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들 배그 즐기지 않나요? 근데 평가 결과는 거품이라는 냉정함

3" Question : 배그 시대는 거품이라는 냉정한 후배들의 평가 
불쑥 택진이형 1승인데, 방준혁 의장은 씁쓸할지도
쫌아는기자들 1호 성호철

쫌잘나가는 스타트업의 브랜드 평가인 '3초 퀘스쳔'입니다. 지난 25~28일간 '크래프톤'에 대해 구독자 237명이 브랜드 평가에 참여해, 마지막 10번째 질문의 답을 하고 제출한 158명의 결과입니다. 1인당 평균 답변 시간은 59초입니다. 말그대로 질문을 받자마자 직감적으로 답을 해준 셈입니다. 

크래프톤은 4차산업혁명위원회의 초대 위원장을 지낸, 장병규 의장이 창업한 회사입니다. 넥슨, 넷마블, 엔씨소프트를 잇는 한국 게임 계보의 한 획입니다. 하지만 스타트업 후배들의 평가는 다소 냉정합니다. 크래프톤이 3N급이 되기는 쉽지 않고(54.4%), 배그도 슬슬 인기 식어간다(58.9%)고 봤습니다. 

크래프톤의 희망 공모가(최대 55만원)에 대해서도 거품(83.5%)이라고 봤고, 3년내 기업 밸류도 20조원 이하(52.4%)라고 전망했네요. 올해 최대 IPO라는 크래프톤에 대한 평가 절하인 셈인데, 심층 인터뷰를 해서라도 '왜 그렇게 생각하는지' 물어보고 싶을 정도입니다. 
게다가 크래프톤의 최근 직장 괴롭힘 사건과 관련, '크래프톤의 기업문화도 안 좋을 것'(69%)이라고 대답했습니다. 

시즌2의 삼초큐는 1세대 스타트업(벤처) 선배 창업 세대를 평가하는데, 첫번째인 크래프톤부터 과히 좋은 점수는 못 받는 분위기입니다. 
후배 창업자 밥 잘 사줄 것 같은 게임 창업자, 적어도 이 질문만큼은 장병규 의장이 좋은 평가를 받을까 생각했지만, 간발의 차이로 김택진 엔씨소프트 창업자에게 밀렸습니다. 장 의장은 후배 창업자를 잘 챙기는 편이라는걸 아는 쫌아는기자들로선 다소 예상밖이었습니다. 브랜드 평가와 실제와는 다소 격차가 있을 수 있으니까요.

'크래프톤'의 브랜드 평가이긴 하지만, 의문의 1패는 방준혁 넷마블 의장입니다. 가장 밥 안 사줄 것 같은 선배 창업가로 꼽혔습니다. 왜 이런 이미지인지, 넷마블도 고민해야하지 않을까 싶을 정도입니다. 너무 차이가 많이 나서요.
내 여친(또는 남친) 00에 다닌다, 어디가 폼 날까라는 질문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엔씨소프트(56.3%)가 선호도 1등이었고, 크래프톤(40.5%)가 2등인반면, 넷마블은 3.2%로 차이가 조금 많이 났습니다. 예전에 '구로의 등대'나 '크런치 모드'라는 안좋은 평가가 비등했던게 아직까지도 영향을 미치는 것 아닐까요.

방준혁 의장은 일에 대한 열정과 치열함에서 타인의 상상을 넘어서는 무엇인가가 있는 창업자입니다.  이런 열정과 치열함은 묻히고, 부정적인 이미지만 덧입혀지는게 아닌지 안타깝습니다. 

정육각, 카이스트 수학과 09학번의 정육점 사장 도전기
쫌아는기자들 2호 임경업

 “다들 취향이 있겠지만, 저만의 돼지고기 굽는 방법이 있어요. 삼겹살은 주로 24mm짜리를 골라요. 프라이팬에 기름 안 두르고 불에 올리고 살짝 연기 날때까지 기다리다가 팬이 뜨거울때 두꺼운 삼겹살을 올려요. 한쪽이 익으면 깍두기 모양처럼 정육면체로 잘라준뒤, 6개면을 세우고 돌려가면서 뜨거운 팬에 굽죠. 겉은 바싹하고 속은 촉촉하죠. 이렇게 구우려면 12mm나 16mm 두께의 삼겹살은 세울 수가 없어서 안 되거든요. 
돼지고기는 바짝 익혀야 한다고요? 글쎄요. 참, 목살은 똑같이 굽는데, 프라이팬에 연기가 올라올 때 식용유를 조금 넣고 목살을 올려요. 목살은 워낙 지방이 없어서, 이렇게 기름을 넣어야 씹을 때 기름을 머금어 풍미가 좋아져요. 목살은 자르는 게 기술인데요. 살코기와 비계가 흘러가는 길이 다른데, 목살 길을 따라서 잘라야 맛있어요.” 

 카이스트 수학과 출신(09학번)인 김재연 정육각 창업자는 “목살의 길을 어떻게 설명해야 하지”라면서 심각한 표정입니다. 김 대표는 진심입니다. 수학자가 초등학생에게 피타고라스의 정리를 설명하다가 막힌 사람처럼 말입니다. 91년생인 김 창업자는 2년 전엔 ‘포브스 선정, 아시아 30세 이하 리더 30인’에 선정되기도 했습니다.

사진=고운호 기자
 김 대표는 ‘목살의 길’ 설명을 포기하더니, “근데 돼지고기는 세절이 훨씬 더 중요하다”고 합니다. 세절론(細切論)의 시작입니다. 세절은 고기를 팔기 좋은 크기로 자르는 작업입니다. 

 "돼지 원육은 진공포장한 채로 유통돼요. 그런데 이 포장을 해체하는 순간부터 산소가 고기 깊숙한 곳까지 들어가서 산패가 시작되죠. 진공포장을 뜯은 다음부터 이른 시일 내로 팔아야 해요. 정육각은 소비자들이 주문하기 전까지 고기를 세절하지 않아요. 소비자들이 주문하면 그때 원하는 양만큼 고기를 잘라서 진공 포장하죠. "

 그는 "그러니까 정육각 고기는 배송 받자마자 드시는게 가장 마싰어요"라고 합니다. 산패란 지방류가 산소나 빛 등을 만나서 변질되는 현상입니다. 들기름을 오픈하면 가급적 빨리 먹어야하는것도 산패되기 전에 섭취하기 위해서입니다. 물리학적인 현상이죠. 
 고기파는 카이스트 남자의 인터뷰는 과학과 고기에 대한 사랑이 오가는, 그 미묘한 지점이었습니다. 

 정육각 고기는 다른 곳과 돼지 품종이나 사료가 다른가요. 그러니까 '맛의 비결'요.
 무엇이 다른가를 설명하려면 축산물 시장 전체 밸류 체인에 대한 이해가 필요해요. 
 처음에 농장이 있어요. 농장에서 도축장으로 고기를 넘기고, 도축이 되고 나면 돼지가 반이 갈라져 있는 상태가 돼요. 이걸 육가공 공장에서 받아 발골 기사님들이 뼈와 살을 발라서 삼겹살, 목살 이런 방식으로 큼직큼직하게 부위별 박스 포장을 하죠. 

 이 박스가 세절 공장으로 넘어가요. 여기서 숙성도 하고, 소비자가 먹을 수 있는 크기로 잘라서 최종 포장을 하죠. 세절 공장에서 포장한 것들이 마트와 정육점 등 소매점으로 가고, 소매에서 최종 판매가 되죠. 
 정리하면 ‘농장 – 도축장 – 육가공 공장 – 세절 공장 – 소매점’ 인데요. 
 정육각은 세절 공장과 소매를 수직계열화한 회사예요. 공장에서 최종 포장한 제품은 정육각 앱을 통해 주문해 소매로 이어지고요. 맛의 차이는 여기서 생겨요. 

 돼지고기는 공기에 닿는 순간부터 맛이 없어지나요? 
 돼지 원육을 보면, 세절 공장에서 진공 포장을 해서 소매 채널로 유통이 돼요. 진공 포장을 해체하는 순간부터 산소가 고기 깊숙한 곳까지 들어가서 산패가 진행돼요. 
 1차적으로 진공포장을 뜯은 다음, 가능한 빠른 시일 내에 파는 것이 좋아요. 일반적인 유통 채널에서는 세절 업체에서 마트로 넘어가도 바로 팔리지 않아요. 

 먼저 들어온 제품을 선입선출해요. 대형마트도 이 과정이 보통 1.5일에서 이틀은 걸려요.  매대에 올려두면 계속 산소와 만날 수밖에 없고요. 
 삼겹살 같이 수요가 많은 부위는 괜찮아요. 뒷다리살처럼 한 번에 많은 양이 들어오지만 수요는 많지 않은 부위는 한번 진공 포장을 뜯은 다음 하루에 한덩이 전체를 모두 팔기 쉽지 않아요. 
  하루를 보내고 남은 고기는 재진공 포장을 해서 보관했다가, 다음날 팔 수 밖에 없어요. 먹어서 문제가 되는 고기는 아녜요. 다만 갓 진공 포장을 뜯은 고기보다는 맛이 덜할 수 밖에 없죠. 
 
 정육각은 재진공포장이 없습니다. 도축 시점으로부터 나흘 이내 제품만 팔아요. 소비자들이 주문하기 전까지는 고기를 생산하지 않고, 주문이 들어온대로 실시간으로 고기를 썰어서 포장하죠. 
 서울 같은 경우 고기를 세절하고 최종 포장을 마친다음 소비자가 빨리 받으면 3시간, 늦어도 9시간 안에 배송이 가요. 
 정육각 고기는 육즙, 수분 손실이 적어요. 돼지 목살이나 닭가슴살 같은 부위가 ‘퍽퍽하지 않아서 좋다’는 피드백을 주는 고객 분들이 많아요. 공기 중 노출 시간이 짧아서 산패가 덜하고 육즙이 많거든요. 고기를 썰자마자 소비자에게 가기 때문에 가능한 맛이죠. 

'언제나 80점 고기'를 위해 미국 유학 전액 장학금을 포기
 카이스트에서 돼지고기를 연구한건가요? 수학과 아니세요? 
 그런건 아니고요. 어렸을 때부터 고기를 좋아했어요. 부모님이 맞벌이셨고, 남자 고등학생에게 가장 간편한 식사가 뭐겠어요? 삼겹살 구워서 상추와 쌈장에 먹는 것이었죠. 어머니가 항상 김치냉장고 가장 오른쪽에 삼겹살을 두셨을 정도죠. 
 카이스트가 있는 대전에서도 고기를 사랑했죠. 대전에서 제일 맛있는 정육점이 있어요. 늘 그 가게 고기를 사서 친구들과 구워 먹었어요. 묘하게 그날그날 맛이 다른 거예요. 어느 날은 먹고 단체로 설사하기도 했고요. 

 알아보니 주부들 사이에서도 그걸 ‘뽑기’라고 한대요. 같은 정육점에 가도 고기가 맛있는 날이 있고 맛이 없는 날이 있다는거죠. 궁금해서 알아봤어요. 결국 돼지고기의 산패, 그게 문제였던 거예요. 도축일이랑 진공 포장 뜯은 날이 중요하다는 것도 배웠고요. 
 문득 아이디어가 떠올랐죠.  “이 날은 100점, 다른 날은 50점짜리 고기를 먹는 것보다 계속 80점짜리 고기를 판다면 인기가 좋을 것 같다” 

 정육점 내는게 꿈인 카이스트생, 그것도 미국 전액 장학금도 포기하고요? 
 고기 연구가 너무 재밌었서요. 본래는 졸업하면 미국 유학갈 계획이었어요. 한 장학재단에서 전액 장학생으로 선정됐고요. 근데 출발일이 2016년 2월이라서, '시간도 남는데 내가 한 번 고기 팔아볼까'하고, 비슷한 시기 졸업하는 친구 셋과 함께 작은 정육점을 했어요. 
 안양 만안구 재개발 단지 안에 망한 참치집이 있었어요. 마침 건물주가 저희 이야기를 듣고, 3개월 동안 싼값에 보증금 없이 참치집을 쓰라는 거예요. 

 간판도 없이 온라인으로 고기 썰어 팔았죠. 농산물 직거래 카페에 글 올리고, 신선한 돼지를 떼다 바로 파는 모델로요. 반응이 좋았어요. 하루 평균 매출 20~30만원이 찍혔고요. 그러다 보니 3개월을 더하게 됐고, 고기를 더 공부하게 됐죠. 
 처음 6개월 동안 고기 실험에만 거의 돼지 0.5톤를 썼어요. 돼지의 품종과 농장, 굽기 정도, 도축 이후 시간 등을요. 세분해 굽고, 먹고, 적어뒀죠. 

 고기의 심오한 세계에 막 빠지고 나니, 막상 그만두고 유학 가기 아쉽더라고요. 맛있는 고기 유통이 가능하다는 가설이 어느 정도 입증이 됐으니까요. ‘지금 재밌는 일을 따라가자’라는 충동적인 결정이었죠. 유학 포기하고 법인 내고 본격적으로 고기 썰었어요. 학교에서도, 장학재단에서도 “이런 분은 당신이 처음입니다”라고 했어요. 

김재연 대표가 처음 카이스트 동기들과 정육점을 열었던 안양의 참치집.
 창업하고 5년 지난는데, 지금 주문 건수는요. 
 하루 주문이 7000건 넘어요. 최근 새로 지은 공장 부지만 2000평 정도 돼요. 작년 매출이 200억원인데, 이 공장에서만 매출 5000억원까지 감당 가능합니다. 
 아까 말했던 세절, 그걸 위해 직접 공장을 운영해요. 포장과 배송도 하고요. 제조와 유통을 모두 하다 보니 규모가 크죠. 

 정육점을 혁신의 스타트업이라고 해야할까요?
 아무도 주문이 떨어지자마자 고기 썰어서 배송한 적이 없었으니까요. 직접 개발한 제조 관제 시스템과 포장 관리 시스템을 쓰고 있어요. 개발자들은 공장 최적화 알고리즘을 개발하고요. 
 예컨대 쫌아는기자님이 삼겹살 100근, 제가 삼겹살 1근과 목살 1근을 주문했어요. 컴퓨터에 계산을 맡기면 삼겹살 101근을 다 썬 다음, 목살 1근을 써는 순서가 최적화된 계산식이에요. 고기 써는 부위와 방식을 바꿀 때마다 공정에서는 손실이 생기니까요. 

 그런데 실은 더 복잡해요. 제가 주문한 삼겹살 1근은 세절됐지만, 같은 타이밍에 목살 1근이 썰리지 않으면 배송 출발을 못해요. 목살 1근을 기다리는 동안, 삼겹살 1근의 맛도 점점 떨어지고요. 
 이런 경우의 수는 하루 수천건의 주문을 받는다면 계산이 훨씬 복잡해져요. 정육각은 나름의 알고리즘을 찾았죠. 빠르게 고기 썰고, 배송 빨리 출발하고, 맛도 좋은 최적값. 포장 순서를 바꿨더니 마감 시간도 6분의 1 수준으로 줄었어요.   

 돼지, 닭, 우유 발주도 자동으로 해요. 제 메신저를 보면(김 대표는 슬랙 채널을 보여줬다) 오전 5시 40분, 8시 얼마치 우유가 배송됐다고 알람이 와요. 전부 사람이 아니라 알고리즘이 넣은 주문이죠. 자동화 시스템이 정육각의 경쟁력이고요.  

싸고 맛있기는 어렵다, 그렇지만 비싼만큼 고민했다
 브랜드 모토는 초(超)신선이죠, 근데 소고기는 숙성이라고 팔잖아요.
 고기 이론을 다시 설명하자면 사후 경직 때문에요. 소고기는 숙성이 맛있어요. 
 모든 살아있는 것들은 죽으면 근육이 단단하게 굳는 사후강직 현상이 발생해요. 보통 돼지는 죽은 지 12시간부터 사후경직이 시작된 다음 24시간이 지나면 경직이 풀려요. 아무리 자동화한다해도 배달은 24시간 이내는 불가능해요. 사후강직을 걱정할 필요가 없죠.
 그런데 소는 부위마다 다른지만 짧게는 7일, 길게는 30일까지 사후경직이 가요. 갓 도축한 소고기를 받으면 껌처럼 씹혀요. 숙성을 하는 이유죠. 

 소고기는 냉장고 숙성이 아니라 수조에서 숙성을 한다고요? 
 네. 숙성이 엄청 까다로운 작업인데, 냉장고 관리가 쉽지 않거든요. 숙성의 핵심은 온도를 균일하게 유지하는 것이에요. 그런데 냉장고는 냉각 팬이 돌고, 냉기를 직접 받는 부분 온도가 다른 곳보다 더 낮아요. 팬에 고드름이 달리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열선도 있는데, 주기적으로 열선이 열을 내면서 순간적으로 온도가 오르기도 해요. 
 같은 냉장고 안에 있는 고기도 위치와 시간에 따라 온도가 달라지고, 맛도 차이가 나요. 

 수조에 넣어요. 물은 비열이 높아 온도가 거의 그대로 유지되거든요. 수시로 온도 모니터링을 하고, 자주 열었다 닫으면 온도가 바뀌니 최소한 문을 열어서 물건을 꺼내죠. 비용이 많이 들고, 야적비도 많이 들지만 이 방식이 제일 맛있더군요. 거의 2년을 실험한 끝에 찾은 방법이죠. 

정육각 고기는 비싸요. 
 맛있으면 비싸져요. 대신 디테일한 품질을 챙기죠. 
 정육각 포장백은 엄청난 비효율 포장백이에요. 단, 고기와 얼음이 직접 접촉이 없도록 했고 너무 낮지도 높지도 않은 온도. 폭염 기준으로 7도를 유지하도록 설계했어요. 포장팀 입장에서도 포장하기에 손이 두 번가는 팩이라 비용도 많이 들죠. 
 왜냐고요? 폭염이 오면 육류 업체도 배송할 때 드라이아이스를 넣어서 포장해요. 드라이아이스는 영하 60도예요. 

 순간적으로 포장 박스 안이 냉동실이 돼서 고기 세포가 터지고 흰색 물이 나와요. 그건 냉장 고기가 아녜요. 저희는 진짜 냉장고기를 위해 비효율과 비용을 감수하죠. 
 단, 소비자가 감당 가능한 가격 범위 안에서 최대치 맛을 만들겠다는 것이 정육각의 목표죠. 그러기 위해 무수히 많은 시도를 하고 있어요. 

비싼 고기를 찾는 소비자의 심리는 무얼까요.
 돈을 조금 더 내더라도 맛있는 걸 먹고 싶다는 소비자들이 늘고 있으니까요. 
 어렸을 때 ‘체험 삶의 현장’ 같은 TV프로가 있었어요. 열심히 일하고 그 돈을 유니콘 타고 올라가서 기부하는 프로요. 그만큼 노동을 중요하게 여긴거죠. 요새는 맛있는 걸 먹는 먹방이 떠요. 그만큼 소비 행위 자체가 중요한 시대죠. 
 코로나로 혜택받은 것도 있어요. 장년층 소비자들이 부쩍 늘었어요. 어머니들은 생선 찔러보고, 고기 색을 직접 보면서 골라야 하는 세대거든요. 그런데 코로나로 밖에 못 나가고, 온라인으로 장을 보게 되신 거예요. 그 분들은 온라인을 통해서도 좋은 신선식품을 찾고 있어요.

정육각의 포장 박스. 드라이아이스가 아닌 얼음을 쓰고, 고기에 직접 얼음이 닿지 않도록 이중 포장을 했다.
비교 마케팅 논란 "반성하는 계기 됐다"
"스타트업이라고 과감한 행보만 할 것 아냐, 성장할수록 신중하겠다." 
 정육각은 최근엔 전복, 바지락 같은 수산물도 팔아요. 고기에 대한 배신 아닌가요.
 처음 창업 목표도 ‘축산 시장 혁신’ 같은 거창한 목표가 아니었어요. 원했던 것은 ‘소비자들이 신선한 제품을 받아 삶의 질을 높였으면 좋겠다’ 같은 모호한 것이었죠. 소도 원래 계획에 없던 품목이었고요. 
 작년부터 “정육각에서 수산물도 팔았으면 좋겠다”는 요청이 종종 들어왔어요. 시장에서 좋은 퀄리티의 수산물을 고르는 것이 좋은 고기 구하기보다 어렵다는 이유였죠. 정육각 브랜드가 믿을만한 수산물을 팔아달라는 요청요. 
 수산물 산지 조사부터 실험까지 1년 정도 걸렸어요. 충동 결정은 아니었죠. 수산물과 축산물 재고 관리, 예측 발주 시스템이 거의 비슷해요. 로직을 조금만 바꾸면 바로 공장 운영 소프트웨어를 축산물에도 사용 가능하죠. 소를 숙성하는 수조도 이미 공장에 있고요. 고등어, 갈치 같은 생선으로도 확장할 계획이에요. 

고기, 수산물. 전부 관리가 어렵고 까다로운 신선식품 뿐이네요. 적자 탈출과 손익분기점 돌파, 가능할까요? 
 네. 자신합니다. 물론 회사는 지금 한참 적자지만, 목표로 한 매출 규모의 아직 50분의 1밖에 안 돼요. 내년 목표인 매출 2000억원을 넘어서면 슬슬 손익분기점 돌파가 가시적으로 보일 거예요. 
 가능한 이유요? 저희와 비슷한 2000평 공장 규모인 축산 업체들이 연매출 300~500억원 정도를 찍어요. 그런데 정육각 공장은 매출 5000억까지 가능해요. 일반적인 업체는 하루 1만근 삼겹살이 가공돼 팔린다면, 2만5000근 정도 야적할 공간이 필요해요. 
 하지만 정육각은 실시간으로 제품을 가공해 배송하기 때문에 400~500근만 쌓아두죠. 효율화 시스템으로 공간이나 폐기 비용 리스크를 줄였죠. 작업 끝나고 저녁에 가면 냉장고가 텅텅 비어 있어요. 운용 인력도 적고요. 

정육각은 자사의 초신선 삼겹살과 다른 곳 삼겹살간 비교 마케팅을 했다고 과하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어요. 
 선을 넘었던 마케팅에 대해서는 제가 사과하겠습니다. 저희는 소비자를 공략하고 싶었던 거였어요. 화살은 소비자를 대상으로 쐈고, 동종업계를 공격할 의도가 없었는데… 마케팅 욕심이 너무 과했던 것이죠.
 반성합니다. 누군가를 비판하는 것이 아니라, 순전히 저희의 가치를 증명해 시장을 설득해야 한다는 걸 깨달았어요. 정육각이 업계에 미치는 영향력이 커졌고, 소비자에게 책임 있는 메시지를 전달해야 한다는 것도요. 스타트업이라고 과감한 행보만 할 것이 아니라, 빠르게 클수록 행동 하나하나 신중해야 한다는 것. 그걸 배웠어요. 

(@쫌아는기자들/비교마케팅 논란은 예컨대 동네 맛집이 TV 취재진 앞에서 본인의 비결을 자랑하다가, '왜 다른 집은 이렇게 못하는지 모르겠다'고 불쑥 말이 튀어나는 것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의 반성은 일부 타당합니다. 그런데 소비자 입장에선 궁금증이 남긴합니다. 왜냐면, 비교할때 하더라도 그게 정확하다면 소비자도 그걸 알고 보다 맛있고 좋은 소비를 할 권리가 있는게 아닐까요. 옆집 식당보다 소비자의 권리가 우선 아닐까요. 하지만 김 대표는 비교 마케팅 말만 나오면 "반성의 계기 삼고 있다"는 말만 반복합니다.)

 정육각은 왜 축산업계의 비판을 자꾸 받는건가요? 
 사실 도와주셨던 감사한 분들이 더 많았어요. 은퇴하기 직전 축산 전문가 분이 계셨거든요. 이것저것 열심히 물어보니 “귀여운 청년들”이라며 많은 것을 알려줬어요. 사료 업체, 지금 거래하는 농장도 작은 정육점 시절부터 알았던 분들이에요. 
 그렇게 도움을 받고 사후경직에 관한 논문, 돼지고기 성분에 대한 논문 등 퍼즐 조각 맞추듯이 고기의 맛과 관련된 정보들을 수집한 결과가 지금이죠. 

 최근 마장동 축산거리에 간 적이 있었어요. 처음 정육각을 창업했을 때, 도축일자를 소비자에게 공유하는 가게가 거의 없었어요. 지금은 마장동 가면 ‘초신선’이라는 단어를 쓰는 집도 있고, 도축일자를 걸고 파는 집도 있어요. 
 맛에 대한 철학이 달라서 정육각에 비판적인 분들도 계세요. 하지만 더 중요한 건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는 일이죠. 정육각이 풀려는 시장의 문제, 그리고 그 문제를 풀었을 때 반응해주는 소비자들을 많이 확보하는 데 집중해야죠. 

김재연 정육각 창업자에게 대신 물어봐드립니다.
인터뷰를 읽고나서, 궁금증이 생기지 않으셨나요? 창업자에게 질문하시면 그 답을 금요일에 전해드려요.
신코너 : [스타트업소소한소식] 많이 보내주세요
우리 회사에 '아주 소소하지만, 그래도 우리끼리는 재밌는 일이 있습니다'라는게 있으면 보내주세요. 소소한 행복, 서로 공유하고 사시죠. 보내주신 내용은 목요일에 전해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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