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간은 자유를 선고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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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열여섯 번째 책한조각 레터입니다.

오늘은 지난 레터에 이어서 아는 척을 좀 더 해보려고 합니다. 뭐 그러려고 철학을 공부하는 거죠. 농담입니다.

지난 레터에서 '실존주의'라는 철학을 소개하며, 인간은 아무런 목적(본질)이 없이 태어났기 때문에 의무나 역할에 얽매이지 않고 한없이 자유롭다고 말씀드렸습니다. "인간은 세상에 내던져진 존재"라는 간지나는 말도 했습니다. 제가 한 말은 아니구요. 장 폴 사르트르라는 철학자의 표현입니다.

철학자들이 으레 그러하듯이 사르트르 역시 그럴싸하고(?) 멋진 말을 많이 했더라구요. 그중 하나로 "인간은 자유를 선고받았다"라는 문장이 있습니다. 자유는 우리가 그토록 찬양하는 가치인데, 자유를 선고받다니, 이게 무슨 뜻일까요.

갓 태어난 인간에게 주어지는 의무나 규범, 역할은 하나도 없습니다. 우리가 지금 지니고 있는 의무와 역할은 한 사회에 속한 구성원이기 때문에 주어지는 것이지, 자연스러운 것은 전혀 아닙니다. 그래서 인간은 본질적으로 한없이 자유롭다는 것이죠.

인간은 자유롭기 때문에 매 순간 선택에 직면합니다. 하지만 인간이 내리는 선택에는 대개 정답이 없습니다. 사회가 정답이라고 정해놓은 것 역시 인위적입니다. 인간에게는 태어날 때부터 주어진 목적이 없기 때문에, 결정에 대한 정답이 없습니다.

내가 내일 늦잠을 자고 싶으면 자면 됩니다. 내가 하루빨리 돈을 벌고 싶다면 대학교에 가지 않기로 결정해도 됩니다. 내가 결혼을 하지 않고 일에만 몰두하고 싶으면 그래도 됩니다. 내가 가진 돈은 없지만 세계 여행을 하고 싶다면 여권 하나 들고 떠나도 됩니다. 내가 책한조각 레터를 그만 읽고 싶으면 수신거부를 해서는 안됩니다.

우리는 사회로부터 "이렇게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또는 심지어 "반드시 이렇게 해야 한다~"라며 일종의 정답을 강요받습니다. 하지만 그건 인위적으로 정해놓은 보편적인 정답일 뿐, 엄밀히 따지면 "나의 정답"은 아닙니다. 그래서 내가 내리는 선택들에는 실질적으로 정답이란 존재하지 않습니다. 내 선택이 곧 정답인 것이지, 미리 정해진 답은 없습니다.

그래서 선택이 어렵습니다. 결정장애를 갖고 있는 사람이 저만은 아닐 겁니다. 선택은 어렵고, 내가 내린 결정에는 정답이 없기 때문에 동시에 인간은 불안합니다. 사르트르는, 인간은 늘 불안하기 때문에 자기기만을 한다고 말합니다.

자기기만?

사르트르가 말하는 자기기만이란, 마치 나에게 선택권이 없는 것처럼 행동하는 겁니다. 속으로는 내가 지금 처해있는 현실, 가고 있는 길이 마음에 들지 않지만, 마치 나에게 이것 말고는 선택권이 없는 것처럼 스스로를 속이는 겁니다. 그렇게 믿는 겁니다. 주체적으로 결정하기를 회피하는 겁니다. 내가 스스로 결정하기에는 불안하거든요. 뜨끔하시나요?

선택이 어려운 또 다른 이유는, 모든 선택에는 책임이 따르기 때문입니다. 인간이 선택을 회피하는 이유, 즉 자기기만을 하는 이유는 자신이 내리는 선택에 따른 책임을 회피하려 하기 때문입니다. 뜨끔하시나요?

그런데 말입니다.

한 인간에게는 정해진 정답이 없으니, 즉 자신이 결정하는 것이 곧 자신의 정답이니 정말 아무런 선택이나 내려도 될까요? 나는 어떤 의무/규범에서부터 자유로운 존재이니 길을 걷다가 아무나 붙잡고 주먹질을 하기로 선택해도 되는 걸까요? 초등학교 도덕 시험도 아니고 당연히 아니겠죠.

나의 선택은 곧 인간의 보편적인 선택이 됩니다. 즉, 내가 내리는 선택은 다른 사람들 역시 똑같이 내릴 수 있습니다. 나의 자유를 행동으로 옮기기 전에 그 결정에 대한 사회적인 책임까지도 고려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사회의 한 구성원으로서 자유와 규범 사이에서 균형을 잡아야 하는 이유입니다.

정리하고 마치겠습니다.

인간은 본질적으로 한없이 자유롭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인간은 매 순간 선택에 직면하는데, 선택에 정답은 없기 때문에 인간은 늘 불안합니다. 그래서 사르트르는 인간은 자유를 "선고받았다"고 표현한 겁니다. 인간은 선택하길 두려워하기 때문에 자기기만을 합니다. 나에게 이것 말고는 다른 선택지가 없는 것처럼요. 하지만 인간은 스스로 결정을 내려야 합니다. 나에게 가치 있는 것, 내가 옳다고 생각하는 것이 곧 나의 정답이기 때문이죠.

오늘 자신을 한번 돌아보셨으면 좋겠습니다. 내가 지금 살고 있는 현실, 나의 모습, 가고 있는 길은 내가 스스로 결정한 나의 정답인가요? 아니면 그저 누군가가 정답이라고 알려줬기 때문에 그렇다고만 생각하며 받아들이고 있나요? 혹시 자기기만을 하고 있지는 않나요?

다음 레터는 조금 덜 무거운 주제를 들고 찾아뵙겠습니다. 다음 주에 봐요!

✍ 이번 주에 기록한 책 속 문장들 ✍

📖 "관건은 단기적 실패를 인내하는 법을 배우는 것이다."

🤔 어쩌면 가장 중요한 건 회복탄력성일지도?

📖 "늘 나 자신까지 평가를 해대는 것은 안 했으면 좋겠다."

🤔 얼핏 옳은 말이지만 또 그만큼 쉽지는 않다.

📖 "사람은 세상에 내던져진 것과 같다."

🤔 나는 나의 정답을 만들며 살아가고 있는가?

의견/응원은 늘 저에게 가장 소중합니다!

*공유되는 게 부담스러우면 말해주세요 ㅋㅋ

왜 지금 당장 자살하지 않고 살아야 하는걸까? 중학교때 처음 고민하고 군대에서 한번 더 고민해봤던건데, 요즘 바쁘다는 핑계로 생각하지 않았던 내가 진짜 원하는게 뭔지에 대해 다시 깨닫게 해주는 아주 좋은 질문이네… 근데 혹시 자살하자는 결론에 도달하면 나한테 전화해 형!ㅋㅋㅋㅋ

아니 당신 국밥이야? 든든~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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