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넨텍을 함께 만들었던 투자자
2021.12.10 | 395호 | 구독하기 | 지난호

안녕하세요!
실리콘밸리에 나와 있는
신현규 특파원 입니다
이전에는 상상조차 하지 못했던 새로운 것들은 어떻게 만들어 지는 걸까요? 세상에서 가장 신기한 것들이 많이 만들어 지는 동네 실리콘밸리에서는 사람들이 어떤 생각들을 할까요? 미라클레터는 오늘도 이 질문에 대해 한 가지 답을 드려볼까 합니다. 오늘날 실리콘밸리의 투자 문화를 만든 인물 시리즈 세 번째. 톰 퍼킨스(Tom Perkins)씨에 대해 말씀드려 볼까 해요. 그럼 시작해 볼게요! 고고 😄

톰 퍼킨스 (1932-2016)

  1. 반항꾼 톰 퍼킨스 
  2. 제넨텍의 신화 
  3. "돈 많은 사람들을 욕하지 말라" 
    톰 퍼킨스 이야기
    "저는 반란자였어요"


    이어지는 이야기: 지지난주 금요일과 지난주 금요일의 미라클레터에서는 실리콘밸리를 만든 전설적 투자자 돈 발렌타인(세콰이어 캐피탈 창업자)과 아서 락(인텔 초기 투자자) 두 사람에 대한 이야기를 드려 봤어요. 한번 복습을 하자면, 돈 발렌타인은 혁신을 만드는 기업에 투자할 때, 그 기업이 속해 있는 '시장'이 얼마나 성장 가능성이 있는 지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고요. 아서 락은 혁신을 만드는 '사람'이 뛰어난 아닌지를 봤다고 해요. 그렇다면, 오늘의 톰 퍼킨스는요...두구두구두구😅

    '기술'을 본 사람: 톰 퍼킨스는 '기술'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실리콘밸리의 벤처투자자 였어요. 그의 투자 철학은 다음과 같은 한 문장으로 요약할 수 있을 것 같은데요. "어떤 제품의 기술적 위험(Technical Risk)이 크다면 말이죠. 시장에 그 제품을 내놓았을 때 실패할 위험(Market Risk)은 낮다고 할 수 있습니다." 

    말하자면 이런 이야기죠
    나중에 말씀드리겠지만: 톰 퍼킨스는 위대한 기술일수록 개발하기 어렵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기 때문에, 위대한 기술을 만드는 방법에 대해 많은 고민들을 했어요.

    톰 퍼킨스는 어떤 사람이었을까요? 그렇다면 톰 퍼킨스는 어떤 사람이었을까요? 공학학사, 경영학석사를 전공한 그는 휴렛팩커드(HP)라는 회사에서 처음으로 사회생활을 시작해요. 그리고는 광섬유의 아버지라고 불리우는 인물, 나린더 싱 카파니가 만든 광섬유 기술 스타트업 '옵틱스'에 합류하게 되죠. 참고로 카파니는 인도 출신의 학자로 노벨상 후보로 거론되기도 했었을 정도로 유명했던 인물이에요. (그에 관한 도 있어요!) 그런데 (겁도 없이) 톰 퍼킨스는 여기서 카파니 씨와 엄청나게 싸우게 돼요. (넘치는 반란자 기질😅) 보스와 사사건건 맞섰던 그는 결국 옵틱스를 떠나 친정인 HP로 돌아왔어요. (반란의 진압) 그러면서 HP의 창업자였던 데이비드 패커드의 지원을 받아 UC버클리 대학교 교수들과 함께 또 다른 광섬유회사 '유니버시티 랩'을 만들죠. 왜 만들었을까요? 퍼킨스는 이렇게 말했어요. (무섭네요😳)  


    복수에 성공했나요? 네. 톰 퍼킨스가 만든 유니버시티랩은 1970년 다른 회사가 거액에 사가면서 크게 성공한 사례가 되었어요. 퍼킨스 개인도 큰 돈을 벌었다죠. 반면 그가 복수하고 싶었던 회사 '옵틱스'는 1974년 (정말로!) 망해버렸어요. 

    이게 끝이 아니다. 또 다른 반란: 톰 퍼킨스의 반란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어요. 그는 자신을 키워 준 HP의 두 창업자들과도 피를 토하면서(까지는 아니겠지만😅) 싸워요. 어떤 정도였냐 하면, HP의 창업자들이 회사 관용 차량을 없애버리는 결정을 내리자 화가 나서 자신의 주머니에서 돈을 꺼내 빨간색 고급 승용차를 산 다음 회사로 출근을 했죠. (2010년에 발간된 책 'Big Lie'에 나오는 대목이에요) "너희 돈 많다고 내 의견 무시하지 마!"라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거에요. 특히 퍼킨스는 자유분방한 회사 문화를 HP 내에 만들고 싶어 했어요. 청바지👖나 반바지에 쓰레빠👡신고 출근할 수 있는 회사를 원했던 거죠. 반면 HP의 창업자들인 빌 휴렛과 데이비드 팩커드는 정장 입고 정시출근하는 문화를 원했어요. 결국, 톰 퍼킨스는 HP를 그만두게 되죠. 그리고, 그 유명한 '8인의 반란자' 중 한 사람인 유진 클라이너와 함꼐 벤처투자회사를 만들어요. 그 이름은 '클라이너 퍼킨스.' 혹시 들어보셨나요? 네, 맞아요. 지금은 HP보다 더 잘 나가는 '구글'을 함께 만들었던 바로 그 투자회사에요.

    톰 퍼킨스 이야기      
    "제넨텍의 성공비결은요"


    반란꾼의 큰 성공: 반란꾼이었던 톰 퍼킨스가 가장 크게 성공한 투자 사례는 '제넨텍'(Genentech)이라고 할 수 있어요. 제넨텍은 그야말로 미국 바이오 산업의 전설적 존재인데요. 왜 전설적이냐 하면, 그 이전까지는 제약회사가 아닌 스타트업이 신약을 만든다는 것은 상상조차 하지 못했던 일이기 때문이에요. 거대한 제약회사들은 수많은 자금과 연구진들을 통해 연구 및 개발에 엄청난 예산을 쓸 수 있었기 때문에 신약을 만들 수 있었는데요. 반면, 아무 것도 없는 새로운 기업들은 새로운 기술을 만들어 낼 때까지 5년 10년과 같은 긴 세월을 투자해야만 하기 때문에 성공하기가 매우 어려운 구조였죠. 생각해 보세요. 아무런 매출 없이 5년 10년 연구 및 개발 비용만 계속 쓰는 회사가 과연 존재할 수 있는 걸까요? 그런데, 톰 퍼킨스의 투자회사 '클라이너 퍼킨스'는 오랜 기간 아무런 매출도 없이 비용을 들여야만 만들 수 있는 기술을 성공시키기 위한 벤처투자 구조를 만들어 냈어요. 와우!


    제넨텍의 시작 : 제넨텍을 만들었던 창업자 중 한 사람은 밥 스완슨(1947-1999)이라는 인물이었어요. 위 사진에서 왼쪽에 있는 인물이죠. 그는 톰 퍼킨스 밑에서 일하던 클라이너퍼킨스 직원이기도 했어요. 그런데, 제넨텍을 창업하기 직전 스완슨은 굉장히 괴로워 하고 있었어요. 왜냐하면 클라이너 퍼킨스에서 자신이 투자를 담당했던 '세투스'(Cetus)라는 유전자 조합 회사가 매우 어려운 상황이었거든요. 결국 그는 톰 퍼킨스에게 이런 이야기를 듣게 되요. 

    "미안하지만 회사를 나가줘. 대신 회사에 사무실 공간은 계속 줄게." 

    한 마디로 짤린거죠. 괴로워 하던 밥 스완슨은 실리콘밸리 근처에 있는 유전자 연구 학자들을 계속 찾아가서 만나며 맥주를 마셔요. 그 중 한 사람이 UCSF라는 유명한 대학교의 연구자로 일하고 있던 허버트 보이어(1936~)였어요. 두 사람은 맥주를 마시면서 친해졌어요. (그래서 제넨텍에는 지금도 두 사람이 맥주 마시는 동상이 있어요) 특히 밥 스완슨은 허버트 보이어가 유전자 변형으로 만들 수 있는 신약의 가능성에 대해 이야기를 해 주자 "이거 대박인 걸!"이라는 확신을 갖게 되죠. 두 사람은 1976년 4월, 각자 500달러(약 60만원)씩을 투자해서 제넨텍을 만들어요. 

    마일스톤 투자 : 밥 스완슨은 톰 퍼킨스를 찾아갔어요. 그는 사업계획을 위해 200만 달러(약 24억원)이 필요하다며 투자를 해 달라고 했죠. 그러나, 톰 퍼킨스는 처음에 이를 거절했어요. 그러면서 이야기를 했죠.


    톰 퍼킨스는 시장에서 원하는 훌륭한 기술일수록 개발하기 어렵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어요. 따라서 그런 기술을 개발하려면 뛰어난 인재들이 필요함은 물론이고, 뛰어난 인재들이 스스로 뛰어넘고자 하는 목표, 즉 마일스톤(Milestone)을 만드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는 사실도 알고 있었죠. 그는 마일스톤이 달성 되기만 하면 매출이 비록 없는 회사라 하더라도 더 많은 자금을 투자하는 방식으로 장기간 시간을 들여서 위대한 기업을 만드는 방식을 만들어 냈어요. 이전에는 이론적으로만 존재했던 이런 투자방식은 제넨텍을 통해 현실화가 이루어 졌죠. 제넨텍은 다음같은 마일스톤들을 만들면서 실제로 계속 투자를 유치했어요. 

    • 1단계: 유수 대학교들과 연구개발 협약체결 
    • 2단계: 생장호르몬 분비 억제 호르몬 제조 실험 
    • 3단계: 유전자 가공을 통한 인슐린 생성 실험 

    제넨텍은 위와 같은 마일스톤들을 달성할 때마다 추가적인 투자유치를 받게 돼요. 이 과정에서 톰 퍼킨스는 각종 실험 성공들을 세상에 널리 알리죠. 제약회사들은 긴장하면서 제넨텍에 투자를 더 하게 됐어요. '릴리'(Lilly)같은 곳들이 대표적인 사례였죠. 그 결과 기술개발은 더 가속화가 됐어요. 1976년 만들어 진 이 회사는 불과 4년 만에 상장(IPO)에 성공했거든요. 제넨텍의 창업자였던 허버트 보이어는 1981년 '타임' 잡지 표지모델👇로 등장하는 가문의 영광😆도 얻었어요. 


    규율(Discipline)의 중요성 : 회사가 단계 별로 달성하겠다고 목표한 마일스톤을 정말 잘 지킨다면, (소위 말해 군기🎖️가 바짝 들었다면) 매출이 없어도 장기간 투자를 한다는 정신. 바로 그런 '군기 정신'을 벤처투자에 처음 도입했다는 것이 톰 퍼킨스의 가장 큰 업적이었다고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그의 투자 전략을 요약하자면, 

    • 위대한 기술일수록 개발이 어렵다 
    • 따라서 개발의 확률을 높일 필요가 있다 
    • 그럴 경우 기술 개발의 단계를 쪼개어서 
    • 단계 별로 목표치(마일스톤)를 정하고 
    • 달성 되면 투자를 집행하는 방식으로  
    • 위대한 기술을 개발하는 확률을 높인다

    톰 퍼킨스 이야기    
    "돈 많은 이들을 욕하지 말라"


    제넨텍의 성공 이후: 톰 퍼킨스의 제넨텍 투자는 실리콘밸리 바이오 벤처의 붐으로 이어져요. 오늘날 샌프란시스코 남쪽은 바이오 벤처 회사들의 천국이라고 봐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많은 회사들이 클러스터를 이루고 있는데요. 그 원인이 된 것은 바로 1980년 제넨텍의 성공적인 상장(IPO)이었어요. 처음에는 인슐린 만을 만들었지만, 이후에는 유방암 치료제 등과 같은 초! 대박 제품들을 연달아 내놓았죠. 제넨텍은 이후 2009년에 로슈(Roche)라는 스위스 제약회사에 인수됐어요. 

    뛰어난 인재들을 사랑한 인물 : 특히 톰 퍼킨스는 뛰어난 인재들에 대한 사랑이 남달랐어요. 그들을 더 뛰어난 일에 투입시키기 위해서는 그들에게 많은 지원들을 해 줘야 한다고 생각했죠. 일 예로 그는 제넨텍에 더 뛰어난 과학자 들을 영입 시키기 위해 회사에 오고 나서도 외부 인터뷰와 학술 연구 결과 발표를 자유롭게 하도록 장려했어요. (근거) 이전까지만 해도 특정 제약회사에 소속된 연구원들은 자신의 연구결과를 외부에 발표하지 못하는 것이 관행이었거든요. 톰 퍼킨스가 제넨텍을 이렇게 바꾼 이후, 오늘날 대형 제약회사들도 연구원들이 내부 연구결과를 외부에 발표할 수 있는 문화가 자리잡게 되었다고 해요. 

    화제가 된 월스트리트 저널 기고문: 반면, 그는 2014년 1월 24일에 엄청난 기고문 하나를 쓰면서 미국 대중들의 입방아에 올라요. 이 글의 내용은 한 마디로 이래요.

    "미국이 2008년 금융 위기 이후 어려워지자 다수 대중들이 그 비난의 화살을 '부자'들 에게 돌리고 있는 것 같은데요. 이건 나치 독일이 유대인들에게 전쟁 패배 이후 고통의 화살을 돌리고 있는 것 하고 똑같습니다." 

    이 기고문 이후 그는 수많은 짤방의 대상이 되며 대중들의 비판을 직면했어요. 지금도 마찬가지이지만, 2008~2015년 사이 미국의 월스트리트 점령 운동은 매우 강력했었으니까요. 지금도 논란이 되긴 하지만 톰 퍼킨스의 입장은 알 것 같아요. 

    • 기술을 만들기란 쉽지 않아요 
    • 그걸 만들어 낸 1% 사람들은 
    • 엄청난 자기관리를 했을 거에요 
    • 여러분 다이어트랑 운동 많이 하잖아요 
    • 만일 체지방을 5%로 떨어뜨렸다 쳐요 
    • 그거 정말 엄청난 성과잖아요 그러면 
    • 근육 자랑 하고 싶겠어요? 안하고 싶겠어요? 
    • 정말 열심히 일해서 성공한 1%가 있다면 
    • 너무 미워 하지만은 말아주세요

    뭐 이런 것이 아니었을까요? (물론 다수 미국 대중들을 나치 독일에 비유한 게 적절했는지 여부는 잘 모르겠지만 말이죠) 

    톰 퍼킨스는 실리콘밸리의 거목 중 하나라 할 수 있는 '제넨텍'을 키워낸 것 만으로도 충분히 그 의미가 큰 투자자라 할 수 있는 것 같아요. 특히 그가 강조했던 '기술'을 통해 위대한 제품을 만들어 내는 '규율'(discipline)을 구체화 시켰다는 것이 정말 오늘날 우리 혁신꾼 들에게 의미가 크다고 할 수 있겠네요. 그가 만든 투자회사 '클라이너 퍼킨스'는 나중에 더 큰 활약을 하게 되는데요. 이에 대해서는 추후 더 다뤄볼게요. 오늘은 아브라함 죠슈아 헤첼이라는 유대인 철학자의 격언으로 마무리를 드려볼까 합니다. 

    "스스로에 대한 규율을 잘 설정할 수 있다면, 스스로에 대한 존경심이 생길 겁니다. 게을러 지려 할 때, 탐욕스러워 지려 할 때, 스스로에게 "안돼"라고 말할 능력이 생긴다면, 그 때 스스로에 대한 존경심이 커질 겁니다." 

    거대한 꿈과 그를 실천할 수 있는 작은 규율 들을 만드는 주말이 되시길 바래요. 그러면 스스로에 대한 존경심이 생길 거래요. 감사합니다. 저는 내주 금요일에 또 찾아뵐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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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현규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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