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넷플릭스에 들어갔다가 눈에 익은 제목을 봤습니다. ‘웬만해선 그들을 막을 수 없다’라는 시트콤이 올라와 있었는데요. 2000년에 방영돼 21세기 첫 시트콤으로 큰 사랑을 받았던 작품인데, 20여년 만에 오티티(OTT)의 세계에 입성했습니다. 평소 ‘순풍산부인과’부터 하이킥 시리즈까지 유튜브에서 옛날 시트콤을 찾아봤던 제게는 무척 반가운 귀환입니다.

‘웬만해선 그들을 막을 수 없다’가 돌아온 것은 저처럼 시트콤을 그리워하는 사람들이 많아서일 텐데요. 실제로 시트콤의 ‘레전드 회차’를 짧게 편집한 유튜브 영상의 조회수는 많게는 수백만회에 달합니다. 미달이의 방학숙제를 온 가족이 얼렁뚱땅 대신해주는 일화(순풍산부인과)나 주인공 가족이 사돈댁의 독특한 식문화를 존중하기 위해 참외를 통으로 갉아먹는 일화(웬만해선 그들을 막을 수 없다)처럼, 주로 어처구니없이 웃기는 내용입니다.

시트콤을 다시 찾아보는 것은 생각 없이 가볍게 웃을 수 있어서, 그리고 그만한 위로가 없기 때문입니다. 시트콤의 주인공들은 대체로 나사가 하나 빠진 듯하며 얼렁뚱땅 살아갑니다. 그래도 하루하루를 웃으며 잘 보냅니다. 그래서일까요. 내 모습이 엉망진창인 것 같아도 시트콤을 보다 보면 걱정을 덜게 됩니다. 고민들이 별일 아닌 것처럼 여겨지고 그들처럼 웃어넘길 수 있을 것 같달까요? 제게 시트콤은 민망한 흑역사를 털어놓으면 이에 질세라 자신의 더 큰 치부를 꺼내 보이는 친구 같습니다. 

이런 그리움에 답하듯 최근 한국방송(KBS)에서 ‘킥킥킥킥’부터 ‘빌런의 나라’까지 연이어 시트콤을 선보이고 있습니다. 넷플릭스, 웨이브 등 여러 오티티에서도 시트콤에 도전한 바 있고요. 다만, 시청률 성적은 좋지 않습니다. 볼거리가 풍성해진 미디어 환경과 참신하지 못한 소재 등 여러 배경이 그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언젠가 시트콤이 부활하길 바라는 마음은 접을 수 없습니다. 그 어느 때보다 뉴스를 보면 착잡해지는 지금, 시트콤처럼 걱정을 덜어줄 친구가 더욱 그립기 때문입니다.

님은 두고두고 꺼내보는 추억의 시트콤이 있으신가요? 오늘 하루 그 시트콤의 주인공들처럼 유쾌하고 즐거우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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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나저제나 하고 기다리다 지친 서로를 위한 응원과 연대의 말이 H:730에 한가득 도착했습니다. 어느 독자님의 말처럼 머지않아 결론이 날 테니, 모두 조금만 힘을 내셨으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

🤗12월3일 늦은 밤, 하필 위경련이 와서 배를 잡고 데굴데굴 구르다가 비상계엄령 선포 소식을 듣고 머릿속까지 어질어질해졌던 그때 상황을 생각하면 지금도 화가 치밉니다. 아직까지도 허무맹랑한 소리만 들려오는 뉴스를 듣고 있으면 참 답답하네요. 그래도 추운 날 함께 뜨겁게 광장을 채웠던 우리의 민주주의에 대한 열망을 한 줌 희망삼아, 열심히 살아가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