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L 11 . 2022.10.21~10.27

시골언니, 도시언니

님 안녕하세요. 한주동안 잘 지내셨나요? 저는 오랜만에 조금은 여유로웠던 일주일을 보냈습니다. 그 덕에 회사 근처 산책길을 걸으면서, 이런저런 생각을 정리할 수 있는 시간도 가질 수 있었어요. '신당역'부터 'SPC'까지 굵직한 젠더 이슈들이 펑펑 터지는 바람에 정신없던 몇주를 보내고서인지, 이번주가 더 소중하게 느껴졌답니다.

화요일에는 옥천으로 출장을 다녀왔어요. 서울 밖으로 나가는 취재는 정말 오랜만이었는데, 출장이라기보다 시골 사는 친척 언니과 수다떨고 온 느낌이었어요. 마음이 뜨거워지기보다는 뜨끈해지는 시간었달까요. 오늘 레터는 저의 옥천 출장기를 나누며 시작해볼까 합니다.

'시골언니 프로젝트'의 정식 명칭은 농림축산식품부 청년여성 농업농촌탐색 교육사업입니다. 행정 용어로는 참 딱딱한데, 프로그램 취지는 단순해요. 귀농·귀촌에 관심이 있는 '도시언니'들에게 궁금한 것 이것저것 물어볼 수 있는 '시골언니' 한명쯤 만들어주겠다는 거죠.

지역에 먼저 정착한 시골언니들은 귀농·귀촌에 관심이 있는 도시언니들과 일주일 정도 함께 먹고 자며 시간을 보냅니다. 8개 지역마다 프로그램 구성은 조금씩 다르지만, 시골언니들의 문제의식은 비슷해요. 이들은 연고 없는 지역에서 자리를 잡을 때 가장 필요했던 것으로 네트워크, 즉 관계망을 꼽았습니다. 정보도 많고 서비스도 외주화되어있는 도시와 달리, 농촌에선 모르는 것 묻고 급할 때 도움 청할 공동체가 필수거든요.

하지만 기존의 귀농·귀촌 교육 프로그램은 '시골에서 한달살기'같은 체험형이거나, 농기계·창업지원금 등을 지급하는 수준에 그쳤어요. 그마저도 중장년 남성들 중심이라, 청년 여성들은 더 소외될 수 밖에 없었지요. 농식품부 농촌여성정책팀 오미란 과장님은 "청년 여성들이 농촌을 '살만한 곳'으로 여기려면, 일단 농촌에 사는 언니들이 뭘 하고 살아가는지 보여주고 경험하게 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했다"며 시골언니 프로젝트 기획 의도를 설명합니다.

농식품부 농촌여성정책팀은 이번 프로젝트를 너무 알리고 싶었대요. 그래서 플랫에도 먼저 기획취재 제안을 해주셨고요! (잘 찾아오셨습니다🙏) 서천에서 허브농사를 짓고 있는 수진언니, 순창에 사는 현직 부녀회장 유미언니, 옥천에서 로컬 잡지 ‘월간옥이네’를 만드는 편집장 누리언니, 그리고 오미란 과장님과 저까지. 총 5명의 여성들이 옥천의 지역문화창작공간 '둠벙'에 둘러 앉았습니다.

미리 준비해 온 질문을 던질 새도 없이, 시골언니들의 수다가 시작됐어요. "저희도 마지막날 참가자분이랑 울고 불고 난리 났잖아요." "농촌에서 뭔가를 홍보하려면 현수막이 제일 빨라요. 인터넷이고 뭐고 다 필요없어." "리틀포레스트인데, 옆집 할머니가 갑자기 문열고 들어오는 삶이랄까요." 시골언니 프로젝트에 참여한 소회부터, 시골 살이의 기쁨과 슬픔, 토종 씨앗 무료 나눔까지… 처음 본 사이인데도 몇년 알고 지낸 것처럼 언니들의 대화는 끝없이 뻗어나갔습니다.

고백하자면, 저는 뼛속까지 도시언니였어요. 처음 농식품부로부터 기획취재 제안을 받고도 조금 겁이 났습니다. '한번도 농촌에서의 삶을 생각해본 적이 없는데 괜찮을까' 싶었거든요. 하지만 도시에서의 경쟁적인 삶이 지칠 때마다, 흙과 풀이 있는 곳에서 안정을 찾은 기억이 떠올랐어요. 도시의 삶 말고 다른 대안은 없을까 궁금하기도 했고요.

하지만 귀농·귀촌 대안으로 떠올리려면, 큰 장벽을 하나 넘어야 했어요. 수진언니 표현을 빌리자면 “마을 회의를 해도 할아버지들은 안에서 얘기하고 할머니들은 밖에서 양파 까고 있는” 농촌 공동체의 가부장적이고 성차별적인 분위기요. 그래서인지 인터뷰를 준비할 때도 결혼하지 않은 여성으로서 농촌에 사는 것이 어렵지는 않은지, 농촌 사회의 가부장적 분위기 때문에 힘들었던 적은 없는지 등의 질문들을 먼저 떠올렸던 것 같아요.

하지만 시골언니들의 대화를 들을수록, 농촌을 보는 제 시각은 조금씩 달라졌습니다. 누리언니는 시골언니 프로젝트에 참가한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어요. “도시 여성들이 농촌에 대해 가지고 있는 편견이 있잖아요. 가부장적이고 폐쇄적일 거라는 생각이요. 그것도 맞긴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역사회를 일궈가는 여성들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어요."

농촌의 여성들은 서로가 서로의 ‘비빌언덕’이 되어주었습니다. 이들은 함께 웃고, 울고, 사랑하고, 성장하면서 조금씩 농촌을 바꾸어가고 있었어요.

서천의 수진언니는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농촌의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하게 됐다"고 말했어요. 크리에이터, 목공 등 다양한 직종에서 종사하는 서천 언니들을 새롭게 알게 되면서, 판로 개척을 고민하는 '여성 청년 생산자 모임'을 비롯한 이런 저런 소모임이 만들어졌거든요. 농사 짓는 여성 청년들끼리는 '잡초를 이기지 못할 바에야 먹을 것으로 만들어 팔아보자'며 작당모의(?)를 시작했고요.

"나한테 무슨 말을 들을게 있다고." 누리 언니가 프로그램 섭외 차 만난 옥천의 중년 여성들에게 가장 많이 들은 말입니다. 하지만 이들이 삶에서 터득한 경험과 조언은 어디서도 들을 수 없는 값지고 귀한 것이었어요. 자신의 이야기를 경청하는 도시언니들의 초롱초롱한 눈빛은 옥천언니들에게도 자신의 삶을 긍정할 수 있는 에너지로 돌아왔습니다. 이는 서울 중심 사회의 문법을 깨기 위해 꿋꿋히 지역의 이야기를 전하고 있는 누리언니도 마찬가지였어요.

"나중엔 참가자들도 울고, 저희도 다 따라 울었는데, 왜 울었는지 가만히 생각해보니까… 우리가 너무 의지할 데가 없더라고요. 내가 내 자리에서 아무리 고군분투를 한다고 해도, 여성이기에 더 열심히 하고 더 성과를 내고 있다는 걸 증명해야 하잖아요. 그런데 그런 사람들끼리 모여 일주일을 보내다보니, 그렇게 살지 않아도 되는 삶을 잠깐이라도 보게 된거죠. 꼭 1등을 하지 않아도 괜찮아, 우리 방식으로도 행복할 수 있어… 꼭 농촌으로 오시지 않아도 좋으니까, 각자 자리에서 삶을 일구는 여성들에게 용기를 얻어가셨으면 좋겠어요. "

인터뷰가 끝나고, 저는 변화가 일직선이 아니라 별처럼 온다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내가 누군가에게 건넨 마음이, 언제 어떤 결과로 되돌아올지는 나조차 다 예측할 수 없습니다. 하나 확실한 것은, 이런 여성들이 많아질수록 세상은 조금씩 하지만 확실하게 바뀌어간다는 것입니다.

옥천에서 서울로 돌아가는 차안. 옥천 오일장에서 산 감귤을 까먹으며, 둠벙에서 구입한 월간옥이네 10월호를 펼쳤어요. "가려진 여성들의 이야기를 쓰고싶다"던 누리언니는 지금은 사라진 '잔칫방'(경조사 음식을 만들어 팔던 업체)을 운영했던 중장년 여성들 인터뷰를 커버 스토리로 다뤘습니다. '언젠가 농촌 여성 기획을 하게 되면 누리 언니에게 연락해야겠다'는 생각과 함께, 거대한 은하계에 별 하나가 된 것 같은 안정감이 들었습니다. 지금 제가 쓰고 있는 이 레터도 어딘가에 점 하나가 될 수 있겠죠. 그 점이 자라 별 하나가 될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겠습니다.

플랫팀 ｜ 심윤지 기자

갈팡질팡 페미니스트

광고·협업 문의는 flat@khan.kr

스토킹처벌법 시행 1년, 20년차 활동가가 여전히 ‘변화’를 믿는 이유

오랜만에 플랫 오리지널 기사 소개해드려요. 이전 회차 플랫레터에서 예고했던 송란희 여성의전화 대표님 인터뷰가 스토킹처벌법 시행 1년에 맞춰 공개되었는데요. 원고지 50매가 넘는 긴 인터뷰인데, 신당역 사건 이후 상황, 스토킹 가해자에 대한 심리, 스토킹 피해자에게 하고 싶은 말까지. 어느 하나 빼기 싫을 정도로 소개해드리고 싶은 부분이 많았어요. 특히 2017년 이후 본격화된 스토킹처벌법 제정 당시 상황을 따라가다보면, 이 싸움이 정말 장기전이구나를 다시금 느끼게 됩니다. 정치인 한두사람이 아닌, 사회 전체를 바꾸어야 하는 일이니까요. "저는 정말 나아지고 있다고 믿어요." 그럼에도 란희 대표님의 마지막 결론을 늘 되새기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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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길 아닌 돌밭이라도 ‘함께’ 걸어 행복하다는 ‘여성, 경찰하는 마음’

2019년 '대림동 주취폭력 사건'은 '여경 무용론'이 촉발된 계기였습니다. 논란의 당사자였던 이선영 경사는 "조롱과 비난으로 뒤범벅된 끔찍한 댓글"을 보며 죄책감에 시달렸죠. 그런 이 경사에게 힘이 됐던 것은, 경찰젠더연구회의 성명이었습니다. "대한민국의 공권력 경시 풍조에 경종를 울려야 할 사건이 여성 경찰에 대한 혐오로 오용돼선 안된다." 이 경사를 비롯한 경찰젠더연구회 23명이 경찰의 날인 21일을 맞아 <여성, 경찰하는 마음>을 펴냈습니다. 여성 경찰을 꿈꾸는 이들에겐 '꽃길 아닌 돌밭임을 기억하고 들어오라'면서도 '형사님 고맙습니다'라는 피해자들의 한마디가 그 돌밭을 기꺼이 걷게 하는 원동력이 된다고 말합니다. 사건팀 이유진 기자가 집필에 참여한 이선영 경사, 강승연 경장을 인터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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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하는 미술가를 떠올려보세요, 여성입니까?

미술사의 고전으로 불리는 에른스트 곰브리치의 <서양미술사>, H W 잰슨의 <미술의 역사> 초판은 600쪽이 넘는 방대한 분량 속에 단 한명의 여성 미술가도 언급하지 않습니다. '좋아하는 미술가'를 묻는 질문에 여성을 떠올리기 어려운 것은 너무나도 당연한 일이죠. 미켈란젤로는 누구 도움도 없이 시스티나 예배당 천장화를 완성했고, 피카소는 12세때 이미 라파엘로처럼 그림을 그렸다지만, 여성 미술가들은 어릴때부터 붓을 쥐지도 대형 천장화를 작업할 기회도 없었습니다. 하지만 이런 척박한 상황에서도 여성 화가들은 꿋꿋이 그림을 그려왔습니다. <우리의 첫 미술사 수업>은 미술사가 외면해 온 여성 화가들을 조명하고, 잘 알려진 남성 화가 속 여성의 현실을 포착하는 책입니다. 인근 학교에서 청강을 올 정도로 인기였던 강은주 이화여대 교수의 '여성과 예술' 강의 내용을 엮었다고 하네요. 문화부 오경민 기자의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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놓치기 쉬운 젠더 뉴스를 '세줄 요약' 해드립니다.

🤔 이탈리아 최초의 여성 총리 조르자 멜로니가 취임 뒤 자신의 호칭에 남성형 관사(일·il)를 사용해달라고 해 논란입니다. 멜로니가 속한 정당 이름(이탈리아의 형제들·Fdl)에서 그가 왜 이런 요구를 했는지, 여성 정치인으로서 어떻게 살아남았는지 짐작할 뿐입니다.
▶ 이탈리아 첫 여성 총리 멜로니 "내 직함에 남성형 관사를"

😥 서울경찰청이 협박·주거침입으로 접수된 사건도 스토킹 정황을 따져보도록 보고 양식을 개정했습니다. '신당역 스토킹 살인 사건'을 계기로 실시한 '스토킹 범죄 전수조사' 일환으로, 스토킹으로 신고되지 않는 사건도 초기 검토가 필요하다는 취지입니다.

▶ 서울경찰청, 협박·주거침입 사건도 '스토킹 여부' 따져본다

😍 디지털성범죄 피해자가 된 중년 여성을 주인공으로 그린 영화 <정순>이 제17회 로마 국제영화제에서 심사위원 대상과 여우주연상을 받았습니다. 정지혜 감독의 첫번째 장편영화 <정순>은 지난 5월 전주국제영화제에서도 한국 경쟁 부문 대상을 받았어요.

▶디지털성범죄 피해자가 된 중년 여성 그린 '정순'… 로마영화제 대상·여우주연상

플랫은 여러분들의 이야기가 궁금해요.

인구의 절반이 월경을 하는데, 왜 이건 문제가 아니었던 걸까

지난 21일, 일회용 생리대 속 화학물질이 생리통 등 불편증상 위험을 높인다는 조사 결과가 발표됐습니다. 정부 차원에서 일회용 생리대의 건강 영향을 조사한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시작은 2017년 생리대 유해물질 검출 파동이었어요. 깨끗한나라의 '릴리안' 제품 사용자들의 경험담에서 시작된 논란은 일회용 생리대가 여성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정확히 밝히라는 시민 청원으로 이어졌습니다. 같은해 12월 관계부처와 전문가, 민간단체가 포함된 민관공동조사 협의회가 구성됐고, 2018년 4월부터 본격적인 조사가 시작됐습니다. 그러니까 이번 조사는 시민들의 청원이 있은지 무려 5년만에 공개된 것입니다.

식약처는 5년 전 시민들의 조사 요구에도 소극적이었습니다. "최악의 시나리오에도 안전하다"는 호언장담과 함께요. 마지 못해 전수조사에 나서긴 했지만 지난해 4월로 예정돼있었던 결과 발표도 차일피일 미뤘습니다. 강은미 정의당 의원이 7일 식약처 국정감사에서 해당 보고서를 제출할 것을 요구했지만, 식약처는 제출을 거부하다 같은날 자정이 돼서야 보고서 제출을 약속했습니다.

조사에 참여한 2600여명이 최근 3개월동안 사용한 생리용품은 일회용 생리대가 90.3%로 가장 많았습니다. 생리대 사용시 경험한 불편은 생리통(18.9%), 여드름(15.3%), 외음부 트러블(14.9%) 순이었죠. 보고서는 생리대 속 화학물질인 '휘발성유기화합물(VOCs)'의 추정 노출 시간이 길수록 이러한 불편 증상은 높아졌다고 지적합니다. 그간 식약처가 주장해온 것처럼 단순한 '물리적 마찰' 때문에 이런 불편 증상이 나타난 것이 아닐 수도 있는거죠. 여성환경연대 등은 식약처가 이같은 위험성을 인지하고도 '기업 이윤'을 이유로 발표를 미뤄왔다고 비판합니다.

해당 연구는 일회용 생리대 사용자의 설문 결과를 토대로 한 것으로, 실질적인 질병 발생이나 건강 이상 등이 확인된 것은 아닙니다. 보고서도 "일회용 생리대 사용과 건강 피해를 객관적으로 확인하기 위해 장기적인 추적연구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마무리됐고요. 하지만 국가는 생리대의 안전성을 의심하는 여성들의 주장을 '근거 없는 공포' 쯤으로 치부해왔습니다. 생리대의 안전성을 과학적으로 입증할 연구는 여전히 부족합니다. 인구의 절반은 생리를 하고, 그중 절대 다수가 일회용 생리대를 사용하는데, 생리용품이 건강에 미치는 영향이 이렇게까지 밝혀지지 않은 상황. 과연 '차별'이 아니라 말할 수 있을까요.

월경은 여성의 건강 상태를 보여주는 중요한 지표입니다. 무리한 다이어트를 하는 여성들이 생리 불순에 시달리거나, 위험 작업장에서 일하는 여성들이 각종 생식 질환에 시달리는 것만 봐도 알 수 있죠. 하지만 남성이 '기본값'이었던 의료·과학계에서 여성의 건강, 특히 생식 건강에 대한 부분은 연구 대상으로 여겨지지 못했습니다.

전문가들은 기존의 여성 건강 연구가 저출산 대책의 관점에서 ‘가임력’의 유무에만 초점을 맞출 뿐이었다고 지적합니다. 정작 여성의 생리 경험이 어떻고, 이것이 건강과는 어떤 연관이 있는지엔 관심이 없었습니다. 일하는 여성들이 자주 경험하는 다낭성난소증후군이나 생리 통증, 생리불순에 대한 연구도 턱없이 부족한 실정입니다. '업무상 재해'로 인정받기가 힘드니, 사회와 기업으로부터 책임을 묻기도 힘들고요.

삼성반도체 공장의 여성 노동자들의 자녀들에게 생긴 중증 질환이 그 예시입니다. 생식독성물질에 대한 정보 부족, 아이의 선천적 질병이나 장애를 손쉽게 '임산부 잘못'으로 만드는 사회적 분위기는 '문제'를 '문제'라고 호명하기조차 힘들게 했습니다. 반올림에 자녀 질환 문제를 제보한 이들이 가장 많이 했던 말은 "시댁은 모르게 해달라" "사람들이 이런거 몰랐으면 좋겠다"였다고 하죠.

국가와 사회는 늘 제자리를 지키려 합니다. 이들의 등을 떠밀고 변화를 만들어내는 것은 여성들의 '더 많은 말하기'였습니다. 생리횟수 증가, 생리 중 과다출혈, 평소보다 심한 생리통이 코로나19 부작용으로 공식 인정되고 피해보상을 받을 수 있게 된 것처럼요.

플랫 독자 여러분들은 일회용 생리대를 사용하면서 불편 증상(부정출혈, 생리량 증가)을 느낀 적이 있으신가요? 직장이나 학교에서 생리대 교체에 필요한 시간이나 공간은 충분히 보장 받고 있나요? 월경 용품 구입 비용이 부담되지는 않나요? 각종 불편 증상(부정출혈, 생리량의 비정상적 증가)을 경험했음에도 그 원인이 무엇 때문인지 몰라 곤란했던 경험은 없나요? 여러분들의 월경 경험을 아래 링크에서 자유롭게 나누어주세요! 응답을 모아 향후 콘텐츠로 다뤄보겠습니다.

▶관련기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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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랫을 만드는 사람들을 소개해요.

문화부 오경민 기자

장안의 화제!!✨

<에브리띵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 보셨나요?

개인적으로는 올해 본 영화 중에 최고였는데요.

영화를 보고난 후 저는 '우와.... 미쳤다....'는 말만 되풀이했습니다. 분명 엄청난 영화인데, 저의 부족한 표현력으로는 왜 엄청난지 말로 설명하지 못하겠더라고요.

그때 마침 오경민 기자의 리뷰 기사를 발견했어요. 이 영화는 리뷰마저 재미있구나 감탄하며 읽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혹시 아직 영화를 안보셨다면 리뷰는 나중에!

아무 사전정보 없이 보시는 것을 추천해요!)

오경민 기자는 문화부 대중문화팀에서

방송과 가요, 영화 등을 두루 담당하고 있습니다.

여성 서사에 특히 관심이 많아서

'플랫용 기사'도 꾸준히 써주시고 계세요.

플랫 에디터의 감사한 마음을 담아

오경민 기자를 만나고 왔습니다.🙌

- <에브리띵 에브리웨어 올앳원스> 문화부 기자는 어떻게 보셨나요?
"저도 정말 재밌게 봤어요. 시사회 때 보고, 부산국제영화제에서도 한 번 더봤고, 이번주에 친구들이랑 한 번 더 보러갈거에요. 개인적으로는 최근 예산 많이 들어간 한국 영화들이 별로 재미 없었거든요. 그런데 이 영화 보고 난 저의 첫 감상이 '나 블록버스터 좋아했네…'였어요. 개인적으로 제일 좋았던 건 '내가 세상과 싸워온 방식은 다정함이었다'는 주인공 남편의 대사인데, 나중에 외신을 찾아보니 주인공에 양자경 대신 성룡을 캐스팅하려고 했었다고 하더라고요. 저 대사가 다정하고 현명한 아내의 대사라고 생각하니 너무 별로인거에요. 성룡 캐스팅이 불발돼 얼마나 다행인지…"

-그동안 대중문화 출입하면서 만난 취재원 중에서 제일 인상깊었던 분을 꼽자면요?

"아, 정말 많은데… 최근에 만난 분 중에선 정서경 작가인거같아요. 아무래도 기자다보니 말 잘하는 사람을 좋아하게 되잖아요. 아무리 호랑이 기운이 느껴져도 말을 잘 못하면 기사 쓰기 힘든데 정서경 작가는 '그 질문엔 두가지로 답변드릴 수 있는데 첫번째는...'이런 식으로 답변을 주세요.(웃음) 이건 제 친구들에게도 맨날 하는 말인데, 저는 "정서경은 이 시대가 요구한 작가"라고 생각해요. 원래도 작품 꾸준히 써오셨지만 전면에 나서서 인터뷰하신 건 얼마 안된 것 같은데, 말씀 하나하나마다 주옥같으세요. 백델데이 때 하신 발언도 너무 속시원했고요."

-'기자 오경민'과 인간 오경민은 엄격히 구분되는 편인가요? '인간 오경민'을 즐겁게 하는 것은 무엇인가요?

"원래는 기자 친구들이 별로 없어서 엄격히 구분되는 편이라고 생각했는데, 점점 구분이 안 되는 것 같아요. 누가 기자 욕하면 기분 별로 안좋고…(웃음) 일과 생활도 썩 분리되는 것 같지는 않네요. 직업 상 드라마랑 예능도 많이 봐야 하는데, 저는 집에서는 잘 안보는 편이긴 했거든요. 그러다보니 지지부진한 기자가 되는 것 같아 고민이에요. 요즘 저를 즐겁게 하는건 환승연애요. 리액션 영상부터 쇼츠, 댓글까지 다 보고 있어요. 환연의 매력은 구질구질함? 낯선 사람끼리 찍는 연애프로그램에서는 절대 나올 수 없는, 헤어진 연인들 특유의 그 질척거리고 쿨하지 못하는 관계가 좋아요."

-읽을 만한 책 추천해주세요!

"독자분들이 책에 조예가 깊으실까봐 걱정되긴 한데… 최근에 읽은 것 중에서는 마이너필링스 좋았고요. 올해는 욕구들이 좋았어요! 플랫 독자들을 의식한 추천은 아니고…(웃음) 제가 워낙 여성 작가들이 쓴 에세이를 좋아해요. 편식이 심해서 그런 책들밖에 안 읽기도 하고요."

독자들이 플랫팀에 남겨주신 이야기를 전해요.

지난주 플랫 독자 설문에 남겨주신 의견들입니다.

👩"기자님들 후기 비하인드 스토리가 특히 궁금합니다"

👩"플랫 레터를 읽고나면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돼요. 앞으로도 오래오래 함께 하고 싶어요."

👩"이런 레터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큰 힘이 되는 것 같아요."

💌Flat's Comment!

오늘은 다른 회차들보다 분량이 좀 더 많았죠. 편지 쓰듯 한 자 두 자 적다보니 분량이 점점 길어지네요. 사실 저는 레터가 늘 너무 길지 않나 걱정이었는데, 분량이 더 많았으면 좋겠다는 피드백이 상당해서 조금 놀랐습니다. 그래서 이번 레터에서는 마음 놓고 길게 써보았답니다! (물론 다음주에 다시 줄어들수도 있습니다…ㅎㅎ)

시즌1회를 마무리하며 개편 관련 설문을 진행했는데요. 여러분들이 보내주신 피드백을 읽고, 제 머리에 남는 한 단어는 '지속 가능성'이었어요. 이번 설문에서도 "젠더 뉴스를 꾸준히 다뤄주는 매체가 없다" "플랫이 있어주는 것만으로도 고맙다"는 이야기를 정말 많이 해주셨거든요. 모든 뉴미디어들이 고민하는 부분이겠지만, 여성과 소수자 이슈를 다루는 매체들은 지속 가능성에 대한 고민이 더 클 수 밖에 없습니다. 조직 내부를 설득하면서 지속가능한 토대를 만들어가는 것도 중요하지만, 에너지가 소진되지 않게끔 제 자신을 돌보는 것도 잊지 말아야겠다 생각했습니다.

플랫 레터는 여러분들의 소중한 의견을 참고해 본격적인 시즌2 준비에 들어갑니다. 당분간은 휴재 없이 현재 포맷을 유지하되, 조금 더 호흡을 고르면서 개편 방향을 생각해볼게요. 너무 늦지 않게 시즌2를 가지고 돌아올테니, 애정 어린 시선으로 지켜봐주세요! 지난주 공지대로, 설문에 응해주신 분들 중 3분께 폴바셋 기프티콘을 보내드려요. 더 많은 독자 여러분들께 답례하지 못해 정말 죄송한 마음입니다. 당첨자 분들께는 이번주 내로 개별 연락 드릴게요!

당첨자 : 💟1224 💟4419 💟8790

💌Flat's Comment!

한가지 소식을 더 전해요! 플랫 인스타그램이 얼마전 팔로워 1만명을 돌파했습니다🎉 2020년 3월8일 여성의날에 문을 열고 2년 반이 조금 넘게 걸렸네요.

1만명 돌파를 기념해, 플랫 인스타그램에서는 10월24일부터 10월31일 자정까지 '구독자 애칭공모' 이벤트를 진행하고 있어요. 독자님, 구독자님, 팔로워님… 플랫팀도 독자 여러분을 어떻게 불러야할지가 늘 고민이었거든요. 여러분께 더 가깝게 소통하려는 마음으로 준비한 이벤트입니다.

1등 선물은 64기가 아이패드에요. 2등(영화관람권, 5명)과 3등(스타벅스 기프티콘, 20명) 선물도 넉넉하게 준비했으니 많은 참여 부탁드립니다. 여러분의 사랑과 관심 덕에 플랫이 나날이, 무럭무럭 자라가고 있음을 느껴요.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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