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즈 서울 다녀왔다. 그리고 앞으로는 안 가고 싶다.

예술 작품을 본다는 것은 작가가 만든 연속적인 세계관을 이해하는 것, 그리고 온전히 감상할 수 있는 전시 공간에 들어서는 것에 있다. 그런데 프리즈와 같은 행사에서는 탐닉할 수 있는 충분한 시간도 부족하고, 각 작품에 대해서 제대로 된 설명을 해두지도 않았다. 어쩌면, 애초에 프리즈는 개별 작품이나 작가보다는 갤러리가 주인공이 되는 행사인데 내가 기대를 잘못하고 있었던 것 같기도 하다. 

평소에 보기 힘든 저명한 예술 작품을 볼 수 있는 기회이기는 하지만, 아무런 설명도 없이 구석 벽면에 붙어있는 데미안 허스트의 조그만 약 진열장을 보고 있으면 글쎄… 사진과 텍스트로 보는 게 더 나은 것 같다.

아, 그리고 프리즈건 전시 기획자건, 제발 전시나 작가/작품 정보를 구글 드라이브에 업로드한 다음 링크를 QR로 만들어서 붙여놓고 스캔해서 보라고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QR 코드라는 도구는 스마트폰이 없거나 사용에 익숙치 않은 사람을 배제한다는 측면이 있지만, 요새 그런 사람은 거의 없으니 그것까지는 괜찮다. 구글 드라이브 이용하는 건 짜치는 거라 싫다는 거지만, 뭐 예산과 시간의 한정이 있을 수 있으니 그거까지도 이해한다. 가장 짜증나는 포인트는 인쇄물을 염두하고 만든 PDF 문서로 연결하니까 폰에서는 가독성 떨어지는 걸 확대해서 보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저번에 추천했던 플랫폼엘의 김준수 작가 퍼포먼스를 못봤다면 추천.

다른 건 잘 모르겠고 김치앤칩스의 설치 작품을 보러 가보고 싶다.

사실 여기에 소개된 UI들은 장난에 가까운 것이라서 오히려 이러한 UI를 구현하는 게 더 수고로운 일이다. 실제 생활에서 마주하는 나쁜 UI는 사용자를 기만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만들어진 다크 패턴이거나, 리소스나 실력이 부족해서 거지같이 만들었거나, 뭔가 어른들의 사정(대표사례: 인증서)에 의해 어쩔 수 없이 사용성이 나쁜 경우가 많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