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 '감자'는 불길에 갇혀 외벽 구석에 머리를 파묻고 있다가 구조되었습니다. 불길을 피하다 벽에 막혔는지, 온몸이 검게 그을려 있었습니다. 감자는 거칠고 불규칙하게 숨을 내쉬었고, 눈의 초점도 제대로 맞추지 못했습니다. 구조의 손길을 경계하여 하악질 했지만 그뿐, 몸에는 저항할 기력도 남아있지 않았습니다.

감자는 홀몸이 아닌 임신묘였습니다. 긴급히 이송한 병원에서야 알게 되었지요. 곧 출산이 임박한 듯 배가 많이 불러 있었습니다. 수의사는 출산은커녕 감자가 고비를 넘길 수 있을지도 장담하지 못했습니다. 이런 와중에도 뱃속 새끼를 지키려는 듯 경계를 늦추지 않아 안쓰러웠어요.😢

구조 일주일 후, 고비를 넘긴 감자는 총 네 마리를 출산했습니다. 안타깝게도 세 마리는 곧바로 세상을 떠나고 말았어요. 감자는 살아남은 한 마리를 연신 핥으며 젖을 물렸습니다. 감자는 커다란 재난을 이겨내고 엄마가 되었어요.

감자 사연 자세히 보기>>

모아나와 감자 둘뿐일까요. 화재 현장에서 발견된 '애순이'는 목줄에 묶인 채였고 화마로부터 새끼를 지켜내기 위해 구덩이를 파 새끼를 보호하려 한 것으로 추정됩니다. 이런 애순이의 노력에도 안타깝게 새끼들은 모두 하늘나라로 떠났습니다. 참혹한 현장, 잿더미 속 작은 생명들, 목숨을 무릅쓰고 새끼를 지키려 했던 동물들의 모습이 지금도 눈에 선합니다.

산불에 저항한 모성애로써 새끼를 모두 지켜낸 동물도, 안타깝게 새끼를 모두 잃은 동물도 있습니다. 이제는 비극적인 상황이 없도록 우리가 그 삶을 지켜줄 차례입니다. 구조된 약 30마리 동물 가운데 2마리는 무지개다리를 건넜고, 14마리는 아직 병원에 입원하여 화상을 치료받고 있습니다.

불은 꺼졌지만, 재난을 온몸으로 지나온 동물에게는 상처와 트라우마가 남아 있습니다. 모두 극복해 내고 새 삶을 살 수 있도록, 따뜻한 관심과 응원을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