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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11.26 | 389호 | 구독하기 | 지난호

안녕하세요!
실리콘밸리에 나와 있는
신현규 특파원 입니다
실리콘밸리 인근에는 세계에서 가장 큰 나무들이 자라요. 그 이름은 '세콰이어' 라고 하죠. (사진 참조) 하늘로 솟구치는 그들을 보고 있으면 이런 생각이 들어요. 

"이건 나무가 아냐. 이건 괴물이야😳"

그 정도로 이 나무들은 거대해요. 특히 LA에서 라스베가스 방향으로 가는 길목에 있는 '시에라 숲' 이나 '세콰이어 숲'에서 서식하고 있는 이 괴물들은 높이가 100m 까지 자라난다고 해요. 거의 20층 짜리 아파트 높이 만큼 올라가는 거죠. 무게는 1300톤까지 나간다고 하네요. (세상에! 깔리면 납작해 지겠네요) 


거대한 나무 '세콰이어'의 이름을 딴 투자회사가 하나 있어요. 바로 실리콘밸리의 최고 벤처투자회사 중 하나인 '세콰이어 캐피탈' 이라는 곳이에요. 1972년 돈 발렌타인 이라는 인물이 만든 이 회사는 지금까지 이런👇 회사들에 투자를 해 왔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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헉헉. 질린다고요? 근데 이게 다가 아니에요. 개발을 하시는 분들은 이름을 들어보셨을 만한 회사 '몽고DB', 보안회사 '파이어아이', 쇼핑대행 회사 '인스타카트' 남미 신개념 은행 '누뱅크', 비디오게임의 선두주자였던 '아타리' 등등과 같은 회사들도 세콰이어가 일찍부터 찜해두고 투자했던 회사들이에요. 한마디로 말해.....

"이건 투자회사가 아냐. 이건 괴물이야😳"

라는 말이 절로 나오는 거죠. 세콰이어 캐피탈을 만든 돈 발렌타인은 이렇게 말해요. (링크) "세콰이어는 빠르게 자랍니다. 세콰이어는 크게 자라기도 하죠. 세콰이어는 드라마틱하게 큽니다. 우리는 우리가 투자한 회사들이 세콰이어 나무처럼 성장한다는 믿음감을 사람들에게 주고 싶었습니다." 실리콘밸리의 큰 나무인 애플 구글 엔비디아 등에 투자했던 세콰이어. 그리고 그런 투자회사를 만든 돈 발렌타인. 그는 분명히 실리콘밸리의 기업 문화를 만드는데 큰 기여를 했어요. 따라서 이 사람이 어떤 인물인지를 탐구해 보면 실리콘밸리의 기업문화도 알 수 있을 것 같아요.

돈 발렌타인 (1932-2019)

  1. 좋은 시장이 먼저다 
  2. 질문이 답보다 더 중요하다 
  3. 다름을 즐겨라 
  4. 은행은 우리에게 돈 안빌려준다
    돈 발렌타인 이야기
    "좋은 시장이 먼저다"


    기업들이 세상에 없던 새로운 제품과 서비스를 만들기 시작할 때, 가장 먼저 보는 것은 무엇일까요? 실리콘밸리에서는 기업을 시작할 때 무엇을 가장 먼저 볼까요? 새로운 혁신기업에 투자를 할 때는 무엇을 봐야 할까요? 세콰이어 캐피탈을 만든 돈 발렌타인은 첫째도 시장, 둘째도 시장, 셋째도 시장이다! 라고 대답하는 사람이었어요. 세콰이어 나무가 자라려면 좋은 토양과 일조량이 있어야 하듯, 위대한 기업이 탄생하려면 위대한 시장이 있어야 한다고 믿은거죠. 그는 말합니다. (영상)

    "우리의 목적은 거대한 회사를 만드는 것이었습니다. 거대한 나무는 어떻게 자랄까요. 먼저 나무가 자랄 땅이 있어야 합니다. 그리고 그 땅 위에 나무를 심고 가꿀 사람이 필요하겠죠."


    1932년 미국 뉴욕에서 태어난 돈 발렌타인은 원래 대학교에서 화학을 전공했습니다. 졸업하고 나서 한 항공회사에 취업했던 그는 1년 딱 일해보고 "음, 여긴 내가 일할 곳이 아니군" 이라고 생각한 채 샌프란시스코로 날아오죠. 그리고 당시 가장 뜨거웠던 배신자들의 회사 '페어차일드 반도체' 라는 곳에 취업합니다. 


    그러면서 그는 거대한 '시장'을 깨달았다고 해요. 반도체 시장의 성장을 보니까 느낌이 온 거죠. "아 컴퓨터가 미래구나. 분명히 컴퓨터는 크게 된다. 지금은 컴퓨터가 IBM이 만드는 3억원 짜리 대형 컴퓨터 밖에 없지만, 앞으로 더 값싸고 더 작은 컴퓨터가 보급될 거다. 강의실에 컴퓨터가 들어오고, 집에도 들어올 지 모른다." 

    20년 정도 지난 이후 그는 세콰이어 캐피탈이라는 회사를 만들고, 애플에 투자를 합니다. 개인용 컴퓨터 시장이 열릴 거라는 확신을 갖고 차근히 주변을 살펴보았던 거죠. 그리고 그런 시장을 열 비전을 갖고 있던 인물로 마침 스티브 잡스가 그의 눈에 띄었던 거에요. 돈 발렌타인이 스티브 잡스를 만나고 나서 했던 이 말은 굉장히 유명합니다. "오, 신이시여. 왜 저런 반란군을 인류에게 내려 보내셨습니까!" 

    그는 개인용 컴퓨터 시장과 컴퓨터그래픽 소프트웨어 시장의 발전을 예측하고 15개 카테고리의 새로운 시장이 등장할 것이라고 예상합니다. 그리고 그런 위대한 시장 15개에 맞는 수십개의 회사들에 투자하죠. 15개가 아니라 수십개의 회사에 투자한 이유는 뭘까요? 네 맞습니다. 그 중에서 어떤 회사가 성공할 지 알 수는 없으니까요. 그 중에 엔비디아(NVIDIA)와 시스코(CISCO), 일렉트로닉아츠(EA)가 있습니다. 나머지 회사들이 다 실패하고 엔비디아 한 곳만 성공했다 하더라도 그건 정말 보람된 일이겠네요. 

    돈 발렌타인 이야기      
    "질문이 답보다 중요하다"


    그가 실리콘밸리의 문화 형성에 기여한 것 중 하나는 사람에 대한 파악방식 인 것 같아요. 좋은 땅을 발견했다면, 이제 나무를 심어서 크게 키울 사람을 찾아야 하겠죠? 그런데 그런 사람 찾기란 쉽지가 않습니다. 후보자가 눈 앞에 보인다 하더라도 그 사람이 좋은 나무를 키울 수 있는 사람인지는 알기 쉽지 않죠. 그래서 1980년대 까지만 하더라도 미국사회에서는 학벌, 인종, 출신지역 등을 중요하게 생각해 왔습니다. 왜냐? 통계적으로 학벌, 인종, 출신지역 등이 좋으면 훌륭한 혁신을 만들 가능성이 높다 생각했기 때문이죠. 하지만 돈 발렌타인은 "그렇지 않다"고 강력하게 주장했어요. 대신 그 사람이 나무를 잘 키울 사람인지 아닌지, 질문을 통해 파악해 나가야 한다고 했죠. 그가 투자에 실패하면 가장 먼저 하는 건 '이것' 이었습니다. 

    "우리는 이 사람에게 어떤 질문을 던지지 못했던 것인가?"  


    우리 기업들 내부에서는 아직도 학벌 출신지역 성별 등에 의해 승진이나 인사고과가 상당히 많이 좌우되잖아요. 스타트업 역시 창업자가 기술관련 학위를 갖고 있다거나 외국에서 공부를 했으면 투자를 받기가 쉽죠. 하지만 돈 발렌타인은 이렇게 말하는 거에요. "그런거 누가 신경써? (Who cares!)" 대신 진정으로 중요한 질문은 '이 사람이 정말 위대한 토양(시장)에서 위대한 나무(기업)를 길러낼 수 있는 사람인가?' 이고, 이를 판별해 내기 위해 학벌이 아니라 그 사람의 진정한 자질에 대한 여러 질문들을 던졌어야 한다는 거에요. 자신들이 투자한 창업자가 실패한 결과는 자신들이 감수해야 하며, 성공할 사람을 제대로 찾아내지 못한 자신들의 잘못이라는 것이죠. 그런 사람을 추천해 준 이를 비난한다거나, 심지어는 그 창업자 자체를 비난하는 것이 아니라 말이죠. 

    돈 발렌타인 이야기     
    "다름을 즐겨라"


    돈 발렌타인은 창업자들에게 투자하고 난 다음에는 그들의 경영에 깊게 관여하지 않으며, 대신 그들을 전적으로 지지해 주는 실리콘밸리의 투자문화를 만든 인물 중 하나에요. 왜냐하면, 그는 세상에 없는 새로운 것을 만들어 나가는 작업이 가장 활성화될 때는 그들에게 "마음껏 하라"고 자유를 줄 때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에요. 


    재능있는 사람들이 남의 말 잘 듣지 않고, 자기가 하고 싶은 것을 만들면서, 모두가 남과 다른 상태로 남아있는 생태계가 있다면, 바로 그 생태계 속에서 혁신과 새로운 기술들이 무궁무진하게 싹트게 된다는 것. 그리고 그런 생태계 속에 있는 사람들이 엄청난 시장의 기회를 만나면 세콰이어 나무 같은 위대한 무언가가 만들어 진다는 것. 그게 바로 돈 발렌타인이 했던 이야기였어요. 

    돈 발렌타인 이야기
    "우리는 은행에서 돈 안빌린다"


    돈 발렌타인 하면 떠오르는 또 하나의 중요한 업적은 실리콘밸리의 벤처투자 산업을 경제상황과 관련 없게끔 분리시킨 것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보통 일반 주식형 펀드들의 경우 경기침체가 오면 투자자들이 자금을 빼려고 하고 (펀드런) 그 결과 주식을 손해보면서도 팔아야 하니까 수익률도 떨어지는 경우가 많거든요. 비상장 주식에 투자하는 벤처캐피탈들도 그런 일들이 벌어질 수 있겠죠. 투자자들이 "나 자금 필요하니까 펀드에서 돈 뺄게"라고 해 버리면 비상장주식을 어떻게든 팔아치워야 할 수 있을 거고, 그 결과 수익률이 추락해 버릴 수도 있을 거에요. 


    하지만 돈 발렌타인은 그런 구조를 만들지 않았어요. 대신 10년 가량 장기적으로 돈을 묶어둘 수 있는 투자자들을 찾았죠. "우리는 은행에서 돈 안빌려요" 라는 돈 발렌타인의 말은 유명해요. 지금도 (아무리 돈 많은 개인이나 기관투자자라 하더라도) 세콰이어 캐피탈에 투자하기란 매우 힘들고요. 아무나 투자자로 받아주는 것이 아니라, 진짜로 이 투자자가 10년 정도 특별한 문제 없이 돈을 빼지 않을 여건에 있는지를 세콰이어 캐피탈 측에서 꼼꼼히 보기 때문이라고 해요. 이런 구조를 만들었기 때문에 세콰이어 캐피탈은 경기흐름에 큰 영향을 받지 않는다고 해요. 

    그리고 최근에는 펀드의 10년 만기 구조 또한 없애 버렸어요. 대신 진정으로 큰 나무가 될 기업이 있으면 창업 단계부터 상장(IPO)까지 세콰이어가 끝까지 지원해 주는 형태로 펀드 구조를 바꾸었어요. (관련 매일경제신문 기사) 비바람이 아무리 불어도, 불바다가 펼쳐져서 주변에 있는 풀숲들이 불탄다 해도, 씨앗부터 큰 나무가 될 때까지 세콰이어가 든든한 방어막이 되어주는 구조를 만든거죠. 

    * 롤로프 보타, 세콰이어캐피탈 파트너 

    한국에는 없고 실리콘밸리에 있는 것은 다른게 아니라 '문화'라고 저는 생각해요. 가짜로 대충 따라하려는 것이 아니라, 진짜로 시장에 먹히는 무언가를 만들어 내려는 사람들의 사고방식이 충만한 곳이 실리콘밸리 인 것 같아요. 지난 번 미라클레터에서 독자 여러분들의 의견을 수렴해 보았는데요. 많은 분들이 실리콘밸리 사람들의 사고방식을 느낄 수 있는 인터뷰와 인물 기사들을 원하신다는 의견을 주셨어요. 그 의견에 따라 오늘은 실리콘밸리의 문화를 만든 인물 첫번째로 돈 발렌타인에 대한 소개를 드려 보았어요. 

    저는 여러분들에게 늘 투자했다고 생각하고 글을 씁니다. 여러분이 잘 되어야 제가 잘 되는 거라고 생각해요. 부디 이 글이 여러분의 성장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었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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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현규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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