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전부터 그가 생각하는 ‘편집자가 성과를 내는 방법’에 대해 묻고 싶었습니다.
창간호(제1호) / 연봉
다음 발행일 : 2022년 3월 1일
창간호를 받아주셔서 감사합니다. 약 1개월 전 뉴스레터를 발행하겠다고 포부를 밝혔을 때만 해도, 솔직히 좀 만만하게 생각했습니다. 하루가 지나고, 1주일이 지나고, 창간호 발행일까지 보름도 남지 않게 되자, 모골이 송연해지고 오금이 저려왔습니다. '내가 대체 무슨 일을 저지른 거지?' '지금이라도 죄송하다고 말할까?' 다행히 저는 도망치지 않았고, 인터뷰는 진행이 되었고, 특집 기사는 마감이 되었고, 뉴스레터는 발행이 되었습니다. 남은 2022년의 매달 마지막 주는 아마 이렇게 조마조마한 시간으로 채워질 것 같습니다. 자처한 일이니 여러분이 구독을 취소하기 전까지는 최선을 다해보겠습니다. 첫 호의 주제는 연봉입니다. 연봉 협상 시즌을 맞이해 '어그로'를 끌려는 의도가 아주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전부터 써보고 싶었던 기사들이었습니다. 부디 즐겁게 읽어주시길 바랍니다.    
CONTENTS

🎤 편집자 일터뷰: “이 아이템이 아니면 저 죽어요!” (with 이대위)
💸 특집 ① 출판사 회계 장부가 말하는 편집자의 연봉 인상률
📉 특집 ② 나의 조촐하고 소박한 연봉 약사(略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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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을 잘하는 것의 기준이 무엇인지는 모릅니다. 그건 실제로 유능해본 경험이 있는 이들이 알 수 있는 영역일 테니까요. 다만, 자신의 일에 진심을 다하는 사람은 어렴풋이 표가 납니다. 그 진심의 방향이 어디로 향하는지는 모르지만, 아무튼 일을 대하는 편집자의 열기가 종종 주변에까지 전해질 때가 있습니다. 편집자 이대위님을 알게 된 것은 2년이 채 되지 않습니다. 함께 일해본 적도 없고 특별히 긴 대화를 나눠본 적도 없습니다. 그저 종종 서로의 책 작업이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출판과 편집에 대해 품고 있는 고민이 무엇인지, 분주한 하루에 틈새를 내어 몇 차례 물어본 것이 전부입니다. 

하지만 저는 저보다 나이도 어리고 경력도 낮은 그와 아주 잠시 대화를 나눌 때마다 늘 긴장을 하고 최선을 다했습니다. 책을 만들어내는 일에 대한 그의 진심이 느껴져 자칫 저의 얄팍한 속내가 드러날까 두려웠기 때문이죠. 원래도 좀 진지하고 재미가 없는 편입니다만, 유독 이대위님과 대화를 나누면 그동안 마음 속 어딘가에 침잠해 있던 편집이라는 일에 대한 고민들이 수면 위로 부상해 사뭇 더 진지하고 재미없는 사람이 되어버렸습니다. 

그리고 저는 이 화학작용이 싫지 않았습니다. 점심 먹고 잠시 일에서 벗어날 수 있는 귀한 시간에, 유독 그에겐 쉬이 일 이야기를 꺼낼 수 있었던 것도 이 때문이었습니다. 언제든 서슴없이 자신이 준비 중인 아이템에 대해 1부터 100까지 아이디어와 고민을 늘어놓고, 문제를 해결할 방법에 대해 끝없이 고민하는 그와 오래전부터 일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고, 그가 생각하는 ‘편집자가 성과를 내는 방법’에 대해 묻고 싶었습니다.


늘 궁금했습니다. 회사 매출은 천정부지로 오르는데, 영업이익은 해마다 더 높은 숫자로 갱신되는데, 임원들의 차는 계속해서 고급 세단으로 바뀌는데, 왜 내 연봉의 인상 속도는 이토록 소극적이고 지지부진할까. “올해 연봉 인상률은 일괄 3%입니다.” “회사 사정이 어려워 연봉 인상이 어렵습니다.” “모두를 위한 결정이니 이해해주세요.” 매해 통보에 가까운 협상을 겪으며 접하는 익숙한 문장들입니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연봉’이라는 민감한 사안의 양측에는 ‘주는 자’(회사)와 ‘받는 자’(직원)가 있습니다. 회사의 사정이 부유하면 직원의 연봉도 높아지고, 회사가 가난하면 직원의 연봉도 낮아집니다. 회사가 일부러 직원들의 노고를 무시하고 연봉을 박하게 책정한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더 높은 연봉을 받고 싶은 직원들의 열망만큼이나, 더 많은 급여를 직원들에게 지급하고 싶은 회사의 열망이나 온도는 비슷하다고 생각합니다.

역시 문제는 돈입니다. 회사도, 직원도 납득할 수 있는, 공정한 기준 같은 것이 있다면 참 좋을 텐데요(물론 그 기준이 아무리 객관적이고 정확해도 사람의 마음에는 늘 갈증이 남겠지만요). 저는 그 기준으로 삼을 수 있는 공정한 근거 중 하나가 숫자라고 생각합니다. 숫자를 기준으로, 즉 회계를 기준으로 편집자의 적정 연봉을 셈하는 공식을 알 수 있다면, 내가 지금 받고 있는 연봉과 월급이 얼마나 부당한지, 혹은 살짝 과분(아뿔싸!)했는지 스스로 확인해볼 수 있지 않을까요? 혹은 아직 연봉 협상을 하지 않았다면, 꽤 든든한 근거 자료로 활용해볼 수 있지 않을까요? 우리들의 연봉은 대체 어떻게 결정되는 걸까요?


‘대체 왜 회사는 늘 재정이 열악할까, 정말 피고용자가 충분히 만족할 정도의 연봉을 책정 받는 것은 영영 불가능할까, 혹은 연봉이 기대만큼 오르지 않을 경우, 심지어 동결되거나 삭감될지라도, 노동자 입장에서 충분히 공감할 수 있는 이유를 사측으로부터 듣는 것은 불가능할까’라는 의문에서 출발해, ‘그렇다면 실제로 출판사를 운영하며 피고용자와 연봉 협상을 진행해본 적이 있는 소규모 출판사의 대표(들)와 출판사의 평범한 편집자(들)를 모집해 서면으로 대담을 벌여보자’는 과감한 기획을 떠올렸고, 이로써 ‘오래전부터 존재해온 두 숫자(고용자와 피고용자의 숫자) 사이의 격차에 대해 숫자가 아니라 말로써 소통해보자’는 원대한 목표 의식을 떠올렸으나, 발행자의 게으름으로 모든 계획은 시작조차 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이 실책을 면피하고자 그 누구도 궁금해 하지 않은 발행자의 지난 ‘연봉 약사’를 가내 수공업으로 적어보았습니다. 부디 내 나태함을 용서해주시길. (아, 이건 여러분 말고, 제 자아에게 하는 말입니다.)

HWP로 편집자 혼자서 내지 조판하기

본 연재물은, 그간 디자이너의 전유물이라고 여겨왔던 본문 내지 조판을 편집자가 직접 수행할 수 있도록, 가장 기초적인 문서 편집 프로그램인 한글 프로그램(이하 HWP)을 통해 편집자가 스스로 내지 조판 작업을 완료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해 기획되었습니다. 정돈되지 않는 난삽한 원고 데이터를 일관된 체계와 원칙 아래 정돈하여 최종 출판물로 제작할 수 있는 내지 데이터(PDF)를 만들어내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이번 연재의 궁극적 목표는 본인이 현재 작업하고 있는 작업물이나 개인적인 기록물을 HWP를 통해 편집자 스스로 내지 다자인을 완료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더 나아가 그간 일상적으로 접해왔던 내지 디자인 요소들과, 늘상 사용했지만 정확한 연원을 알 수 없었던 조판의 용어들에 관해 새로운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는 계기가 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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