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ekly newsletter no.66 I 2022.06.23
벗은 가장 좋아하는 음악 장르가 뭐야? 정리몬👾은 클래식 음악🎼을 좋아해. 10여년 전 군생활을 할 때 베토벤 교향곡 5번과 7번을 듣다가 새로운 세계가 열리는 체험을 한 뒤로 이젠 헤어나올 수 없는 지경에 빠져 버렸어.🤪
 
“클래식 음악은 평생의 친구”라고들 해. 정말 공감하는 게 클래식 음악은 연주 시간이 길고 복잡한 만큼 표현하는 생각과 감정의 폭이 넓고 깊거든. 그래서 오래 들어도 질리지 않고 매번 새롭게 즐길 수 있어. 이 음악을 즐길 줄 몰랐다면 내 인생에서 즐거움이 27% 정도를 줄어들지 않았을까 싶어. 게다가 요즘엔 스트리밍 서비스가 많아져서 클래식 음악을 듣는 것도 정말 쉬워졌거든.

지난 18일(현지시간) 피아니스트🎹 임윤찬이 미국 밴 클라이번 콩쿠르에서 우승했다는 기쁜 소식이 들려왔어. 마침 최근 국내 연주자들이 권위 있는 국제 콩쿠르에서 줄줄이 우승하고 있었거든. ‘임윤찬이란 이 천재는 누굴까’ ‘요즘 국내 연주자들 왜 이렇게 잘 나가는 걸까’ 같은 궁금증이 꼬리를 물고 일어나서, 이걸 이번주 휘클리에서 다뤄야겠다는 생각을 했어.

콩쿠르를 여는 여러 이유가 있지만, 그 중 한 가지는 이목을 끌어서 클래식 음악을 즐길 계기를 만들어주는 것이거든. 이번 휘클리가 누군가에게는 그런 계기가 될 수 있기를 바라면서, 특별 게스트도 모셨어. 레터 곳곳에 임윤찬의 연주를 들을 수 있는 바로가기 링크도 넣었어. 이번만큼은 ‘듣는 휘클리’여도 괜찮을 거 같아. 자, 그럼 한 키 높여서, 더 신나게 출발해볼까?🎵🎶
📂 h_weekly, quickly 

  1. 한 번 물어봤다: K클래식이 콩쿠르에 강한 이유
  2. 안 읽으면 손해다: 작품 같나요? 학대입니다 外
  3. 톡톡 휘클러: 휘클러들의 답장 + 지난 이벤트 당첨자 발표
콩쿠르를 탐구하다
목프로덕션 제공
📂물어보기 전에_K클래식이 콩쿠르에 강한 이유
✔️60년 대회 역사 중 최연소 우승자
  • 피아니스트 임윤찬이 지난 18일(현지시간) 우승한 제16회 밴 클라이번 국제 피아노 콩쿠르는 60년 전통의 권위 있는 대회야. 임윤찬은 이 대회의 출전 제한 연령(만 18~31살)의 하한선인 18살로, 대회 사상 최연소 우승을 했어. 그는 결선에서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3번(연주 듣기)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3번(연주 듣기)을 압도적인 기교와 풍부한 표현력으로 연주했어. 앞서 준결선에서도 제목 그대로 고난도의 테크닉을 보여줘야 하는 리스트 초절기교 연습곡’ 12곡 전곡(연주 듣기)을 65분간 연주해 청중을 놀라게 했지.
  • 임윤찬은 이미 2019년 15살 나이에 윤이상 국제음악콩쿠르에서 우승해서 국내에선 기대를 모으는 유망주였어. 2위는 러시아의 안나 게뉴시네(Anna Geniushene)가 차지했는데, 31살인 그는 7살에 데뷔해서 이미 음반을 내고 남편과 듀오 연주 활동을 활발히 해오는 등 경험 많은 연주자였단 말이야. 이런 쟁쟁한 경쟁자들을 제치고 정상에 오른 거지. 임윤찬은 상금 10만 달러(약 1억3천만원)와 음반 녹음, 3년간 세계 전역에서 매니지먼트, 투어 연주 기회를 얻게 됐어.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 개최국은 영국?
  • 콩쿠르(concours)는 ‘경쟁’, ‘경연’이란 뜻의 프랑스어야. 아마도 일본에서 사용하던 표현이 그대로 들어왔을 가능성이 커. 네이버 뉴스라이브러리로 검색해보면, ‘콩쿠르’나 ‘콩쿨’이란 단어가 처음 등장하는 건 일제강점기인 1932년대 신문이거든.
  • 최초의 국제 콩쿠르가 등장한 것은 1890년이었어. 19세기 러시아의 대표 피아니스트였던 안톤 루빈시테인이 5년 주기로 열리는 피아노와 작곡 부문의 경연을 만든 거야(1910년까지 5회 개최). 이후 쇼팽 콩쿠르(폴란드·1927년),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벨기에·1937년) 등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콩쿠르가 설립됐고, 러시아의 차이콥스키 콩쿠르까지 세 콩쿠르가 ‘세계 3대 콩쿠르’로 꼽혀.

✔️예술은 정치를 초월한다
  • 차이콥스키 콩쿠르는 다른 두 콩쿠르보단 좀 늦은 1958년, 미국-소련 간 냉전 시기에 시작됐어. 공산주의 세계의 중심국인 소련은 음악의 질서를 자신들을 중심으로 재편하면서, 자국의 문화적 우수성을 만방에 보여주려 한 거지. 그런데 1회 대회에서 피아노 부문 우승을 미국인인 밴 클라이번이 차지한 거야. 당시 심사위원이었던 거장 피아니스트 스비아토슬라프 리히터가 소련 참가자를 우승시켜야 한다는 압력을 무시하고, 밴 클라이번이 가장 뛰어나다며 그에게는 100점, 다른 세 명에겐 0점을 줬거든.
  • 이런 밴 클라이번을 기념하는 피아노 콩쿠르가 1962년부터 4년 주기로 열려온 거야. 이번 밴 클라이번 콩쿠르에선 ‘전쟁을 일으킨 러시아 출신 연주자들을 참여시키지 말아야 한다’는 압력이 있었어. 하지만 클라이번 재단은 ‘예술은 정치를 초월한다’는 것을 보여준 클라이번의 차이콥스키 콩쿠르 우승의 의미를 존중해야 한다며 문을 닫지 않았지.
  • 밴 클라이번 콩쿠르는 ‘세계 3대’로 꼽히지는 않지만, 거기에 버금간다고 평가되지. 하지만 ‘세계 3대 콩쿠르’라는 것도 어디 권위 있는 국제기구에서 선정한 것도 아니고, 기준이 있는 것도 아냐. 세계 3대를 꼽는 걸 좋아하는 일본에서 들어온 거란 이야기도 있어.

✔️‘세계 3대 콩쿠르’, 누가 정했나
  • 안 그래도 국제콩쿠르세계연맹(WFIMC)은 지난 4월 차이콥스키 콩쿠르를 회원에서 제외하기로 결정했어. “우크라이나에서 벌이는 러시아의 야만적인 전쟁과 잔혹한 인명 피해 앞에서, 러시아 정부로부터 자금을 지원받고 홍보 도구로 사용되는 콩쿠르를 더는 회원으로 인정할 수 없다”는 이유였지. 이런 영향으로 당장 내년에 열릴 예정이었던 차이콥스키 콩쿠르는 러시아나 중국 이외 국가의 연주자들은 참여하지 않거나, 아예 개최되지 않을 가능성도 있어. 그렇게 되면 더는 ‘세계 3대 콩쿠르’란 수사를 사용하기도 어려워질 거야.
  • 콩쿠르의 수준을 평가할 기준이 아예 없는 건 아냐. 국제콩쿠르세계연맹의 회원이냐라는 기준은 있거든. 연맹은 1957년 만들어진 유네스코 산하기관으로서 현재 110여 회원 콩쿠르가 있고, 국내에선 서울국제음악콩쿠르, 제주국제관악콩쿠르, 윤이상국제음악콩쿠르가 가입되어 있어. 회원이 되려면 참가자는 성별 제한은 없어야 하지만 연령 제한(15살 이상, 독주자·앙상블 35살 이하, 작곡가 40살 이하 등)은 있어야 한다는 점, 독주악기는 오케스트라 협연을 선보여야 한다는 점 등 여러 기준으로 진행되는 평가를 통과해야 해.
제 16회 밴 클라이번 콩쿠르 입상자들. 가운데가 임윤찬, 왼쪽이 은메달 안나 게뉴시네(러시아), 오른쪽이 동메달 드미트로 초니(우크라이나). 밴 클라이번 재단 제공
✔️콩쿠르 우승 경력, 필수? 선택?
  • 피아니스트에게 콩쿠르 우승 경력은 필수일까? 과거 거장 피아니스트 중엔 블라디미르 호로비츠(1903~1989), 스비아토슬라프 리히터(1915~1997), 글렌 굴드(1932~1982) 등 국제 콩쿠르 수상 경력이 없는 사람이 적지 않았어. 글렌 굴드는 13살 때 고향인 캐나다 토론토의 소규모 콩쿠르에서 우승하긴 했지만, 그를 유명하게 만든 건 연주회와 음반이었어.
  • 하지만 클래식 음악계에서 콩쿠르 수상 경력은 현대로 올수록 점점 더 중요해지는 양상이 나타나고 있어. 피아니스트 조성진도 2011년 차이콥스키 콩쿠르에서 2위 손열음에 이어 3위로 입상했지만, 2015년 쇼팽 콩쿠르에도 출전해서 우승 타이틀을 따낸 걸 보면 우승 경력이 가진 중요성을 엿볼 수 있지.

✔️2위 입상에도 김포~서울 카퍼레이드 하던 시절
  • 요즘에야 국제 콩쿠르에서 수상한 국내 연주자들이 쏟아지지만 과거엔 국가적 경사로 받아들여졌어. 1974년 21살의 정명훈이 제5회 차이콥스키 콩쿠르에서 2위에 입상했을 때는 김포공항에서 서울시청까지 정부 차원에서 카퍼레이드를 벌일 정도였지. 하지만 지금은 하루가 멀다고 국제 콩쿠르에서 우승·입상 소식이 들려오는 클래식 강국이 되었어. 지난 4일엔 첼리스트 최하영(24)이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에서, 지난달엔 바이올리니스트 양인모(27)가 시벨리우스 바이올린 콩쿠르에서 우승했어. 지난해에 피아니스트 박재홍(23)이 우승한 부조니 콩쿠르도 손 꼽히는 콩쿠르였지.
  • 한국은 짧게 잡아도 바로크 시대부터 400년이 넘는 서양 고전음악의 전통과 오랫동안 관련이 없었잖아. 그런 한국 연주자들이 최근 콩쿠르를 석권하는 이유는 뭘까.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 현장 중계를 25년째 맡아온 티에리 로로 감독은 이를 주제로 두 편의 다큐멘터리를 연출하기도 했는데, 그는 세 가지 이유를 들었어. 바로 경제성장체계적인 영재 교육 시스템, 부모의 헌신적 지원이야. 많이 들어본 말들이지?😐 로로 감독은 “가족의 희생이야말로 유럽에서 찾기 어려운 한국적 풍경”이라고 말했어.

✔️‘K클래식 열풍’, 이유는?
  • 서양 고전음악 인프라에 충분한 투자를 할 수 있을 정도로 성장한 경제력은 기본 바탕이야. 앞서 임윤찬은 국내 악단과 이번 콩쿠르 연주곡인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3번, 모차르트 피아노 협주곡 22번을 여러차례 협연(연주 듣기)하면서 실전 감각을 키웠어. 실력 있는 악단이 10대 연주자에게 공연 기회를 줄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할 수 있는 나라는 많지 않을 거야.
  • ‘한국식 영재교육 시스템’도 빼놓을 수 없지. 임윤찬과 박재홍은 유학 없이 국립 한국예술종합학교에서만 배운, 순수 국내파거든. 금호영재콘서트 같은 무대로 음악 신동을 조기에 발굴해서, 한예종에서 이론과 실기를 갈고 닦도록 하는 거지. 앞서 박재홍은 한예종 4년 동안 김대진 총장과 학생들 앞에서 한 실기시험이 콩쿠르보다 더 긴장될 정도로 실전 같은 연습을 한 것을 우승 이유로 꼽기도 했어.
  • 병역 혜택의 영향도 배제할 수 없을 거야. 병역법에선 28개 국제 음악경연대회에서 2위 이상으로 입상한 이들은 예술요원으로 복무할 수 있게 해주거든. 위에서 언급한 모든 콩쿠르가 여기에 포함돼. 육군 기준 18개월의 군 현역 복무 대신, 3주 기초군사훈련 이수와 544시간의 공익복무만 하면 되니까 상당한 동기 부여가 되겠지. 다만 임윤찬은 이미 3년 전에 윤이상 국제콩쿠르 우승으로 예술요원 자격을 획득한 상황이었어.

✔️임윤찬, 산에 들어가진 말아다오
  • 너무나 당연한 말이지만, 콩쿠르 우승이 모든 것을 보장해주는 건 아냐. 밴 클라이번은 사실 연주자로서 성공적인 삶을 이어가지 못한 ‘반면 교사’였어. 피아니스트 예브게니 키신이 쓴 자서전 <기억과 회상>에선 밴 클라이번을 “탁월한 재능을 타고난 사람이 어떻게 그것을 잃고 음악가로서 퇴화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예”라며 안타까워 하는 대목이 나와. 밴 클라이번은 콩쿠르 우승자가 새 곡을 공부한다거나 연주회를 오랫동안 쉬면 대중의 조소를 받거나 관심에서 멀어질 거란 두려움에 사로잡혀 있었고, 소수의 레퍼토리만 반복해서 연주했다고 해. 1972년 밴 클라이번의 모스크바 연주회에 대해 “재능은 모닥불과 같아서 제때 장작을 더하지 않으면 꺼져버리고 만다. 진정한 예술가는 30세에도 50세에도 70세에도 젊은 시절 성공의 이자에 기대어 사는 금리 생활자가 되어서는 안 된다”(다비트 라비노비치)고 혹평한 말을 키신은 자신의 금언으로 삼았다고.
  • 물론 임윤찬은 “난 산에 들어가 피아노만 치고 싶은 사람”이라며 “커리어에 대한 야망은 0.1%도 없다”고 말해. “콩쿠르 우승과 상관없이 공부할 것이 많다”는 그의 음악에 대한 열정이 끊이지 않았으면.

👉임윤찬은 어떤 음악적 색깔을 가졌을까? 임윤찬은 왜 세계 3대 콩쿠르를 두고, 밴 클라이번에 출전했을까? ‘K클래식’에 가려진 그림자는 없을까? 한 발 더 들어가보려고 해.
임윤찬의 결선 마지막 무대인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3번 연주를 마치자, 관객들이 기립해 박수를 치고 있다. 지휘자인 마린 알솝은 눈물을 닦는 듯 눈가를 만져서 화제가 됐다. 밴 클라이번 유튜브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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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번 물어봤다

윤이상 국제콩쿠르부터 이번 밴 클라이번 콩쿠르까지 임윤찬을 지켜본 피아니스트 조은아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수에게 물어봤어.

휘클리: 임윤찬의 콩쿠르 연주, 어떠셨어요?
조은아: 콩쿠르가 아니라 지금 이 순간 단 한 번 들을 수 있는 리사이틀을 마주하는 느낌이 들었어요. 초월적 연주라고 해야 할까요. 콩쿠르 우승자들이야 대개 풍부한 음악성에 완벽한 테크닉을 갖추고 있죠. 그런데 거기에 그치지 않고 희귀한 마법의 에너지를 발산하더라고요. 특히 라흐마니노프 협주곡 3번은 이 시대를 사는 사람만 누릴 수 있는 특권이구나 감탄하게 만드는, 밴 클라이번도 하늘에서 듣고 눈물을 흘릴 것 같은 대단한 연주였죠.

휘클리: 클래식과 그리 친하지 않은 분들도 조성진은 좀 아니까, “조성진보다 잘하냐” 이렇게 묻더라고요. 말 나온 김에 조성진과 비교를 해본다면 어떨까요?
조은아: 둘 다 내향형 인간인 거 같아요. 과묵하고, 달변도 아니고, 스타성을 드러내는 걸 즐기지도 않고요. 두 사람의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3번 연주를 비교하면서 한 땀 한 땀 들어봤는데요. 연주를 할 때도 두 사람이 과장된 표정이나 제스처가 없어요. 내면으로 침잠해서 완벽을 추구하고 음악에만 오롯이 몰입하는 구도자. 그게 두 사람의 공통점이에요.

휘클리: 다른 점은 뭐였어요?
조은아: 차이가 있다면, 베토벤 연주 자체는 조성진은 악기와 떨어져서 책상에서 보내는 시간도 풍부히 보내는구나 싶은, 구조적인 지력이 느껴지는 연주였어요. 반면 임윤찬은 연습실에서 엄청난 시간을 단련했다는 걸 대번에 알 수 있었는데, 감각적이고 찬란한 소리를 만들어내더라고요. 조성진이 전인적 조화와 의연한 안정감으로 무장해서 객관화를 통한 균형미를 구현한다면, 임윤찬은 음악에 완전히 심취해서 파괴적인 폭발력을 발산해 청중에게 쾌감을 주는 음악을 들려주는 아티스트라고 봐요.

휘클리: 콩쿠르 연주곡을 국내서 미리 공연도 자주하고 철저하게 준비한 거 같더라고요.
조은아: 지난해 연주회에서 임윤찬의 리스트 ‘초절기교 연습곡’을 직접 들었는데 그때보다 훨씬 좋아졌어요. 70분짜리 독주회를 준비하는데도 엄청난 연습을 해야 하는데, 밴 클라이번 콩쿠르는 5시간을 연주해야 하니까 연습량이 어마어마했을 거예요. 수년씩 준비하는 건 기본이죠. 특히 ‘초절기교 연습곡’ 전곡은 콩쿠르에선 아주아주 드문 선곡이에요. 연주를 망칠 가능성이 너무 크거든요. 이 곡은 리스트가 연주력을 과시하려고 어려운 테크닉을 악랄하게 다 때려넣은 곡이거든요. 심사위원들은 망하겠거니 방심하며 듣다가 미친 연주력에 깜짝 놀랐을 거 같아요.

휘클리: 쇼팽·차이콥스키·퀸 엘리자베스를 세계 3대 콩쿠르라고 하는데, 왜 이렇게 꼽는 걸까요?
조은아: 오랜 역사에, 입상자들이 거장이 되면서 권위를 쌓아온 거죠. 막대한 후원을 업고 콩쿠르 우승자들에게 높은 액수의 상금, 굴지의 매니지먼트와 계약, 주요 레이블에서 음반 발매, 세계적 오케스트라와 협연 등 꿈 같은 특전을 준다는 점도 이유죠.

휘클리: 그럼 임윤찬은 왜 3대 콩쿠르에 나가지 않았을까요?
조은아: 쇼팽 콩쿠르는 쇼팽 해석에 대해 확고한 미적 기준이 있어요. 연주도 쇼팽의 작품으로만 해야 하고요. 퀸 엘리자베스나 차이콥스키 콩쿠르는 라운드마다 작곡가나 장르가 지정되는데, 밴 클라이번은 완전히 연주자 재량에 맡겨요. 참가자들이 개성을 펼치기는 밴 클라이번이 더 좋죠.
스승인 손민수 한예종 교수의 추천도 있었을 거 같아요. 손 교수가 보스톤 뉴잉글랜드음악원 출신이라 북미 음악계의 생리를 잘 파악하고 있을테니까요. 그래도 사실 약간 아쉽긴 해요. 퀸 엘리자베스나 쇼팽 콩쿠르였다면 더 좋았을 거 같은데.

휘클리: 직전 2017년 대회 우승자가 선우예권이라 밴 클라이번은 불리한 선택 아니었나 하는 이야기도 있더라고요.
조은아: 제가 임윤찬이나 손 교수였다면 이 콩쿠르는 피했을 거 같아요. 콩쿠르들이 공정성과 균형, 상품성 등을 고려해서 같은 국적 연주자를 연이어 우승시키는 건 피하려 하거든요. 그런데도 1위를 차지했다는 건 임윤찬의 실력이 그만큼 압도적이었다는 거겠죠. 전 밴 클라이번이라는 그릇에 담기에 과분한 연주자라고 생각했어요.
출처 KBS 뉴스
휘클리: 왜 최근으로 올수록 콩쿠르 입상 경력이 필수로 여겨지는 걸까요?
조은아: 여기에 일조한 사람이 바로 밴 클라이번이에요. 그가 차이콥스키 콩쿠르에서 우승하면서 명예와 부를 거머쥘 수 있단 걸 보여준 거죠. 콩쿠르도 과거보다 우후죽순 많아지면서 출전 기회도 늘어났고요. 그러다보니 필요 충분 조건이 돼버린 거죠. 하지만 이제 콩쿠르도 너무 많아져서 희소성이 줄어들고, 유튜브 등 자기 역량을 보여줄 통로가 다양해지고 있어요.

휘클리: 임윤찬의 과거 인터뷰를 보니 “콩쿠르에 참여하고 감정을 소비하며 신경 쓰느라 내 인생을 낭비하고 싶지 않다”고 했더라고요.
조은아: 콩쿠르를 좋아하는 연주자가 어디에 있겠어요. 콩쿠르는 기본적으로 잔인하고, 가혹하며, 부조리한 이벤트에요. 그런데도 출전할 수밖에 없는 건 생존을 위해, 무대에 서서 연주할 기회를 얻기 위해서죠. 많은 연주자들이 권위 있는 콩쿠르에서 우승했는데도 또다른 콩쿠르에 쉴새없이 도전하는 건 제대로 된 연주 기회를 얻기가 힘들기 때문이거든요.

휘클리: 안 그래도 콩쿠르가 피아니스트들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콩쿠르에 비판적인 목소리도 있더라고요.
조은아: 리히터나 호로비츠도 콩쿠르에 부정적이었어요. 리히터는 1회 차이콥스키 콩쿠르 때 한 번 심사위원을 하고 그 뒤론 평생 맡은 적이 없어요. 하루에 같은 곡을 수십번 듣느라 미칠 것 같았다고 하더라고요. 이처럼 심사위원들이 반복해서 곡을 듣기 때문에 예술성을 제대로 평가하기가 어려워요. 채점도 점수를 깎아나가는 방식이니 연주자들도 실수하지 않는데 혈안이 되는 거죠. 심사위원들이 각자 취향이 까다로운데, 그걸 거스르지 않으려면 독창적이기보단 표준화된 해석이 더 큰 힘을 발휘할 때가 많아요. 그래서 지휘자이자 작곡가인 피에르 불레즈는 “여럿이 말을 그리면 결국 낙타가 된다”는 말을 했어요. 예술은 다른 사람과 같은 게 아니라 다를 때 가치가 있잖아요. 그렇기에 콩쿠르 우승이 곧 예술성을 입증하는 건 아닐 때가 많죠. 1등이 아니었던 참가자가 더 오래도록 사랑받는 연주자가 되기도 하고요.

휘클리: ‘K클래식 돌풍’이란 말이 나올 정도로 최근 한국 출신 국제 콩쿠르 수상자들이 많아지는 이유는 뭘까요?
조은아: 개인의 재능에 한국인 특유의 근면성과 승리욕, 끼가 합쳐졌다고 해야 할까요. 제가 유학 생활 때 일본인들을 만나보니 확실히 한국인이 자유롭게 표현하고 분출하는 걸 잘하더라고요. 또 우리나라 방송에 오디션 프로그램이 얼마나 많아요. 하지만 양날의 칼이죠. 치열한 경쟁 시스템 속에서 번아웃되는 일도 많고요. 또 남성 연주자들은 병역 특례로 예술요원이 되면 음악 활동을 쉬지 않을 수 있으니, 목숨 걸고 하죠.

휘클리: 한국식 영재교육 시스템의 성과라고 분석하기도 하던데, 어떻게 보세요?
조은아: 맞는 말이긴 한데, 엘리트 양성에만 치우쳤다는 한계도 있어요. 음악 생태계가 건강해지려면 중간층이 튼튼해야 돼요. 그런데 웬만한 전공자들은 베토벤 소나타 치다가 사회 나오면 할 일이 없잖아요. 연주자로선 생계유지도 쉽지 않다는 건 너무 명확하고요. 동네 피아노 학원을 차리려 해도, 코딩 학원에 밀려서 기존 학원도 문을 닫는 상황이에요. 이젠 음대에서도 자기 음악을 자기가 프로듀싱할 능력을 갖추는 교육이 필요하다고 봐요. 모두가 임윤찬이 될 순 없잖아요. 그런데 정권이 바뀌면서 대학에서 반도체 인력 양성하라고 난리니, 인문학이나 예술 교육은 점점 더 위태로워질 거에요. 음악에서도 인공지능으로 뭐라도 하라는데 머리가 지끈거리네요.

휘클리: 국내 클래식 음악계는 뭐든 문제를 따지고 들어가면 저변 부족으로 귀결되는 거 같아요.
조은아: 방탄소년단의 100분의 1이라도 관심을 받았으면 하는 게 소원이에요. 국내 클래식 음악 저변이 너무 좁고 얕아요.. 취미로 악기를 다루거나 자기 돈 내고 공연장을 찾는 사람도 너무 적고요. 연주로 생계를 유지하는 게 불가능하니까 다들 레슨으로 수입을 얻고, 대학에서 자리를 잡으려 하죠. 

휘클리: 임윤찬은 앞으로 어떤 연주자가 될까요.
조은아: 1년에 100회 이상 공연하는 연주자로 사는 건 지구를 들어올려야 하는 일이라고들 해요. 전 세계를 끊임없이 돌며 호텔방을 전전해야 하는데, 음악에 대한 사랑과 청중에 대한 사명감이 없으면 버티기 힘든 일이죠. 임윤찬 본인이 원하는 건 산 속에 들어가 피아노에만 몰입하는 생활이라고 하잖아요. 그래서 임윤찬한테 묻고 싶어요. 어떻게 하면 속세와 단절하지 않고 세상에 음악을 들려줄 수 있겠냐고. 본인이 그 답을 잘 찾아갔으면 해요. 클래식 음악계나 미디어도 그의 재능을 소진시키는 게 아니라 앞으로 수십년간 헤쳐갈 음악 수행, 완벽을 향한 내면의 침잠을 방해하지 않도록 합심할 수 있다면 좋겠어요.


📢 이벤트 알림
이번주 이벤트에는 콩쿠르를 소재로 다룬 소설과 클래식 입문서를 준비했어. 일본 소설가 온다 리쿠의 <꿀벌과 천둥>은 작가가 하마마쓰 콩쿠르를 직접 취재해서 쓴 소설로, 콩쿠르가 궁금한 사람에겐 딱 좋을 거야. 또 하나는 민은기 서울대 음대 교수가 쓴 클래식 입문서 <난처한 클래식 수업 1-모차르트, 영원을 위한 호소>야. 많은 입문서가 있지만 모차트르를 다루면서 중간중간 꼭 알아야 하는 음악 이론을 쉽고 차근차근 설명하는 점이 좋더라고. 각각 3권씩 나눔할게. 참여는 다음주 화요일(6월28일) 정오까지! 두 가지 책 중 더 읽고 싶은 책 이름, 휴대전화 연락처, 레터를 받는 이메일 주소 꼭 남겨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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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 같나요? 학대입니다 새 사진가들의 욕심이 선을 넘었어. 나뭇가지를 잘라내 둥지가 훤히 드러나보이게 하거나 아예 새를 잡아다가 세트장을 운영하는 사람들도 있대. ‘학대’야.
💎빼앗긴 근력 찾아가세요 운동하는 여성의 목표는 왜 ‘○○kg이 되고 싶다’여야 할까. ‘○○kg을 들고 싶다’가 되면 안 될까? ‘여성의 운동=다이어트’라는 고정관념 없는 체육관이 있대.
💎[칼럼] 지구 끝까지 대통령 교통신호만 잡을 텐가 “지구 끝까지 찾아가서라도 반드시 사법처리하겠다.” 서울경찰청장이 최근 장애인 이동권 시위를 두고 한 ‘엄포’야. 어색하지 않아? 지구 반대편까지 찾아가 잡아오겠다는 게 장애인들이라니 말이야.
픽사베이
💎오늘 마신 녹차 티백, 타임캡슐이었다 거미, 벌, 파리 같은 절지동물 1279종의 유전자가 티백에서 발견됐어. 티백이 ‘곤충 유전자 보관소’로 딱이라고. 벌레가 나온 건 아니니 안심하고 우려 마셔도 돼~.
💎소금간은 누가 맞추나요? 보건복지부가 배달 앱에서 소금과 설탕의 양을 선택할 수 있는 방안을 논의하겠다고 발표했거든. 근데 이 소식이 배달 전문 업체들과 식당 사장님들을 벙찌게 만들었어. ‘탁상행정’이라는 거야.
지난주 휘클리 vol.65 :  항공권 대란✈오늘이 가장 싼 이유를 보고 휘클러들이 아래와 같은 답장을 보내왔어. “도움이 됐다”는 의견이 많았지만, “너무 길다” “예측 가능한 내용이었다” 등의 의견도 있었어. 앞으로 더 일목요연하게 그리고 심층적으로 잘 만들어볼게!🙋‍♀️ 특가 항공권으로 파리에 갔을 때 찍은 ‘셀카’를 공개했잖아. “네가 도넛몬이었냐”며 오랜만에 지인들 연락이 와서 좋았어. 다들 반가웠다!


😊여행가고 싶어서 메일 스카이스캐너만 보는 제게 너무 궁금했던 소식ㅎㅎ


😊나 종강을 앞둔 대학생, 금요일 공강이라 늘 목요일에 수업 끝나고 고속버스 타고 가면서 휘클리로 하루를 마무리하곤 해💗 요즘 코로나 상황도 점점 나아지면서 종강하고 시간 많을 때 해외를 맘껏 다니고 싶었는데 항공권이 너무 비싸서 엄두도 못내고 있었어! 뉴스에서는 유류할증이 올라간다는 말이 뭔지 잘 이해하지 못하고 넘어갔는데 이렇게 휘클리가 딱 궁금했던 주제를 다뤄줘서 너무 도움이 되었어! 가끔 휘클리가 내 마음을 읽은 것처럼 딱 궁금했던 부분을 다뤄줘서 넘 좋아!


😊항공권의 가격이 어떻게 결정되고 있는지 현재는 왜 그런 가격이 되고 있는지 세세하게 풀어줘서 이해가 잘됐어! 그냥 수요에 의해서 정해지는 가격이라고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이것저것 많은 것들에 의해 영향을 받고 있다는 걸 느꼈어.


😊항공권이 비싸졌다는 이야기만 들었지. 이런 내막이 있을 줄이야! 유익한 내용이었어. 


😊여행을 계획하고 있었는데 너무 비싼 항공권 가격에 혀를 내두르고 있었어요ㅠㅠ 그런데 항공권 대란의 이유에 대해 세세하게 설명해주셔서 원인을 알게 되어 속이 시원하네요!


📖책 이벤트에 응모한 벗들도 모두 고마워!

1) <동유럽 문화도시 기행> 💎1335 💎7378 💎5812 💎2540

2) <퀸즐랜드 자매로드 여자 둘이 여행하고 있습니다> 💎6422 💎3756 💎6179 💎1458

팀휘클리는 언제나 의견 기다리고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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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레터는 팀 휘클리 송경화(도넛몬) I 김지훈(정리몬) 기자가 제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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