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플레터#2 2020.07.28


2020.7.28 #2
Today's Topic
배달의 민족ㆍDH 합병, 동의하십니까?

안녕하세요. 미래를 검증하는 팩플입니다. 
팩플레터 2호 주제는 ‘배달의민족(배민)과 딜리버리히어로(DH)의 M&A’입니다. 

도 이 뉴스 보셨죠? 최근 글로벌 음식배달 앱들이 합종연횡을 거듭하고 있습니다. 요샌 승차공유보다 음식배달에 더 열심인 듯한 우버가 지난 6일 미국 4위(포스트메이츠)와 M&A를,  지난달엔 유럽계 저스트잇테이크어웨이가 미국 2위 음식배달 앱 그럽허브를 인수했죠. 저스트잇(영국)과 테이크어웨이(네덜란드)도 올해초 합병한 사이. 모두 배민DH가 살림을 합치겠다고 발표(2019.12)한 이후 일입니다.

M&A 발표 직후, 우버의 CEO 다라 코스로샤히가 말합니다. 
“우리같은 플랫폼엔 단순 음식배달 이상의 파워가 있다. 특히 로컬 커머스와 커뮤니티 분야에서 (플랫폼 파워가) 엄청날 거라는 공감대가 양사에 있었다.” (7월 6일, 우버)  
이들의 목표는 음식배달이 아닙니다. 로지스틱스(logisticsㆍ물류)라는 거죠.  우버 연합군은 아마존과 근거리 생필품 배송을 놓고 자율주행, 로봇ㆍ드론배송으로 미래를 다툴 것으로 보입니다. 

그런 점에서 독점 논란 속에 M&A를 추진하는 배민의 전략이 아쉽습니다. '한국서 성공한 경험을 아시아 시장에 나가 발휘하고 싶다'는 호소가 스타트업계 밖에서도 공감을 사기는 쉽지 않습니다.  차라리 몸집을 더 키워 음식배달 중개에 뛰어든 국내 검색 ㆍ쇼핑ㆍ커뮤니케이션 플랫폼들과 경쟁해 중개 수수료도 낮추고, 미래 기술개발에 더 투자하겠다고 했다면 어땠을까요? '토종 스타트업의 잭팟'과 내 삶이 무슨 상관이냐고 묻는 소비자나 소상공인들에게 더 큰 기대를 줬을지 모릅니다.

오늘 FACTPL_ExPLain에서는 배민+DH를 바라보는 세가지 시선을 살펴봤습니다. 시장획정이라는 숙제를 하고 있는 공정위 사정도 복잡합니다. 한번 팩플해보세요. 

배민+DH 인수합병, 동의하십니까? (9min)(9min)
💎 핵심 인물

1.조성욱 :  귀사의 경쟁은 안녕하십니까.   
공정거래위원장. 배민과 DH의 결합을 허용할지 칼자루를 쥐었다. 국내 기업 지배구조에 대해 전임자(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와 오래 교감했다고.   

2.박홍근 :  “난 乙의 편!” 그런데 누가 乙인고?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 위원장(3선). 박 의원은 지난 1월 기자회견을 열고 “배민과 DH가 합병하면 할인정책 축소, 배달수수료 인상 등 경쟁 제한이 필연적”이라고 주장했다. 20대 국회에서 ‘타다금지법’(여객자동차법 개정안)도 발의해 통과시킨 주인공. 

3.이재명 : 독점 플랫폼 요놈! 공공앱 나가신다 
경기도지사, 차기 대권주자. 지난 4월 배민이 이용료 체계를 바꾸자(후에 철회) 플랫폼 횡포를 막겠다며 경기도 공공배달앱 개발에 착수. 공정위에 ‘배민+DH 기업결합 엄중 심사 요망’ 공문도 보냈다.

4.배민 투자사 : 돈  빼야 되는데..?
배민은 누적 5000억원 가량을 국내외 벤처캐피탈에서 조달했다. 최대 주주는 중국계 힐하우스캐피탈(18.02%), 2대 주주는 골드만삭스(9.69%). 네이버도 2017년 350억을 투자했다. DH의 배민 인수는 엑시트(투자금 회수) 기회다. 무엇보다, 기업가치가 가장 높을 때 빼야 한다. 바로 지금.
🧾 목차  
1. 이게 중요한 이유
2. 플랫폼 선긋기 왜 어렵나
3. 시선 ① ”독점이니까, 안돼”    
4. 시선 ② “독점 아니니까, 돼”    
5. 시선 ③ “독점이지만, 괜찮아”
6. 공정위는 지금
7. 국회에선 지금
8. 배민-DH합병 불발되면

1. 이게 중요한 이유
‘기업 검찰’ 공정위가 플랫폼 기업 감독에 드라이브를 걸었다. 시장 점유율이 얼만지, 독과점은 아닌지 보겠다는 것. 공정위가 ‘플랫폼 규칙’을 어떻게 정하느냐에 당장은 배민-DH의 기업결합 성사 여부가 달렸다. 핵심은 ‘배민의 경쟁자’가 누구냐는 것. 요기요ㆍ배달통으로 좁게 보느냐, 네이버ㆍ쿠팡ㆍ마켓컬리 등으로 넓게 보느냐다. 선 긋기, 즉 ‘시장 획정’(delineation of relevant market)에 따라 배민의 경쟁 상대는 달라진다.

  • '모바일 앱으로 음식을 배달하는 시장’에서 배민은 시장점유율 64.5%(2017년 매출 기준, 공정위 보도자료)로 1등, 공정거래법상 시장지배적 사업자다(공정거래법 4조).
  • ‘앱+전화로 음식을 배달하는 시장’에선 어떨까. 전국 중국집ㆍ피잣집 전화 주문 매출도 포함해야 시장 규모가 파악된다.  
  • '앱으로 식품을 배달하는 시장으로 본다면? 마켓컬리ㆍ쿠팡프레시는 물론, SSG나 네이버 식품 배달도 포함된다. 배민의 점유율은 더 떨어진다.

배민만의 문제도 아니다. 플랫폼을 지향하는 IT 기업들은 ‘내 시장이 누구랑 묶이나’, ‘그래서 규제가 늘어나나’ 긴장하며 심사결과를 기다리는 중. 
  

2. 플랫폼 선 긋기 왜 어렵나
학계와 업계에선 “온라인 플랫폼 시장을 잘 획정하면 노벨 경제학상 감”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공정위가 기업에 대해 ①시장지배적 지위를 남용했는지 담합을 했는지 시장경쟁을 제한할 수 있는 M&A(기업결합)을 하는지 판단하려면 '시장이 어디서부터 어디까지인지' 정해야한다.   

  • 시장 구분은 원래도 어렵다. 2006년 하이트(1위 맥주) -진로(1위 소주) 합병 때도 그랬다.  ‘술’이니까 하나의 시장인지, ‘맥주와 소주는 별개’인지 시각이 갈렸다. 공정위는 ‘맥주 시장 따로, 소주 시장 따로’라며 합병을 승인했다. (공정위 의결 2006-009)
  • 기술 발전으로 국경, 온오프, 상품군 경계가 무너지면서 시장 획정은 더욱 난제(難題)가 됐다.  특히 양면성, 혹은 다면성을 가진 특성 때문. 
🌗 플랫폼의 양면성(two sided market)

배달앱의 한쪽 면은 음식점과의 거래고, 다른 면은 시켜먹는 고객과의 거래다. 이걸 별개로 볼지 하나의 시장으로 볼지, 학계 의견도 나뉜다. 
  • 별개다 : “시장 획정에서 중요한 건 ‘대체 가능성’이다. 배민이 수수료를 올릴 경우 식당의 대안과 고객의 대안은 완전히 다르다. 별개 시장이다”(이봉의 서울대 로스쿨 교수)
  • 하나다 : “한쪽만으론 거래가  안 되니, 전체가 하나의 시장이다. 식당과 주문고객이 모두 있어야 플랫폼 비즈니스가 이뤄지지 않나.”(유효상 숭실대 중소기업대학원 교수). 
3. 시선 ① 독점이니까, 안 돼”  

둘이 합병하면 국내 배달앱 시장의 99%(2019년말)를 배민+DH 연합군이 차지한다. 

  • 음식점 소상공인 : “거대 1등의 갑질 어쩌려고?
     "배달앱 입점 업체 506개 중 55.9%가 배달앱 수수료가 과하다고 했다(중소기업중앙회, 2019. 05). “압도적 1위 사업자가 생기면 갑질이 심해져도, 후발주자가 시장 판도를 뒤집기 어렵다”고 본다. 그래서 반대.
  • 소비자들 : “한 몸통이면, 지금처럼 쿠폰 주겠나?”
    경쟁이 사라지면 고객 맘을 잡으려는 각종 혜택도 줄어들 수 있다. 지금 무료가 언제 ‘유료’ 될 지도 모른다. 선택의 여지가 없다면 불만이 있어도 그냥 써야 한다. 타다가 사라진 세상, 택시만 탈 수 있는 것처럼. 
  • 플랫폼의 독점은 더 엄격하게 감시해야 한단 주장도 있다. 압도적인 네트워크가 다른 산업과 이어지면 파급효과가 크기 때문. 검색 강자에서 쇼핑ㆍ금융 영토를 넓히는 네이버처럼 말이다. 

4. 시선 ② “독점 아니니까, 돼”
플랫폼 산업에서 빅블러(Big Blurㆍ경계 넘나들기) 현상은 보편적이다. 섣불리 규제했다간 국내 플랫폼 발목 잡기만 될 수 있다.

  • 배민과 DH : 앱만 있나? 전화도 있다. 
    만에 하나 양사 합병 후 배달 수수료를 올린대도, 음식점ㆍ소비자는 전화 주문으로 옮겨갈 수 있으니, 독과점 우려 없다. DH는 최근 이런 내용의 연구용역 결과를 공정위에 제출했다.(연구책임자 이상승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
  • ‘편리한 연결’이 플랫폼의 경쟁력이다. 연결망을 가진 자는 시장에 쉽게 진출한다는 얘기다. 실제로 네이버와 카카오, 쿠팡이 음식배달 중개를 강화하고 있고, 경기도 공공배달앱 운영권을 따낸 NHN페이코도 있다. 지금도 시장 경쟁은 치열하다.

5. 시선 ③ “독점이지만, 괜찮아”
디지털 시장의 독과점, 소비자에게 정말 나쁜가? 가격을 올려 폭리를 취하는 전통 산업의 독과점과는 다르다는 주장. 쉽게 말해, “카카오톡을 4500만명이 쓰는데 소비자가 피해 입은 거 있냐”는 것.

  • 디지털 플랫폼은 ‘시장 내 경쟁’(competition in the market)이 아닌 ‘시장 전체의 패권을 위한 경쟁’(competition for the market)을 한다. 시장을 압도적으로 장악해야, ‘네트워크 효과’로 폭발적으로 성장한다. 구글, 페이스북, 아마존 다 그랬다. 
  • 국내 한 스타트업 관계자는 “‘독점=소비자 피해’라는 기존 공식이 플랫폼 산업에선 아직 검증되지 않았다”며 “앱 하나로 연결되면 소비자는 편해지는데, 과거 기준대로만 보는 게 문제”라고 주장했다.
  • ‘스타트업은 어쩌란 말이냐’는 호소도 있다. 적자 상태로는 국내 상장이 어렵고, 해외 상장하려면 넥슨처럼 본사를 옮겨야 한다. 배민 같은 '유니콘'의 현실적인 결론은 다른 기업의 M&A라는 것. 정미나 코리아스타트업포럼 정책실장은 “유니콘이 엑시트 해서 그 돈으로 다른 기업을 키우는 선순환이 중요하다. 배민 사례는 단순 매각이 아니다”고 했다. 

6. 공정위는 지금 
7개월째 배민+DH 기업결합을 심사 중이다. 불허하면 ‘혁신 성장 막는다’고, 승인하면 ‘독과점 허용한다’고 비판받을 우려가 있다. 그렇다면 ‘조건부 승인’? DH가 요기요나 배달통을 매각하거나, 광고ㆍ배달 수수료를 동결하는 등 조건을 달아 승인할 가능성이 있다. 공정위는 또 플랫폼 분야에 적용될 별도 심사지침과 특별법 등도 추진중. 

  • 공정위는 7월 23일 중앙일보에  "온라인 플랫폼 분야와 같은 신산업일수록 초기에 건전한 거래관행을 만들고, 공정한 룰을 확립하는 게 중요하다"며 “과잉규제 시 혁신 유인을 저해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를 고려해 균형감 있게 하겠다”고 밝혔다. 
  • 이황 고려대 로스쿨 교수(플랫폼 심사지침 마련을 위한 공정위 민관TF 공동위원장)는 “(공정위가)섣불리 결론 내  플랫폼 시장을 망칠 수 있다는 의견과, 신속 개입하지 않아 시장이 망가진다는 의견이 팽팽하다”며 “문제가 있다면 신속하고 과감한 조치를 하는 게 맞다고 본다”고 했다. 

7. 국회에선 지금 
이재명 경기도지사, 박홍근 을지로위원회 위원장 등 여당에선 배민+DH 합병에 엄격한 분위기다. 
  • 더불어민주당 송갑석 의원은 7월 13일 온라인플랫폼 통신판매중개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①검색ㆍ배열 순위 원칙 공개 ②수수료ㆍ광고비 차별 금지 ③다른 플랫폼 거래 방해 금지 등의 내용이 담겼다. 송 의원은 “공정한 플랫폼 거래질서를 위해 별도 법 제정이 필요하다”고 했다. 
  • 같은 당 우원식 의원은 “독과점이 심화되면 배달앱-음식점 사이 수수료율이 올라가는 일이 실제로 일어나지 않았냐”며 “배민과 DH 기업결합을 엄격하게 봐야 한다”고 말했다.

8. 만약, 배민+DH 결합 무산되면? 
  • 마음이 급한 쪽은 배민 초기 투자자들. 이들이 배민 지분 87%를 갖고 있다. 펀드 만기(통상 8~10년)가 임박해 투자금 회수 압박이 있을 수 있다. DH가 안 산다면 지분을 다른 투자자에게 팔아야(구주매각) 엑시트할 수 있다.  
  • 배민은 국내 ‘쩐의 전쟁’에 다시 뛰어들어야 한다. 시장 3위 배달통을 위협하는 쿠팡이츠,  경기도와 손잡은 NHN페이코의 기세가 만만찮다. 음식점은 더 많이, 배달기사는 더 빨리 확보하려면 결국 돈 싸움이다. 배민 관계자는 “김봉진 의장은 국내서 이를 반복하기보다, 아시아 시장을 개척하기를 간절히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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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GAFA는 뭘로 돈 벌까. 👉 How Big tech make their Billions  
GAFA(구글ㆍ애플ㆍ페이스북ㆍ아마존CEO 4명이 한자리에 모이는 미 하원 청문회가 29일(미국 현지시간) 열립니다.반독점법 위반 혐의를 의심받는 이들의 대처가 궁금합니다. 이들 4개 기업과 마이크로소프트까지 5개 빅테크의 지난해 매출 합계는 총 8990억달러, 사우디아라비아의 GDP(7930억달러)보다 많습니다. 청문회 보기 전에 다시 한번 보셔도 좋을듯. (출처:Visual Capitalist)

박수련 기자는_ 중앙일보 산업기획팀 팀장입니다.  빅테크ㆍ빅샷의 통찰을, 창업가의 실행력을 좋아합니다. 이들과 현명하게 공존하고 싶습니다. 세금 들어가는 정책과 입법이 똑똑해지면 좋겠습니다. 

심서현 기자는_ 기술의 지배, 피할 수 없다면 살살 맞고 싶습니다. 컴퓨터공학을 전공했지만 학부 때 코딩 열심히 할 걸 후회해도 늦었습니다. 기술과 나의 미래, 팩플로 함께 짚어보려 합니다.

정원엽 기자는_  IT기기와 글로벌 플랫폼 시장에 관심이 많고, 기존 판을 깨는 혁신을 흠모합니다. 미ㆍ중 IT생태계 경쟁이나 글로벌 플랫폼 규제 레짐 논의 같은 큰그림을 보려 노력합니다.

🆕 박민제 기자는_혁신과 법ㆍ체제의 충돌에서 나오는 파열음에 관심이 많습니다. 기술혁신이 기존 질서에 내는 균열 속에서 균형을 유지할 방법을 찾고 싶습니다. 뜬금 없지만 택시면허가 있습니다.

🆕 김도년 기자는_숫자에 담긴 사람의 삶을 이야기 합니다. 경제정책팀에서 거시 경제 이슈를 취재합니다. 백마디 화려한 말보다 회계와 통계, 데이터로 말하길 좋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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