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애플개발자회의(WWDC)는 애플이 선보인 혼합현실(MR) 헤드셋 비전프로(Vision Pro)로 큰 화제를 모았습니다. 비전프로는 2016년 에어팟 이후 애플이 7년 만에 새롭게 선보인 하드웨어입니다.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는 "맥(Mac)이 개인 컴퓨팅 시대를 열었고, 아이폰이 모바일 컴퓨팅 시대를 열었다면, 비전프로로 공간 컴퓨팅 시대를 열겠다"고 야심을 드러냈어요. 저는 애플이 구상하는 아이폰 이후 '넥스트 생태계'를 이해하기 위한 핵심이 비전프로라고 생각합니다. 그 이유를 살펴볼까요.
공간 컴퓨팅, 핵심은 콘텐츠
애플은 비전프로를 공개하면서 '메타버스'라는 거창한 표현 대신 '공간 컴퓨팅'이라는 단어를 선택했어요. 비전프로는 주변과 모든 사물을 볼 수 있는 기능을 갖추고 있다고 합니다. 헤드셋을 착용하고 손가락을 움직이거나 눈동자를 움직이는 방식으로 모든 앱을 조작할 수 있죠.
우리가 흔히 쓰고 있는 컴퓨팅 디바이스(랩탑 혹은 스마트폰)을 컴퓨팅 파워를 평면에서 3차원으로 극대화하겠다는 게 애플의 구상입니다. 애플이 구상하는 3차원 생태계 성공의 관건은 '킬러 콘텐츠' 확보입니다. 내 컴퓨터 속 화면의 몰입감을 극대화한들 즐길 수 있는 콘텐츠가 없다면 의미가 없겠죠. 실제로 애플은 생태계 확장을 위해 비전프로 출시를 서두르지 않는 것으로 보여요. 전용 앱 출시를 위해 개발자와 콘텐츠 제작자들에게 충분한 시간을 주겠다는 것이지요.
여기서 다시 등장하는 것이 '문화 콘텐츠'입니다. 스포츠, 게임, 음악(공연), 예술 등이 대표적이죠. CNN에 따르면 메시 영입 이후 마이애미 경기 전체의 티켓 가격은 약 700% 상승했다고 합니다. 메시의 MLS 데뷔전 티켓은 판매 플랫폼 '비비드시츠'(Vivid Seats)에서 최고 11만달러(약 1억 4000만원)에 거래됐고요.
상상해보겠습니다. 비전프로용 카메라로 찍은 메시의 경기 장면을 감독이나 선수의 시야로 볼 수 있다면 어떨까요? BTS, 브루노 마스와 같은 인기 팝 가수의 공연을 1열에서 생동감 있게 볼 수 있다면요? 킬러콘텐츠가 확보된다면 3499달러(약 456만원)에 달하는 비전프로의 가격은 다른 관점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습니다.
마크 저커버그 메타 CEO는 그가 힘을 주고 있는 VR(가상현실)분야에서 가장 강력한 라이벌의 등장에 "애플이 연례개발자대회를 통해 보여준 모든 데모는 헤드셋을 쓰고 혼자 소파에 앉아 있는 사람뿐이었다"고 꼬집었어요. 팀 쿡 CEO는 앞서 '메타의 VR 헤드셋이 시장에 반향을 일으키지 못했는데 애플이 성공할 수 있느냐'는 말에 "사람들이 의심했던 분야에서 애플이 성공을 거둬왔다"고 자신감을 드러낸 바 있습니다.
결국 VR의 대중화는 기술적 진보가 아니라 문화적 역량(콘텐츠)에 달려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늘 그렇듯 애플은 혁신을 위한 퍼즐들을 모으기 시작했고요. 스티브 잡스가 강조한 애플의 레거시, 'Conneting the dots(점들을 잇는 것)'가 떠오르는 지점입니다.
리오넬 메시가 그렇게 대단해?
리오넬 메시는 전 세계적으로 SNS에서 가장 영향력이 큰 인물입니다. 가령 메시가 월드컵 우승 직후 올린 게시물은 역대 인스타그램 좋아요 신기록을 달성해 기네스북에 올랐죠. 메시의 인스타그램 팔로워는 4억 8000만명에 달합니다.
이 인기의 비결은 그가 쌓아 올린 압도적인 커리어와 실력 덕분입니다. 월드컵을 통해 커리어를 무결점으로 만든 리오넬 메시의 파급력은 다른 스포츠 선수들과 비교가 불가능한 수준까지 올라왔다는 평가를 받고 있어요.
피파(FIFA)는 공식 SNS에 “GOAT 논쟁이 종결됐다”고 썼습니다. 실제로 메시는 월드컵 우승과 골든볼(2회 수상), 대륙컵 우승·MVP, UEFA 챔피언스 리그 우승, 유럽 4대 리그 우승·MVP, 올림픽 금메달, 발롱도르 7회 수상(역대 최다), FIFA 올해의 선수 6회 수상(역대 최다) 등 그야말로 독보적인 커리어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이 모든 것을 이뤄낸 역사상 유일한 선수이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