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ekly newsletter no.202 | 2025. 6. 1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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벗, 최근 방영을 시작한 MBC 드라마 ‘노무사 노무진’ 봐? 요즘 2호😎 최애 드라마야. 판타지적 요소가 있지만, 억울하게 숨진 노동자들의 산재를 풀어나간단 점에서 마음이 많이 가더라고.
가장 기억에 남는 건 첫화. 공장에서 일하는 20대 노동자가 기계에 끼여 숨진 사건이 나와. 안전장치 없이 초과 노동을 하다 발생한 사고였어. 회사는 사고를 은폐하기 바빴지. 노동자가 기계에 몸이 반쯤 낀 장면은 끔찍해서 제대로 보기 힘들었어.
그 장면을 보는데, 2018년 12월 태안화력발전소에서 일하다 컨베이어벨트에 끼여 숨진 김용균씨가 떠올랐거든. 당시 사회부 기자로 김용균씨 어머니 김미숙씨를 여러 번 만났어. 1주기 때는 태안 추모제에도 다녀왔고. “위험의 외주화를 멈춰달라”는 어머니의 외침이 아직도 귓가에 남아.
그리고 6년 뒤인 지난 2일, 태안화력발전소에서 또 다른 노동자 한 명이 또다시 기계에 끼여 숨졌어. 대체 그날 공장에선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왜 일터에서 노동자들이 숨지는 사고는 반복될까? 사고 현장을 취재한 요원과 함께, 태안으로 가보자.
💡알림 다음 주 휘클리는 한 주 쉬어가려고 해. 요즘 팀 휘클리는 작은 한 걸음을 내딛기 위해 예열 중이야.⏳ 잠깐 숨 고르고 26일 목요일에 돌아올게!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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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번 알아봤다: 노동자 무덤 된 태안화력
- 한 번 물어봤다: 죽음이 반복되는 이유
- 모르고리즘: 알고리즘 프리! 경제 뉴스픽
- 휘클리 심화반: 내가 섭식장애라니
- 휘클러 say!: 독자피드백 + 이벤트 알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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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자 무덤 된 태안화력
쇠막대 깎다가 참변
- 6월2일 오후 2시30분, 한국서부발전(서부발전)💡 태안화력발전소(태안화력) 한전KPS 기계공작실에서 50살 김충현씨가 숨졌어. 충현씨는 사고 당시 길이 40㎝의 쇠 막대를 깎다 왼팔이 기계의 회전체에 빨려 들어갔어. 이후 충현씨 몸이 들려 올라가면서 선반💡 위로 쓰러졌고. 30여분 뒤 도착한 구급대가 병원으로 옮겼지만 결국 숨졌어.
- 충현씨는 선반사였어. 발전기를 움직이려면 나사나 볼트, 밸브 손잡이 같은 부품이 필요하잖아? 선반 기계로 부품을 깎아 만드는 일을 했어. 부품을 정밀하게 깎으려고 몸을 기계에 최대한 밀착하는 과정에서 빨려 들어간 걸로 보여. 사고 당시 회전체은 1분에 780번을 돌았어. 정확한 사고 원인은 아직 조사 중.
- 주위 얘길 들어보면 충현씨가 경험이 부족해 사고를 냈다고 보긴 어려워. 기계공작실이 있는 종합정비동에서 혼자 선반 6대를 다루는 숙련공이었거든. 그는 반드시 작업지시서를 받고 나서 일했고 주변을 항상 깨끗이 청소했대. 매사에 꼼꼼하고 철저한 성격이었던 것 같아.
- 고용노동부는 서부발전과 한전KPS에 대한 특별 감독💡을 시작했어. 전국 19개 화력발전소도 들여다보고 있고. 경찰은 사고 전담수사팀을 꾸렸고. 유족과 시민사회단체는 ‘고 김충현 노동자 산업재해 사망사고 공동대책위원회’(대책위)를 만들어 진상 규명을 요구하고 있어.
안전장치도 동료도 없었다
- 충현씨가 사용한 기계는 범용 선반💡. 컴퓨터제어 선반(CNC)💡보다 구식이고, 작업자가 직접 수동으로 조작해야 해. 원재료를 끼우는 회전체도 노출돼 있어. 근데 안전 사고를 예방하기 위한 방호장치는 회전체 일부를 덮는 덮개뿐. 작업자와 기계의 접촉을 차단하는 아크릴판 같은 장치는 없었어. 노동부의 ‘선반작업 안전’ 가이드도 ‘복장 단정’, ‘정리 정돈’, ‘회전 종료 후 가공물 제거’ 같은 기초적인 내용 뿐이야.
- 충현씨를 도와줄 동료도 없었어. 그는 발전설비동에서 떨어진 종합정비동에서 혼자 일했어. 그가 사고를 당한 기계는 비상정지 버튼과 풋브레이크도 있었거든. 누군가 옆에 있었다면 그의 목숨을 구할 수 있었을 거야.
- 최근 3년간 끼임 사망 사고 38.1%가 기계기구·금속·비금속 광물 제조업 현장에서 발생했어. 작업 현장에서 흔히 쓰이는 범용선반은 안전 장치가 부족해서 끼임 사고 위험이 매우 큰 기계야. 정부에선 2인1조 원칙을 권고하지만, 산업안전보건법상 2인1조 의무 대상엔 포함되지 않아.
- 더 심각한 건, 이게 충현씨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점이야. 한전KPS의 태안화력 하청업체 2곳의 ‘작업 전 안전회의 일지’를 보면, 태안화력 안에서는 위험한 작업을 혼자 하는 경우가 반복됐어.
- 충현씨는 한국파워O&M 소속, 2차 하청 노동자였어. 원청인 서부발전은 발전 설비 유지보수 업무를 직접하지 않았어. 1차 하청업체인 한전KPS에 넘겼지. 한전KPS는 다시 전기 설비는 ‘삼신’에, 기계 설비는 ‘한국파워O&M’에 맡긴 것.
- 원청→1차 하청→2차 하청으로 갈수록 고용은 불안정해. 1차 하청인 한전KPS는 3년마다 입찰💡로 계약을 따냈어. 2차 하청업체들은 1년 미만의 ‘쪼개기 계약’💡을 해. 사업 단위로 입찰을 따서 진행하다 보니, 사장이 수시로 바뀔 수밖에. 충현씨도 2016년 처음 일을 시작한 뒤 9년간 소속 회사가 8번이나 바뀌었어. 그는 늘 정규직을 원했고, 1년마다 사장이 바뀌어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다고 얘기했대.
- 불리한 고용 환경에서 하청 노동자들은 ‘위험의 외주화’ 구조 속에 내몰려. 서부발전을 포함한 발전 공기업 5곳💡에서 5년간 노동자 253명이 산재 피해를 입었는데 246명, 97%가 비정규직이었어. 원청은 특정 업무만 하청에 넘기는 게 아니라, 위험한 노동에 대한 관리 책임도 떠넘기고 있는 거야.
- 실제로 원청과 1차 하청은 사고 책임을 떠넘기고 있어. “선반 주변을 임의 정리 중 끼어”(서부발전), “발전설비와 관련 없는 공작기계서 사고”(한전KPS). 사고 책임을 충현씨와 2차 하청업체에 돌린 거지. 하지만 한전KPS가 당일 작업을 지시한 정황이 드러났어. 서부발전과 한전KPS가 과거 다른 노동자의 산재를 묵인했단 의혹도 나왔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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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서부발전: 2001년 4월 2일 한국전력공사에서 분사, 설립된 발전 전문 공기업
선반: 금속, 나무, 돌 따위를 회전시켜서 갈거나 파내거나 도려내는 데 쓰는 공작 기계 특별감독: 중대재해 발생시 노동부가 실시하는 긴급 현장 조사 및 법 위반 여부 점검 제도 범용선반: 작업자가 수동으로 다양한 형태의 작업물을 가공하는 선반기계. 컴퓨터제어선반: 컴퓨터 프로그램으로 자동 제어되는 선반기계 입찰: 공공기관 등이 공개 경쟁 방식으로 계약 상대를 정하는 절차 쪼개기 계약: 원청이 계약을 나눠 공개입찰을 피하거나 재하청으로 책임을 분산하는 관행 발전 공기업 5곳: 한국서부발전, 남부발전, 동서발전, 중부발전, 남동발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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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년 전과 똑닮은 참사
- 충현씨가 숨진 태안화력은 6년 전, 김용균씨가 목숨을 잃은 곳이야. 2018년 12월, 24살 용균씨는 태안화력 9·10호기 발전설비동에서 일하는 서부발전의 하청업체(한국발전기술) 노동자였어. 석탄을 나르는 컨베이어벨트에 끼여 숨졌지.
- 충현씨 사고는 용균씨 사고와 닮은 점이 많아. 당시 용균씨도 혼자 일했고, 방호덮개 없이 돌아가는 회전체가 문제였어. 회사는 “개인의 과욕”이라며 책임을 떠넘겼고.
- 끼임 사고는 SPC 계열 빵 공장에서도 반복돼. 2022년 10월엔 경기도 평택 SPC계열 SPL에서 23살 노동자가 샌드위치 소스 배합기에 끼여 숨졌지. 2023년 8월 경기 성남 SPC계열 샤니 제빵공장에서, 지난달엔 ‘크보빵’💡 주 생산공장인 경기 시흥 SPC삼립 시화공장에서 끼임 사고로 각각 50대 노동자가 목숨을 잃었고.
법이 있는데,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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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를 막기 위한 법은 이미 있어. 김용균씨가 숨진 이듬해인 2019년 산업안전보건법이 개정돼 2020년 시행됐어. 일명, ‘김용균법’. 도금작업이나 수은·납·카드뮴 가공 작업 같은 위험한 일을 하청에 넘기는 도급계약을 금지했어. 또 원청이 하청 노동자 안전을 챙기도록 의무를 강화했어.
- 그런데도 노동자들이 계속 일터에서 숨지자 2022년 1월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됐지. 일하다 노동자가 다치거나 숨질 경우 사업주나 경영책임자를 형사처벌하겠다는 법이야.
- 도입 초기엔 기업들이 긴장했지만 결과는 글쎄. ‘원청의 지휘·감독’ 같은 실질적 관리 책임을 입증하기 까다롭다보니, 중대재해처벌법으로 유죄를 받기 쉽지 않을뿐더러 재판 결과가 나오기까지 시간도 오래 걸려. 2023년 9월 기준,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사건 중 노동부가 수사에 들어간 건 438건. 이중 검찰이 기소한 건 40건이야. 1심 선고가 나온 건 13건. 수사 인력이 부족하다 보니 이 사건의 평균 처리 기간은 242.8일이라고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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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현씨 사고도 사업주나 경영책임자 처벌까진 넘어야 할 산이 많아. 선반 작업은 김용균법이 정한 외주화 금지 대상이 아니야. 유해 화학물질 대상 작업으로 제한돼 있거든. 강훈식 대통령비서실장이 “중대재해처벌법으로 엄중히 처리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서부발전과 한전KPS는 하청업체들에 책임을 떠넘기고 법망을 피해갈 수 있어. 다만, 충현씨가 혼자 작업한 건 ‘안전관리 부실’을 문제 삼아 법 위반으로 볼 여지가 있어.
또 다른 비극 막으려면
- 다단계 하청 구조부터 바뀌어야 해. 2019년 8월 국무총리 산하 김용균 특조위💡는 운전·정비 노동자를 정규직으로 직접 고용하라는 1호 권고안을 냈어. 용균씨 같은 운전 분야 하청 노동자는 서부발전이, 충현씨 같은 정비분야는 한전KPS가 직접 고용하란 거지. 당시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권고를 받아들였지만, 원청업체들이 이행하지 않고 있어.
- 중대재해처벌법도 손봐야 해. 지금은 ‘실질적인 지휘·감독’을 노동자가 증명해야 원청을 처벌할 수 있어. 근데 이게 어려워서 책임자들이 빠져나가기 일쑤야. 그래서 사업주가 예방조치를 다했는지 스스로 입증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어. 사고 초기에 증거를 확보할 수 있도록 수사 인력도 늘려야 하고.
- 노동부의 역할도 달라져야 해. 지금은 사고가 발생하고 나서야 조사하고 수사하잖아. 사전에 기업 컨설팅과 교육을 강화하는 예방 활동이 중요해. 현장엔 위험에 둔감한 사업주들이 많거든. 이들을 단속할 뿐 아니라, 어떻게 안전 조치를 취해야 하는지 알려주는 체계적인 행정 개입이 우선돼야 한단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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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보빵: SPC가 ‘크보(KBO·한국야구위원회)’와 협업해 만든 한정판 빵을 일컫는 말
김용균 특조위: 고 김용균 사망사고 진상규명과 재발방지를 위한 석탄화력발전소 특별노동안전조사위원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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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안엔 언제 갔어?
💬6월3일 아침 7시 첫차 타고 출발해서 9시 반쯤 빈소에 도착했어.
🎙️대통령 선거하는 날?
💬응. 한겨레21 대선 보도 팀에서 취재 중이었는데 전날 밤 김충현씨가 숨졌단 속보를 보고 바로 내려가야겠다고 생각했어. 다행히 부서에서 업무를 조정해줘서 빨리 움직일 수 있었어.
🎙️갑자기 간 거구나.
💬대선 당일이었지만 ‘직접 가야 한다’는 마음이 앞섰어.
🎙️왜?
💬‘김용균씨 이후 두 번째 사고’란 생각이 가장 먼저 스쳤어. 같은 사업장에서 또 사람이 숨졌다는 사실만으로 이 사건이 가진 의미는 크니까. 사고의 본질을 확인하려면 사고와 관련된 사람들을 직접 만나야 한다는 생각도 있었고.
🎙️어떤 사람들을 만나려고 했어?
💬현장을 가야겠다고 판단한 기준은 2가지야. 빈소가 차려졌는지, 피해자가 속한 노조가 있는지. 이 조건들이 모두 충족되는 경우가 흔치 않은데 김충현씨 경우는 둘 다 해당했어. 그렇게 되면 기자가 들을 수 있는 이야기의 밀도도 높아지거든. 그래서 망설이지 않고 갔지.
🎙️태안 도착해서 가장 먼저 간 곳은?
💬9시 반쯤 태안에 도착해서 바로 빈소로 향했어. 조문을 마치고 나서는 활동가들의 사고 대책 회의를 취재했고. 그 뒤엔 ‘고 김충현 노동자 산업재해 사망사고 공동대책위원회’(대책위) 기자회견에 갔어.
🎙️빈소 분위기는 어땠어?
💬충현씨 어머니가 가장 기억에 남아. 처음엔 빈소에 충현씨 영정사진이 없었거든.
🎙️응? 왜?
💬충현씨 어머니가 사진을 꼭 안고 놔주질 않았기 때문이야. 활동가들이 검은 리본을 달기 위해 사진을 잠깐 가져간 순간에도 어쩔 줄 몰라하는 정도였어. 조문객은 일절 쳐다보지도 않으셨고. 권영국 당시 민주노동당 대통령 후보가 방문해도 마찬가지였어. 결국 영정사진 하나를 더 마련했지. 사진만 붙잡고 울던 어머니 모습이 너무 안타까웠어.
🎙️어머니 말고 다른 가족은 없었어?
💬어머니와 형이 빈소를 지켰어. 충현씨는 미혼이라 다른 가족은 없었고. 형은 사고 이후 대부분의 현장을 함께 지켰어. 어머니는 빈소를 지키며 말없이 사진만 만지고 있었지.
🎙️사고가 일어난 현장도 가봤어?
💬한전KPS 정비동에 도착했을 땐 회사 관계자들이 문을 잠그고 외부인 출입을 통제했어. 권영국 당시 민주노동당 대통령 후보도 함께 있었는데 들어갈 수 없었지. 30분가량 회사와 실랑이한 끝에 들어갈 수 있었어.
🎙️근데 원래 현장에 들어가도 되는 거야?
💬수사 구역이기 전에 유족들에겐 입회 권한이 있는 사고 현장이잖아. 공공운수노조 한전KPS비정규직지회가 유족의 위임을 받은 공식 대리인이고. 그러니 유족이나 노조의 출입을 막을 권한은 없어. 근데 한전KPS 관계자는 마치 수사관처럼 건물 안에 들어간 뒤에도 폴리스라인을 넘지 말라고 제지했어.
🎙️들어갔을 때 현장은 어땠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건 선반의 회전체였어. 충현씨 팔이 끼인 곳 말야. 반대쪽엔 금속봉을 고정하는 기계가 있었지. 인상적이었던 건 사고 직후 회사가 사고가 난 기계와 주변 핏자국을 닦고 정리를 했더라고.
🎙️현장을 치웠다고?
💬김용균씨 사고 때도 회사에서 사고 현장을 물청소해서 현장이 훼손되는 바람에 용균씨 어머니가 크게 반발했거든. ‘현장을 보존해야지, 왜 맘대로 치우냐’고 말야. 이번에도 현장에 온 충현씨 사촌형이 ‘어떻게 사람이 죽을 수 있냐, 안전관리자는 어디 있던 거냐’ 화를 냈어. 서부발전과 한전KPS 관계자들은 그를 말리기만 했고.
🎙️요원이 들어갔을 때, 유족도 사고 현장을 처음 본 거야?
💬유족도 처음이었어. 어렵게 들어왔는데, 회사가 제대로 설명해주지 않아서, 정확히 어떤 상황에서 왜 사고가 났는지 듣기 어려웠어. 회사 쪽에선 빨리 보고 나가라는 태도였으니까. 입회가 굉장히 형식적으로 이뤄진 거지.
🎙️선반 기계를 실제로 보니 어땠어?
💬회전체는 금속을 가공하는 데 쓰이는 설비인데, 1분에 780번 굉장히 빨리 돌아. 정밀하게 금속을 깎아내다 보니, 작업자가 눈으로 가공 상태를 확인하려면 몸을 가까이 둘 수밖에 없어. 그래서 투명 차단벽 같은 방호장치가 필수인데, 현장엔 사실상 없었어.
🎙️안전장치가 없었다고?
💬아주 미미하게 있었지만 실질적인 보호 역할을 전혀 하지 못했어. 회전체 위에 있는 얇은 노란색 철판이 전부였어. 사람과 회전체 사이를 막아줄 아크릴판이나 울타리는 없었어.
🎙️김충현씨는 사고 당시 어떤 일을 하고 있었어?
💬금속 봉을 가공 중이었는데, 그 봉이 고정대와 잘 맞지 않았던 것 같아. 고정대는 삼각형인데 봉은 타원형이어서, 돌리면 유격이 생겨 흔들리기 쉬웠을 거야. 사각형이었으면 유격이 덜 생겼을 텐데 말야. 그런 상황에서 고속 회전 설비를 만지다 보니, 결국 몸이 끌려들어 간 거고.
🎙️삼각형 고정대를 끼운 사람은 누군데?
💬아직 몰라. 황당한 건, 현장에서 ‘금속 봉을 끼울 사각형 고정대는 어디있냐’고 물었더니 현장 소장이 ‘그게 뭐냐’고 한 거야. 안전을 위해 어떤 조치를 했냐는 질문도 이해를 못했어. 현장 소장이 안전 관리는 둘째치고, 선반 기계에 대한 지식이 너무 부족한 걸 알 수 있었지.
🎙️사고 당일, 작업을 시킨 사람은?
💬정확한 작업 지시자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어. 회사에서 필요한 부품을 만들었을 텐데, 그걸 요청한 사람이 지금 사라진 거야. 현장에서 급하게 의뢰하고, 서류 작업은 나중에 하자는 식으로 밀어붙였을 가능성도 있어. 누군가의 요청이 없었다면 굳이 그걸 만들 이유가 없었겠지.
🎙️작업을 의뢰한 기록도 없어?
💬충현씨는 절차를 중요시하는 사람이었기 때문에, 작업 의뢰서나 작업대장엔 뭔가 흔적이 남았을 가능성이 커. 실제 현장에선 그가 그린 발전설비 제어 장비의 밸브 부품 설계도와 작업 노트가 발견됐고, 가공 중인 부품도 있었어. 사고 당일 공개된 충현씨의 TBM 일지에도 ‘CVP 벤트 밸브 핸드 제작’이라고 적혀있었고.
🎙️원청 업체들은 어떤 입장인데?
💬서부발전은 “임의로 작업하다 사고가 났다”고 했고, 한전KPS는 “주요 설비와 무관해 파급 영향이 없다”고 했어. 사고 책임을 충현씨에게 떠넘긴 거지. 임의 작업이란 단어에 유족과 시민단체가 엄청 분노했어.
🎙️충현씨가 임의로 했을 가능성은 전혀 없어?
💬지금까지 드러난 정황으로 보면 설득력이 없어. 근무 시간에 벌어진 사고고, 현장에서 발견된 도면과 부품들도 ‘혼자 만든 것’이라 보기엔 너무 체계적이었거든. 누군가의 지시가 있었고, 그걸 수행하다 사고가 난 걸로 보는 게 타당해 보여.
🎙️이야기 들어보니까, 충현씨는 성실하고 꼼꼼한 사람이었구나
💬동료들이 공통으로 한 말이 아침 7시반에 출근해도 이미 나와 있었대. 늘 마지막에 불을 끄고 퇴근했고. 기계를 다루는 기술력도 뛰어났고, 그래서 정비소 안에서 그를 대체할 사람이 없었다고 해. 그런 사람이 임의로 무리한 작업을 했을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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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도직입적으로, 누구에게 책임을 물어야 해?
💬원청인 서부발전과 한전KPS 책임이 크다고 봐. 만약 충현씨가 했던 일이 급하게 지시된 업무라 작업대장에도 남기지 못했다면, 그만큼 현장에서 긴급했거나 일상적인 일이었다는 뜻이잖아. 그렇다면 왜 그 업무를 직접 고용한 정규직이 아닌, 재하청 노동자에게 맡겼을까? 처음부터 외주화 자체가 문제였던 거지.
🎙️어떤 점에서?
💬하청이라는 건 기본적으로 ‘다른 법인에 일 일부를 맡긴다’는 계약이야. 그러면 구체적인 계약 내용이 있고, 서면 지시가 있어야 해. 충현씨가 했던 작업에 그런 증거가 없다면, 그런 절차를 쉽게 ‘패싱’할 만큼 상시적으로 업무를 시켰다는 뜻이기도 해. 일상적인 업무를 외주화한 건, 사실상 불법 파견일 수 있거든. 노동법을 우회해서 고용 책임을 피한 셈이니까.
🎙️하청업체 한전KPS는?
💬한전KPS가 사고 현장의 위험성 평가를 했는데, 이 설비의 위험을 ‘작은 위험’으로 분류했더라고. 20점 만점에 3점이었고, 2024년에도 겨우 4점으로 상향된 수준이었어. 사람이 죽을 수도 있는 정도의 위험인데 그 위험을 사전에 인식하지도, 대비하지도 않았던 거지. 평가가 형식적이거나, 실제 작업 환경과 동떨어져 있었다는 증거이기도 해.
🎙️충현씨가 9년간 일하는 동안 소속이 8번이나 바뀌었는데, 흔한 일이야?
💬한전KPS는 매년 입찰을 통해 외주업체를 선정하는데, 이 과정에서 사장은 계속 바뀌고 노동자는 그대로 남아. 일은 똑같고 사람도 그대로인데, 고용주만 매년 달라지는 거지.
🎙️재하청업체 사장은 뭘 하는데?
💬노동자들 증언에 따르면 거의 아무 일도 안 한다고 해. 현장에 나오는 일도 거의 없고, 안전 교육이나 노동자 관리도 제대로 안 해. 입찰만 따서 한 해 운영비에서 인건비 뺀 나머지 챙기고 나가는 구조야.
🎙️그럼 노동자들 임금이 줄겠네?
💬응. 하청에 재하청으로 내려갈수록 임금이 적은 이유지. 김용균 씨 때도 실제 노무비는 500만 원이 넘었는데, 통장엔 220만 원만 입금됐거든. 김충현 씨도 정규직이었다면 받을 수 있는 임금보다 훨씬 적게 받았을 거야. 중간에서 사장이 마진을 떼는 구조다 보니, 아무리 기술력이 뛰어나도 정당한 대우를 받기 어려운 거지.
🎙️근데 충현씨는 왜 혼자 일했던 거야?
💬그가 있던 종합정비동은 발전설비동에서 떨어진 별장 같은 건물이거든. 외부인도 거의 드나들지 않고, 정비 요청이 있을 때만 사람이 찾아오는 곳이지. 그러다 보니 사고 위험이 큰데 그걸 발견하지 못할 가능성도 큰 거야. 혼자 일하다 사고가 나면 발견조차 늦고, 예방도 어렵지.
🎙️김용균법, 중대재해처벌법이 만들어졌는데 왜 사고가 계속되는 거야?
💬법은 생겼지만 현장의 변화는 너무 더뎌. 기업은 요식적으로 안전 점검서만 내고, 실질적인 처벌이 드물다 보니 법이 ‘생각보다 안 무섭다’는 걸 학습한 거야. 사실 법은 선언에 불과해. 선언을 현실로 만드는 건 결국 실무인데, 그 실무는 그대론 거지.
🎙️그럼 처벌을 더 강화해야 해?
💬법을 더 강하게 만드는 것만으론 부족해. 형량을 높여도 기업이 빠져나가는 방법을 찾아내는 건 시간 문제거든. 오히려 중요한 건 사고 이전에 위험을 줄이고, 구조를 바꾸는 거야.
🎙️그러러면 뭘 해야 하는데?
💬노동부가 사고 수사에만 집중하지 말고, 예방을 위한 현장 개입을 늘려야 해. 예컨대 범용 선반 같은 위험 설비를 쓰는 전국의 사업장을 전수조사하거나, 시범적으로 점검해보는 거지. 컨설팅이나 안전 설계 가이드라인도 적극 제공하고.
🎙️선반기계에 방호장치도 설치해주면 안돼? 비용이 많이 비싼가?
💬기계 자체를 신식으로 바꾸면 돈이 많이 들겠지만 꼭 그렇게 안 해도 선택지가 많아. 예를 들어 투명 아크릴판 하나만 잘 설치해도, 사람 몸이 회전체에 끼는 걸 최소한 막을 수 있거든. 아크릴판은 1만원이면 사. 결국 돈이 아니라 의지의 문제지.
🎙️서부발전에서 용균, 충현씨 같은 노동자들을 정규직으로 채용하면 안돼?
💬2019년 김용균 특조위가 운전직과 정비직의 전면 정규직화를 요구했고, 당시 여당이었던 더불어민주당도 일부 수용했지. 하지만 아직도 직접 고용은 이뤄지지 않고 있어. 정부와 여당은 충현씨 같은 정비는 ‘운영상 외주화가 불가피한 분야’라며 처음부터 배제했고.
🎙️사고가 서부발전에서 반복되잖아. 왜 그런 거야?
💬서부발전처럼 대규모 발전소는 대부분 다단계 하청 구조야. 원청, 1차 하청, 2차 하청까지 복잡하게 얽혀 있어서 사고가 나면 책임이 어디 있는지부터 모호해져. 많은 단계가 있으면 위험에 대한 전달도 단절돼. ‘문제가 있다’고 말했을 때 너무 많은 업체를 타고 올라가야 하니까.
🎙️요원이 산재 취재를 꾸준히 해왔잖아. 이번 사고를 보면서 어떤 생각이 들어?
💬용균씨가 숨졌을 때 광화문 광장 시위에 충현씨가 왔었어. ‘내가 김용균이다’ 피켓을 들고 서 있었던 거지. 그땐 살아 있었고, 더 안전한 일터를 요구했는데, 6년 뒤 같은 장소에서 같은 이유로 세상을 떠난 거야. 다른 사람의 목숨을 위해 애쓰는 사람을 위해서라도 사회가 산재 사고를 지나치지 않았으면 좋겠어.
🎙️솔직히, 산재사고가 내 일처럼 잘 와 닿지 않는단 사람도 있잖아.
💬산재는 노동자만의 일이 아니야. 2021년과 2022년, 현대산업개발이 지은 아파트가 두 번 무너졌을 때 한 번은 노동자가, 한 번은 시민이 희생됐잖아. 산재 사고가 일터만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사회 안전의 현주소라고 생각해주면 좋겠어. 주변에 작은 일부터 시작해서 안전에 대해 관심을 가지면 안전에 대한 감수성도 커지지 않을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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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월2일 태안화력발전소에서 노동자 김충현씨가 선반 기계에 끼여 숨졌어.
- 6년 전 김용균씨가 컨베이어 벨트에 끼여 숨진 곳도 태안화력발전소였어.
- 두 사람 모두 혼자 일하다 위험한 장비에 노출됐다는 공통점이 있어.
- 김용균법과 중대재해처벌법이 만들어졌지만, 여전히 법 사각지대는 존재해.
- 정부가 처벌보단 예방에 초점을 맞추고, 시민들은 안전 감수성을 높여야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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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me% 벗은 ‘너무 말랐다’는 말 들으면 어때? 먼 옛날엔 걱정으로 쓰이던 말이었는데, 요샌 칭찬이 된 기분이야. 요새 워너비 몸매는 ‘뼈말라’, ‘개말라’라고 하잖아. 극단적으로 마른 아이돌에겐 군더더기 없는 비현실적 외모란 칭찬이 따라다니고, 건강하고 튼튼해 보인단 표현은 ‘예쁘다’와 자꾸 멀어지고 있지. 어쩌다 한국 사회는 극단적인 마름을 찬양하게 된 걸까?
그래서 휘클리가 준비한 심화반은 ‘내가 섭식장애라니’야. 지난번 섭식장애 당사자 박지니 작가에게 한번 물어봤던 거 기억하지? 뜨거운 벗들의 반응에 자리를 마련하겠단 약속을 지키려 해. 박 작가에게 섭식장애 경험을 듣고, 고민을 함께 나눠보는 '마음 먹기 상담소'도 준비했어. 6월28일(토요일) 한겨레 사옥에서 만나!
휘클리 심화반_15강
🏘️1교시: 20년을 삼킨 거식증(60분)
- 주제: 박지니 ‘삼키기 연습’ 작가가 말하는 섭식장애
🗞️2교시: 마음먹기 상담소(70분)
*1교시는 온라인 생중계로도 볼 수 있어. 질문 있으면 휘클리 인스타로 DM 보내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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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찍힌 라면값 “라면 한 개 2천원 한다는데 진짜냐” 비상경제점검 TF에서 이재명 대통령이 한 말이야. 비상계엄 이후 가공식품 가격이 많이 올랐대. 얼마나 올랐냐고?
📺에그머니나 달걀값도 요새 너무 올랐잖아. 최근 4년 만에 정점을 찍었는데, 8월까진 계속 오르기만 할 거래. 왜 올랐는지 이유가 불분명한데, 다들 설명이 달라.
📺넷플릭스 멈춰 국내 OTT 사업자인 티빙과 웨이브가 한 배를 타게 됐어. 공정위가 기업결합을 승인했거든. 단, 조건이 하나 있어. 내년 말까지 구독료 인상은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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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I 잔치의 구경꾼 애플의 연례행사인 세계개발자회의(WWDC)가 있었어. 이목이 쏠렸지만, 중요한 인공지능 분야에선 영 볼 게 없었대. 내세운 건 디자인뿐.
📺 과장도 거짓말 테무 광고 많이 뜨잖아. 친구 초대하면 보상 준대서 혹한 벗 있어? 실제 혜택 조건은 까다로운데 이걸 제대로 알리지 않아 테무가 과징금을 받았대.
📺 허니문 랠리 새 정부가 출범하면 경제가 좋아질 거란 기대감으로 증시에 활기가 도는 걸 말하지. 이재명 정부에서 지금 좋은 출발을 이어가려면 뭘 해야 할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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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Vol.201: 58.1%에 담지 못한 이야기를 읽고 휘클러들이 보내준 답장을 보면서 정신이 번쩍 들었어.🤩 당연하다고 여겼던 것들도 다시 한 번 깊게 고민해봐야겠단 생각이 들었거든. 그만큼 휘클러들이 날카롭고 현실적인 의견들을 많이 보내줬어. 응원과 비판 모두 고마워!!
😀20대 여성의 갈길 잃은 ‘혼란스러운’ 표에 대한 진단을 잘 해준 것 같아. 기성 정치에 대한 거부감, 대안 없음에 대한 답답함 등등 이번 선거 기간 내내 품었던 마음을 대변해주어 고마워.
😔여성 정책과 관련해 유의미한 공약을 내세운 후보가 권영국밖에 없었다는 건 씁쓸한 일이야. 항상 여성의 일은 나중의 문제로 치부되는 것도 지긋지긋하다고 느껴왔어. 다만 저번 주에 이어 이번 뉴스레터도 여성 정책에 집중하다 보니 단편적인 시선에서 쓰인 것 같다는 아쉬움이 남아. 예를 들어 권영국의 이번 공약에는 ‘트랜스젠더 성별 자기 결정권 보장’도 포함돼 있는데, 일부에서는 성별 정정 기준이 완화될 경우 스포츠 경기나 공공시설 이용 등에서 여성의 권익과 안전이 침해받을 수 있다는 우려도 있어. 이 점에 대해서 더 깊은 논의가 필요하다고 생각해. 여성이 겪는 현실적 불안과 충돌하는 지점도 함께 조명되었으면 좋았을 것 같아.
😉나는 이번 대선에서 권영국 후보에게 투표했어. 다당제를 지지하고, 특히 진보정당의 필요성에 대해 깊이 공감하는 사람으로서 지난 대선에는 심상정 후보, 이번 대선에서는 권영국 후보를 뽑았어. 계엄사태가 벌어지고 나서 친구들끼리 그때 심상정 안 뽑고 이재명 뽑았으면 이런 일 없지 않았겠냐는 농담을 듣기도 했지만, 난 다시 돌아가도 심상정 후보에게 투표할 거야. 사표라고 말하기에는, 진보정당의 의미가 더 크다고 생각하거든. 응원봉을 흔들던 광장의 수많은 2030 여성들, 남태령으로 달려갔던 사람들, 키세스 용사들이 염원했던 정책을 외면했던 정당에 우리의 목소리를 외면하지 말라고 보여줄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
🤔이준석을 지지했던 남자들의 목소리도 담아줬으면 어땠을까 싶어. 정말 무슨 생각인지 궁금하거든. 그들의 입으로 직접 듣고 싶어.
🤨안티 페미니즘이나 펨코(남초 커뮤니티) 언어를 쓰는 데 쾌감을 느끼는 20대 남성이 대다수가 아니라는 분석은 지나치게 그들에 대해 온정적이고 현실성 없는 시선이 아닌가 해. 20대 여성으로서 체감하는 것이라면 남초 커뮤니티 문화가 남성들에게는 상당히 주류, 양지 문화에 속해 있다는 거야. 이준석은 그들의 문화와 언어를 가장 잘 파고든 정치인이고. 앞으로의 20대 남성 표심을 분석하기 위해서는 남초 커뮤니티를 절대 빼놓을 수 없다고 생각해.
🐱고양이 수건 세트 당첨자는 👉46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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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워도 너무 덥지? 이런 날은 에어컨 바람 쐬며, 달달한 🍦 요거트아이스크림을 먹어주는 게 국룰. 휘클러들 땀방울이 조금이라도 기분 좋게 날아갔음 하는 마음으로 준비했어. 4명에게 선물할게. 하고 싶은 말 많이 남겨줘!
✔️마감은 다음 주 수요일(6월18일) 낮 12시까지야 ✔️휴대전화 연락처 ✔️레터를 받는 메일주소도 함께 보내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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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첨자 발표 안내
휘클리 뉴스레터 정시모집에 참여해줘서 모두 고마워! 이번 이벤트에 당첨된 100명에겐 이메일을 통해 경품 전달 방법을 자세히 안내할게.
📣팀 휘클리 이메일을 받은 휘클러는 경품(네이버페이 포인트) 수령을 위한 휴대전화 연락처를 기한 안에 꼭 회신해줘!
📣수집된 개인정보는 경품 발송을 위한 용도로만 사용할게. 발송 이후 즉시 폐기할 예정이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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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소록에 weekly@hani.co.kr를 추가하고 휘클리를 스팸함에서 구해줘. 🙏
📫 이 레터는 팀 휘클리 김선식(살몬) | 권지담(2호) | 채반석(퍼시몬) 기자가 제작했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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