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주 금요일이 어린이날이라 하루 먼저 찾아온 더티레터입니다. 계속 날씨가 맑았는데 어린이날엔 요란한 비가 내릴거라네요? 외출하실 거라면 우산 꼭꼭 챙기기! 참고로 저는 요새 푹 빠져있는 밀향 단총과 설아다원의 우전을 마시며 집콕 요양할 예정이랍니다.

참 팽주님은 올해 차 따고 오셨나요? 저는 지난해엔 무려 구례와 하동 두 곳으로 차를 따러 갔었는데, 올해는 (현생에 치여...) 한 곳도 못가고 있었어요.😿 그러나... 안 가는 건 아닙니다! 오는 19일 충청도로(?) 차를 따러 가는데요. 충청의 다원 풍경은 어떤지, 그 곳의 차맛은 어떤지 조만간 레터로 생생하게 전해드릴게요.

백차는 6대 다류 가운데 만드는 방법이 가장 단순합니다. 여기 제가 달아둔 제목 그대로인데요. 차를 따고 잘 널어 말립니다. 그리고 은은한 불이나 햇빛에 건조시키면 끝입니다. 사실상 따는 것 외에는 사람의 손이 거의 닿지 않은 '찻잎 그 자체'라고 할 수 있죠.

만드는 법은 단순하지만 백차는 복합적인 맛과 향을 지니고 있습니다. 특히 해마다 '익어가는 맛'이 있는 차인데요. 지난 녹차의 편지에서 차에 뜨거운 열을 가하는 것(덖거나 찌거나)이 어떤 의미인지 말씀드렸었죠? 바로 그 순간의 맛을 '고정' 시키는 거라고요. 그런데 백차엔 고온의 열을 가하지 않으니 맛이 고정되지 않습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조금씩, 천천히 발효가 되면서 내년엔 다른 느낌으로, 내 후년엔 또 다른 맛과 향으로 즐길 수 있다는 것! 그래서 백차를 '경발효차'나 '약발효차'로 분류한답니다.

이렇듯 백차는 세월에 따라 다른 매력을 보여주는데요. '백차'하면 늘 언급되는 유명한 말(또는 광고 카피...?)이 있죠. 1년된 백차는 차, 3년된 백차는 약, 7년된 백차는 보배라고요. 처음엔 하얗게 보이던 백차의 솜털은 시간이 흐를수록 연갈색으로 변하고 거의 맹물처럼 투명하게 보이던 찻물도 차가 숙성됨에 따라 점점 오렌지빛으로 짙어져 갑니다. 햇차에서 녹차처럼 푸릇푸릇하고 귤껍질에서 날 것 같은 상큼한 향이 난다면 시간이 지날수록 풍부하고 복합적인 감칠맛이 느껴지죠. 위 사진 중 왼쪽은 사진 찍은 해에 만들어진 햇 백차이고, 왼쪽 사진은 만든지 2년이 지나 약에 가까워진 백차입니다. 확실히 때깔(?)이 다르죠?

3년된 백차를 약이라고 불렀던 것은 100% 허풍은 아니고요. 실제로 백차에 해열 효과가 있기 때문입니다. 중국 민간에서는 감기나 홍역에 걸려 열이 나는 아이에게 백차를 먹인다고. 물론 진짜 열이 펄펄 끓는데 약 안먹고 백차만 마셔선 안되겠지만! 회사에서 빡쳐서(?) 열이 날 때 백차 한 잔 하는 건 확실히 효과가 있습니다.(윤팽주 인체 실험 완료) 특히 백차는 상큼한 맛이 있어서 여름에 냉차로 만들어 마시면 증맬 맛있습니다. 한김 식힌 물로 진하게 우려낸 백차를 얼음에 부어 차갑게 만들어도 되고, 인퓨저에 넣은 백차를 찬물에 담가두고 냉장고에서 하루 방치한 뒤 마셔도 됩니다. 다가 올 여름엔 냉백차 꼭 드셔보세요.

백차는 보통 이름에 '백'이 들어가는 경우가 많아 구분하기 쉬운 편입니다. 먼저 작은 싹으로만 만든 최상급 백차를 백호은침이라고 부릅니다. 싹 하나와 그 바로 아래 잎 두 장을 따서 만든 백차를 백목단(=백모단=백목란)이라고 부르고요. 인스타에서 잠깐 소개해드린 월광백에도 '백'이 들어가죠. 참고로 월광백은 보이차로 유명한 운남 지역에서 만드는 백차의 이름.

헷갈리게시리 백씨 성이 아닌(?) 백차도 있긴 있습니다. 바로 공미와 수미인데요. 3~4장의 잎까지 함께 따서 만든 것을 공미, 줄기 부분까지 포함된 것을 수미라고 합니다.  비록 이름에 '백'자는 안들어가지만, 수미는 전체 백차 공급량의 절반 가까이를 차지할 정도로 대표적이고 대중적인 백차랍니다.

최근 들어서는 우리나라에서도 백차를 만드는 차농가들이 종종 보이는데요. 위 사진 속 차는 지난해 하동차편에 포함됐던 옥선명차의 일구다 특선백차입니다. 말간 찻물색이 틀림없는 백차인 것! 당연히 중국 백차와는 다른 맛이지만 고유의  풋풋한 매력이 있는 차였습니다.

늘 그렇지만 레터를 쓰다보면 차가 너무 마시고 싶어요.(지금 밤 12시인데...😭) 내일은 아껴뒀던 목단왕을 꺼내서 우려봐야겠습니다. 지난해 구매한 햇 목단왕인데, 이제 1년이 지났으니 맛이 또 조금 달라졌겠죠? 어떤 맛일지 기대가 됩니다. 그럼 백차의 편지는 이것으로 마무리 할게요. 저는 19일 다음 레터로 돌아오겠습니다.

#한국에 #차의 날 #이란 게 #있대 #85년부터... #술렁술렁 

팽주님, 우리나라에 차의 날이 있다는 거 알고계셨어요? 오는 5월 25일은 사단법인 한국차인연합회가 제정한 차의 날! (무려 1985년에 시작됐다고) 이렇듯 차를 즐기는 사람들도 아무도 몰랐던 차의 날에 심폐 소생술을 해보자는 무브먼트(!)가 있어 기쁘게 여러분께 공유해드립니다.

바로 티러버들의 모임 TEA41CLUB을 운영하는 차마시는나무늘보(@tea41_studio)님과 차섞는수제비(@trendy_drink_su)님인데요. 차의 날을 어떻게 즐기면 좋을지 👉여기에서👈아이디어를 받아 챌린지로 만드실 거라고! 더티레터 팽주님들의 멋진 아이디어 기대해요! 앞으로 이어질 챌린지도 많!관!부!

텀블벅에서 펀딩을 했었던 한국 다원 소개서 <다시, 한국차를 마시다> 혹시 읽어보셨어요? 이 책을 펴낸 곳에서 이번에는 진짜 차를 내놨더라고요! 쌀누룩과 홍국쌀을 로스팅한 '토닥토닥 누룩의 위로' 만수가만든차의 고뿌레차와 쌀누룩, 구기자를 블렌딩한 '다람쥐의 보물상자', 쌀누룩과 배, 구기자를 블렌딩한 '할머니의 복주머니' 등 3종이에요. 누룩과 차의 조합이라니, 다른 곳에서 보기 힘든 블렌딩티인 것 같아요. 5월 21일까지 텀블벅에서 펀딩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