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라클 모닝을 하는 일잘러들의 참고서
2023.10.30 | 669호 | 구독하기 | 지난호

지난 6월 16일 미국 보스턴에서 진행된 ‘세계줄기세포학회(ICCR) 2023’에서 ‘희한한(?)’ 일이 있었습니다.


한 세미나에 많은 사람이 몰리면서 경찰이 청중의 절반을 쫓아낸 사건이었어요(기사).


국제학회란 연구자들이 자신의 최신 연구 성과를 발표하고 공유하는 자리입니다. 아무리 유명한 과학자가 발표를 한다고 해도 경찰이 ‘위험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사람이 몰리는 일이 벌어질 수 있을까요. 특별세션으로 ‘블랙핑크’라도 온 것일까요. 


놀랍게도 한 과학자의 발표를 듣기 위해  참석자들이 세미나룸으로 밀려들면서 벌어진 일이었습니다. 과학자는 바로 ‘후안 카를로스 이주피수아 벨몬테’ 박사. 상당히 낯설죠. 하지만 실리콘밸리의 생명과학 분야에서는 그야말로 ‘핫’한 인물입니다.


바로 ‘회춘’을 연구하는 미국의 생명공학 스타트업 ‘알토스랩’를 이끌고 있기 때문이에요.


회춘이라고 하니 두 눈을 의심하실지 모르겠어요. 하지만 실리콘밸리에서는 6~7년 전부터 관련 스타트업이 나타나면서 ‘부자’들의 마음을 설레게 하고 있습니다. 물론 주머니도 꾸준히 열게 했습니다. 


많은 재산을 거느린 사람들, 이들은 '영생'을 누리고 싶을 거에요. 특히나 기술개발 투자로 거부가 된 사람들은 자신이 그랬던 것처럼, "돈을 쏟아부으면 회춘이 가능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하게 합니다. 


이코노미스트는 최근 기사에서 “실리콘밸리와 같이 기술 전문성과 기술적 자만심을 가진 부유한 지역에서는 스스로 수명을 연장하는 문화가 만들어지고 있다”라고 해석하기도 했습니다(기사).


과연 인간은 몇 살까지 살 수 있을까요. 그리고 회춘을 이루려는 과학자들의 도전은 성공할 수 있을까요. 올해도 막바지로 접어들면서 한 살 더 먹게 된 지금, 이번 레터에서는 우울한 마음을 잠시 뒤로 하고 나이 먹음을 멈춰보겠다는 인간의 도전에 대해 다뤄보겠습니다. 

   오늘의 에디션  
  1. 젊은 피를 수혈받은 늙은쥐, 젊어졌다
  2. 거부들은 '회춘'이 고프다
  3. 알토스랩은 뭘 하고 있을까
  4. 영생을 바라는 '그들'의 삶
  5. 한 줄 브리핑 + <안내드립니다>
1950년대부터 실제로 있었던 실험입니다. 늙은 쥐와 젊은 쥐를 말 그대로 '연결'합니다. 그리고 서로의 혈액을 공유하죠. 그랬더니 늙은 쥐의 건강이 개선되는 일이 발생합니다. 여러 논문에서는 두 쥐를 연결한 사진을 실제로 볼 수 있는데요, 괴상해서 그림으로 가져왔습니다. <그림 출처=PD Mangan>
 
젊은 피를 수혈받은 늙은 쥐, 젊어졌다

실리콘밸리에서 ‘회춘’을 주제로 설립된 역사 깊은(!) 스타트업으로 ‘칼리코’를 꼽을 수 있어요(홈페이지). 무려 2013년에 설립됐는데요, 구글의 자회사입니다. 구글 공동 창업자인 세르게이 브린과 래리 페이지가 노화의 근본 원인을 알아내고 인간 수명을 연장하고자 설립했어요.


당시 세간의 반응은 그저 그랬습니다. 이전에도 노화를 연구하던 기업이 있었지만 대부분 좋은 성과를 내지 못하고 문을 닫는 일이 잦았거든요. 노화 연구는 돈이 되지 않는 만큼 정부 과제를 기반으로 한 기초연구가 큰 줄기를 이루고 있었습니다. 


칼리코 설립 과정에서도 이러한 상황을 인식해서인지 CEO를 맡은 아서 레빈슨 박사는 당시 인터뷰(기사)에서 “(칼리코는)제약회사라기 보다는 기초연구를 하는 연구소에 가깝다” “래리 페이지와 나는 ‘극도로(extremely)’ 장기투자를 하려는 기업이 거의 없다는 사실에 슬픔을 느낀다”라고 했습니다.


칼리코가 회춘을 연구하는 기업은 맞지만 당장 ‘먹으면 젊어지는 약’을 출시하는 기업이 아니라 장기적인 연구를 하는 기초 연구소와 같다는 거요. 현재 홈페이지에서도 이러한 목표를 명확히 언급하고 있습니다. 


드라큘라 백작의 귀한, 암브로시아

제 기억으로 실리콘밸리에서 회춘이 화제가 된 것은 2016년입니다. 젋은 사람의 피를 수혈해 회춘을 이뤄낸다는 기업, 암브로시아의 창업이 도화선이 됐어요. 


암브로시아는 미국 스탠퍼드대 의대 출신의 의사, 제시 카마진이 설립한 기업이었습니다. 카마진은  의대 재학시절이던 2014년, 미국 하버드대 의대의 연구에 충격을 받습니다. 연구 내용은 간단했어요. 젊은 쥐의 혈액을, 나이 든 쥐에게 넣었더니 뇌 기능, 체력, 근력 등이 개선됐다는 연구입니다(기사). 


카마잔은 여기서 아이디어를 얻습니다. “사람도 되겠구나!” 그리고 2016년 ‘무시무시한 기업’ 암브로시아를 창업합니다. 암브로시아의 비즈니스 모델, 간단합니다. 젊고 건강한 사람의 혈액을 돈을 주고 삽니다. 그리고 여기서 ‘혈장’을 분리해 ‘수혈’을 원하는 사람의 혈관에 넣어줍니다. 당시 전 세계적으로 화제가 된 기업인 만큼 들어보신 분이 많으실 거요. 


다소 황당해 보이기도 했는데요, 수혈이란 게 일반적으로 이뤄지는 일이다 보니 ‘돈’ 있는 많은 사람들이 수혈을 받기 위해 몰렸다고 해요. 혈액 한 팩(1리터)의 가격은 약 8000달러(약 1000만원)에 달했습니다. 


그런데도 60세 이상의 많은 사람이 암브로시아의 혈액을 받기 위해 줄을 섰다고 합니다. 이어 고령 인구가 많은 뉴욕에 클리닉 오픈까지 예고합니다. 마치 1560년대, 헝가리에 살았던 '피의 백작부인' 바토리 에르제베토를 떠올리게 합니다. 그녀는 마을에 있는 어린 소녀들을 납치해 살해한 뒤 그들의 피로 목욕을 했다고 합니다. 젊어질 수 있다는 욕망 때문이었다고 해요. 


저는 2018년 e메일로 카마잔과 인터뷰를 한 적이 있는데요. 당시 카마잔은 “실험 참가자(수혈받는 고령자)를 대상으로 헤모글로빈 수치와 염증 지표 등 150여개의 생체지표를 분석하고 있다. 90세가 넘는 사람이 젊은 피 수혈을 통해 여전히 건강한 삶을 보내고 있다. 젊은 피 수혈이 가진 잠재력을 보여주겠다”라고 자신했습니다. 2018년 말까지 관련 연구 성과를 공개해 과학기술계의 검증까지 받겠다고 했어요. 


젊은 피 수혈효과, 사람에게서는 아직...

하지만 2018년 말 그가 장담한 연구 결과는 공개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2019년 2월 미국식품의약국(FDA)이 “혈장 수혈은 효과가 없을 뿐 아니라 위험할 수 있다”라는 경고(사이트)를 합니다. FDA는 혈장 주입이 감염성 질환과 알레르기성, 호흡 관련 질환, 심혈관 질환과 관련이 있는 만큼 위험하다고 설명했어요. 


곧바로 암브로시아는 모든 수혈 행위를 중단했습니다. 그리고 망했습니다. 그런데 카마잔은 ‘아이비 플라즈마(Ivy Plasma)’라는 기업을 다시 만들고 서비스를 시작한다고 발표합니다. 제게도 e메일을 보냈어요. “다시 시작한다. 관심이 있으면 연락달라”고 말이에요. 하지만 현재 이 기업의 존재는 찾을 수가 없습니다. 카마잔 역시 지금 어디에서 무엇을 하고 있는지 확인되지 않고 있습니다. 


아 참, 젊은 쥐의 피를 늙은 쥐에 넣었을 때 왜 회춘이 일어났는지 설명을 안 드렸네요. 혈액 속에 있는 GDF11이라는 단백질이 원인으로 꼽히고 있습니다. 2013년 미국 하버드대 의대 연구진이 젊은 쥐의 혈액 속에 있는 이 단백질만 추출해 늙은 쥐에 투여하자 회춘 효과가 일부 나타났거든요(기사)


하지만! GDF11 만으로 '드라마틱한' 회춘 효과를 이끌어내는 것은 불가능했습니다. 이를 연구한 과학자들의 의견은 비슷합니다. "노화는 어느 정도 변화가 가능하다. 하지만 젊은 피가 회춘을 가져다주는 것은 아니다."

이 사람이 바로 러시아의 물리학자이자 거부 유리 밀너입니다. 추정 재산은 약 5조원. 부럽네요. 밀너는 생명공학 기업 역사상 가장 많은 투자금을 받은 '알토스랩'을 만든 장본인으로도 알려져 있어요. 또한 밀너는 기초과학 장려를 위해 '브레이크 스루상'을 만들기도 했습니다. 노벨상과 마찬가지로 혁신적인 연구를 한 과학자에게 매년 주는 상으로 자리 잡고 있어요. 노벨상 상금이 약 10억원이라면, 브레이크 스루상의 상금은 약 30억원에 달합니다. <사진=위키>

거부들은 회춘이 고프다


2019년 암브로시아의 폐업 이후 회춘 관련 기사는 잠잠했습니다. 역시 나이 듦은 신의 섭리였습니다. 회춘이란 게 하루아침에 이뤄지는 게 아니었죠. 인간이 회춘하고 싶다면, 더 많은 연구와 투자가 필요했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수백억, 수천억 자산가 입장에서 느리고 느린 기초과학의 발달을 기다리는 게 쉽지 않았나 봅니다. 하루빨리 회춘을 돕는 기술이 개발돼 자기 삶이 보다 더 지속되고 가진 것을 누리고 싶은 게 인간의 마음일 듯 해요. “투자가 대규모로 이어지면 결과가 뒤따른다”라는 경험을 가진 사람들이라면, 그러한 문화에 익숙한 실리콘밸리라면, 투자를 감행하지 않을까요. 


실제 그러한 일이 일어납니다. 2020년 10월, 실리콘밸리에 있는 러시아의 물리학자 유리 밀너의 저택에 유명 과학자들이 모입니다. 밀너는 1990년대 미국으로 건너온 뒤 벤처투자로 큰돈을 번 인물입니다. 그의 재산은 약 5조원으로 추정된다고 해요. 


바이오기업 역사상 최대 투자금, 알토스랩

밀너는 과학자들과 온 오프라인으로 한 주제에 관해 이야기를 나눕니다. 주제는 간단합니다. “생명공학이 사람을 다시 젊어지게 할 수 있을까.” 회춘이 실리콘밸리에서 ‘회춘’합니다. 


이 모임에서 많은 과학자가 ‘급진적인 주장’을 했다고 해요(물론 기술적 가능성을 이야기한 거겠죠). 그리고 곧 이 회의를 계기로 실리콘밸리에 회춘을 연구하는 스타트업 ‘알토스랩’이 설립됩니다. 


알토스랩이 투자받은 돈은 30억 달러. 우리 돈 4조원에 달합니다. 알토스랩은 투자자를 공개하고 있지 않은데요, 여기에는 밀너와 함께 아마존 창립자 제프 베이조스도 포함됐다는 소문이 있습니다(기사). 그 외에도 실리콘밸리의 난다 긴다 하는 억만장자 거부들이 투자했다고 합니다.


비단 거부들은 알토스랩에만 관심이 있는 것은 아니에요. 페이팔의 공동 창업자 피터 틸, 구글 공동 창업자 래리 페이지와 세르게이 브린을 비롯해 오픈AI의 샘 알트먼 등 실리콘밸리의 신화적 인물들은 모두 회춘과 관련된 기업에 투자한 이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또한 실리콘밸리 기업의 투자를 기반으로 거부가 된 많은 VC도 마찬가지입니다. 이들은 여러 회춘 기업에 알게 모르게, 투자를 이어가고 있습니다(기사1, 기사2). 

알토스랩 홈페이지에서 볼 수 있는 구성원입니다. 이들 모두 노화, 세포 재생 등 '회춘'과 관련해서는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정도의 성과를 보유하고 있는 과학자들입니다. 알토스랩 구성원을 두고 많은 언론은 '드림팀이 만들어졌다'고 평가하고 있어요. <사진=알토스랩>

알토스랩은 뭘 하고 있을까


알토스랩은 4조원을 투자받음으로써 지금까지 지구상에 설립된 생명공학 기업 중 투자금 1위 기업에 오릅니다. 이후 전 세계에서 노화와 관련된 연구를 하는 과학자들을 고연봉에 공격적으로 채용하고 있습니다. 


투자자들이 4조원을 선뜻 내놓을 수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알토스랩의 홈페이지를 들어가 보면 입이 딱 벌어집니다. 일단 ‘역분화줄기세포(iPS)’를 발견해 노벨 생리의학상을 수상한 일본의 야마나키 신야 교토대 교수가 ‘고문’입니다.


2020년 노벨 화학상을 수상한 제니퍼 다우드나 교수는 '이사진'에 이름을 올리고 있네요. 미국 국립암연구소장이었던 릭 클라우스너는 수석 과학자이자 창립자입니다. 글로벌 제약기업 GSK의 R&D를 이끌었던 할 바론(2020년 그가 벌어들인 돈은 1100만 달러입니다), 인간의 노화를 정확하게 측정할 수 있는 방법을 개발해 노화 연구의 혁신을 일으켰다고 평가받는 스티븐 호바스(기사)...


알토스랩의 홈페이지(여기)를 펼쳐 놓고 잘 모르는 과학자의 이름을 구글에 검색하면 노화 관련 분야에서 상당한 실력을 갖춘 연구자로 보입니다. 말 그대로, 회춘 연구의 어벤저스, 드림팀이라고 보면 될 것 같아요.


이러한 사람들이 대거 합류하다 보니 당연히 투자자들 입장에서는 마음이 끌렸을 겁니다. “우와. 회춘이 될 수도 있겠다!” 그렇게 돈이 모이다 보니, 이 돈을 기반으로 또다시 공격적인 인력 유치가 가능해집니다. 스페인의 한 과학자는 과거 “알토스에서 지금 받는 연봉의 5~10배를 주겠다고 했다”고 전하고 있습니다(기사). 


알토스랩의 미션, 세포를 과거로 돌려라

그렇다면 궁금해집니다. 알토스랩은 과연 무얼 하고 있을까요. 앞서 언급했던 노벨 생리의학상 수상자인 야마나카 신야 교수의 연구를 기반으로 후속 연구를 하는 듯합니다. 짧게 야마나카 신야 교수의 성과를 설명드릴게요. 


줄기세포라는 게 있습니다. 아마 황우석 사건으로 한국에서는 상당히 ‘유명한’ 용어인데요, 여러 조직의 세포로 분화할 수 있는 ‘미분화 세포’입니다. 즉 줄기세포는 다양한 세포로 자랄 수 있는 만큼 의료분야에 다양하게 쓰일 수 있어요.


줄기세포는 ‘성체줄기세포’와 ‘배아줄기세포’로 나뉩니다. 성체줄기세포란 신체 조직에 존재하는 줄기세포입니다. 가장 먼저 발견됐고, 또 이미 치료제로 활용되고 있어요. 다만 이를 치료에 사용했을 때 효과가 크지 않는 게 문제입니다.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줄기세포가 바로 ‘배아줄기세포’에요. 난자와 정자가 결합해 만들어진 ‘배아’에 존재하는 줄기세포는 다양한 세포로 분화할 수 있는 만큼 ‘만능세포’라고도 불립니다. 당연히 성체줄기세포와 비교하면 줄기세포로서 가지고 있는 효과는 좋습니다. 하지만 얻기가 상당히 까다로워요. 사람의 경우 ‘난자’가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이럴 때 등장한 줄기세포가 바로 신야 교수가 찾아낸 ‘역분화줄기세포’에요. 다 자란 세포에 특정 유전자를 넣어줬더니 줄기세포가 되는 ‘마법’을 찾아낸 겁니다. 난자가 필요 없는 만큼 윤리적 문제에서 자유롭다는 장점이 있어요. 수많은 연구를 토대로 현재 역분화줄기세포는 부작용을 빠르게 낮추고 있고, 이에 따라 다양한 임상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에요(논문, 기사).


알토스랩은 신야 교수가 발견한 역분화줄기세포에 초점을 맞춥니다. 다 자란 체세포에 유전자를 넣어 ‘초기세포’로 되돌렸다는 것 자체가 세포를 ‘회춘’ 시킨거 나 다름없거든요. 이러한 과정을 ‘Reprogramming(리프로그래밍)’이라고 표현합니다. 이 과정을 잘 연구하다 보면 회춘과 관련된, 즉 노화를 늦추거나 젊었을 때의 건강을 더 유지할 수 있는 방안을 찾을 수 있습니다. 알토스랩이 노리는 분야에요. 


물론, 이 과정이 쉬울 리 없습니다. 일반적으로 세포가 회춘하는 과정에서 암세포가 나타날 가능성이 있거든요(기사).

영화 엘리시움에 등장하는 치료 캡슐입니다. 미래 시대, 사람이 이 캡슐에 누우면 알아서 모든 것을 치료해 줍니다. 뼈가 부러지면 붙여주고, 암이 있으면 제거하고, 살이 찢어지면 매줘요. 세포 리프로그래밍 기술이 성숙다면 영화 속 이야기에서 머물지 않을 거예요. <사진=cytonsys>

투자금은 많은데... 회춘, 정말 가능할까

논문 검색이 가능한 구글스콜라에서 벨몬트 박사의 이름을 넣어보니 논문들 여럿을 찾을 수 있었습니다. 대부분 쥐 실험을 기반으로 특정 유전자를 넣어 세포를 리프로그래밍하는 내용이었습니다.


과학계에서는 기대감과 함께 회의감도 공존하고 있습니다. 다만 10년 전이었다면 이러한 이야기가 '허무맹랑하다'고 했을 수 있지만 지금은 많이 바뀌었습니다. 관련 연구가 많이 진행되면서 성과도 나오고 있는 상황이에요. 


국내에서 세포 리프로그램 관련해 독보적인 성과를 내고 계신 김종필 동국대 교수님의 설명을 옮겨 볼게요. 김종필 교수님은 올해 초 유전자 가위를 기반으로 쥐의 회춘과 관련된 유전자를 활성화시키는 데 성공한 바 있습니다(논문). 


"야마나카 신야 교수의 방식으로 회춘을 유도하려는 연구는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다 자란 세포에 특정 유전자를 넣어 초기로 돌리는 게 그의 연구입니다. 그런데 생각해보세요. 회춘은 처음으로 돌아간다는 게 아닙니다. 오히려 세포를 처음으로 돌리면 암이 발생할 확률이 커집니다. 조금 앞으로 되돌려 보는 거요. 그래서 이를 '부분적인(Partial) 리프로그래밍'이라고 표현하기도 합니다. 노화를 늦춘다기보다는 시간을 거꾸로 돌린다는 표현이 맞을 거요. 관련 성과들이 쌓이고 있습니다. 영화 속에서나 등장할 것 같은 신약들, 즉 주사를 맞으면 젊어진다거나, 먹으면 젊어지는 약의 출시가 허무맹랑한 이야기가 아닙니다."


또한 이를 연구하는 과정에서 노화에 대한 인류의 지식이 넓어지고, 역시 이 과정에서 다양한 신약 개발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이전에 레터에서 일론 머스크가 멱살을 쥐고 끌고 가는 산업인 ‘뇌 기계 연결’ 분야(👉뉴럴링크, 혁신인가 무모한 도전인가)를 비롯해 신기술이 나타나면서 투자가 이어지고, 이에 따라 기술 속도가 빨라지고 있는 유전자 가위 시장(👉머스크 없어도 뜨는 산업, '크리스퍼'가 바꿀 미래는)에 대해 다룬 적이 있습니다.


회춘은 어떨까요. 뇌 기계 연결 분야와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다른 점은 분명합니다. 실리콘밸리의 많은 거부가 이를 원하고 있다는 점, 전대미문의 투자금이 쏟아지고 있다는 점이에요. 

오른쪽에 있는 사람이 브라이언 존슨입니다. 1977년 생으로 나이는 46살이에요. 왼쪽은 그의 아들인데요 17살입니다. 브라이언 존슨은 젊음을 유지하기 위해 아들의 혈액에서 혈장을 분리해 수혈받는다고 합니다. 다만 최근 수혈 효과를 보지 못해 중단한다고 해요. 다만! 자기 혈액을 아버지에게 수혈하는 일은 계속하고 있다고 합니다. <출처=브라이언 존슨 인스타그램(여기)>


영생을 바라는 '그들'의 삶


로버트 넬슨이라는 사람이 있습니다. 미국의 대표적인 생명공학 벤처캐피탈리스트(VC)로 ‘아치벤처파트너스’를 이끌고 있어요. 아치벤처파트너스는 알토스랩의 투자를 주도했습니다(기사). 


넬슨은 60세인데요, 라파마이신을 비롯해 타우린 등 12가지 약을 혼합해 매일 먹는다고 합니다. 면역 억제제로 사용되는 라파마이신의 경우 여러 실험 결과 노화를 늦추는 효과가 있다고 알려어요. 그는 또한 6개월 마다 전신 MRI를 찍고 3개월 마다 피부과 의사를 만나고, 매년 혈액검사를 합니다. 오래 살기 위해서예요. 근육 강화를 위해 ‘전기 슈트’를 입고 운동을 한다고 해요(기사).  


넬슨의 삶은 애교입니다. 브라이언 존슨이라는 억만장자의 이야기를 들어보신 적이 있으신가요. 그는 자신이 만든 기업을 8억 달러에 매각한 경험을 가지고 있어요. 그가 당시 얻은 수익은 4억 달러, 우리 돈 4000억원으로 추정됩니다. 


46세인 그는 ‘영생’하기 위해 매일 하루 111알의 알약을 복용하고 대변 샘플을 수집합니다. 오전 4시에 일어나고 오후 8시 30분에는 잠을 잡니다. 매일 운동을 하고 식사도 자신을 위해 꾸려진 의사들의 조언을 받아 만든 음식만 먹습니다. 


죽음은 ‘선택’이라고 믿는 그는 자신을 위한 의료팀과 함께 자신의 신체 나이를 되돌리는 ‘임상’을 수행하고 있어요. 이를 ‘블루 프린트 프로젝트’라고 명명했습니다. 그가 영생을 위해 블루프린트에 쏟아 붓는 돈은 1년에 200만 달러가 넘는다고 해요. 그의 의사들에 따르면 그의 현재 심장 나이는 37세, 뼈 나이는 30세라고 합니다. 


영생을 꿈꾸는 억만장자 브라이언 존슨

존슨의 집 ‘방문기’나 인터뷰가 최근 2~3달 사이에 여러 언론에 등장했습니다. 아마 존슨이 계획적으로 언론과 만나 자신의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 여러 인터뷰 중 '타임'에 나온 인터뷰가 재미났습니다(기사). 이 기자는 존슨의 시도를 상당히 비판적이고 냉소적으로 바라본 것 같았어요. 짧게 그의 표현을 소개해 드릴게요. 


존슨의 집을 방문한 이 기자는 몸에 좋은 다양한 영양분이 섞인 주스를 먹었는데 ‘모래맛’이 났다고 합니다. 폴리페놀 밀도가 높은 지역에서 공급되는 ‘순수한’ 초콜릿을 줘서 먹었는데 ‘발(foot)’ 맛이 났다고도 표현합니다. 존슨의 피부는 창백했고 윤기가 흐르는데 이는 비싼 레이저 치료를 받았기 때문이라고 하네요 


존슨의 삶은 신기하면서도 믿기지 않았습니다. 존슨은 잠을 자는 동안 음경의 발기 시간도 체크하고 있다고 해요. 일반적으로 잠을 자는 동안 2시간 12분 동안 발기 상태를 유지한다고 하는데요, 18세의 나이에는 이 시간이 3시간 30분이라고 합니다. 앞으로 한 시간을 더 늘리겠다는 의지 같아요. 


존슨은 일주일에 7일 운동을 하고 3일은 고강도 트레이닝을 합니다. 운동을 하는 사이 가끔 '최대산소섭취량'을 측정하는데 18세 기준, 상위 1.5%에 달하는 수준을 기록한다고 합니다. 그의 몸을 보면 확실히 좋아 보이긴 합니다. 부럽습니다. 


운동이 끝나면 찐 야채와 콩으로 만든 식사를 하고 석류, 시나몬, 마카다미아, 브라질 너트 등으로 만든 ‘푸딩’을 먹는데, 타임의 기자는 이 푸딩에서 ‘먼지맛(a little dusty)’이 났다고 합니다😄. 존슨의 생각은 단순합니다. 죽음이 선택 가능하며 이를 증명하기 위해 자신이 직접 기니피그가 되어 임상을 하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의 반응은 그리 좋지 않아 보입니다. 그를 만났던 한 무리의 의사들은 지방 섭취 부족으로 얼굴이 창백할 뿐 아니라 건강에 이상이 있다는 생각을 했다고 하네요. 또한 여러 가지 약을 한 번에 먹는 것 역시 검증되지 않은 일인 만큼 위험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습니다. 


사업가 기질이 남아 있어서 그럴까요. 존슨은 그의 웹사이트(여기)에서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춰준다는 올리브오일을 팔고 있어요.


존슨은 자신의 삶과 블루프린트라는 프로젝트의 과정을 인터넷에 모두 공개하고 있습니다. 한번 보시고 따라 하실 수 있으신 분이 있다면 그대로 따라 해보는 것도… 물론 그는 현재 특별한 일을 하는 것처럼 보이지는 않았습니다. 4000억 자산가니까 가능한 일이라는 생각이 드네요. 

삼성과 현대차, 전기차 위해 맞잡은 손

지난 주 산업 분야에서 다양한 이슈들이 있었는데요, 국내 뉴스 중에서는 삼성과 현대의 협업이 눈길을 끕니다. 삼성SDI가 자사가 만든 배터리를 현대차에 공급한다는 내용이었어요. 한국을 대표하는 기업이 드디어 손을 잡았습니다. 두 기업은 여러 협업을 하지만 유독 자동차 분야에서는 이러한 움직임이 보이지 않았거든요. 이 내용은 빠른 시일 내로 레터로 정리해 보겠습니다😄.


독점 기업이라뇨... '로드킬 피하려 투자하죠'

구글의 프라바카르 라가반 수석부사장이 구글의 검색엔진 시장 반독점 위반과 관련해 미국에서 진행된 재판에서 의미심장한 말을 했습니다. "다음 로드킬 대상이 되지 않기 위해 예민한 감각을 느낀다. 2등이 되면 우리는 무의미해진다." 자신들이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가 아니라는 거죠. 또한 단지 검색 기능을 가진 기업이 아니라, 틱톡과 같은 기업도 구글의 경쟁상대라고 밝혔습니다. 

맺음말

'영생' '회춘'이라고 하면, 너무 뻔하지만 진시황제를 떠올릴 수밖에 없습니다. 거대한 '중화 제국'을 거느렸던 그는 자신이 누리는 영광, 권력을 오랫동안 누리고 싶어 합니다.


결국 말년에는 영생을 위해 '불로초'를 찾아오겠다는 사람들에게 많은 경비를 줬다고 해요. 물론 사기꾼이었죠.


영생을 바랐던 그는 결국 '수은'에 중독됐다는 설이 유력해요. 수은을 바르면 일시적으로 피부가 탱탱해집니다. 혈액순환이 되지 않아 주름이 일시적으로 펴진다고 합니다. 피부도 하얘지는데, 이는 세포가 괴사하기 때문이라고 해요. 이를 회춘으로 오해했던 거예요. 


회춘을 연구한다고 하면 고개가 갸우뚱하던 시절이 분명 있었습니다. 사람들을 설득할 수 없었죠. 


지금은 다릅니다. 돈을 가진 사람들이 돈을 주면서 연구를 하라고 합니다. 그리고 연구 성과도 쌓이고 있어요.


이러한 상태가 이어진다면 머지않은 미래에 "1년 전으로 되돌아가는 주사" "6개월 전 몸 상태로 되돌아가는 약"이 출시될 것만 같습니다. 


그때가 오면 세상은 이 약을 어떻게 받아들일까요. 사회적 혼란이 생기지는 않을까요. 이러한 약이 개발되면 치매와 같은 노인성 질환에서 우리는 자유로워질 수 있을까요. 


올해도 두달 밖에 남지 않았습니다. 곧 한 살을 더해야 하는 우울한 날이 오네요. 이전에도 말씀드렸지만 건강한 삶을 사는 가장 과학적인 방법은 단순합니다. 


좋은 음식을 골고루 먹고 충분한 잠을 자고 적당한 운동을 하며 스트레스를 덜 받는 겁니다.


힘드시더라도 스트레스 덜 받고, 충분한 수면을 취하는 한 주가 되세요!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함께 적어가겠습니다
원호섭 드림

도움 주신 분 : 김동필 동국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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