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연 전도사, 담배에 진심]
에이비 오늘 드디어 혜민이가 원하던 촬영 들어가는데 준비 잘 되었나유?
혜 민 쉽지 않아요... 후 내가 체대생이라니...
박 졍 넘모 귀여운 거 아니냐구...
혜 민 큰일나쒀. 근육 하나도 없는 체대생 수아...
박 졍 아냐 언니. 언니는 야무져...
에이비 사실 나는 체대생 보다 흡연 씬 때문에 내가 더 걱정... 금연 전도사인 내가 자꾸 흡연 씬을 만드네 ㅠㅜ (리딩 때 담배 종류 정하는데 1시간 가까이 걸렸다)
혜 민 내가 살면서 6미리 담배를...
에이비 졍아 경험자로서 연기 팁이 있다면? (<돈룩백> 때 담배 씬을 1시간 가까이 찍은 적 있다)
박 졍 그런 건 없어... 목을 잃게 될껴... 물 많이 마셔... 인어공주가 되어버려
혜 민 햄릿재판 하다가 목 잠기면 책임져요 에이비 ㅋㅋㅋ
에이비 허허... 갑자기 로완이 눈치보게 되는데...?!
혜 민 과연 에이비의 운명은...!
박 졍 두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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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서가 지났는데도 여전히 더위가 가시질 않는다. 지나가는 골목마다 아스팔트 위로 아른거리는 열기가 장난 아니다. 사람들은 저마다 다양한 크기의 손풍기로 더위를 이겨내보려 하지만 도저히 막아낼 수 없는 습도를 이겨낼 수 없다. 나도 더위에는 쥐약인지라 에어컨이 있는 공간으로 홀린듯이 이동한다. 이 더위와 습도 때문에 내가 여름을 그리 달가워 하지 않는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이런 날이면 늘 어린 시절의 여름방학이 떠오른다. 골목에서 땀을 뻘뻘 흘리며 뛰놀던 기억, 집에 들어와 얼음 가득한 물을 들이키며 잠시 숨을 고르던 순간들. 그 여름의 공기는 여전히 몸속 어딘가에 남아 있는 것 같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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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캘리포니아 <레이디 버드>에 대한 한국의 대답 <벌새>
엣나인필름 스틸컷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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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보라 감독의 영화 <벌새>를 볼 때면 묘하게 마음이 움직인다. 영화 속 은희가 느끼는 답답함과 막연한 그리움, 알 수 없는 혼란스러운 감정들은, 마치 내 어린 시절과 겹쳐진다. 방학 숙제와 친구들과의 갈등, 부모님과의 미묘한 거리감 속에서 느낀 답답함과 설렘. 그 모든 것이 지금의 나를 만든 시간이었다는 것을, 영화는 은은하게 떠올리게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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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년대라는 트라우마, 그럼에도 삶은 계속된다
엣나인필름 스틸컷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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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새>가 특별한 건, 성장의 순간이 거창하게 드러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작은 상처와 설렘, 실망과 혼란이 모여 은희를 만들어 가듯, 나 역시 그 시절의 여름 속에서 조금씩 단단해졌다. 여름이 지나고 가을, 겨울 옷을 꺼냈을 때 키가 자라서 손목 발목이 보이는 것처럼. 그때는 몰랐지만, 지나고 나서야 깨닫게 되는 성장의 흔적들. 그래서 여름의 습도처럼 답답하고 숨 막히던 순간도, 지금 생각하면 따뜻하게 기억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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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위에 지치지만, 맑은 하늘 덕분에 촬영만큼은 빛나는 여름날들
나쁜 일이 닥쳐도 좋은 일이 함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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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업실 문을 활짝 열고 매미 소리를 듣는다. 뜨거운 공기가 작업실 안에 들어오지만, 마음은 조금 차분해진다. 그 시절을 떠올리고, 지금의 나를 바라본다. 여전히 성장하고 있는 걸까, 여전히 길 위에서 서성이는 걸까. 아마도 그렇다. 삶은 매 순간 조금씩 나를 만들어 가니까.
여름은 늘 우리를 지치게 하지만, 동시에 조금씩 더 자라게 만든다. 그때 골목, 그 방학, 그 습한 여름 공기 속에서 나를 만났듯이, 지금의 여름 속에서도 나는 나를 다시 만나고 있다. 그러니 이 더위 속에서도 조급해하지 말고, 잠시 멈춰 서서 숨을 고르자. 언젠가 이 여름도 추억으로 남아, 따뜻한 빛처럼 마음을 비춰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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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새
감독 : 김보라
개봉 : 2019년 8월
출연 : 박지후, 김새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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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해만 가요 우릴 둘러싼 모든 색들이 무너져 가요 함께 쌓아온 모든 것들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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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는 늘 어색하고, 지나간 것에는 언제나 아쉬움과 후회가 남습니다. 설령 그것이 대단치 않은 것이라 해도 말이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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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져버린 것들을 추억이라 이름 짓고 오늘이 지칠 때마다 부르고 불러도
대답 없는 건 어제의 내가 오늘의 나를 떠난 거겠죠 미련도 없이 이제 완전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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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얼마 전, 반 년을 넘게 피부처럼 지니고 다니던 팔찌를 빼게 되었어요. 그저 얇은 실 팔찌 하나가 사라졌을 뿐인데, 괜히 어색하고 불안하기까지 하더군요.
작은 물건에도 이런 감정을 느끼는데, 사람이나 환경, 혹은 한 시절이라면 그 빈자리가 얼마나 크게 느껴질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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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이 되면 어제에 당당하고 내일 앞에 초연할 줄 알았는데
나는 여전히 모든 게 낯설어 나의 삶이 나만의 것이 아닌 것 같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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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이 되면 모든 것이 쉬워질 줄 알았는데, 오히려 더 어려워졌어요. 시작할 용기도, 그만 둘 용기도, 떠나보낼 용기도 부족한 어른이 되어 버렸습니다.
그러다 문득, 그 익숙한 것조차 어렵고 낯설게 느껴질 때가 있어요.
...30년을 나로 살아왔는데, 여전히 내가 어렵네요. 언제쯤 인생 앞에 초연해질 수 있을까요. 그런 날이 오기나 할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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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전의 나 1년 전의 나 5분 전의 나 1초 전의 나 10분 뒤의 나 10년 뒤의 나 셀 수 없이 많은 나들의 날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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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모르겠습니다. 그렇지만 새로운 나를 위해, 새로운 날을 위해 오늘도 용기를 내야겠죠.
지나온 나, 그리고 다가올 나. 모든 나들의 날들을 보내며 들어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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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지금 배우로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는 중입니다. 한창 일이 없을 때는 ‘배우의 일로 바쁘고 싶다’, ‘정말 분주해서 괴로워 지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어요. 작년에도 정말 좋은 선배님들을 만나 연습실에 가는 매 순간들, 선배님을 만나고 공연이 끝나는 그 날까지 저는 매 순간, 하루하루가 꿈 속에 있는 것 같고 계속해서 꿈을 이루고 있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사람 마음이 참 간사하게도 요즘 자꾸 바빠지니까 이 순간들이 벅차지기 시작했어요. 저는 지금 쉬는 날도 없고, 집에 있는 시간도 매우 적은 삶을 보내고 있어요. 여러분도 이렇게 바쁜 삶을 보내고 계시겠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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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이 바쁜 삶 속에서 어느 순간 쉬고 싶다는 생각만 가득해지는 저를 발견했어요. ‘자고 싶다’, ‘집에 있고 싶다’. 이런 순간들 속에 있는 저를 발견했습니다.
그런 마음을 가지고 있는 저를 보는 것이 정말 괴롭더라구요. 그러다가 다시 지난 날에 꿈 꾸었던 이 순간들을 찾아냈어요. 제 일기와 공연에 기록되었던 저의 꿈 들이요. 저는 이 괴로움을 꿈 꾸고 간절히 바랬다는 것을 찾아내버렸어요. 이 순간이 제가 꿈을 이루고 있는 순간임을 또 다시 알아버린거죠. 저는 다시 또 행복해져버렸어요. 언젠가 다시 아무도 저를 찾지 않는 순간 지금을 얼마나 그리워 할 지, 그리고 지금의 순간들이 얼마나 큰 힘이 될 지 알아버렸습니다.
그렇게 알아버리니 저는 버티는 삶이 아닌 누리는 삶을 살 수 있게 되었어요. 나의 쉽지 않은 순간들의 값어치를 알아버린거죠. 이 순간들 속에 만나는 이 순간에서만 존재하는 것들, 마주하는 수 많은 만남들. 저는 이 순간들의 소중함을 가지고 다시 살아가 보겠습니다.
여름이 끝나가고 있어요. 여러분의 삶은 안녕하신가요? 행복함 속에 존재 하고 계신 지, 때로는 어떤 괴로움과 함께 하고 계신 지 궁금해요. 때로는 괴롭더라도 괜찮아요. 이 순간은 지나가 버릴테고, 이 순간들 속에 분명 우리가 놓치고 있는 작은 행복이 존재하고 있을 테니까요. 오늘은 해가 지니 바람이 시원하더라구요. 오늘 하루 동안 제 수 많은 행복 중 하루를 나눠드립니다. 제 글을 읽고 계신, 여러분의 순간 속에 제 순간이 함께 할 수 있어 정말 영광이고 행복해요.
여러 분의 삶 속에서도 작은 행복이 존재하길, 작은 행복들윽 찾아 낼 수 있기를 바라며 글을 마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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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에 떡국 한 그릇 먹어야 나이 한 살 더 먹는다는 말이 있다.
Director / DOP / Edit : AB Kim Graphic Designer : 허준호
Cast
김지영
조현탁
송정인
이수연
김원주
김인아
남도윤
Director's NOTE
해당 작품은 '세시풍속'이라는 주제로 문화체육관광부가 주최한 2020 KCDF 세시풍속 1인 크리에이터 영상 제작 지원 사업에 선정되어 제작되었습니다. 예전에 읽은 책에서 “영화란 우리 일상 속에서 무심히 지나치거나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부분들을 돋보기를 들이대듯 관찰하고 자각하게 만드는 예술 활동”이라는 문장을 본 적이 있는데, 이 작품이야말로 그 역할에 충실한 예라고 생각합니다.
또한 이 작품과 이어지는 <우수 뒤에 얼음같이>와 더불어서, 이 문체부 세시풍속 프로젝트를 계기로 저희 팀은 마치 대학 동아리 같은 모임의 형태에서 벗어나 점차 전문성을 갖춘 팀으로 나아갈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이 작품은 저희에게 하나의 터닝포인트이자, 가끔은 고마운 작품으로 떠오르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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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rsona we are.
𝐰𝐞 𝐚𝐥𝐥 𝐰𝐞𝐚𝐫 𝐦𝐚𝐬𝐤𝐬. 𝐟𝐨𝐫 𝐰𝐡𝐚𝐭?
서울 성동구 연무장7가길 6 옥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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