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라미터 아니고 코스모스에서 이름을 딴 모수는 미쉐린 2스타, 아시아 50대 레스토랑 27위에 오른 안성재 셰프의 모던 한식 파인다이닝이에요. 2015년 샌프란시스코에 처음 개업한지 8개월 만에 미쉐린 1스타를 받았고, 이듬해 CJ가 도와 한남동으로 이사 했답니다. 대표 메뉴는 전복 타코, 우엉 타탱, 계절에 어울리는 흰 살 생선 요리이고 코스는 총 15가지 요리로 구성되어 있어요.

더 많은 디쉬와 페어링을 생생하게 즐기고 싶다면, 뉴술레터 유투브 ep4.모수 편도 참고해 보세요. 매우 신난 다섯 멤버들의 목소리도 덤으로 들을 수 있을 거예요.

1.주스티노스 마데이라 1997 01:18 첫 잔은 샴페인이 국룰이라고 생각했는데, 주정 강화 와인이 나온다고요? 다들 웅성웅성.. 정말 특이한 구성이죠? 근데 또 처음으로 나온 네 가지 아뮤즈부쉬들과 다 잘 어울린다는 것이 더 놀란 포인트였어요. 1)김에 쌓인 단새우 또 그 안에 감자. 눅눅할 줄 알았던 김이 바삭하고 단새우가 부드럽게 입에서 녹잖아요. 식감 환상, 여기에 마데이라 와인을 처음으로 한 모금 했는데 '와 이 페어링 뭐지?' 했다니까요. 2)적양배추로 만든 타르트. 순무를 발효시킨 젤리가 들어 있고 위에 자타르로 마무리. 바삭한 식감과 셰프의 모로코 식당 경험을 살린 중동 향신료의 균형이 묘했어요. 3)화덕에 구운 더덕 타르트. 더덕 퓨레가 올라가서 부드럽고 바삭한 타르트 식감이 좋았어요. 4)화덕에 구운 전복 타코. 위에는 머스타드, 시소, 감태가 올라가 있는데.. 이거 먹자마자 다들 '앵콜'을 외쳤답니다. 이 전복 타코만 열 개 먹고 싶어요. 전복 데이 열어주실 모수?

2. 삐투하 레부엉 이고이스트 그랑크뤼 블랑 드 블랑 2013 03:58 오랜만에 보는 듯한 옅은 골드컬러의 샴페인은 레몬, 시트러스, 복숭아 등 상큼한 과실향과 조밀하고도 은은한 탄산감이 매력적이었어요. 같이 나온 첫 번째 디쉬는 박달대게와 절인 꽃잎이었는데요. 오색 찬란한 꽃잎과 얇게 찢어 올린 게살에 상큼한 소스까지 어우러져 입맛을 확 돋우더라고요. 간이 잘 맞게 아삭한 식감을 살린 냉채 같았어요. 샴페인과 함께한 두 번째는 디쉬는 아몬드와 고추장이었는데요. 메뉴 카드에 안 쓰여 있던 캐비어가 잔뜩 올라가 있길래 한번 놀라고 그 맛에 두 번 놀랐어요. 고추장보다는 오히려 두반장 맛이 나는 게, 마치 중식 같더라고요. 폭신한 반숙에 양념이 잘 배어 달콤 짭짤하면서도 식감이 부드러웠어요. 산미가 강하지 않고 실키한 질감의 샴페인과 두 음식과 모두 잘 어울렸답니다.

3. 뉴통 보노이 뫼르소 2020 07:37 바닐라, 열대과일의 풍미와 뫼르소 특유의 매끄럽고 둥근 질감이 잘 느껴지는 와인이에요. 한입 머금는 순간 스카치 캔디를 먹는 듯 부드러운 바닐라와 버터 향이 느껴졌어요. 함께 곁들인 음식은 옥돔과 마른 고추였는데요, 부드럽게 익힌 생선과 와인의 크리미한 질감이 잘 어울리더라고요. 화덕에서 구운 듯한 오크 풍미의 조화도 좋았고요. 이번 디쉬에서는 생선 아래에 깔린 파가 특히 맛있었는데, 스페인의 칼솟을 함양으로 들여와 함양파로 재배했다고 하네요. 생선 다음으로는 얇게 깎은 우엉에 시럽을 발라 말리는 과정을 여러 번 반복해 만든 모수의 시그니처 우엉 타탱이 나왔어요.

5.뀌벨리에 로스 안데스 그란빈 2009 09:18 도착하자마자 훑어본 페어링 와인 리스트에서 마떼BdM을 변경했어요. 이게 웬걸? 와인과도 인연이란 게 있는지 얼마 전 서울러에서 마신 바로 그 와인의 퍼스트 라벨이네요. 보르도 생줄리앙 2GCC 샤토 레오빌 푸아페레가 인수한 아르헨티나의 네고시앙이자 미셸 롤랑이 양조 전 과정에 참여한 멘도사 레드 블렌드. 색상부터가 넘사벽인게 10년 이상의 병 숙성으로 안정화된 타닌이 와인잔에 부딪칠 때마다 꼭 붉은 피 같아요. 팡팡 터지는 제비꽃과 신선한 장미 향, 충분히 산화된 오크와 바닐라로부터 오는 젖은 낙엽 향까지. 함께 나온 참나물 소스를 곁들인 도토리 국수에는 블랙 트뤼플이 아낌없이 덮여 있었는데요. 고소한 따야린을 연상케 하는 진한 향에도 밀리지 않으며 조화를 이루어요.

6.더 보 프레레 빈야드 피노누아 2009 10:36 잔에 따랐을 때 모두 '부르고뉴 아냐?' 하고 놀랐던 이 와인은 로버트 파커가 공동 소유주로 있는 미국 오리건주 보 프레레 밭의 피노 누아에요. 바이오다이나믹 농법 재배에 토착 효모로 발효하고 프렌치 오크에 12개월 이상 숙성해요. 양조 시 인위적 개입을 최소화하기 때문에 랙킹이나 필터링하지 않아요. 바로 앞의 와인이 테두리가 보랏빛인 루비라면 이건 좀 더 옅은 가넷 색상이고요. 역시 10년 이상의 병 숙성으로 붉은 과실 향이 가라앉아 바스락한 마른 장미 향으로 변했어요. 타닌이 무척 차분하고도 세련된 느낌을 주었고, 3차 향으로부터 오는 복합적이고 긴 여운이 한우 스테이크와 모렐 버섯의 농축미를 더욱 돋보이게 해요.

7.샤또 클리망 소테른 2016 11:34 잔에 따르자마자 진한 꿀과 살구, 설탕에 절인 아몬드 향이 가득 피어올라요. 바닐라와 크림의 풍미는 맛에 깊이를 더하면서도 이 다디단 요소들을 부드럽게 감싸고, 은은하지만 시트러스 터치가 자칫 단조로울 수 있는 맛에 경쾌함을 더해주죠. 디저트에 곁들이는 귀부와인은 클래식한 조합이지만, 샤토 클리망은 디저트를 또 하나의 메인처럼 느끼게 할 정도로 깊은 맛을 보여주었어요. 누룩의 풍미가 가득한 쌀 증편, 다시마 크림이 들어간 슈, 밤 칩을 곁들인 밤 아이스크림과 셔벗까지, 다양한 텍스쳐와 조리법을 가진 '작은 후식들'을 조화롭게 아우르는 훌륭한 마무리였어요.

✍️ 이번 주의 술공간

🎓라망시크레 @lamant_secret 명동 레스케이프 호텔 26층에 자리한 손종원 셰프의 컨템퍼러리 레스토랑. 비밀스러운 연인이라는 뜻만큼이나 독특한 스토리텔링의 코스도 물론이지만 최은혜 소믈리에님 센스에 대한 소문을 익히 들었거든요. 거의 모든 잔이 내추럴와인으로 구성되어 있어 생소한 품종과 보석같은 생산자를 만나볼 수 있다고 해요. 페어링이 너무 기대되는, 와인 마시러 가고 싶은 파인다이닝이에요.

🤖정식당 @jungsik_inc 한식 파인다이닝의 개척자 임정식 쉐프의 모던 한식 레스토랑. 미쉐린 가이드 서울이 제작된 이후 줄곧 이름을 올렸어요. 이제는 한식 파인다이닝이 생소하지 않지만, 이렇게 되기까지 길을 닦은 것은 이 분야의 조상님, 정식당이 있었기 때문 아닐까요. 정식당에 가고 싶은 또 한 가지 이유! 코스에 단품으로 추가할 수 있다는, 국내에서 가장 비싼 김밥이 궁금하기 때문이죠.

👩🏻라미띠에 서울 @lamitie.seoul 1999년 첫 시작부터 전통 프렌치 다이닝만을 고수한 장명식 셰프의 업장. 수많은 미슐랭 레스토랑 중에서도 합리적인 가격에 퀄리티도 뒤지지 않는 프랑스 레스토랑은 찾기 힘들다고 하더라구요. 20년째 지켜오고 있는 국내 최초 프렌치 다이닝의 자존심은 과연 어떨지 궁금해요. 정통 프렌치 코스, 짱짱한 와인리스트, 거기다가 친절함까지 완비되어 있는 업장이라니 파리가 그리운 친구 손을 잡고 꼭 한번 가보려고요.

🐠스시상현 lee-yoon.co.kr 작은 공간에 6석의 카운터 자리만 준비된 임상현 셰프의 비밀스러운 공간. 예약이 그토록 어렵다는 곳이어서 아직 방문하지 못했는데, 방문 후기 사진들을 볼 때마다 화려한 재료의 초밥들이 눈길을 끌었어요. 점심에만 우니 한 판을 쓴다는 소문이 있던데.. 해산물 처돌이로써 올해는 꼭 방문해 볼 예정입니다. 

✍️ 이번 주의 술소식

앞으로는 술자리의 필수 질문 MBTI를 맥주캔으로 대답하자구요. 제주맥주가 4캔의 알파벳 조합으로 성격 유형을 인증할 수 있는 ‘맥BTI’를 출시했거든요. 캔 앞뒤로 다른 알파벳을 써두어, 총 16가지 성격유형을 나타낼 수 있죠. 제품은 코리앤더, 한라봉, 살구향이 첨가돼 프루티한 맛과 부드러움을 느낄 수 있어요. 구입은 GS25에서. 

✍️ 이번 주의 술행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