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딧의 상장과 웹 3.0으로의 진화
2021.12.17 | 398호 | 구독하기 | 지난호

안녕하세요!
실리콘밸리에 나와 있는
신현규 특파원 입니다
여러분이 잠든 사이, 미국의 소셜미디어 회사인 '레딧'(Reddit)이 상장한다는 뉴스가 떴어요! 혹시 레딧을 모르시나요? 레딧은 소위 '짤방'이라고 하는 밈(meme)을 비롯해 재미있는 인터넷 컨텐츠들이 왕성하게 공유되는 일종의 게시판 같은 공간이에요. 주제별로 여러가지 재미있는 사진들과 글 들이 올라온다는 점에서 한국의 디시인사이드와 비슷한 사이트라고 할 수 있겠는데요. 

특히 올해 1월 주식투자 관련 레딧방(wallstreetbets)에서 많은 사람들이 게임스탑과 AMC 주식을 사자는 주장들을 펼치면서 한국 이용자 분들에게도 유명해 진 것 같아요. (관련 기사 참고) 제 주변에도 영어 웹사이트에 접속을 잘 하지는 않지만 주식투자 만을 위해 '레딧'을 찾는 사람들이 있을 정도니까요. 

인터넷이 대중적으로 보급된 것이 1990년대 후반. 그 이후 약 30년이 지났네요. 기존과는 다른 '인터넷 문화'라는 것은 분명히 생겨났는데요. '레딧'은 그러한 인터넷 문화를 형성해 나가고 있는 공간임에 틀림없어요. 그리고, 그런 새로운 인터넷 문화를 만들어 가는 기업 '레딧'이 상장한다는 것 또한 의미있는 일 같아요. 오늘은 그래서 레딧에 대한 여러 이야기들을 정리해 볼까 해요. 

참, 이밖에도 혁신하는 분들에게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IT 소식을 아래 '미라클 브리핑'에 정리해 두었어요. 👇 클릭 하시면 읽으실 수 있답니다. 

개미군단의 레딧 진격?
사용자들, "노놉. 우린 분노 중"


레딧 상장 팩트: 레딧은 현지시간 12월 15일, 미국 증권거래소에 주식사용설명서(S-1)를 제출하면서 상장을 하겠다는 신청을 했어요. 주식사용설명서는 그야말로  전자제품을 사면 그 사용설명서가 따라오는 것처럼, 그 회사의 모든 것을 투자자 분들에게 상세하게 알리는 종합서류 인데요. 회사가 이 서류를 아직 공개하지 않고 있기 때문에 기업가치, 자금 모집 규모 등은 밝혀지지 않고 있어요. 

레딧의 각종 지표: 그럼, 레딧의 각종 지표들을 한 번 볼까요? (기사)

  • 기업가치: 약 100억 달러  (올해 2월) 
  • 일간 방문자: 약 5000만명 
  • 레딧 방 숫자: 약 10만개 

개미군단의 레딧 진격? : 레딧을 많이 이용하는 미국 개미군단은 올해 1월 게임스탑과 AMC 같은 회사들에 엄청난 진격을 해 들어갔었어요. 양복 입고 돈 많은 미국 월스트리트 사람들이 게임스탑 AMC 공매도를 들어가니까 그걸 역이용해서 두 회사를 구해내자는 운동이 벌어진거죠. 결과적으로 개미들이 주가를 끌어올리자 공매도 세력들이 비싼 대가를 치르고 공매도했던 주식물량을 다시 사들이느라 주가가 더 올라간 현상(숏 스퀴즈)이 벌어졌었습니다. (기사) 이후 게임스탑 AMC 두 회사는 레딧에 있는 개미군단이 월스트리트를 상대로 승리한 상징물들이 되었죠. 그렇다면 이제 레딧의 개미군단이 레딧에도 진격을 하려 하지 않을까요? 


레딧 방 분위기는: 음. 저도 그런 줄 알고 레딧 방에 들어가 봤어요. 그런데 의외로 레딧 내에서 사용자들은 레딧의 상장에 대해 우호적인 분위기가 아니더라고요! 예를 들어 레딧의 상장 소식에 대해 한 사용자가 올린 글을 인용해 볼게요. 

"오늘 화나게 하는 일이 많았는데, 이건 정말 나를 분노케 하는 군. 우리에게 주어지는 건 빚, 집세, 의료비, 식비 등과 같은 어려움 뿐인데 그나마 레딧만이 그런게 아니었었거든. 이 부자 XX 들은 우리가 여기서 모이는게 싫은가봐. 그래서 우리를 상품으로 만들려고 하는거지. 주식을 거래하는 부패한 시스템 자체는 이익을 내고 분기별로 그걸 보고하게 하고 우리가 기여하는 노동에서 뽑아먹으려는 영원히 굴러가는 엔진 같은 거야." (원문 링크

그리고 이 글은 82%의 독자들로부터 지지를 받았어요. 

또 다른 글이 있어요. '당신은 레딧의 주식에 투자하시렵니까?'라는 제목의 이 글 내용도 볼까요? (원문 링크)

"여러분 레딧 주식 사실 거에요? 아님 회사 사람들이 그냥 주가를 띄우려 하는 거라 보세요? 저는 안살 거에요. 그냥 꺼지라고 하고 싶네요. 그 회사 사람들이 그냥 우리를 도구로 본다고 하면 말이죠. 게다가 지금 시장에 좋은 주식이 얼마나 많은데요. 저는 레딧 주식 안사고 그냥 떨어진 주식 줍줍 할래요. (후략)" 

그리고 이 글은 91%의 독자들로부터 지지를 받았어요. 


돈 주고 상품을 사지 않으면, 네가 상품인거다: 미국에는 이런 말이 있어요. "돈 주고 상품을 사지 않으면, 네가 바로 상품인거다" (If you're not paying for the product, you are the product) 우리가 공짜로 보는 소셜미디어 있잖아요. 유튜브 페이스북 트위터 인스타그램 틱톡 등등. 유료로 제공되지 않는 무료 소셜미디어들은 모두 개인들의 데이터를 모은 다음, 그걸로 맞춤형 광고를 유치해서 먹고 살고 있다는 이야기인데요. 결국 사용자들 개개인의 데이터가 바로 광고 상품이라는 거죠. 게다가 레딧에 올라오는 컨텐츠는 회사가 올리는 것이 거의 없거든요. 그러다 보니, 사용자들은 이렇게 이야기하는 거죠. 

"레딧은 엄밀히 말하면 사용자 모두의 것 아닌가요? 우리가 글도 올리고, 우리가 광고주들을 위한 데이터도 제공하는데. 근데 상장해서 우리가 좋은 건 뭔가요?"

웹3.0의 시대를 예고하는 레딧의 상장: 레딧의 상장에 대한 사용자들의 이런 반응은 웹 2.0 시대가 확실히 저물고 있음을 느끼게 합니다. 웹 1.0은 PC 통신 같은 커뮤니티 주도 개방형 인터넷 시대였고, 웹 2.0은 구글 애플 페이스북 아마존 등과 같은 대기업 주도 폐쇄적 인터넷 시대였다고 하죠. (웹 3.0 회사에 공격적으로 투자하는 실리콘밸리의 벤처캐피탈 안데르센호로위츠(a16z)의 파트너 크리스 딕슨이 올해 9월 올린 트윗과 이덕주 기자가 정리했던 웹3.0 관련 미라클레터 참조) 그리고 웹 3.0은 플랫폼을 사용자와 제작자가 함께 소유하고 토큰으로 서로의 이해관계를 조율하는 미래라고 해요. 만일 레딧이 웹 3.0 기업이었다면, 레딧은 토큰을 상장시키면서 사용자들과 이를 공유했겠죠. 하지만 레딧은 태생부터 웹 2.0 기업이에요. 대주주가 존재하고, 투자자들이 존재하고, 회사를 설립했던 많은 사람들의 머리 속에는 사용자들에게 보상을 지급하는 제도가 애초부터 고려대상이 아니었던 거죠. 그러나 레딧 사용자들은 이미 많은 웹 3.0 기업들을 알고 있기 때문에, 레딧이 웹 2.0의 형태에 머물러 있는게 못마땅하게 여기는 것 같아요. 그래서 저는 레딧 사용자들의 이 불만이 어쩌면 웹 3.0을 가속하는 힘이 될 수도 있을거라 생각한답니다. 
 

오늘의 미라클레터는 레딧에서 시작해서 웹 3.0으로 끝났네요. 레딧의 공동창업자 알렉시스 오하니언은 "그들의 허락 따위는 없이" (Without Their Permission)라는 책에서 이렇게 썼는데요. 이 말은 레딧에도 해당되는 것 같아요. 

"인터넷은 아직 걸음마 단계에 불과합니다. 누구도 앞에 뭐가 오는지 알지는 못해요. 하지만 확실한 것은 있죠. 현재는 어쩔 수 없이 심각한 혁신에 의해 파괴될 것이라는 점, 그거 하나 만큼은 확실하죠. 그리고 그 모든 것을 좌우하는 사람은 다른 어떤 이들도 아닙니다. 바로 새로운 것을 만드는 혁신가들일 겁니다." 

미라클레터는 오늘도 그런 혁신꾼들을 위해 전해 드렸습니다. 저는 내주 금요일에 다시 찾아뵐게요. 감사합니다. 

Directly Yours,
신현규 드림
추신 - CES 디브리핑 

매년 새해가 되면 많은 실리콘밸리 기업들이 지난 한 해 준비했던 혁신들을 선보이러 라스베가스로 떠나요. 2021년 열심히 준비했던 혁신들이 짠! 하고 한 자리에 선보이는 이 자리의 이름은 바로 'CES' 라는 이벤트인데요. 정말 좋은 이벤트인 건 알겠는데, 정작 참가하기는 꺼려하시는 분들이 많은 것 같아요. 일단 한국에서 라스베가스로 가시는 것 자체가 힘들잖아요. 비용도 비용이거니와, 코로나에 오미크론 변수도 있는데 말이죠. (해외 출장자의 경우 10일 격리조치가 1월 6일까지 연장됐어요) 게다가 CES의 각종 발표와 전시들은 미국 시간 기준이라 한국과 시차도 맞지 않고, 언어는 영어로 진행되니까 따라가기도 힘들고. 

그런 분들을 위해 미라클레터가 '유료' 이벤트를 준비했어요. 이상덕 신현규 두 특파원이 CES 현장을 다녀와서 온라인으로 혁신 트렌드를 브리핑 해 드릴 예정이에요. 지난해에도 같은 이벤트를 했었는데요. 올해는 인공지능, 메타버스, 모빌리티, 로보틱스 등 뜨거운 혁신 영역에 대해 실리콘밸리에서 가장 실무적 전문성을 갖고 있는 4분의 연사를 모시고 이야기를 들어볼 예정이에요. 
 



  • 인공지능박성파 전 삼성전자 상무(마이사이먼닷컴 창업자)
  • 메타버스김태용 엔비디아 시니어디렉터
  • 모빌리티방성용 그리너지 창업자(전 테슬라 애플 엔지니어)
  • 로보틱스하정우 베어로보틱스 대표(전 구글 엔지니어)
 
오는 111() 9~13시고요이번 디브리핑은 매일경제와 멀티캠퍼스가 함께 합니다. (덧 무료는 아니에요.😅궁금하시면 여기를 클릭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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