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석열 정부 100일, 최악을 피할 결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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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은 처음으로 현실정치를 논합니다.

부담 가질 필요는 없습니다. 진영과 정쟁이 아니라 숫자로부터 파생되는, 결국 외교안보에 관한 얘기입니다.

정치권에 이런 속설이 있습니다. 대통령 지지율이

40%대로 떨어지면 야당이 비타협적이며,
30%대는 공직자의 눈치를 봐야 합니다.
20%엔 여당에서 내분이 일어나고,
10%대로 무너지면 쿠데타든 탄핵이 일어나 정권이 교체될 가능성이 큽니다.

가장 멀리 있는 이들에서부터 가까운 순으로 이탈하는 건데요.

국정을 원활히 운영하기 위해선 이렇듯 다양한 집단의 이해관계를 끊임없이 의식하고 조율해야만 합니다. 같은 사안일 지라도 어떤 시기냐에 따라 정책의 우선순위는 물론 고민의 향방이 달라진다는 의미입니다. 이를 테면,

40%대에선 야당과 협치하거나 압력을 행사할 수 있는 카드를 만지작거립니다.
30%대에선 행정부에 당근을 제시하거나 콘트롤 할 수 있는 방안을 고심합니다.

그럼에도 여기까진 느긋할 수 있습니다. 결정적 한 방이 있다면 (벼랑 끝 모험주의일 지라도) 지지율 반등을 노려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20%대로 진입하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열 명 중 두 세 명만 현 정부를 지지하는 상황이지만, 연임제나 중임제와 달리 단임제 대통령은 지지율에 연연할 인센티브가 적습니다. 임기 끝나면 그만이니까요. 정치적 후계자가 없다면 훨씬 자유로워집니다. 따라서 평생 기억될 수 있는 레거시 사업을 만들기 위해 본인의 소신 혹은 고집에 더욱 몰두합니다.

분열은 여기서 비롯됩니다. 대통령과 달리 여당은 여론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습니다. 재선이 생명줄이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세 네 명 중 한 명이 이탈하는 건 어렵지만 두 세 명 중 한 명이 흔들리는 건 순식간입니다. 따라서 정치인들은 저마다 손익계산서를 두드리기 시작합니다. 앞다퉈 출구전략을 만드는 거죠.

🤯 실제로도 국민의힘은 연일 정돈되지 않는 불협화음이 터져 나옵니다.

이준석 전 대표도 그 중 하나입니다. 윤석열 대통령과의 갈등을 공식적으로 선언하는 기자회견을 지난 8월 13일에 가졌는데요. 인상적인 대목이 있습니다.

“제가 8월 7일에 페이스북에 오늘 기자회견을 할 것이라고 예고했을 때, (중략) 집중호우가 끝난 뒤에 기자회견을 하는 것이…”

여기서 유추할 수 있는 건

기자회견을 결심한 건 8월 7일(일) 전이며,
수도권 집중호우가 아니었다면 다음 날인 8월 8일 월요일에 기자회견을 열었을 수도 있다.

공교롭게도, 갤럽 기준입니다. 대통령 지지율이 취임 두 달만에 30%대로 내려 앉더니 7월 29일(금)에 발표된 조사에선 20%대로 진입했습니다. 그리고 현재까지 5주 연속 20% 박스권에 머물러 있습니다.

↑ 2022.08.25., 갤럽 발표 | 전국 만 18세 이상 1,001명

표본오차: ±3.1%포인트(95% 신뢰수준)

이런 상황 즉, 대통령의 지지율이 20%대로 떨어진 이때에 이준석 전 대표로선 자신을 지지하지는 않더라도 (무능한) 대통령에 맞선 정치인으로 기억해줄 사람을 한 명이라도 더 확보할 가능성이 커졌습니다.

그러나 8월 1일(월)부터 5일(금)까진 대통령이 휴가를 떠났습니다. 돌아오길 기다릴 수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8월 7일 일요일이 밝았습니다. 이슈를 오래 끌고 가기엔 더할 나위 없이 최고의 요일입니다.

다만 수도권 집중호우로 인해 13일 토요일로 미뤄졌는데요. 토요일이라고 마냥 나쁜 요일은 아니었습니다. 왜냐하면 (아래에서 다시 얘기하겠지만) ‘펠로시 패싱’과 수도권 집중호우에 대한 미숙한 대응 등으로 지지・비지지에 관계 없이 윤석열 대통령을 향한 비토 여론이 빗발쳤기 때문입니다.

😫 현재의 여당 분열을 정치인들의 흔한 권력 다툼으로 해석하는데서 그치면 곤란합니다.

방점은 이준석에 있지 않습니다. 옳고 그름도 아닙니다. 20%대의 지지율이 ‘갈등의 무기화’에 원동력이 되어 버린 현상변화에 주목해야 합니다.

이준석의 전략이 유효했다는 평가가 내려진다면 소위 탈출각을 재는 제2, 3의 이준석이 나타나며 국정이 마비되는 사태로 치달을 수 있습니다.

콘크리트 핵심지지층이 있으니 괜찮다구요? 갤럽 기준, 가장 최근 여론조사입니다.

윤석열 대통령의 지지율이 27%이며, 특히 10~50대에선 20% 아래를 맴돕니다.
반면에 60대 47%, 70대 이상은 54%로서 대다수 여론과는 큰 차이를 보입니다.

Bitter Stability라고 하죠. 핵심지지층만으로도 20% 박스권을 안정적으로 지속할 수 있다면 식물정부로 전락할 지언정 정권의 안위를 염려할 정도는 아닙니다. 문제는, 핵심지지층이 윤석열 대통령을 지지하는 이유가 앞으로 한국사회의 핵심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입니다.

또 역시 갤럽입니다. 윤석열 정부 100일을 맞아 정책 평가 여론조사를 발표했는데요. 60대와 70대 이상이 꼽은 긍정 선호도는 다음과 같습니다.

(60대) 대북 49% > 외교 47% > 부동산 44%
(70대 이상) 대북 54% > 복지 53% > 외교 51%
(보수 성향) 대북 63% > 부동산 54% > 외교 53%

대선 당시 윤석열 후보자 측의 메세지와 공약 등을 빌리면 60대 이상이 윤석열 대통령을 지지하는 이유를 다음으로 정리할 수 있습니다.

미중 간 전략적 경쟁이 첨예해지는 국제 지형 속에서 ‘전략적 모호성’으로 임했던 문재인 정부와 달리 → 할 말은 하는 당당한 외교를 펼칠 거라 믿기 때문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 등으로 한미 간 신뢰가 저하되고 소통이 부재하며 한미동맹이 훼손된 문재인 정부와 달리 → 한미동맹을 ‘재건’할 거라 확신하기 때문

즉, 핵심지지층은 ▲전 정부의 외교안보 전략이 잘못됐다고 믿고 있으며 ▲현 정부가 이를 바로잡아줄 것이라 확신하고 있습니다.

😰 하지만 현 정부가 핵심지지층의 바람을 충족시켜줄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아 보입니다.

지난 8월 3일이었습니다. 낸시 펠로시 미 하원의장이 한국을 방문했을 때 오산 미 공군기지에 국회와 정부 인사 등의 모습이 보이지 않자 여야를 불문하고 비판 여론이 들끓었습니다.

그 시각 윤석열 대통령은 연극 배우들과 술자리를 가졌는데요. 현장 사진을 대통령실이 직접 배포함으로써 펠로시 홀대론에 불을 지폈습니다.

게다가 여름 휴가를 사유로 펠로시 의장과 대면 만남을 갖지 않고 40여 분의 전화통화에만 그쳐 ‘펠로시 패싱론’에 쐐기를 박았습니다.

외교부는 하원의 카운터파트는 국회라며 의전 책임을 미뤘지만,

펠로시는 미국에서 대통령직 승계 서열 2순위*인 하원의장임과 동시에,
민주당 핵심 지역구인 샌프란시스코에서 35년 간 의원직을 유지하고 있으며,
두 차례에 걸쳐 14년 동안 민주당 원내대표를 지냈던 거물급 인사입니다.
미국의 유명 정치 가문의 일원으로서 펠로시의 딸도 정치 이력을 쌓아가고 있죠.

*대통령, 부통령(겸 상원의장), 하원의장

여름 휴가는 한미동맹 재건을 슬로건으로 내세운 이들의 태도라 하기엔 궁색한 변명입니다. 다른 이유가 있다고 추정하는 게 합리적입니다.

🧐 펠로시 패싱을 환영하는 곳은 공교롭게도 중국이었습니다.

지난 8월 4일이었습니다. 중국 관영매체인 글로벌타임스는 루 차오 랴오닝성 사회과학원 교수의 발언을 인용해 다음과 같이 보도했습니다.

서울은 현 시점에서 중국을 화나게 하거나 대만 문제를 놓고 미국과 대립하는 것을 원치 않는다.
(김진표) 국회의장을 펠로시 의장과 만나도록 하는 방안은 정중하면서도 국익을 보호하는 조치였다.

이미 알려져듯이 중국은 펠로시 의장의 대만 방문에 상당히 격한 반응을 보였습니다. 하나의 중국 정책을 훼손한다고 판단했기 때문인데요.

시진핑 주석은 바이든 대통령과의 전화통화에서 “대만에서 불장난을 하는 이들은 화상을 입을 것”이라고 경고하는 것은 물론
펠로시 의장이 탄 비행기를 격추하고, (25년만에 처음으로) 대만해협에서 미사일훈련을 실시할 것이라고도 위협했습니다.

다행히 비행기 격추와 같은 끔찍한 일은 발생하진 않았지만, 펠로시 의장이 대만을 떠나자

중국은 대만 포위 훈련 및 실탄 사격 훈련 등을 무려 일주일 가량 진행했고,
대만에서 생산되는 과자・차・빵 등의 중국 내 수입도 금지했습니다.

즉, 실제적 군사압박에 더해 경제보복마저 해버렸습니다.

이런 점 때문에 ‘펠로시 패싱’은 의전 미숙이 아니라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균형을 맞추기 위한 윤석열 정부의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관측이 제시됩니다. 미국・중국・대만 간 긴장 관계가 최고조로 달한 상황에서 대통령이 직접 만나는 건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는 겁니다.

만약 펠로시 의장이 한국을 대만보다 먼저 왔더라면 의전 매뉴얼은 달라졌을 겁니다.

펠로시가 대만을 방문한다는 계획은 공공연한 사실이었지만 보안 프로토콜을 사유로 공식적으로 긍정한 적은 없습니다. 자신의 아시아 순방 일정을 알리는 트윗을 올릴 때도 싱가포르・말레이시아・한국・일본을 언급했지만 대만 이야기는 없었습니다.

한편, 펠로시의 정치적 영향력이 큰 건 사실이지만 11월 8일에 열릴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이 패배하면 하원의장에선 물러날 운명입니다. 무리하게 중국과의 외교적 마찰을 불러 일으킬 필요가 없는 만큼 대통령의 휴가는 결과적으로 가성비 좋은 방패막이가 됐다는 거죠.

실제로도 지난 7월 31일 CBS 뉴스가 공개한 중간선거 여론조사에 따르면 미국 하원 435석 중 공화당이 230석을 차지하며 다수당이 되는 것으로 예측됐습니다. 여소야대라는 격랑의 정국에 빠질 가능성이 커졌습니다.

😱 바이든은 펠로시의 대만 방문을 지지한 적이 없습니다.

펠로시 의장의 8월 대만 방문 계획은 파이낸셜타임스를 통해 7월 19일에 처음 공개됐는데요.

이튿 날이었습니다. 펠로시의 대만 방문 계획이 ‘좋은 생각(good idea)’이냐고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바이든 대통령은 이렇게 답했습니다.

“국방부와 군사고문들은 지금 시기엔 좋은 계획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바이든은 펠로시의 대만 방문을 지지한다는 의견을 단 한 번도 밝히지 않았습니다. 다만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대변인을 통해

미국은 하나의 중국이라는 원칙을 변함 없이 존중하며,
입법부는 행정부와 독립적인 부서로서 여행은 스스로 결정하는 것이라는 원칙을 힘주어 강조했습니다.

즉, 공개적으로 반대할 순 없지만 펠로시의 대만 방문이 미국 행정부의 공식 입장은 아니라며 선을 긋는 것입니다.

💰 펠로시 대만 방문은 펠로시에게만 유리한 거래였습니다.

최근 워싱턴포스트 기사에 따르면 미 고위 관리들은 펠로시 의장에게 대만 방문을 연기해 줄 것을 요청했습니다. 대만에서 군사적 긴장도가 높아질 것을 우려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펠로시는 천안문 사건(’89)을 항의하는 시위를 중국 내에서 벌이고 구금된 전례가 있을 정도로 타협이 없습니다. 공화당도 이 점에 대해선 지지를 표명하고 궤를 같이 할 정도죠.

블룸버그가 전하는 소식은 더욱 적나라합니다. 백악관 참모들은 펠로시가 35년 간의 정치인생을 마무리하며 개인의 레거시를 쌓기 위해 대만을 이용하는 것이라고 불만을 토로하는 등 하원의장실과 신경전을 벌였는데요.

그동안 바이든 정부는 인도-태평양 지역의 국가들에게,

중국을 상대로 연합전선을 구축하되
중국을 지나치게 자극하지 않음으로써
중국으로 인해 위협을 느끼지 않도록

각별한 노력을 기울여 왔습니다. 갈등은 불가피하지만 첨예한 분쟁은 피하겠다는 입장입니다.

그러나 펠로시의 대만 방문은 ▲중국의 위상만 재확인시킨 채 ▲연합전선으로부터 거리두기를 할 명분을 만들어버렸습니다.

한국은 여름 휴가를 앞세웠고, 쿼드 회원국인 인도는 아예 침묵해 버렸습니다. 아세안 국가들도 사정은 다르지 않습니다.

때마침 지난 8월 3일입니다. 아세안 국가들은 캄보디아 프놈펜에서 외무장관 회의를 진행하고 있었는데요. 미중 모두에게 “최대한 자제”를 촉구하며, “하나의 중국”에 대한 지지를 재확인하는 성명을 발표해 버렸죠.

아세안 국가들의 입장은 꽤 일관됩니다.

“미중 간 전략적 경쟁에 휘말리고 싶지 않다.”

샤리만 록만 말레이시아 전략국제문제연구소 소장은 ‘미국(펠로시)이 예측 가능한 중국의 과민요소(대만)를 자극한 것’이라 지적하며, 이번 위기를 통해 아세안 국가들은

미국과 중국 중에서 누구의 행동이 또다시 위기를 불러일으킬지 알 수 없으므로
계속해서 베팅에 헤지(hedge your bets)해야 한다는 교훈을 얻었다고 평가합니다.

쉽게 말해 여전히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인 만큼 균형을 맞추기 위해 안간힘을 써야 한다는 겁니다.

🇺🇸🇨🇳 미중관계는 더욱 복잡해졌습니다.

최근에 바이든 정부는, 2018년 미중 무역전쟁의 시작이었죠. 트럼프 당시 대통령이 중국산 제품에 매긴 관세를 대폭 완화하는 정책을 검토하고 있었습니다.

트럼프는 중국이 불공정한 무역 정책을 실시하고 있다며 2200여 개의 수입품목에 최대 25%의 관세를 부과했는데요.

문제는 미국의 소비자 물가가 올라 버렸습니다.

결국 트럼프 정부는 2020년에 549개로 그 수를 줄여 버렸습니다. 바이든 정부 역시 549개 중 352개 품목에 관세를 한시적으로 부과하지 않기로 결정했습니다.

무역전쟁을 시작한 지 4년도 채 되지 않아 고율의 관세를 적용받는 품목이 2200여 개에서 197개로 크게 감소한 것입니다.

바이든 정부는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사실상 무역전쟁 이전으로 되돌아가는 포괄적 관세 인하 정책을 준비 중이었습니다.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물가를 안정화시키기 위해서였습니다. 그리고 7~8월 중에 발표할 것으로 점쳐졌습니다.

그러나 펠로시 나비효과입니다.

현재 백악관에선 관세 인하 정책을 보류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펠로시의 대만 방문으로 중국의 군사적 위협 수준이 높아지자 관세라는 對중국 압박 카드를 쉽게 버려선 안 된다는 목소리가 커졌기 때문입니다.

바이든 정부가 관세를 인하한다고 40년 만에 최고에 달한 인플레이션이 빠른 속도로 안정세에 접어든다는 보장은 없습니다. 경제문제가 해결된다고 민주당이 11월 중간선거에서 이긴다고 장담할 수도 없습니다.

다만, 펠로시 대만 방문 이후 미중 간 셈법이 다시금 꼬여 버린 것만은 분명합니다. 덩달아 인도-태평양 지역의 불안정성도 높아졌습니다.

🇰🇷 미중 간 무역전쟁의 장기화는 한국에게도 유리하지 않습니다.

지난 1월, 국회예산정책처에서 <미·중 무역분쟁의 현황 및 향후 영향 검토>라는 보고서를 발간했습니다. 핵심만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미중 무역분쟁의 현황 및 향후 영향 검토>

- 국회예산정책처, 2022

(한국 → 미국)

미국의 중국산 품목 수입 제재로 인해 한국의 對미 수출은 반사이익을 누렸지만,
원래 점유율이 컸던 게 아니기에 효과 역시 작음.

(한국 → 중국)

수입 제재 이후 중국으로 수출 물량 감소
중국은 한국에서 중간재를 수입해 완제품을 만들어 미국으로 수출하는 구조였지만 이것이 중단됐기 때문

(영향)

중국은 무역전쟁 이후 중간재를 자국 내에서 조달하는 정책으로 전환하고 있음.
한국은 전체 무역의 61.8%가 중간재며 중국이 주요 수출국이었던 만큼 중국의 중간재 자급률이 높아질수록 한국산업에 미칠 영향이 큼.

공급망 다변화를 해야 한다는 얘기는 지겹도록 들었을 텐데요. 한국이 취해야 할 정책 방향성은 이렇습니다.

중국으로 수출하던 중간재를 대체하여 소화할 수 있는 아세안・인도 등과 우호관계 유지
반도체, 평판디스플레이 제조용 장비, 정밀화학원료 등 기술우위 품목에 대해선 적극적인 지원과 투자 필요

나도 알고 너도 알고 모두가 아는 모범답안입니다만 문제는 시간, 그리고 지지율입니다.

⚖️ 펠로시 하원의장의 아시아 순방은 윤석열 정부가 처음 마주한 현실외교였습니다.

립서비스와 쇼를 정치・외교로 이해해선 안 됩니다. 결정적 순간엔 모두가 어떤 선택을 하기 마련입니다.

펠로시 패싱으로 통칭되는 이번 사건은 바이든 정부가 현재 상당히 혼란에 처해 있다는 걸 드러냈습니다. 중국 수입품에 부과된 관세를 완화해 소비자 물가를 잡고 11월 중간선거에서 이기겠다는 전략이 수포로 돌아갔으니까요.

동시에 윤석열 정부는 미중 간 전략적 경쟁에 부담을 느끼고 있음을 우회적으로 표현했습니다.

문재인 정부에서부터 시작된 공급망 다변화 정책은 어떤 정부가 들어서든 지속적으로 추진될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제조 공장을 하루 아침에 옮긴다는 건 불가능합니다. 시장 발굴도 마찬가지입니다. 시간이 필요한 일입니다.

이미 델타 월딩은 윤석열 정부의 외교 정책이 전 정부와 드라마틱하게 달라지기 어렵다는 걸 전망한 바 있습니다. 한국으로선

정확한 숫자를 바탕으로 시기 별 국가 이익 목표를 구체적으로 설정하고
질서를 새롭게 셋팅하는 과정에서 난처한 상황에 처하지 않도록 섬세한 논리를 만드는 게 최선의 전략입니다.

섬세한 논리의 부재가 초래한 치명적인 손실은 박근혜 정부에서 이미 확인했습니다.

2016년 7월에 사드 배치를 발표했을 때 중국이 크게 반발했던 이유는 안 할 것처럼 하다 갑작스럽게 들여왔기 때문입니다.
불과 몇 개월 전엔 전승절(’15.09.03.)에 참여했던 한국이 미국의 미사일 방어체계(MD)에 자발적으로 편승하는 태도를 납득할 수 없다는 겁니다.
국익에 따라 외교 전략은 언제든 변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변화 논리를 섬세하게 만들지 못한 채 반발의 빌미만 준 것인데요.

이번엔 여름 휴가가 가성비 좋은 방패막이로 기능했지만 같은 카드를 두 번 쓰긴 어렵다는 점을 유념해야 합니다.

이런 의문이 들 수 있습니다: 왜 이렇게까지 해야 하는가?

G0의 시대라지만 미국・중국이 여전히 강대국임은 부정할 수 없습니다. 그 사이에 끼인 국가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방침은 무엇을 얻어갈 것인지, 즉 이익 목표를 현재 한국적 산업・고용 현황 등에 맞춰 촘촘하게 설계하는 것입니다.

미중 간에 균형을 맞추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건 한국만의 이슈가 아닙니다. 일본・아세안・인도・호주・뉴질랜드 등 인도-태평양 지역에 위치한 모든 국가가 직면한 사활적 이익의 문제이기 때문에 신중하게 접근할 수밖에 없습니다.

지난 비밀작전에서 설명했듯이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는 중국을 견제하는 안보 정책을 펼치면서도 중국과의 관계 유지에 엄청난 에너지를 쏟았습니다. 기시다 후미오 총리는 ‘신시대 리얼리즘 외교’를 표방하며 對중 강경파와 거리를 둡니다.

그러나 윤석열 정부에겐 거듭, 시간과 지지율이 문제입니다.

💣 윤석열 정부는 현재 세 개의 과제이자 덫에 빠져 있습니다.

(국제) 미중 간 균형 맞추기
(국내) 국정 안정적 운영
(정권) 핵심지지층 이탈 방지

미중 간 균형 맞추기는 한국의 사활적 이익이 달려 있는 만큼 결코 피할 수 없는 과제입니다. 행정부 수반으로서 국정이 마비되는 일도 발생해선 안 됩니다. 여야 협치 등을 통해 국정을 안정적으로 운영하는 방안도 강구해야 합니다.

핵심지지층은 최소한의 국정 운영 동력을 유지하기 위해 또 역시 중요합니다. 본디 가장 무서운 칼날은 오늘의 친구가 내일의 적이 될 때입니다.

그러나 현재 상황에선 세 가지를 동시에 다 취할 수 없습니다. 글의 서두에서 정부는, ‘어떤 시기냐에 따라 정책의 우선순위는 물론 고민의 향방이 달라진다’고 설명했는데요.

윤석열 대통령의 지지율은 5주 째 20%대에 머무르고 있습니다. 지지율을 방어하지 못해 10%대로 내려 앉으면 정권의 존립 근간이 흔들립니다. 따라서 핵심지지층 이탈을 방지하는 게 최우선 과제가 됩니다.

그러나 지금까지 보아 왔듯이 윤석열 정부가 핵심지지층의 바람을 온전히 충족시켜주기란 쉽지 않습니다. 펠로시 패싱은 윤석열 정부가 처음 마주한 현실외교였는데요. 이처럼 난감한 상황에서 선택을 요구받는 일들이 앞으로도 반복될 겁니다.

미국의 11월 중간선거에서 공화당이 승리하리라는 전망도 윤석열 정부에겐 긍정적 시그널이 아닙니다. 여소야대 국면에서 바이든 정부는 지금보다 더욱 혼란스러운 모습을 보여줄 가능성이 높고, 인도-태평양 지역의 불확실성도 커집니다.

즉, 윤석열 정부는 핵심지지층의 바람과는 다른 선택을 할 일들이 많아지고, 핵심지지층 역시 의문을 갖는 일들이 잦아집니다. 전 정부와 차별화된 외교안보 슬로건으로 당선됐지만, 외교안보가 윤석열 정부를 진퇴양난에 빠지게 할 가능성이 큽니다.

더욱 안타까운 건 윤석열 정부가 국정을 안정적으로 운영할 거라는 기대감을 누구도 갖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수도권 집중호우나 대통령실 및 장관 인선 당시 노출된 아마추어리즘은 야당은 물론 중도층도 완전히 돌아서게 만들었으니까요.

일본 자민당이 2012년 총선에 승리하며 다시금 장기집권을 할 수 있었던 이유도 지난 비밀작전에서 설명했듯이 2011 도후쿠 대지진과 연이어 발생한 쓰나미, 원전 사고 처리 과정에서 당시 집권당이었던 민주당이 무능하다고 국민들이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 윤석열 정부는 박근혜 정부로부터 교훈을 얻어야 합니다.

지난 8월 17일은 윤석열 정부 100일이었습니다.

그러나 국정 운영 능력에 의구심을 표하며 그를 뽑았던 국민들마저도 지지를 철회했습니다. 현재의 국제정세로는 미국・중국・조선(북한)이 트리거가 되어 핵심지지층도 위태롭게 만들 가능성이 큽니다.

이 글을 읽으며 ‘탄핵’의 가능성을 떠올리는 비밀요원님들도 있을 텐데요. 2016년 가을부터 2017년 늦겨울까지의 일들은 한국 민주주의가 제도적으로 잘 작동되고 있음을 증명한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다만, 처음과 달리 두 번째는 신중에 신중을 기할 수밖에 없습니다. 대통령 퇴임 후 검찰수사를 받는 게 관례가 되어 버린 것처럼 자칫 탄핵이 정치무기로 고착화될 가능성도 염두해야기 때문입니다.

결국 앞서 주어진 세 개의 과제이자 덫을 윤석열 정부가 어떻게 푸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그리고, 박근혜 정부를 반면교사 삼아 교훈을 얻어야 합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구중궁궐 청와대에 갇힌 채 국민들과 소통하지 않는다는 비판을 받았는데요. 아이러니컬하게도 윤석열 정부가 국정 운영 동력을 상실한 시작점은 청와대에 있었습니다.

델타 월딩도 관련 비밀작전을 만든 바 있습니다.

청와대를 개방하고 대통령 집무실을 이전한다는 계획은 노태우 정부 이후로 거의 모든 대통령 후보자들의 약속이었던 만큼 그 자체로는 문제가 아닙니다.

다만, 민주주의의 원칙에 따라 의견 수렴과 절차적 합의의 과정을 거치지 않았다는 점에서 정당성과 명분이 훼손됩니다.

즉, 불통과 권위주의를 타파하겠다는 명분으로 대통령 집무실을 청와대에서 용산으로 이전했지만 현재 윤석열 정부는 불통과 권위주의에 더해 아마추어리즘이라는 수식어까지 얻었습니다.

대통령실은 지지율에 일희일비하지 않고 국민만 바라보고 열심히 일하겠다는 입장을 밝히지만, 이는 ▲정치적 후계자가 없는 ▲5년 단임제 대통령의 한계에 갇힌 사태 파악과 접근 방식입니다.

어제였습니다.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대통령실을 개편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지지율 20%대에 맞는 해법이 나와야 합니다. 개인 레거시에 집착하면 셈법만 복잡하게 꼬입니다.

첫 단추부터 잘못 꿰어진 채 현재에 이르렀음을 냉철하게 직시하고, 필요하다면 대통령 집무실 이전에 대해 대국민 사과를 준비한다는 마음으로 임해야 합니다.
핵심지지층이 바라는 대로만 외교안보 전략을 펼칠 수 없다는 걸 투명하게 인정하며 대화해야 합니다.
전 정부 인사라도 능력만 입증되면 기용해서 함께 일을 해야 합니다.

윤석열 정부 100일, 최악을 피할 결심을 해야 할 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