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공영 안녕하세요, 대표님? 저 1년 차 때부터 대표님 뵌 적은 몇 번 있는데 이렇게 제가 먼저 뵙자고 요청드리고 궁금한 거 적어 온 건 처음이에요. 편집자면 에이전시랑 협업할 일이 적지 않은데, 에이전트와 의사소통하는 걸 어려워하는 편집자들이 제 주변에 적지 않아요. 대표님도 창업하시기 전에는 출판사에서 일하셨다고 들었는데, 어떤 계기로 에이전시를 창업하셨어요?
대니홍 네, 출판사에서 꽤 오래 일하다가 독립했죠. 일하면서 ‘나는 뭘 더 잘할까? 내 장점은 뭘까?’를 계속 궁리했어요. 그때 제가 다니던 출판사에서 김훈 선생님이 책을 여러 권 내셨는데, 선생님 일을 도맡아 하면서 제 생각과 고민을 많이 털어놨죠. 제가 ‘전통적인’ 편집자 일을 잘하기는 어려울 거라 생각했어요. 대신 다른 거, 내가 잘할 수 있는 일, 기획을 더 열심히 하자, 그 일은 지금보다 더 잘할 수 있을 것 같다, 생각했고요. 일은 잘할 수 있는 걸 해야 하잖아요?
영 그럼요. 전 책 만드는 일을 잘한다기보다 재미있어서 좋아하는데, 잘하면 더 재밌는 일이란 걸 항상 느껴요. 에이전시 일상은 출판사 일상과 어떻게 다른지 궁금해요. 1년에 대략 몇 권의 책을 계약하시는 거예요? 굉장히 바쁘게 일하시는 것처럼 느껴지는데 매일 출근해서 퇴근하기 전까지 하루를 어떻게 보내시는지 궁금합니다.
홍 1년에 영미권 책만 대략 400종 계약해요.
얼마 전에 입사한 저희 신입 직원 예를 들면, 책을 정말 좋아하는데 대학 졸업하고 첫 직장으로 에이전시에 입사했어요. 특히 소설을 정말 좋아하고 소설에 대해 아는 게 많더라고요. 근데 책의 분야는 방대하잖아요. 그래서 소설 외 다른 책들이 다루는 여러 분야의 기본 지식을 먼저 좀 쌓을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어요. 신문, 잡지부터 열심히 읽자고 제안했죠. 저희 사무실에서 구독하는 것들을 같이 읽고 있고요, 요즘은 유익한 뉴스레터가 많잖아요? 시사나 경제 분야 뉴스레터까지 쭉 훑고 하루 일과를 시작해야 한다고 이야기해요. 그래서 출근하면 일단 그것부터 봅니다.
그러고 나면 전날 저녁 퇴근 이후에 들어온 이메일을 확인해야죠. 그중에 바로 처리할 수 있는 것들은 바로 처리하고, 9시 30분이나 10시 사이에 회의를 합니다. 주로 출판사에 발송하는 뉴스레터에 어떤 책을 소개할지에 대한 회의예요. 저희가 해외 저작권사로부터 소개받은 타이틀을 소개하는 일정, 소개 자료를 도맡을 담당자를 배정하고 손이 모자라면 어떤 자료를 외주 맡길지도 결정합니다. 정해 놓은 일정이 바뀌기도 해요. “오늘 소개받은 이 책 재밌던데 어떻게 생각해요? 괜찮으면 이 책은 하루라도 빨리 소개하는 게 좋지 않을까요?” 하는 식으로요. 그렇게 회의를 마치고 나면 각자 자리로 돌아가서 그 사이 도착한 이메일들을 또 확인하고, 처리하고, 발송할 뉴스레터를 작성하고, 길고 긴 서류작업을 시작하죠. 이 일들을 반복해서 하고, 아마 이 일거리들 붙들고 있는 시간이 가장 길 거예요.
영 아, 그럼 뉴스레터를 발행할 수 있도록 자료 모으는 일, 그러니까 전 세계에서 계속 쏟아지는 신간, 그중에서도 특히 해외 출판사나 에이전시에서 보내오는 자료를 보고, 그중에 괜찮은 책을 고르고, 고른 책의 리뷰를 찾고, 책 소개 자료를 만드는 일을 중간중간 틈틈이 해야 한다는 말씀이시죠?
홍 그렇죠.
영 에이전시 뉴스레터는 거의 매일 오잖아요.
홍 하루에 세 번도 발행하죠. 두 번 내지 세 번.
영 어떻게 매번 다른 책과 자료를 실어서 그렇게나 자주 발행할 수 있는 거예요?
홍 그러니까 어젯밤에 야근했죠.
베테랑 에이전트는 맡은 책의 자료를 거의 자기가 다 만들어요. 카피든 소개자료든. 신입 직원이 만드는 자료는 제가 같이 보고요. 짧은 글이지만 그 속에 책이 말하고자 하는 내용, 핵심 메시지가 명확하게 드러나야 하잖아요.
영 아, 그렇죠. 저 그 자료가 정말 대단하게 느껴질 때가 가끔 있어요. 서점 매대를 무심히 보다 보면 그때 그 뉴스레터에서 봤던 카피가 눈에 쏙 들어올 때가 있거든요. 에이전시 뉴스레터에서 봤던 책 소개 자료가 고스란히 독자한테까지 전해지는 거죠.
홍 그럴 수 있죠. 편집자는 그 카피를 보고 이 책에 관심이 생겼을 테고, 머릿속에서 그 정보를 싹 지우고 백지상태에서 편집하지 않으면 그 문장이나 단어를 잊기 어려울 수 있거든요.
사실 에이전트가 소개하는 모든 책의 내용을 다 잘 알 수는 없어요. 1년에 계약하는 책만 400종이 넘으면 검토하거나 소개하는 책은 그보다 훨씬 많고, 그 책들 내용을 전부 파악하는 건 불가능하죠. 그래도 같이 일하는 사람들에게 책 내용을 모르고 소개하지는 말자고 얘기는 해요. 특히 저희 사무실에서 미팅할 때는 제대로 리뷰한 책을 소개하는 편이고요.
영 방문하면 그때는 또 그 출판사가 관심 보일 만한 책을 추려서 소개해 주시잖아요?
홍 네, 출판사마다 내는 책, 원하는 책이 다르니까요. 어떤 책을 주로 내고, 어떤 책에 관심이 있는지 미리 정보를 주면 기억해 뒀다가 적합한 책이 나타나면 바로 연락하거나 소개 자료를 챙겨 보내요.
영 그걸 알고 평소 “이런 책 좀 찾아 주세요” 하고 미리 요청해 두는 출판사도 많아요?
홍 적지 않죠.
영 책 소개 자료를 아직 못 받아 본 사람도 있을 텐데, 어떻게 구독할 수 있나요?
홍 저희 홈페이지에서 신청할 수 있어요. 대략 이제까지 출간한 도서 목록과 앞으로의 출간 방향, 연간 출간 종수 같은 정보를 보내면서 우리는 이런 출판사고, 이런 책들을 보유하고 있고, 이런 나라의 이런 책을 주로 찾고 있으니 이에 맞는 해외도서가 있으면 소개해 달라고 요청하면 돼요.
영 저 사실 좀 부끄럽지만 좋았던 기억이 하나 있는데요, 1~2년 차 때쯤 일하던 출판사 사무실에서 대표님이랑 미팅했던 적이 있어요. 소개해 주신 책 중에 관심 가는 타이틀이 하나 있었는데, 저자 인지도나 주제, 들어간 삽화까지 보고 나니까 가격이 너무 높을 것 같아서 하고 싶다고 말할 엄두가 안 나더라고요. 시장성도 크지 않을 것 같았고요. 그래서 “좋아 보이지만 하기 어려울 것 같다”고 이야기했더니 대표님이 내 역할이 뭐냐, 그런 책이 있으면 비싸더라도 해 보고 싶다고 말하고 내가 원저작권사를 설득하도록 나를 설득해야지, 만들어 보고 싶은 좋은 책을 비싸다는 이유로 얼마인지 묻지도 않고 그렇게 포기하는 모습을 보여 주면 어떡하냐고 말씀하셔서 되게 부끄러웠어요.
동시에 엄청 좋았던 게, 그전까지 에이전트의 역할에 대해 제대로 생각해 본 적이 없었던 거예요. 그제야 ‘내가 왜 궁금해하지도 않고 일했을까?’ 하면서 번역 출간하고 싶은 해외도서가 있을 때는 더 적극적으로 묻고, 만들어 보고 싶다는 의사를 구체적으로 표현해야 한다는 걸 깨달았어요.
저 같은 사람이 또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에이전트의 역할을 모르거나 오해하고, 어떻게 협업해야 하는지를 모르는 거죠. 그래서 대표님께 직접 여쭤보고 싶어요. 에이전트의 일에 대해서요.
홍 저도 얘기하고 싶어요. 비싼 책은 왜 터무니없이 비쌀까요? 왜 편집자들이 생각하는 금액과 실제 계약 금액 사이에 차이가 나는 걸까요? 이럴 때 편집자가 할 수 있는 일이 뭔가요? 그런 질문을 주고받으면 좋죠.
당장 어제 네 군데 출판사가 책 한 권에 동시에 오퍼신청서를 낸 일이 있었어요. 이런 경우에 출판사는 담당 에이전트에게 전화를 하죠. 이 책 우리가 계약하고 싶은데 어떻게 하면 좋냐, 선인세를 대략 얼마 정도로 책정하면 되냐 등등을 문의하면서요. 수화기 건너편에 있는 에이전트는 비슷한 내용의 통화를 네다섯 번 반복해서 하고 각각의 출판사로부터 오퍼신청서를 받아요. 그 신청서가 다 취합되면 해외 저작권사에 보냅니다.
이때 국내 에이전트는 해외 저작권사에 선인세 금액과 함께 의견을 전달해요. ‘이 출판사는 어떤 출판사고 주로 이런 책을 내고, 이 책을 이런 방향으로 내고 싶어 한다’ 정도의 의견이요. 저자의 성향에 따라 선인세를 높게 쓴 출판사와 계약하기도 하고 백리스트를 고려해서 자기 책 색깔과 잘 맞는 책을 출간해 온 출판사와 계약하기도 해요. 이건 그야말로 저자에 따라, 상황에 따라 달라지는 거고요.
정말로 원하는 해외도서를 발견했을 때 계약을 성사시킬 수 있는 팁이 무어냐고 묻는 편집자들이 종종 있는데, 일단 이 책을 다른 출판사도 원하는지부터 확인해야 해요.
영 경쟁사가 있는 경우 최선은 뭐예요?
홍 회사로부터 최선의 예산을 받아내고, 그 책을 어떻게 만들 것인지, 내가 생각하는 시장과 독자가 어떤지를 충분히 설명하되, 길지 않게! 간결하게 쓰는 게 중요해요. 어떻게 편집하고 마케팅할지, 내가 아는 이 책의 예상 독자 커뮤니티가 있다면 그에 대한 설명을 추가해도 좋고요. 그럼 에이전트가 더 효과적으로 원저작권사를 설득할 수 있겠죠.
경력 탄탄한 번역가가 번역할 거라는 이야기를 써 보내 주는 경우도 있는데, 사실 번역가 정보는 저자를 설득할 때 큰 영향이 없어요.
영 아니, 번역가를 확인하거나 지목할 권리도 원저작권사에게 주어져요?
홍 대체로 그렇지는 않지만 소설가들은 번역 작가를 물어보는 경우가 더러 있죠.
영 지목하는 경우도 있어요?
홍 그런 경우도 있고요. 그러니 책의 편집, 마케팅 계획을 간략하면서도 임팩트 있게 쓰면 계약 성사 가능성이 좀 높아지겠죠? 담당자의 그런 의견으로 에이전트가 더 제대로 된 주춧돌을 놓아줄 수 있을 테니까요.
아, 경쟁사가 있는 경우를 다시 두 경우로 나눌 수도 있어요. 소통하고 있는 에이전시가 그 원저작권사의 독점사인 경우와 비독점사인 경우. 독점사인 경우는 우리 에이전시로 오퍼신청서를 보낸 출판사 중 한 군데가 계약 당사자가 되지만 비독점사인 경우는 조금 달라요. 원저작권사가 저한테 소개한 책을 다른 한국 에이전시에도 소개했을 거고, 그 에이전시가 또 다른 여러 출판사에 책을 소개했을 수도 있잖아요. 그럼 제가 받은 오퍼신청서를 원저작권사에 그냥 보내는 게 아니라 “우리 에이전시로 이 책 오퍼신청서가 들어왔는데, 오퍼 마감일을 잡아 달라”라고 요청하고, 원저작권사가 정한 오퍼 마감일에 맞춰서 신청서를 보내요. 이 경우는 계약 성사 가능성을 에이전시도 알 수 없으니 에이전트가 조금 더 노고를 들여야 하고요.
국내 출판사에도 정보를 줘야겠죠? 제가 가진 기록과 정보를 찾아서 과거에 이 출판사(원저작권사)가 비슷한 분야의 비슷한 책을 대략 얼마에 계약한 이력이 있는지 보고 그 정보를 토대로 대략 어느 정도의 선인세면 가능하겠다 하는 가이드를 제시한다던지. 그럼 그 가이드를 전달받은 담당자는 그 가이드를 가지고 회사로부터 예산을 따내서 선인세 액수를 정하겠죠.
저는 저희가 독점사인 경우든 비독점사인 경우든 계약을 희망하는 한국 출판사들의 백리스트를 늘 챙겨 보내요. 출판사에서 보내준 자료가 없으면 만들어서라도요.
영 아, 도서 목록을 구비해 두는 출판사들은 많을 텐데, 그럼 그걸 1년에 한 번 정도는 업데이트해서 에이전시로 보내드리는 게 훨씬 일하기 편하시겠네요?
홍 네, 업데이트해야 해요. 규모가 크고 여력이 있는 출판사들은 그 일하는 담당자가 있어서 자료를 주기적으로 업데이트 하고, 그렇지 않은 출판사들이 오퍼신청서를 내면 제가 온라인서점에서 출간일이나 판매지수를 참고해서 리스트를 만들기도 해요. 에이전트가 백리스트로 사용하는 도서 목록은 ①국내서, 외서가 구분되어 있으면 좋고요 ②외서에는 원서 제목이 같이 적혀 있으면 좋습니다. ③어떤 분야 책으로 출간해서 얼마나 팔렸는지까지 기재해 놓으면 더 좋고요.
영 아, 외서 계약을 할 때 어떤 경우는 작가 에이전시랑 계약하고 어떤 경우는 출판사랑 계약하잖아요. 다르거나 주의할 점이 있어요?
홍 해외도서 계약을 진행하는 담당자들이 기본적으로 알아야 할 게 있어요. 영미권의 경우 많은 작가들이 작가 에이전시에 소속되어 있어요. 이 에이전시는 작가의 저작물을 관리하는 일을 하죠. 작가가 책을 쓰면 우선 이 작가 에이전시가 북미·영국 출판사에 판권을 팔아요. 이때
①북미 판권(North American Rights)만 파는 경우
②영국 판권(English Rights)을 파는 경우
③전 세계 영어 판권(English World Rights)을 파는 경우
④전 세계 판권(World Rights)을 파는 경우가 있습니다.
전 세계 판권, 즉 World Rights를 파는 경우는 한 출판사한테 전 세계 판권을 파는 거예요. 어느 북미 출판사가 번역 판권을 가지는 경우는 작가 에이전시가 그 북미 출판사한테 전 세계 판권을 팔았을 때 발생할 수 있는 일이고요.
이렇게 알면 좋지만, 사공영 씨가 말한대로 크게 두 가지 경우로 분리해서 봐도 돼요.
①작가 또는 작가 에이전시가 저작권을 가지고 있는 경우
②작가 에이전시가 전 세계 판권(World Rights)을 한 출판사에 팔아서 그 출판사가 판권 업무를 도맡고 있는 경우.
어떤 계약을 하든 이 차이 정도는 알고 접근해야 해요. 첫 번째 경우 국내 출판사는 작가 에이전시와 계약하게 되고, 두 번째 경우는 전 세계 판권을 계약한(사들인) 출판사와 계약하게 됩니다. 이렇게 계약할 경우 뭐가 다르냐고 물으면, 다른 게 딱 한 가지 있어요. 작가 에이전시는 저자의 저작권을 대표하고 관리하는 곳이죠. 달리 말하면 저자가 쓴 것이 아닌 것, 즉 저자가 창작하지 않은 것은 이 에이전시에서 관리하지 않습니다.
영 가령 디자인이나 표지 같은 것들이요?
홍 그렇죠. 그리고 편집을 하다 보면 본문 내에 들어가는 요소들이 있어요.
영 네, 가령 삽화나 사진, 통계자료 같은 것들이요.
홍 그것들을 포함해서 본문 디자인의 작은 요소들도 전부 저자가 아니라 편집자, 디자이너, 외국 출판사의 노고를 통해 만들어지죠. 작가 에이전시와 계약하는 경우는 그런 편집, 디자인 요소들을 에이전시가 넘겨줄 권한이 없어요. 그 요소들에 대한 판권을 가지고 있지 않으니까요. 그러니 텍스트를 제외한 표지 이미지, 삽화, 통계자료, 편집·디자인 요소는 그 책을 출간한 출판사로 별도 요청해야 해요. 별도 계약을 해야 하는 경우도 발생하고요. 간혹, 저자가 일러스트레이터라서 표지와 본문 삽화를 모두 그리거나 디자인한 경우도 있어요. 이 경우는 저자로부터 파일을 받으면 되기에 해당 출판사로 별도 연락해서 파일을 받을 필요가 없어집니다.
영 와, 이거 어려워하는 담당자들 정말 많았을 것 같아요. 이렇게 설명해 주시니까 딱 명확해지네요. 그럼 영미권 외에 작가 에이전시가 보편화되어 있는 곳이 또 있어요? 일본이나 중국은요? 한국은 작가 에이전시가 보편화되어 있진 않잖아요.
홍 일본도 잘 없어요. 무라카미 하루키는 소속 에이전시가 있고요. 우리나라에는 많지는 않지만 생겼죠?
영 화제를 좀 바꿔서 아까는 하루 단위의 루틴을 말씀해 주셨는데 1년 단위로도 궁금해요. 코로나19 이후로는 좀 달라졌을 수 있지만 1년 중 꼭 챙기는 중요한 도서전들 이야기를 꼭 듣고 싶어요.
홍 매년 중요한 출장이 세 번, 많으면 네 번 정도 되죠. 저는 영미권 담당 에이전트니까 영미권만 이야기하면 세 개의 큰 도서전이 있어요. 4월에 런던 도서전, 10월에 프랑크푸르트 도서전, 그 중간 5월 말 6월 초에 뉴욕 도서전. 그 도서전 가기 직전과 이후가 상당히 바쁘죠. 국내 출판사들과 미팅도 잦고요.
코로나19 때는 대면 미팅은 못했지만 사실 더 바빴어요. 해외 거래처 미팅을 주로 화상으로 진행했거든요. 차라리 현장에 있었으면 모두 깨어 있는 시간에 회의했겠지만 시차가 있으니 밤낮 가리지 않고 회의했고 새벽에 일어나야 하는 날도 많았어요. 그러다 작년 10월에 드디어 갔죠. 팬데믹 이후 처음으로요. 오랜만에 사람들 만나서 일하는 게 정말 너무 좋았어요. 내가 이 일을 좋아하고 여기 있어야 하는구나 하는 걸 한 번 더 느꼈고요.
영 도서전 직전에는 도서 목록이 쏟아지잖아요. 일단 해외에서 들어오는 목록이 쏟아질 텐데, 반대로 국내 출판사들이 이 책 이 도서전 때 해외에 소개하고 싶어요, 수출하고 싶어요 하고 자료를 전해드리기도 해요?
홍 네, 그런 출판사들이 많죠. 이제는 저희가 먼저 요구하기도 하고요. 꾸준히 시도하고 있지만 쉽지는 않아요. 미국 도서 시장에서 번역서가 차지하는 비중이 2~3%인데, 그 안에 들기가 쉽지 않죠.
영 대표님은 일하시면서 어떨 때 좋으세요? 에이전트 일을 어떻게 생각하고 계신지 궁금해요.
홍 에이전트 일은 간략하게, 한국의 출판문화를 세계에 알리는 일이고 세계의 출판문화를 한국에 알리는 일이에요 우리는 다 다른 프로토콜을 가지고 있잖아요. 책 한 권을 둘러싸고 일해도 모두 각각 다른 프로토콜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그걸 이해시키는 일과 사람이 필요하고, 그게 우리가 하는 일이에요.
영 문화와 문화의 경계에서 관문 역할을 하시는 거네요?
홍 문화와 문화의 경계선에서 서로가 서로를 좀 더 알기 쉽게끔 돕는 일인 거죠.
에이전트로 일하면 우리나라 작가나 편집자, 출판사만 만나는 게 아니라 전 세계 출판인들을 만나잖아요. 이 사람들이 너무 좋아요. 해외 에이전시 업계는 장벽이 좀 높아서, 이제는 물론 젊은 친구들도 많지만 오래 전에 일을 시작한 나이든 고급 인력들이 밀집되어 있어요. 도서전에 가면 여든, 아흔이 되어서도 출장와서 일하는 사람들을 만나요. 그 사람들을 보면서 저 나이까지도 즐겁게 일하고 있구나, 저 모습이 내가 그리는 내 모습일 수 있겠다는 생각을 종종하죠.
지난주에 유유 대표님이 저한테 이 일을 언제까지 할 거냐고 물어서 자신있게 대답했어요. 내가 비행기를 탈 수 있을 때까지 이 일하고 싶다고. 되게 많은 의미를 품고 있죠. 비행기를 탈 수 있을 정도의 체력이 되어야 하고, 도서전에서 걸어다닐 수 있을 정도로는 건강해야 하고, 그렇게 접한 책을 보고 공부할 수 있을 정도는 되어야 한다는 말이니까요.
사공영 씨도 되게 사소한 데서도 즐거워하잖아요. 저도 일하다 보면 정말 작은 데서 기분 좋고 기뻐요. 표지 승인이 안 나서 전전긍긍하는 담당자들 보면 저도 답답하고, 기다리던 연락이 와서 “무사히 출간하시기 바랍니다” 하는 메시지를 전할 때는 저도 날아갈 듯이 기뻐요. 이렇게 계속 일하고 싶어요. 앞으로 산업이 좀 변한다면 제가 할 수 있는 일도 더 많아지고 다양해질 거라 생각해요.
영 와, 오늘 인터뷰는 뭣보다 제가 재밌었고 저한테 정말 도움이 됐어요. 이런 이야기 또 들을 수 있으면 좋겠어요. 대표님이 앞으로 어떤 일들을 더 하시고 싶어 하실지, 더 하실지도 기대되고요. 꼭 다시 뵙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