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손현녕입니다.

주말 잘 보내셨나요? 저는 지난 토요일에 생애 처음 해 보는 일을 하고 왔습니다. 거의 모든 일이 대개 반복적인 일인데 불편한 드레스에 몸을 구겨 넣고 숨을 띄엄띄엄 잘게 나눠 쉬며 사진을 찍었습니다. 잔치를 벌이며 누군가를 초대하고 그날을 기념하기 위해 사진을 남기는데, 설레면서도 불편하고 맞지 않은 색을 몸에 걸친 듯 어색했습니다.

독자님은 최근에 난생 처음 해본 일이 있으신가요. 불편함보다 설렘이 크셨기를 바랍니다.

정신 병동에도 아침이 와요

월요일은 정신분석 상담을 가는 날입니다. 햇수로 벌써 사 년째 정신분석적 정신 치료를 받고 있습니다. 요즘 넷플릭스에서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 드라마를 아주 재밌게 보고 있습니다. 재밌게 보고 있다는 말은 왠지 즐거운 마음으로 본다는 말처럼 들리지만 거의 매 회차에서 눈물을 흘리며 깊이 공감을 하며 보고 있습니다. 특히 3회에서 주제로 다룬 ‘공황장애’는 제 과거를 누가 그대로 영상을 찍었나 싶을 정도로 똑같아 보는 내내 마음이 아렸습니다. 그리고 가장 소중한 사람에게, 한 번도 ‘나’로 살아본 적 없는 사람에게 ‘나’를 조금이라도 이해해줬으면 하는 마음으로 그 3편의 내용을 권했습니다. 어쩌면 강요일 수도 있겠습니다. 하지만 그 드라마를 본다고 해서 본인이 겪지 않은 일을 고스란히 이해하기도 어려울테니 힘들었던 시절에 눈과 귀를 기울여주는 노력만으로도 감사한 마음이 컸습니다.

드라마는 매 회차마다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습니다. 7년째 공무원 시험에 응시하는 공시생, 아이를 돌보며 일을 하는 워킹맘, 학교에서 따돌림을 당하는 학폭 피해자, 직장 상사와 동료로부터 괴롭힘과 무시를 당하는 직장인, 환자를 치료하며 그들 역시 트라우마를 가지게 되는 의료진들의 이야기까지. 모든 것은 픽션이지만 민망할 정도로 적나라한 현실이라 마음이 시렸습니다. 게다가 그들의 이야기 가운데 제 이야기가 있어 반가웠으며 동시에 드라마에서 해답을 내어주기를 바라는 마음도 들었습니다.

늘 답지는 제 손에 없었으니까요. 내가 내 삶을 주도적으로 이끌어간다 싶다가도 돌아보면 작은 선택마저 어떤 이끌림이었고, 요즘처럼 길을 잃었을 때는 정체 모를 누군가 제발 이 늪에서 나를 꺼내주었으면 하고 바라기만 합니다. 흘러가다 보면 닿을 거라 믿으면서도 나만 고여 있는 것은 아닐까 무섭기만 합니다. 독자님은 어디쯤 계신가요. 머물러 있으신가요, 유영 중이신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