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DF 다이어리에서 나눈 지난 이야기  

대체 이 마스크는 언제 벗을 수 있을까?’ 이렇게 더워질 때까지 쓰고 있게 될 줄은 정말 몰랐습니다. 적응한 것 같다가도 이따금 불안한 감정이 밀려옵니다. 비단 마스크 쓰는 것만의 일은 아닙니다. 수많은 타인을 스치며 회사에 갈 때도, 학교에 갈 때도, 친구를 만나려 할 때도 마음속 깊은 곳에는 불안과 두려움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그 무엇도 예측할 수 없는 불확실성의 연속에서 살아온 지난 다섯 달, 정신적 피로감을 넘어 우울함과 무기력감을 느낀다는 목소리도 높은데요. 이런 상황은 어디서부터,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요? 오늘 SDF다이어리는 마음의 소리에 집중해 보려 합니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많은 이들이 고립감과 외로움을 호소하던 시기, 미국의 다양한 매체가 예일대학교의 한 교수에게 주목했습니다. 예일대 300년 역사상 최고 인기 강좌로 꼽히는 행복 강좌, ‘심리학과 좋은 삶’(Psychology and the Good Life)을 개설한 심리학과 교수, 로리 산토스입니다. 지난 3월 말 CNN과의 인터뷰에서 산토스 교수는 팬데믹 상황에서 우리는 바이러스로 인한 신체적 위기뿐만 아니라 정신건강측면에서도 특히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다면서 이제는 그동안 소홀히 했던 마음의 위기에 대해 생각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CNN 기사 보기

산토스 교수는 ‘외로움은 하루에 담배 15개비를 피우는 정도의 해악을 몸에 끼친다연구 결과💬도 예로 들면서 특히 면역체계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조심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러면서 물리적 거리를 둔다고 해서 꼭 외롭고 고립될 필요는 없다고 주장했는데요
코로나 팬데믹 마음의 위기 관리 방법
산토스 교수는 자신이 진행하는 팟캐스트 <The Happiness Lab>에서 어떻게 마음의 위기를 관리할 수 있는지에 대해 구체적으로 전하고 있습니다. 산토스 교수는 자밀 자킬 스탠퍼드대 심리학과 교수와의 대담에서 재난재해를 입으면 인간은 오히려 서로를 돕고자 하는 본능이 있다고 말합니다. 그런데 물리적 거리두기로 지금 그럴 수 없는 상황이 되면서 다른 재난보다 더 힘들게 느끼는 것이라고 하는데요. 그럼에도 지금 우리가 겪는 것은 다 같이 겪고 있다는 것을 인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합니다.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경험이라는 것이죠. 그리고 마스크를 쓰는 것 물리적 거리두기 등의 행동이 자신뿐 아니라 다른 사람을 돕는 방법의 하나라는 것도 기억하라고 강조합니다

고립과 외로움을 넘는 연결
그러면서 산토스 교수는 코로나 팬데믹 시기를 잘 이겨나가기 위한 팁으로 평소 일상에서 했을 것 같은 일을 온라인으로 해볼 것을 추천합니다. 예를 들어 친구와 화상으로 연결해 특정 TV 프로그램 같이 보기를 시도하거나, 같이 있지는 못해도 친구와 같은 시간에 식사하기로 약속하고 온라인으로 연결해 대화를 하면서 함께 식사하는 기분을 느껴보라고 합니다. 친구와 운동시간을 정해 화상으로 만나 같이 운동을 해볼 것도 권하는데요. 산토스 교수 본인은 코로나 팬데믹 동안 평소 자주 만나지 못했던 동창들과 온라인으로 스파 나잇을 열어 각자 집에서 얼굴에 팩을 붙이고 수다를 떨었던 경험을 이야기합니다. 주로 업무용으로 사용했던 IT 기술을 지금까지와는 다른 방식으로 개인의 에 활용하는 법을 찾는다면 혼자여도 꼭 외롭지는 않을 수 있다면서 어쩌면 친구, 가족과 더 가까워질 수 있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고 강조합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코로나19 첫 발생 후부터 지금까지, 매달 국민들의 인식을 조사해 한국인 집단의 심리 변화를 들여다보고 있는 학자가 있습니다. 서울대학교 보건대학원의 유명순 교수인데요. 오랫동안 우리 사회의 울분, 분노를 연구해온 유 교수는 코로나19 이후 우리 사회의 심리 방역틀을 마련하기 위한 조사를 사태 초기부터 발 빠르게 시작했습니다.
코로나19 관련 감정 : ‘불안’ 다음 분노
유명순 교수가 지난달 22일 발표한 <코로나19 5차 국민인식조사>(한국리서치, 513~15, 18세이상 남녀 1천명, 95%신뢰수준에서 최대허용 표집오차 ±3.1%p)에 따르면 1차 조사 때부터 계속 측정된 코로나 사태로 인해 느끼는 가장 큰 감정은 불안(50.1%)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하지만 5차 조사에서 대폭 늘어난 감정은 분노(29.2%) ‘다른 사람의 안전을 도외시하는 행동으로 발생한 지역 감염에 대한 사회적 분노의 표출로 해석했습니다.

코로나19 감염되는 것보다 무서운 것은
또 주목할 만한 부분은 <감염됐을 때 가장 걱정되는 것>이 무엇인지 묻는 질문에 33.2%내 감염으로 타인에게 미칠 영향이라고 답해, 본인의 생계·가계 등 경제에 미칠 영향(25.2%)이나 건강 영향(25.1%)보다 더 민감하게 반응했습니다. 지난 넉 달 동안 한국의 대다수 구성원이 남에게 피해를 주어서는 안 된다는 감염에 대한 자기 책임감을 키워온 결과이면서도 타인이나 주변에 민폐가 될 수 있다는 두려움이 커진 것이라고 유 교수는 설명합니다

누구의 일상이 더 마모되었나
유명순 교수는 1차 조사 때부터 코로나19로 지금 어떤 집단이 가장 일상 활동에 지장을 받고 있는지도 조사해왔는데요. 넉 달이 지난 상황 내내 지역적으로는 대구 경북 지역에서, 직업적 분류에서는 자영업자와 주부, 소득별로는 저소득층의 일상 정지 수준이 전체 평균보다 낮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유 교수는 이들의 일상이 마모되고 있는 것이라고 이야기 하는데요. 코로나로 인한 1회성 충격으로 볼 것이 아니라, 대책 마련에 있어서도 일상이 더 많이 마모되고 있는 집단에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특히 많이 언급되지 않았지만 눈에 띄는 것이 주부의 일상 마모 수준입니다. 가족들이 재택 업무를 하거나 아이들이 온라인 개학을 하면서, 지난 넉 달 내내 그들을 보호해온 사람들인데요. 돌봄과 교육 등 가정주부에게 쏠린 막중한 사회적 부담이 장기화되면서 나타난 현상으로 해석합니다

유명순 교수는 비하인드취약 집단을 어떻게 보호하고 지지할지가 앞으로의 주요한 과제라고 전했는데요. 여러분은 코로나 팬데믹을 겪으면서 어떤 사회안전망이 필요하다고 느끼셨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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