 쏟아지는 거죠. 딥페이크도 마찬가지고요.
띠모 : 맞네요. 웹하드카르텔도 그랬고, N번방도 그랬죠. 티움 내에서 딥페이크 성범죄에 대해 이야기가 나온 게 있나요?
솔 : 일단은 다들 굉장히 예의주시하고 있어요. 분노하고 있고요. 대전여연(대전여성단체연합)에서도 성명서가 나갔고요. 사실 지역 안에서도 뗄레야 뗄 수 없는 사안이잖아요. 인터넷에 떠도는 그 학교 명단 중엔 대전에 있는 학교 중 거의 대다수가 들어가 있더라고요. 이미 학교 내에선 누가 피해자라더라 이런 이야기도 이미 하고 있다고도 들었어요. 다만 이게 디지털 성범죄 사안이기 때문에 저희가 직접적으로 피해자를 만난 케이스는 없어요. 들어보니 다른 지역에서도 딥페이크 성범죄를 굉장히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해요.
그리고 대전에 있던 디지털 성범죄 온라인 시민감시단 예산이 올해 전액 삭감 되었잖아요. 사실 그것만 있었어도 더 빠르게 지역 안에서 캐치하고 이렇게 커지기 전에 어떤 사전 조치나 대응을 위한 액션을 취할 여지가 생기지 않았을까 하는 안타까움도 있죠.
띠모 : 맞습니다. 이제 다음 질문으로 넘어가볼게요. 올해가 성매매방지법 20주년이라고 들었습니다. 제정 이후 달라진 점과 그렇지 않은 점이 있다면요?
솔 : 우선 성매매 방지법의 한계는 분명히 있어요. 여성 처벌 규정이나 아니면 효과성 없는 처벌법 집행 등의 한계가 명확합니다. 그럼에도 이 법을 근거로 여성들을 지원할 수 있다는 것이 정말 큰 변화인 것 같아요.
이 20년의 역사를 지켜봐오신 저희 소장님은 가장 큰 차이로 “많은 여성들의 삶의 변화가 있었다”는 점을 이야기하셨어요. 다른 지역도 마찬가지겠지만, 구두로 전해오는 신화 같은 이야기가 많아요. 법이 제정되기 전엔 자원이 없잖아요. 여성들을 구출해내도, 당장 쉼터도 없고 그룹홈도 없을 때니까요. 그렇다고 모텔로 데려갈 수 있는 돈도 없었고요. 그래서 활동가 집에 데려와서 같이 잤다더라 이런 얘기를 정말 많이 들었거든요. 그때 생각하면 많이 다르죠. 여성들을 지원할 수 있는 자활 지원의 근거가 있는 국가가 많지 않다고도 들었어요. 이런 면에선 어쨌든 제도가 어느 정도 갖춰져 있다는 뜻이죠.
그렇지만 이미 말한 것처럼, 여전히 한계점은 있죠. 지금도 저희가 열심히 싸우고 있는 부분인데, 성매매방지법에 ‘여성 처벌 규정’이 있어요. 그러니까 법에서 여성을 피해와 보호, 그리고 지원을 받을 수 있는 대상이라고 이야기하고, 성매매가 사회구조적인 문제라고 이야기하지만요. 그 여성은 강제로 성매매되어졌다고 본인이 소명할 수 있어야만 법에서 말하는 보호와 지원을 받을 수 있어요. 사회에서 소위 말하는 ‘자발적인 성매매’를 한다고 비춰지는 여성은 법의 보호를 받기가 매우 어려워요.
요즘 성매매는 많이 교묘해졌어요. 업주 이름으로 직접 선불금을 빌려주는 게 아니라 중간에 사채업자를 껴서 빌려주는 형태고요. 옛날처럼 물리적으로 방에 가둬놓고 자물쇠 채우진 않지만 빚을 만들어서 이 빚에서 벗어날 수 없도록 하고요. 보이지 않는 것들이 정말 많은데, 수사기관이나 대중들의 인식은 그게 아니다보니까 여성을 피해자와 피의자로 구분해서 보는 경우가 많아요. 그래서 제가 일상에서 여성들을 지원할 땐 이런 편견과 싸우는 일이 너무 어렵더라고요. 다른 젠더폭력 영역에선 피해자에게 “니가 피의자인지 피해자인지 소명해봐라” 라고 하진 않잖아요. 그런데 성매매 피해 여성에겐 너무 당연하게 ‘니가 어떻게 피해자인지’, ‘니가 왜 피의자가 아닌지’ 말하라고 요구해요. 요구에 따라 이야기를 하더라도, 그 이해의 폭이 굉장히 좁은 경우도 많고요. 문제는 이야기를 듣고 있는 당신들이 색안경을 벗을 생각이 없다는 것 아닌가 라는 생각이 들 때가 많아요.
“물리적인 감금이 있거나 죽이겠다는 협박이 있거나 하지 않으면 그래도 자발성이 있다고 봐야하지 않나요?”라는 질문이 정말 많아요. 그래서 저희는 선불금 자체도 보이지 않는 사슬 같은 존재라고 피력을 하면서 이 여성이 왜 피해자인지에 대해 이야기하고, 필요하면 의견서도 쓰고 경찰조사 동석도 하고 있어요. 그렇게 이 여성이 처벌이 아니라 피해자로 보호받을 수 있게 하는 활동을 많이 합니다.
이렇게 성매매방지법의 한계는 명확해서, 이미 <성매매처벌법개정연대>가 꾸려져서 활동 중이에요. 사실 법이 바뀌려면 지난한 시간이 걸리거나, 혹은 아주 큰 이슈가 터지지 않고선 굉장히 어렵기 때문에, 당분간은 이 활동이 지속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띠모 : 네, 듣고보니 성매매 피해 여성은 끝의 끝까지 자신을 증명해야 하는 과정 속에 놓여 있는 것 같습니다. 답변 중에 여성인권티움이 어떤 활동을 하는지에 대해서도 잠깐 나왔는데요. 매년 9월 19일부터 25일까지는 ‘성매매 추방주간’이죠. 올해 티움은 어떤 활동을 하시나요?
솔 :
일단
9월 25일에는 민들례 순례단 대전 행동이 진행됩니다. 2000년과 2002년에 있었던
군산 성매매 집결지 화재참사를 기억하고 당시 피해자 분들을 추모하는 거예요. 저희는 매년 추방주간 때면 군산에 갑니다. 9월 26일에는 ‘사회서비스 엑스포’에 참여해서 성매매 예방 캠페인과 기관 홍보를 진행할 예정입니다.
또 이후에는 대전대학교 인권축제에 하루 정도 참여할 예정이에요. 대학생 분들을 대상으로 성매매 예방 관련 캠페인을 진행할 것 같습니다. 원래 일정이 추방주간과 맞물렸는데 학교 측의 사정으로 일정이 한 달 뒤로 연기되어 10월말 정도에 진행할 것 같아요.
띠모 : 네, 구독자 분들의 많은 관심 부탁드리고요. 그렇다면 지역에서 반성매매를 외치며 가장 힘들었던 점은 무엇인지 궁금해요.
솔 : 음 일상의 편견이 제일 힘든 것 같아요. 근데 이게 전국의 반성매매 활동가들이 모이면 이런 이야기는 당연하게 나와요. 성매매 영역에서는 유난히 여성에 대한 비난과 낙인, 손가락질이 따라오더라고요.
제가 성인 여성을 지원하다가 청소년을 지원하면서 상대적으로 느낀 게 있는데요. 아동, 청소년은 나이가 어리다는 이유로 조금 더 피해자로 보는 경향이 있어요. 그러니까 경찰도 “니가 피해자인걸 입증해봐”라는 말을 덜 해요. 청소년에게는 성매매 피해가 사회구조적 문제임을 조금 더 감수성 있게 인지하고 있어요. 그런데 사실 19살과 20살은 1살 차이잖아요. 성인이 되는 순간부터는 자신이 피해자인지를 항상 어필해야 돼요. 그게 얼마나 힘든 일이겠어요. 이런 일상의 편견과 싸우는 일화들이 너무 많으니까 그런 지점들이 힘든 것 같아요.
또 다른 힘든 점은 이런 일이 정권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는 것? 사실 뭐가 되려다가도 다 엎어지거나 사라지거나 또 같은 말을 반복하거나 하는 과정을 계속 거치는 느낌이에요. 예산 축소나 삭감되어서 사업이 없어지는 일들이 전방위적으로 일어나고 있어요. 그런 게 힘들죠. 이미 일상의 편견으로 한 명이 탈성매매를 하기까지의 그 과정이 굉장히 지난한데, 정권의 영향까지 받으면서 뒷심을 발휘하지 못하니까 그런 게 힘들더라고요.
종사자를 위해 처우 개선이나 소진 예방을 위한 자원 등이 부족하니까 사실 사명감으로 유지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에요. 제가 있는 다락만 해도, 만나는 인원이 작년 대비 2배예요. 경찰에서도 연계가 활발하고, 학교에서 연계하기도 하고, 보호자가 찾아보고 연락을 주는 경우도 있고요. 그런데 반대로 이야기하면 그만큼 일상이라는 거죠. 성매매, 성착취 피해가 계속해서 증가하고 있는데 인력과 예산이 제자리 걸음이니 정말 무력해요. 내년엔 올해 대비 2배라고 생각하고, 계속 그렇게 2배씩 늘어난다고 생각하면, 그 일을 다락 활동가 세 명이서 한다고 생각하면, 세상 앞에 무력하더라고요.
띠모 : 제가 가늠하기 어려운 많은 힘든 일들이 있을 것 같아요. 늘 응원합니다. 조금은 분위기를 바꿔서, 솔은 10년 후에 어떤 사회가 되길 바라시나요?
솔 : 음, 사실 10년 뒤에 당장 성착취 피해가 사라지지는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세상에 대해서 굉장히 비관적으로 보게 되어서... 하하하 그런데 적어도 10년 뒤에는 성착취 피해에 대한 어떤 낙인이나 혐오는 없는 사회면 좋겠어요. 그리고 그를 뒷받침하는 법과 제도가 촘촘해서 구멍이 없었으면 좋겠고요. 아동, 청소년이든 성인이든 전부 다.
그리고 젠더 폭력이 발생하면 그게 성차별적 문화와 구조 속에서 발생했다는 그 전체적 흐름은 세상이 다 동의할 수 있으면 좋겠어요.
띠모 : 꼭 그런 사회가 되길 띠모도 바라봅니다. 마지막 질문 드릴게요. 띠모크라시 구독자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마음껏 해주시길 바랍니다.
솔 : 성매매도 젠더폭력의 하위 카테고리에 있다는 걸 많은 분들이 알아주길 바라고요. 그리고 암울한 소식이 계속 들려오지만, 결국 세상은 또 변화하기도 하잖아요. 10년 전과 후는 분명히 다르고요. 20년 전에는 성매매방지법도 없었으니까요. 그러니 앞으로 20년 후엔 어떤 법과 제도가 생겨서 무엇이 달라질지 알 수 없는 거고요. 그런데 그렇게 되기 위해서는 많은 분들의 관심과 공감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그래서 여성인권티움에 많이 관심 가져주시고, 연대해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저희 홈페이지에 들어오시면 회원 가입도 하실 수 있어요. (웃음) 그리고 올해 성매매방지법 20주년이기도 하지만, 여성인권티움 15주년이기도 한데요. 이를 맞이해서 11월 경에는 토론회도 할 예정이니, 그때도 많은 관심 부탁드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