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도시문화재단 류연진·천슬기
책은 사람이 만듭니다. 
보름유유는 매달 책의 사람을 만납니다. 
책의 세계에서 일하는 이들의 숨은 이야기를 궁금해하실 독자께 드립니다. 

안녕하세요, 보름유유 구독자 여러분 :)

새해 첫 레터네요.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저희 보름유유 뉴스레터는 유유에서 일하는 마케터 한 명과 편집자 세 명이 돌아가면서 평소 궁금했던 사람·멋지거나 재미있어서 나만 알고 있을 수 없는 사람을 인터뷰해 만듭니다. 새로운 사람 만나는 걸 좋아하고 궁금한 게 있는데 어떻게 안 물어보고 참을 수 있는지, 왜 참아야 하는지 잘 모르는 저는 네 달에 한 번 돌아오는 이 인터뷰 시간을 정말 좋아하는데요, 작년에 ‘다음 내 차례가 돌아오면 이 분들 이야기부터 전해 봐야지’ 하는 마음을 갖게 해 준 사람들을 만났어요.

출판도시에서 함께 일하는 동료지만 출판사에서 일하지는 않고, 그래서 저는 이 분들이 어떻게 일하는지 잘 모르지만 이 분들은 제가 어떻게 일하는지 많이 알고 계셨어요. 저뿐 아니라 다른 디자이너·마케터·편집자 들이 평소 어떤 고민을 하고 각자의 자리에서 어떻게 일하고 있는지 늘 궁금해하고, 눈과 귀를 밝혀 책 주변 사람들 이야기를 수집하고 계셨습니다.

책을 둘러싸고 일하는 사람들이 재미있게 모여 생각 나누는 자리를 만들어 보고 싶어요

출판도시문화재단 기획홍보팀 류연진·천슬기

맥집자 작년에 저희가 파주 에디터스쿨 기획회의를 같이 했잖아요. 저는 사실 그전까지 잘 몰랐어요. 이런 기획을 누가·어떻게 하는지, 파주출판도시 안에 출판사 말고 출판 관련 일을 하는 기관이 있다는 건 알겠는데, 어떤 분들이 모여 어떻게 일하시는지요. 어떤 기관들이 있어요?

류연진 파주출판도시를 관리하는 세 단체가 있어요. 출판도시문화재단·출판도시입주기업협의회(정식명칭은 파주출판도시문화정보국가산업단지 입주기업체협의회)·파주출판단지협동조합(정식명칭은 파주출판문화정보산업단지 사업협동조합). 파주출판단지협동조합은 출판도시 건설과 관련된 일들을 쭉 해 온 곳이고요, 출판도시입주기업협의회는 출판도시 입주사를 관리·지원하고 이 도시를 홍보하는 일까지 두루 살피고 있어요. 저희가 일하는 출판도시문화재단은 국가산업단지인 출판도시가 문화사업 중심지 중 한 곳이 될 수 있도록 책을 기반으로 한 다양한 문화예술행사를 기획·운영·홍보하는 곳이에요.

대표적인 게 파주출판도시 어린이책잔치·파주북소리·파주 에디터스쿨·출판도시 인문학당 같은 행사죠?

네.

생각해 보면 출판 관련 기관들이 적진 않은 거 같은데, 한국출판협동조합은 도서 유통사이기도 하니까 책을 출고하다 보면 기관 명칭에 익숙해질 수밖에 없고,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은 세종도서를 비롯해서 다양한 지원사업을 진행하는 기관이니까 출판사 어느 부서에서 일하든 모를 수가 없는 기관인데 반해, 출판도시문화재단은 파주북소리·어린이책잔치 같은 행사는 예전부터 알고 있었으면서도 정확한 기관 명칭을 몰랐어요. 이런 행사를 다 한 기관이 기획한다는 것도 몰랐고요.

그런데 같이 일을 해 보니까 실무 담당자들이 정말 진심을 다해 일하시더라고요. 제가 두 선생님만 그렇게 일하는 거냐, 거기 선생님들처럼 일하는 사람이 몇 명이나 더 있냐 자꾸 물었잖아요. 기관 내에 어떤 부서가 있고, 어떤 분들이 어떻게 일하고 계신지 궁금해요.

천슬기 먼저 저희는 기획홍보팀 소속이에요. 팀원은 총 여섯 명이고요. 사업별로 업무를 나누고, 한 사업 내에 연진 대리님처럼 주로 사업을 기획하는 사람, 저처럼 홍보 업무를 진행하는 사람이 있어요. 그 외에는 경영지원팀 두 분이 재정과 인사 관련 업무를 보고 계시고, 시설관리팀에서 열두 분이 일하세요. 와 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아시아출판문화정보센터 규모가 꽤 커서 이 분들은 늘 바쁘신 편이에요. 그리고 미디어지원팀 두 분이 출판도시로 촬영 팀이 오거나 도시 홍보 영상을 제작할 때 지원·조율하는 일을 하시고, 라이브러리스테이 지지향을 운영하는 팀까지 재단에 속해 있어요.


와. 근데 두 분은 이런 직장이 있다는 걸 어떻게 아셨어요? 제 취업 준비 시절을 생각해 보면 출판사가 내 직장이 될 수도 있다, 편집자라는 직업이 있다, 이런 걸 전혀 몰랐거든요. 하물며 출판사도 아니고 출판 관련 기관, 문화재단에서 일할 수 있다, 일해 보고 싶다는 생각을 어떻게 하셨어요?

예전에 다른 지역에 있는 문화재단에서 프로젝트 한 건을 맡은 적이 있었어요. 시민 대상 비영리사업체였는데, 그곳에서 했던 일이 되게 보람찼어요.

영리여도 보람찰 수 있잖아요? 저 지금 영리사업체에 다니고 있는데 되게 보람차고 재밌어요.

 ㅋㅋ그렇죠. 근데 그때 막연히 제가 비영리사업 쪽에 더 보람을 느끼는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됐고, 이후에는 직업을 선택할 때 다들 몇 가지 조건을 생각하잖아요. 제 우선조건은 출판도시였어요. 제가 출판도시를 너무너무 좋아해요.

책이 좋아서 출판도시를 좋아하시는 거예요?

책도 책인데, 이 도시가 좋아요. 일하기 전부터 지혜의숲에 자주 왔거든요. 물론 그때는 출판도시문화재단이라는 곳을 알지는 못했지만, 지혜의숲 안팎에서 열리는 다양한 책 관련 행사들은 알고 있었어요. 그러던 중에 재단에서 홍보 담당자를 구한다는 채용 공고를 봤어요. 저는 이전 직장에서부터 쭉 홍보 업무를 해 왔어요. 공고를 보면서 제가 알고 있던 다양한 행사들을 재단에서 운영하고 있다는 걸 알게 됐고, 잠깐 경험해 봤던 문화사업이 재밌었단 기억이 여전히 선명했고, 제가 좋아하는 출판도시에서 일할 수 있는 기회였으니 지원하지 않을 이유가 없었어요.

저는 출판도시 근처에서 굉장히 오래 살았어요. 자주 오가면서 자연스럽게 출판도시에서 열리는 행사 홍보 포스터를 볼 기회가 많았죠. 그러다가 우연히 파주북소리 단기 아르바이트 공고를 보게 됐어요. 마침 이전 직장에서 퇴사하고 일을 쉬고 있을 때라 그 일을 하게 됐고, 그때 출판도시문화재단이라는 곳이 있고 재단에서 파주북소리·어린이책잔치·파주 에디터스쿨 같은 행사를 모두 기획·운영한다는 걸 알게 됐어요. 저도 일이 너무 재미있었어요. 문화 행사 기획이 얼마나 재미있는 일인지를 처음 알게 됐고, 시기적절하게 채용 기회를 얻어서 지금까지 일하고 있습니다.

올해로 재단에서 일하신지 얼마나 되셨어요?

2018년 9월에 입사했으니까, 만 6년이 지났네요.

와. 쭉 같은 업무를 해 오신 거죠? 6년째 파주 에디터스쿨을 맡아 운영하신 거예요?

아니에요. 2019년부터 맡았는데 2019년에는 파주 에디터스쿨이 열리지 않았고, 2020년부터 총 네 차례를 함께 한 거죠.

그럼 작년이 9회라고 했으니까, 에디터스쿨의 절반을 기획하신 거네요. 대단하십니다.

근데 제가 작년에 기획회의에 참여해 보니까, 매년 주제를 조금씩 바꿔서 운영하는 게 쉬운 일은 아니더라고요. 책은 소재가 무한한 만큼 계속 새로운 걸 기획해 낼 수 있지만 에디터스쿨은 ‘편집’과 ‘편집자’라는 큰 틀 안에서 새로운 화두, 캐치프레이즈를 계속 끄집어내야 하는 거잖아요.

사실 편집자로 일을 하면 매년 조금씩 다른 생각을 할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잘하고 싶은 마음이나, 열심히 하고 싶다는 태도는 1년 차 때나 지금이나 똑같거든요. 근데 뭘 잘하고 싶은지, 뭘 잘해야 할 것 같은지는 시간이 지나면서 조금씩 변하기도 하고 확장되기도 해요. 그러니까 듣고 싶은 이야기가 늘고, 만나서 이야기 나눠 보고 싶은 동료도 계속 생기죠. 근데 이건 편집자 개인의 성향에 따라 좀 다를 것 같아요. 저처럼 다른 동료를 만나서 그 사람 이야기를 들어 보고 싶어 하는 사람이 있는 반면에 자신만의 속도로 꾸준히 일하면서 자연스럽게 성장하는 방식을 택하는 사람도 있고, 성장하는 데 굳이 새로운 이야기를 들을 필요는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거잖아요. 왜 사람을 직접 만나야 하냐, 책을 보면 되지 하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고요. 그런 데다가 편집자가 갈수록 뭘 잘해야 하는지, 지금 내가 계발해야 하는 역량이 뭔지는 일하는 사람도 구태여 생각해서 찾아야 하는 것 같거든요.

그래서 실무자들도 그 생각을 매년 새롭게 정립하는 게 쉽지 않을 거라 생각하는데, 편집 일을 직접 하지도 않으시면서 매년 편집자들이 어떻게 일하는지 관찰하고 어떤 고민을 하는지 궁리해서 매해 새로운 캐치프레이즈를 내시는 게 대단하다고 느꼈고요, 그런 만큼 어떤 점이 어렵고 아쉬웠는지를 한 번쯤 여쭤보고 싶었어요.


맞아요. 여러 번 한계를 느꼈죠. 편집은 물론이고 출판과 관련된 어떤 일도 해 본 적 없는 제가 책 만드는 사람들의 고민이 뭔지 궁리하고 편집자들 이야기를 풀어내야 하는 거잖아요. 솔직히 출판도시문화재단에 처음 입사했을 때는 책 만드는 사람들의 고민은 고사하고 편집자가 정확히 어떤 일을 하는지도 몰랐어요. 뭔가를 만들어 내는 사람인데, 어디서부터 어디까지가 편집자의 일인지 잘 몰랐죠.

그런데 다행히도 파주 에디터스쿨에는 매년 기획위원회가 꾸려집니다. 출판 관련 연구자·출판사 대표·편집자·출판 교육하시는 분까지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서 출판 관련 이슈를 놓고 이야기하고 그 가운데 그해 에디터스쿨에서 해 볼 만한 이야기들을 가려내요. 이 회의를 통해서 배운 게 정말 많아요.

그럼 기획위원회는 어떻게 꾸리세요? 특히 실무자들을 꼭 한 명 이상 섭외하시던데 개별 편집자들이 각자 일하는 방식이나 하고 있는 생각을 보여 주면서 일하지는 않잖아요. 일을 잘한다고 딱히 티가 나는 것도 아닐 테고, 출판사에서 우리 회사에 있는 이 편집자 일 정말 잘한다고 알리지도 않고.

연·슬 일단 출판 관련 기사를 항상 주시하고 있습니다. 출판 관련 이슈, 요즘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어떤 책이 많이 거론되는지를 수시로 검색하고, 그렇게 화두를 찾은 다음에 그 화두에 대해 이야기하는 사람을 찾아요. 그 사람에게서 또 다른 이야기, 또 다른 사람으로 꼬리에 꼬리를 물고 들어가는 거죠.
당연히 기사에만 의존할 수는 없다는 것도 아니까 주변에 자문을 많이 구해요. ‘올해 에디터스쿨 기획위원회를 꾸려야 하는데 어느 분이 적합할까요?’ 하고요. 그러면 한 분이라도 누군가를 추천해 주세요. 그럼 그분께 연락드려서 그해 기획 방향을 말씀드리고 참여 제안을 드리면서 또 다른 분을 추천해 달라고 요청해요. 그렇게 한 분 한 분의 이야기를 모으는 거죠.

시간이 지나면서 그런 분들이 꽤 많아졌고, 매년 강연자로 섭외했던 분들 또는 섭외하고 싶었지만 아쉽게 섭외하지 못했던 분들 리스트를 정리해 뒀어요. 차곡차곡. 그럼 어느 해엔가는 그 리스트 속 어떤 분께 딱 맞는 주제가 선정되거든요. 그럼 기획회의에서 그분 이야기를 꺼내 보죠. 다른 기획위원님들도 올해는 그분 이야기를 들어 보는 게 좋겠다 하고 의견을 모아 주시면, 정말 정성들여 메일을 보냅니다.

저 그 메일 받고 깜짝 놀랐어요. 너무 잘 쓰셔서요.

그게 제 스트레스이기도 하고 기쁨이기도 한데, 꽤 긴 시간을 들여서 긴 메일을 쓰는 편이에요. 그 메일이 그분과의 첫 만남이잖아요. 다행히도 출판도시문화재단과 파주 에디터스쿨, 이 행사의 취지를 알고 계시는 분이면 얘기가 쉽게 통하지만 그게 아닌 경우에는 왜 올해 당신의 이야기가 의미 있는지 설명하고 설득해야 하니 당연히 공을 많이 들여야죠.

섭외 원칙이나 섭외한 분들, 아쉽게 섭외하지 못한 분들 중에 특별히 기억에 남는 분이 있어요?

작년·재작년과 겹치지 않게, 다양한 강연자를 섭외하자는 게 나름의 원칙이라면 원칙이에요. 인상 깊었던 강연자는 지금 다산북스에서 일하고 계신 성기병 편집자님이요. 성기병 편집자님 강연이 저에게는 조금 충격이었어요. 그전까지의 강연은 대부분 인사이트를 제공하는 형태였든요. 뭔가를 잘하거나 이뤄 낸 선배 출판인이 실패 경험과 성공 경험을 공유하고 이렇게 했더니 잘됐다, 좋더라 하는 경험을 나눠 주는 형태가 많았던 거죠. 반면 성기병 편집자님은 거의 처음으로 좌절과 고민을 공유하셨어요. 나는 일 열심히 하는 사람이고 더 열심히 하고 싶은데 이런 요인 때문에 이런 것들이 힘들다. 이런 식의 이야기를 하신 거죠.

그때 ‘아, 맞다. 파주 에디터스쿨에는 이런 자리가 필요하지. 여기 아니면 편집자들이 이런 얘기를 대체 어디서 할 수 있지?’ 같은 생각을 했어요. 그 강연을 계기로 제가 많이 느꼈고, 이런 이야기를 좀 더 해 줄 수 있는 사람들이 궁금해졌고, 그런 이야기를 꾸준히 해야 파주 에디터스쿨이 편집자들, 출판인들 마음을 좀 더 모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면서 작년에는 네트워킹 프로그램을 처음으로 시도했어요. 강연 형태가 아니라 간담회·집담회 형태로 자기 이야기를 더 꺼낼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보고 싶어서요.

그렇구나. 저도 그런 맥락에서 좋았던 강연이 있어요. 2021년 읻다 김준섭 편집자님 강연이랑 2023년 헬북 양선화 편집자님 강연이요.

연·슬 맞아요. 두 분도 정말 솔직한 이야기들을 들려주셨죠. 


저는 편집자뿐 아니라 출판일을 하시는 분들 중에 일 잘하는 동료, 멋진 선배가 정말 많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일하는 법이나 방식은 비밀이 아니잖아요? 비밀스럽게(?) 일하시는 분들도 잘 못 봤고요. 근데 출판사들끼리 교류하거나 같은 일 하는 다른 직장 동료 만날 자리가 거의 없으니까 비밀도 아닌 이야기들을 듣거나 나눌 자리가 너무 없는 거예요. 분명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을 거고, 먼저 고민한 사람 중에 나보다 나은 사람은 엄청 많을 텐데! 물어보면 다 알려 줄 텐데! 그리고 사람들이 대체로 나서질 않잖아요. ‘이게 무슨 가르치고 배워야 할 거냐, 대단한 지식도 아닌 걸’ 하면서 말을 아끼고 묵묵히 일하고. 이런 면도 물론 멋있지만, 어찌됐든 그래서 더 뵙기 어려운 분들을 에디터스쿨이 차근차근 모셔와 주셔서 좋았어요.

연·슬 작년에 강연하신 분들 중에 그런 분들이 특히 많았어요. 누가 봐도 멋지고 대단한 분들인데 “제가 어떤 이야기를 할 수 있을까요?” 하시면서 조심스럽게 강연 준비하시는 모습을 보면 저희가 감동받아요.

동료에 대한 믿음 같은 게 있어서 그런 거 같기도 해요. 나보다 잘하는 사람이 얼마나 많은데, 그 사람들이 아니라 내가? 내가 그 사람들한테 어떤 이야기를 할 수 있다는 거지? 하는 마음이 들면 저도 조심스러울 거 같아요.


선생님들 1년 달력이 궁금해요. 올해 계획도 좋고, 매년 반복되는 행사들을 작년 기준으로 알려주셔도 좋아요. 1월부터 12월까지 어떤 일들을 꾸리고 계세요?

연·슬 정기 행사 중에 가장 규모가 큰 건 많이들 아시는 어린이책잔치와 파주북소리예요. 어린이책잔치는 5월, 파주북소리는 9월에서 10월 사이에 열리고, 어린이책잔치에는 국고와 파주시비, 파주북소리에는 파주시비가 지원돼요. 올해 사업은 아직 계획 중이라(2023년 12월 기준) 작년·재작년 기준으로 말씀드리면, 출판도시 인문학당 프로그램은 연중 상시 운영해요. 파주 에디터스쿨은 매년 사업계획에 따라 개최되는 날짜가 조금씩 달라지기도 하는데, 여름·가을에 걸쳐 1학기·2학기를 나눠 운영한 해도 있고, 학기를 나누지 않고 9월 전후에 쭉 진행한 해도 있어요. 작년에 처음 기획한 행사도 있어요. 북시티 국제 그림책 어워드인데요, 주목할 만한 일러스트 작품이나 그림책을 선정해서 시상하고 책을 지혜의숲에 비치해서 많은 분들께 세계 곳곳에서 이런 그림책이 나오고 있다는 걸 알리는 사업이에요. 출판도시 인문학당·파주 에디터스쿨·북시티 국제 그림책 어워드는 모두 국고 지원을 받아 운영하는 사업이고요.

본 적 있어요! 출판도시 인문학당이 주말에 지혜의숲에서 강연 형태로 진행하는 사업이죠?

연·슬 크게 두 방향이에요. 출판도시문화재단 내에서 강연이나 워크숍, 전시를 기획하고 출판도시 내 지혜의숲에서 진행하는 행사도 있고요, 전국 작은 책방들로부터 ‘이런 행사를 해 보고 싶다’ ‘이런 저자를 모시고 강연을 해 보고 싶다’ 같은 형태의 기획안을 받으면, 저희가 검토해서 일정 강연료 또는 워크숍 운영비를 지원해 드리는 식으로도 운영했어요.

지원받은 국고를 연결해 주는 형태로 운영했다는 말씀이시죠? 매년 몇 군데 정도의 서점과 협업하셨어요?

연·슬 적게는 25곳, 많게는 50곳 정도요. 강좌는 30개에서 150개 정도까지 지원해요.

행사 기획은 서점에서 하고?

연·슬 네. 문체부 산하 진흥원을 통해 따낸 국고를 전국의 작은 서점들과 나누는 거죠.

좋은 취지인 거 같아요. 어쨌든 작은 서점에서 일일이 국고를 따내기는 어려울 텐데, 재단에서 복잡한 일들을 어느 정도 해결하고, 예산은 여기저기로 나눠서 공유하는 거니까. 출판도시 인문학당 사업 통해서 전국에 있는 서점들과도 인연을 많이 맺으셨어요?

연·슬 그럼요. 멋진 서점들이 정말 많죠. 그리고 경기 스토리작가 창작소(전 경기스토리작가하우스)를 1년에 두 기수씩 운영하고 있어요. 매해 3월쯤 경기도에 거주하시는 시나리오 작가님 열 분을 모시고 지지향이라는 공간을 창작공간으로 제공하면서 창작 활동을 지원하고요, 8월이나 9월에 다음 기수 작가님들을 모셔서 동일하게 운영해요. 이건 경기도비 지원을 받는 사업이에요.


사업이 진짜 많네요. 작년에 두 선생님을 보면서 느낀 건 두 선생님이 굉장히 조율할 일이 많고 늘 바빠 보이셨는데 불행해 보인다고 느낀 적이 없어요. 김먼지 편집자 말대로 거의 12구 짜리 멀티탭, 책갈피처럼 일하고 계신데 늘 즐거워 보였어요. 어떻게 늘 그래요?

저희가,, 단순해요.

ㅋㅋㅋㅋㅋ 근데 진짜 되게 행복한 거 같아요. 모든 일이 다 그렇겠지만 저희 일 중에 대부분은 사람을 상대하는 일이거든요. 하다 보면 당연히 스트레스가 생기는데 신기한 게 또 그 사람들 덕에 그게 다 치유돼요. 매해 에디터스쿨 주제가 정해지면, 그해 주제를 공유하면서 섭외 메일을 드리는 일이 시작되죠. 그럼 왜 그런 주제를 잡았냐, 왜 꼭 내가 강연을 해야 하냐 같은 회신을 많이들 하시는데, 그 메일에 답하고 전화나 메시지로 소통하다 보면 어느 순간부터는 우리가 같은 고민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비슷한 내용의 메일을 보내도 전부 다른 회신을 주시는데 그에 따라 또 다시 메일을 보내고 보내고 하는 이 과정이 너무 재밌는 거예요. 그러면서 이 주제로 할 수 있는 더 깊은 이야기의 물꼬를 트기도 하고, 그분이 가지고 있는 일에 대한 생각을 제가 깨닫게 되기도 하고. 이런 걸 강연자들을 섭외하고 강연 자료를 취합하는 과정에서 느끼다 보니까 결국에는 재밌는 거죠. 그리고 몇 번 경험을 하고 나니까 이듬해에 똑같은 일을 시작할 때는 더 이상 부담되지도 않더라고요. 결국 또 재밌을 거니까요.

전 일을 찾을 때, 배울 게 있는 일인지 아닌지가 굉장히 중요해요. 배울 게 있는 일을 하고 싶어요. 같이 일하는 팀원들이 좋아도 배울 게 없으면 그 일에는 흥미가 점차 떨어지는 것 같고, 일이 아무리 힘들어도 거기에 배울 게 있으면 그 일을 오래 좋아하면서 할 수 있다고 느껴요. 좋아하면 힘들어도 즐겁고요. 여기서 일하면서는 배우는 점도 많고, 힘들다가도 강연자님들 덕에 감동받을 때가 있어요. 예상치 못하게 울림이 큰 이야기를 듣게 되기도 하고, 하다못해 마음에 들어오는 단어 하나라도 얻어 가게 되고. 그런 게 정말 좋죠.

이미 포화상태이실 수도 있겠지만 혹시 새롭게 기획해 보고 싶은 일도 있으세요? 아니면 올해 계획이라든지.

발전적인 이야기도 좋지만 재미난 이야기, 그러니까 비슷한 일 하는 사람들끼리 좀 더 편히 모여서 이야기할 수 있는 자리를 만들어 보고 싶어요. 에디터스쿨을 몇 해 진행하다 보니까 꽤 많은 작가·편집자·마케터·디자이너 님들을 알게 됐는데, 그분들 사이에 재미난 친분이 있더라고요. 잘 맞는 절친? 이야기 친구? 그런 분들을 같이 모셔서 책뿐 아니라 다양한 주제로 이야기 나누는 장이 있으면 재미있겠다는 상상을 해 봤어요. 꼭 책이 아니라 밥이나 여행, 술, 일상, 쇼핑 이야기를 책 주변 사람들이 모여서 나누는 거죠. 투닥투닥. 곁에서 들었던 그런 이야기들이 늘 재미있었거든요. 이야기를 하다보면 당연히 책 이야기가 섞이기도 하고요. 그런 이야기 모임? 절친 프로젝트? 같은 걸 생각해 본 적이 있어요. 아마 보는 사람들도 재미있어 할 거고, 참여하는 출판인들도 부담스럽기보다 재미있어 할 것 같아요.

저는 저희가 더 알려져야 한다고 생각해요. 재단도 재단이지만 출판도시가 더 많이 알려져야 재미있는 일을 더 많이 기획할 수 있고, 더 많은 사람들이 참여할 거라고 생각해요. 평소에 책을 많이 읽거나 책 만드는 일을 하는 사람뿐만 아니라 책이랑 가깝지 않은 사람들, 출판과 무관한 사람에게도 파주에 출판도시가 있고, 그곳에 가면 뭐라도 재미있는 걸 보고 경험할 수 있다는 걸 알리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제가 작년에 출판도시문화재단 서포터즈를 운영했는데, 저희조차 몰랐던 도시의 멋진 곳이나 장점을 발견해 내고, 이 경험을 통해서 파주에서 일하고 싶어졌다고 이야기하는 분들이 많이 있었어요. 이런 일을 꾸준히 하고, 출판도시 좋아하는 사람을 늘릴 수 있는 일을 기획해서 이 도시와 이곳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더 많이 알리고 싶어요. 더 자주 오고 싶은 도시가 되면 좋겠어요.


연말이 되면 유유 편집자 셋 중 한 명은
거의 무조건
『하루 ○○ 공부』 삼교지를 붙들고 있습니다. 
올해 ○○은 심리😍
마감은 막무가내가!
작년 한 해, 나도 내 마음을 몰라 괴로웠던 날들 혹시 있으신가요? 이 책으로 올 한 해 마음에 대한 공부를 시작해 보세요! 

도서출판 유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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