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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상장에 성공한 유니콘 기업 포쉬마크는 네이버에 매각되는 길을 택했을까? 포쉬마크의 시각에서 바라본 네이버 - 포쉬마크 인수전
10월 4일 네이버에 경영권 매각을 발표한 북미 리세일 커머스 기업 포쉬마크
지난 10월 4일 네이버가 창사 이래 최대 규모의 크로스보더 M&A를 성사시켰습니다. 북미 대표 패션 중고거래 마켓플레이스 '포쉬마크'를 16억 달러(2조 4천억 원)에 인수하기로 계약한 것입니다.

“대규모 사용자를 보유한 북미 1위 패션 C2C 플랫폼인 포쉬마크와 함께 하게 됨으로써, 네이버는 북미 MZ세대를 더욱 폭넓게 이해할 수 있는 중요한 기반을 마련했다”
- 네이버 최수연 CEO

네이버의 입장에서는 다양한 이유에서 이번 거래가 매력적으로 다가왔을 것입니다. 이미 작년에 경영진 세대교체를 단행하며 국내 경쟁을 지양하고 글로벌로 향할 것임을 선언했고, '컨텐츠 - 커뮤니티 - 커머스'로 대변되는 신성장 동력의 한 축에서 약한 고리로 지적되던 'MZ 세대 + 북미 시장 + C2C' 영역을 한 번에 보완할 수 있는 거래가 포쉬마크였기 때문입니다. 올해 계속 이어지고 있는 기술주 급락 또한 전략적 M&A를 추구하는 네이버의 입장에서는 기회로 다가왔을 것입니다.


오늘 뉴스레터에서는 반대로 이 거래를 포쉬마크의 관점에서 접근해보고자 합니다. 포쉬마크는 상장 전부터 이미 테마섹, GGV Capital, Menlo Ventures 등 내노라하는 벤처투자자들이 뭉칫돈을 베팅했던 북미의 떠오르는 C2C 마켓플레이스 기업이었습니다. 2017년 시리즈 E 라운드 당시 8천억 원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았고, 2021년 초 4조 원 시가총액으로 나스닥 상장에 성공합니다.

미국 증시에서는 커머스 스타트업이 소프트웨어나 핀테크 대비 상장 문턱이 높다는 점을 감안할 때 포쉬마크는 지난 3년 간 손꼽히는 커머스 영역 나스닥 상장 성공 사례입니다. 이런 포쉬마크가 왜 1년 반 전 공모가 대비 절반도 안되는 기업가치로 네이버에 인수되기로 결정했을까요?
포쉬마크는 누구인가? - 당근마켓도 중고나라도 아니다

한국에는 낯선 이름인 포쉬마크를 소개하기위해 다양한 회사가 거론되고 있습니다. 이번 거래를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곳에서는 북미의 '당근마켓'이라고 소개하는 반면, 네이버의 주가 급락에 분노한 주주는 왜 '중고나라'를 2조 원을 주고 사냐며 반발하고 있죠.

포쉬마크는 북미의 대표적인 '패션 리세일 커머스' 업체입니다. 내 옷장에 있는 옷을 팔고 싶을때 찾는 플랫폼이죠. 최근 포쉬마크가 생활용품 등 다양한 카테고리를 추가하고 있지만 핵심은 여전히 패션 분야입니다.

유튜브에서는 옷을 팔고 싶을 때 '포쉬마크'와 '디팝' 중 어떤 플랫폼이 더 나은지 소개하는 영상을 쉽게 찾을 수 있습니다. 패션 중고거래라면 가장 먼저 찾게되는 2개의 사이트 중 하나가 포쉬마크인 것입니다.
네이버는 이번 거래를 작년 미국의 아이디어스라고 할 수 있는 Etsy가 인수한 디팝과 비교하여 매력적인 가격에 진행한 거래라고 강변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디팝과 포쉬마크는 사용자 측면에서는 굉장히 다른 성격의 플랫폼입니다. 일례로 디팝 사용자의 90%는 10대 후반에서 20대 초반의 전형적인 Gen-Z 세대이지만 포쉬마크 사용자의 80%는 25세 이상의 청장년층입니다. 디팝은 'Gen-Z 고객이 커뮤니티를 형성한 활발한 플랫폼'이란 점에서 '올드'한 느낌의 포쉬마크와는 구분되는 것이죠.
플랫폼이 활발한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운영되는지, 단순히 물건을 사고팔기위한 일회성 거래 위주로 진행되는지 알기 위해서는 총 등록 고객 수 대비 월 방문자수를 비교해볼 수 있습니다. 한국의 중고나라나 미국의 Cragslist처럼 특정 물건을 사고팔때만 방문하는 사이트는 가입 고객 대비 활성 방문자 비율이 낮은 반면, 당근마켓처럼 심심하면 들어가보는 사이트는 '커뮤니티'의 성격이 높아 가입자의 플랫폼 참여도가 높게 나타나죠.
위 차트를 통해 포쉬마크를 '당근마켓'이나 '중고나라'에 비교하는 건 어폐가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오히려 플랫폼의 성격 측면에서 가장 유사한 한국의 비교기업은 '번개장터'라고 볼 수 있습니다. 중고거래에 방점을 찍고있지만 MZ세대나 스니커즈 거래 등 특정 카테고리에서 강점을 보이는 번개장터 형태의 '버티컬 리세일 커머스'가 포쉬마크나 디팝의 성격을 가장 잘 설명해주는 단어인 것이죠.

포쉬마크는 가입 고객 10명 중 2명 정도가 한 달에 한 번 이상 방문하고 그 중 1명 정도가 거래를 일으키는 플랫폼입니다. 이는 아마존이나 쿠팡과 같은 종합커머스 플랫폼에 비하면 굉장히 낮은 수치입니다. 기존 고객으로부터 거래를 이끌어내지 못하는 플랫폼은 끊임없이 마케팅 비용을 쏟아부어 신규고객을 확보해 성장해야 하지만 이는 플랫폼의 '지속가능성'을 갉아먹게 됩니다. 바로 이 지점에서 포쉬마크의 고민이 시작되는 것입니다.
한 걸음 더 들어가보면...

네이버도 포쉬마크도 모두 언급하지 않고 있지만 사실 포쉬마크와 유사한 상장 기업으로 더리얼리얼(TheRealReal)스레드업(ThredUp)이 있습니다. 더리얼리얼은 2019년 상장된 '명품 중고거래' 플랫폼이며, 스레드업은 포쉬마크보다 먼저 설립된 패션 리세일 커머스 기업이지만 서서히 경쟁에서 밀리며 현재는 거래액 기준 2위에 안착한 기업입니다. 스레드업 또한 포쉬마크가 상장한 후 두 달 뒤인 2021년 3월 나스닥 상장에 성공하였습니다.
문제는 포쉬마크 뿐 아니라 더리얼리얼, 스레드업, 디팝 모두 올해들어 성장과 지속가능성 사이에서 균형을 찾지 못하고 헤메고 있는 상황이란 점입니다. 단적으로 더리얼리얼의 경우 연간 30% 이상 매출성장률을 기록하고 있지만 여전히 영업이익률은 -35%로 업계 최하위 수준입니다. 스레드업도 마찬가지로 꾸준한 매출 상승에도 불구, 그에 비례하여 비용이 증가하면서 수익성 개선이 요원한 상황이며, 디팝은 Etsy에 인수된 다음해 매출이 40% 가까이 감소하며 Gen-Z에 집중한 사업모델의 위험성을 보여주었습니다.

포쉬마크는 다행히 상장 직전 흑자 전환에 성공하였고, 상장 이후에도 보수적인 경영 기조를 유지하여 왔습니다. 경쟁이 심화되는 상황에서도 업계 최고 수준인 20% Take rate을 고수하였으며, 구매력이 높은 청장년층을 대상으로 사업을 하다보니 부침 없이 꾸준한 거래액 상승을 이끌어오고 있습니다.

하지만 성장과 지속가능성의 난제는 포쉬마크도 피해가지 못하였습니다. 리오프닝 이후 경쟁사 대비 가장 빠르게 매출성장률이 둔화되었지만 마케팅 비용은 야금야금 늘어나 다시 적자폭이 확대되고 있기 때문이죠. 주식시장이 성장성과 수익성 어느 하나도 가중치를 두지 않으면서 당분간 포쉬마크의 미래 또한 그리 밝지 않은 상황이었습니다.
연간 거래액이 3조 원을 넘어서고, 1년 전 시가총액도 2조원에 육박했던 더리얼리얼의 현재 시가총액은 10%에 불과한 2천억 원 수준입니다. 스레드업 또한 상장 대비 기업가치의 90%가 증발하면서 현재 시가총액은 2,500억 원 대로 주저앉았습니다. 투자자들은 개선되지 않는 수익성을 더 이상 기다려주지 않는 모습입니다.

미국의 리세일커머스 기업 주가가 유독 맥을 못추는 이유는 간단합니다. 장기적으로 중고거래 시장 성장에 대한 방향성은 맞다고 하더라도 단기적으로 독자적 생존이 가능한 사업모델인가에 대한 의구심을 떨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플랫폼의 네트워크 효과는 시간이 갈수록 사용자의 참여도와 구매 빈도가 늘어나야 빛을 볼 수 있습니다. 그렇지 않다면 Ebay나 Etsy처럼 일회성 거래에 집중하더라도 독자적인 포지셔닝을 유지하며 현금흐름을 가져올 수 있는 버티컬로 진화해야 합니다. 북미의 리세일커머스는 어느 한 방향도 명확하게 제시하지 못하면서 시간만 지체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2022년 8월 포쉬마크 애널리스트 리포트 - 주가 상승을 위한 기폭제가 필요하다는 지적
월가의 시각에서 포쉬마크는 다양한 악재에 직면해 있었습니다. 리오프닝으로 중고거래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멀어지고있고 라이브커머스 등 새로운 플랫폼 대비 경쟁력이 약화되고 있어 '오늘이 제일 비싼 주식'이란 평가가 많았습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기업가치가 떨어질 게 뻔하니 오히려 적당한 가격대에 네이버에 인수된 것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분위기입니다. 인수 발표 전 애널리스트들의 컨센서스가 주당 14달러 수준이었으니 주당 18달러 인수 소식에 주가가 급등하는 것은 당연한 결과인 것입니다.
앞으로의 전망은...

지난 8월 포쉬마크 2분기 실적 발표 당시 CEO인 Manish Chandra는 "어떻게 방문고객을 거래고객으로 전환할 것인지"에 대한 모건스탠리 애널리스트 Lauren Schenk의 질문에 이렇게 답변합니다.

"고객전환의 핵심은 더 나은 검색, 더 나은 피드, 그리고 더 나은 분석 툴이라고 생각합니다. 얼마 전 선보인 My Shopper 기능은 판매자가 잠재 고객과 보다 적극적으로 소통할 수 있는 창구를 제공하여 관심 고객이 구매 고객으로 전환되도록 지원합니다."

결국 포쉬마크도 현재의 난제를 타개하기 위한 기술로 기존 고객의 재방문을 이끌어낼 수 있는 더 나은 검색 기능과 커뮤니티 활성화를 꼽은 것입니다. 이 분야에서 네이버가 전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력과 경험을 갖추었기 때문에 포쉬마크는 더할 나위 없는 파트너를 만난 셈입니다. 포쉬마크 또한 인수의 시너지로 '기술'과 '데이터', '커뮤니티'를 제 1 순위로 꼽고 있습니다.

Naver to Acquire Poshmark - Redefining Commerce and Community

  • Enhances Poshmark’s User Experience with Naver’s Unrivaled and Innovative Technology Offerings
  • Leverages Naver’s Proven Data Analytics Technology to Improve Marketing and Engagement Strategies
  • Creates a Global Commerce Community with Access to Poshmark’s Social Networking and Discovery-Based Shopping

현재 시장에서 바라보는 네이버 - 포쉬마크 거래의 수혜자는 포쉬마크입니다. 네이버가 이번 거래를 통해 얻는 효익은 장기적이고 추상적이지만 포쉬마크는 곧바로 플랫폼에 적용할 수 있는 다양한 리소스를 확보하게 된 것이죠. 거래 발표 이후 두 회사의 엇갈린 주가도 이를 반영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제 공은 네이버로 넘어갔습니다. 네이버가 포쉬마크를 발판삼아 글로벌 경영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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