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라클 모닝을 하는 일잘러들의 참고서 요즘 인공지능(AI)을 비롯해 빅테크 기업 관련 이야기가 쉴 새 없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빅테크 규제, 출시 앞둔 GPT-5, 샤오미 전기차 출격(이것도 곧 다뤄볼게요!) 등등등.
미라클레터는 이러한 이슈와 함께 열심히 달리고 있는데요, 실은 이번 레터 역시 AI가 바꿔 나가고 있는 미래에 대해 작성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다 마음이 바뀌었어요. 레터를 통해 꼭 한번 소개를 드리고 싶었던 분야에서 흥미로운 연구 성과가 나왔기 때문이에요. 바로 ‘후생유전학’이라는 분야입니다. 어려운 용어라고요?
내용은 간단해요. 후천적으로 얻은 형질이 유전된다는 내용입니다. 더 어려워졌다고요?
현재 생명공학 분야를 유전자 가위, 뇌 기계 연결(BCI) 등이 이끌고 있다면 5년 뒤, 후생유전학은 실리콘밸리의 생명공학 분야를 이끌 학문이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그때가 오기 전에 맛보기로 간략히 설명해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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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운의 과학자, 라마르크
- 흡연했더니 유전자가 변했다
- 실리콘밸리를 장악할 후성유전학
- 한 줄 브리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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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바티스트 피에르 앙투안 드 모네 라마르크(이름이 기네요)의 모습입니다. 그는 찢어지게 가난한 삶을 살면서도 학문에 몰두했다고 해요. [사진=위키]
라마르크의 ‘용불용설’ 기억나시나요. 후천적으로 얻은 형질이 유전된다는 ‘용불용설(획득한 형질의 유전)’을 주장한 과학자입니다.
예를 들어 볼게요. 기린은 목이 깁니다. 높은 나무에 있는 풀을 먹기 위해 목을 더 내밀다 보면 목은 점점 길어질 거예요. 이렇게 길어진 목은 유전됩니다. 진화를 설명하기에 더없이 좋은 이론이에요. 하지만 그의 이론은 주목받지 못하고 조롱만 당합니다. 결국 그가 눈을 감던 1829년, 그의 딸이 장례식장에서 “세월이 아버지의 원수를 갚아줄 것이다”라는 말을 남겼다고 해요.
이후 다윈의 진화론이 등장하면서 라마르크의 용불용설이 다시 주목받습니다. 하지만 DNA, 유전자의 등장과 함께 용불용설은 과학적으로 ‘틀린 이론’으로 확인됩니다. 쉽게 생각하면 이렇습니다. 류현진의 왼팔은 오른팔보다 깁니다(확인해보지 않았지만 확실할 겁니다). 왼팔을 많이 사용했기 때문이에요.
류현진이 아이를 낳았습니다. 아이의 왼팔은 오른팔보다 길지 않습니다. 즉 살아가면서 얻게 된 형질(신체적 특징)은 유전되지 않아요. 인간의 유전은 DNA, 유전자를 통해 이뤄지기 때문입니다.
기린이 목이 긴 이유는, 높은 나무에 있는 풀을 먹을 수 있는 기린이 생존에 유리하기 때문입니다. 생존에 유리한 기린이 자기 유전자를 후세에 많이 전달할 수 있었고, 이러한 일이 반복되면 목이 긴 기린이 많아집니다. 목을 내밀면서 길어진 목이 유전된 것이 아니라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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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생유전학을 잘 설명한 그림을 하나 가져왔습니다. 유전은 단순히 유전자, DNA 뿐 아니라 현재 우리가 놓인 환경 또한 큰 영향을 미친다는 이야기에요. [그림=프론티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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흡연했더니 유전자가 변했다
그런데 2000년대 이후 이러한 고정관념이 변하기 시작합니다. 후천적으로, 즉 우리가 태어난 뒤 한 어떤 행동들이 유전자에 영향을 주고, 그것이 유전될 수 있다는 연구들이 하나둘 나오고 있기 때문입니다.
또한 DNA는 그대로인데 어떠한 이유에서 그게 나타나지 않기도 합니다. 쉽게 이야기하면 파란색 눈동자를 가진 부모님에게 관련 유전자를 물려받았는데, 눈이 파란색이 아닌 거죠. 후천적으로 유전자가 변하려면 영화 ‘X맨’처럼 강력한 방사능에 노출되어야 하는데(실제로 이러한 일이 발생하면 목숨을 잃게 됩니다) 이러한 일이 발생하지 않아도 유전자에 변화가 생기는 것. 이를 연구하는 학문을 후성유전학이라고 합니다.
이해를 돕기 위해 예를 들어 볼게요. 먹이 섭취가 부족한 암컷 생쥐에서 태어난 새끼들은 평균보다 낮은 몸무게를 가지고 태어납니다. 당연하겠죠. 이러한 쥐가 정상적으로 자란다고 하더라도, 이 쥐에게서 태어난 3세대 쥐의 대사질환율은 증가합니다(논문).
벚꽃 냄새를 흘려줄 때마다 공포를 느끼도록 훈련받은 쥐가 있습니다. 이 쥐에게서 태어난 새끼들 역시 벚꽃 냄새를 맡으면 공포를 느낍니다. 후천적으로 얻은 특징이 유전되는 대표적인 사례입니다(기사).
사람도 마찬가지입니다. 1944년 9월 독일군이 네덜란드 북서부 지역을 지배하면서 식량을 봉쇄합니다. 결국 이 지역 사람들은 기근에 시달렸는데, 이 자료를 토대로 분석한 결과 출생 전 기근을 겪은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 사람과 비교했을 때 비만, 고혈압, 당뇨에 걸릴 확률이 두배나 높아졌다고 합니다(기사).
2차 세계대전 당시 홀로코스트를 경험한 사람들의 트라우마 역시 유전된다는 연구가 있습니다. 홀로코스트 생존자 자녀의 유전자를 살펴봤더니 스트레스 장애 위험이 상당히 컸다고 해요(논문). 부모가 후천적으로 경험한 스트레스가 자식에게 대물림된 겁니다.
흡연도 영향을 미칩니다. 흡연자의 경우 정자의 DNA가 비정상적으로 발현, 이렇게 태어난 아이는 흡연하지 않은 아빠의 정자로 태어난 아이와 비교했을 때 비만, 당뇨에 걸릴 확률이 높아지기도 합니다. 뇌 기능 저하를 불러오기도 합니다(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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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토스랩 홈페이지에서 찾을 수 있는 후성유전학 연구의 대가 스티브 호바스. 그는 "노화 방지 치료제 개발을 위해 알토스랩에 합류했다"라고 이야기합니다. [사진=알토스랩]
실리콘밸리를 장악할 후성유전학
이제 후생유전학에 대한 설명을 마치고 최근 공개된 흥미로운 연구를 소개해 드릴게요. 임신과 출산 과정에서 DNA에 생기는 변화입니다.
일반적으로 임신을 한 여성의 DNA에서는 변화가 생깁니다. 이러한 변화는 나이가 들 때 DNA에서 발생하는 변화와 비슷하다고 합니다. 즉 임신하면 우리의 DNA는 나이가 드는 거죠. 그런데 최근 연구에 따르면 이러한 ‘나이 듦’은 출산과 함께 다시 돌아온다고 합니다. 즉 임신으로 나이가 들었던 DNA가 출산하고 나면 다시 젊어진다는 거예요.
재미있는 사실은 출산 후 DNA의 회춘이 모든 사람에게서 같이 나타나지 않았다는 겁니다. 비만이었던 임신부의 경우는 출산하고 난 뒤 DNA가 회춘되는 정도가 표준 체중을 가지고 있던 사람과 비교했을 때 적었다고 해요. 덜 회춘한 거죠. 또한 모유만 먹인 사람이 더 많이 회춘했다고 합니다.
다만 연구진은 임신한다고 해서 생물학적 나이의 증가한다는 것에 대해 크게 걱정할 필요는 없다고 이야기합니다. 일반적으로 2~3년 정도의 변화(큰 것 아닌가요?🤔)라고 하는데요, 또한 모유 수유를 한 여성의 생물학적 나이가 더 젊어졌다고 해서 굳이 모유를 고집할 필요도 없다고 합니다(기사).
후성유전학, 어디에 쓸까 그렇다면 과연 이러한 연구를 어디에 활용할 수 있을까요.
방금 말씀드린 DNA 기반의 생체 시계를 처음 발견한 사람은 스티브 호바스 전 UCLA 교수입니다. 그는 2013년, 후생유전학에 기반해 사람의 DNA를 분석한 뒤 생물학적 나이를 계산하는 생체시계를 개발(호바스 시계) 합니다.
실제 나이보다 젊게 보이는 사람은(저처럼) 호바스 시계가 느리게 간다고 볼 수 있어요. 그는 지금 ‘알토스랩’에 둥지를 틀고 있습니다. 지난번 레터에서 소개해 드렸지만 이를 기반으로 회춘 연구에 나서고 있는 거예요(👉실리콘밸리에 자리잡는 수명연장 문화).
DNA 기반의 나이를 ‘생물학적 나이’라고 하고, 매해가 지날수록 얻게 되는 나이를 ‘실제 나이’라고 한다면 우리 몸의 상태, 질병 등을 예측하는 데 있어서 생물학적 나이가 실제 나이보다 더 유용한 지표가 될 겁니다. 유전자는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봤지만 살아가면서 우리가 남긴 흔적은 유전자에 오롯이 새겨지고 있으니까요.
실리콘밸리를 이끌 후성유전학 후생유전학의 가능성을 알기 때문일까요. 구글은 이미 2015년에 후생유전학적인 방식으로 유전자를 진단하는 ‘캠브리지 에피제니틱스(CEGX)’에 2016년에 투자합니다.
후생유전학을 이용해 신약을 개발하고 있는 문워크바이오사이언스는 올해 초 5700만달러(약 760억원) 규모의 시리즈A 투자를 마무리 짓기도 했습니다. 최근 실리콘밸리를 중심으로 주목받고 있는 ‘회춘’ 관련 생명공학 스타트업의 대부분이 바로 이 후생유전학을 연구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나이를 먹을 때 DNA에 어떠한 변화가 생기는 것을 확인했으니, 이 변화를 없애거나 이전으로 돌리면 ‘회춘’이 되니까요. 물론 이러한 연구가 진행된다고 해서 40이 넘었던 사람이 다음날 20살로 돌아가지는 못할 거예요. 노화와 관련된 질병을 예방하고 예측함으로써 보다 건강하게 사는 데 도움을 줄 것입니다.
장담하건대, 5년 뒤 실리콘밸리를 뜨겁게 달굴 바이오 기업은 후생유전학을 다루는 스타트업일 겁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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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비영리단체인 ‘디지털 증오 대응센터(CCDH)’를 대상으로 한 소송에서 졌습니다. 지난해 머스크는 CCDH가 X(옛 트위터)에 대해 불리한 연구 결과를 내놓자 이에 대해 “광고 수익이 줄었다”라며 소송을 했는데요, 법원이 이를 기각한 거예요. CCDH는 X가 증오 콘텐츠의 99%에 대해 조처를 하지 않은 점, 반유대, 반무슬림 콘텐츠에 대해서도 조처를 하지 않았음을 지적한 바 있습니다.
파산한 가상화폐 거래소 FTX가 AI 스타트업 앤트로픽의 지분 일부를 8억8400만달러, 우리 돈 1조2000억원에 매각했다고 합니다. FTX가 보유한 앤트로픽 지분의 약 3분의2를 매각했다고 하는데요, FTX는 파산했지만 다른 자산의 가치가 급등하면서 고객들 보상은 문제없어 보인다는 게 업계의 판단이라고 해요.
미국의 소셜미디어 기업 레딧이 상장한 뒤 주가가 30% 가까이 증가했습니다. 첫날에는 무려 48%나 급등했고요. 레딧의 투자자이자 전 이사회 멤버이기도 한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CEO) 지분도 2억달러에서 6억1300만달러로 뛰었다고 해요. 레딧의 성공이 미국 IPO 시장에 활력을 불어넣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솔솔 나오고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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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안하다. 나쁜 머리를 물려줘서."
저는 고등학교 3학년 때 수능을 망쳐 '재수'를 했습니다. 그때 부모님께서 이런 말씀을 하셨던 기억이 납니다.
자식이 대학을 모두 떨어졌으니 부모님은 힘드셨을 것이고, 이를 자신의 탓이라고 여기셨어요.
과학을 조금 접한 뒤 든 생각은 "응 엄마 틀렸어. 시험을 못본 것은 내 탓이야"라고 말할 수 있지만 당시 제가 엄마에게 어떤 말을 했는지 잘 기억나지 않습니다. 머리는 쓰면 쓸수록 똘똘해집니다. 공부 잘하는 유전자는 분명 존재하지만 실제로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환경'이거든요.
후성유전학의 발전과 함께 후세를 위해 조심해야 하는 일도 생겼습니다.
바로 술과 담배입니다. 술, 담배를 많이 하게 되면 내 유전자에 변화가 생기고, 그것은 아이에게 유전되어 특정 질병에 걸릴 확률이 높아질 수 있습니다.
그러니 지금 술·담배를 많이 하시는 분이 있다면 줄여주세요. 이미 아이를 낳았다고요? 몸에 있는 흡연의 흔적 또한 자식에게 전달될 수 있습니다. 또한 술과 담배는 DNA에 새겨진 생체시계를 뒤로 돌리게 됩니다. 결국 질병에 취약한 몸을 갖게 되고요.
술·담배를 하지 않고 건강을 유지하는 게 내 DNA는 물론 자식에게도 좋은 영향을 미칩니다.
그래서 결론, 오늘 점심은 건강한 한정식 어떠세요.
이틀 연속 봄비가 하늘을 적셨습니다. 이 글을 쓰고 있는 화요일 오후, 사라진 미세먼지 사이로 파아란 하늘이 보입니다. 한 주의 중심 수요일, 가끔씩 하늘을 보며 힘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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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racle morn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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