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크 이베르 #기항지 얼마 전 강원도 여행을 다녀왔습니다. 계획 없이 떠난 여행이었지만, 밤하늘을 수놓은 별들을 감상할 수 있었다는 것만으로 매우 만족스러운 여행이었죠🍂 공간만 바뀌어도 제 생활과 생각들이 많이 바뀌더라고요. 쓰고 싶은 글의 소재가 마구 생각나는 것은 물론, 평소에는 무관심하던 대상들도 새롭게 보였어요. 새삼 '영감을 얻기 위한 여행'의 의미를 깨달았달까요.
오늘, 오랜만에 다시 돌아온 글릿 뉴스레터에서는 여행지에서 영감을 받은 작품들을 소개하고자 합니다. 바로 프랑스 작곡가 자크 이베르의 '기항지'인데요. 이외에도 도시를 음악에 녹여낸 다양한 사례들을 살펴보고자 하니 끝까지 함께 해주세요! 어쩌면 오늘 뉴스레터를 읽고 나면 어디론가 훌쩍 떠나고 싶어질지도 몰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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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크 이베르 (Jacques François Antoine Ibert)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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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90년 8월 15일 프랑스 파리에서 태어난 자크 이베르는 어머니의 전폭적인 지원 덕분에 음악가의 길을 걸을 수 있었어요. 아버지의 반대로 음악가의 길을 포기해야 했던 그의 어머니는 못다 이룬 꿈을 아들을 통해 실현했고, 이베르는 겨우 4살의 나이에 바이올린을 잡았습니다✌🏻 이후 피아노에 푹 빠지게 된 이베르는 종종 즉흥 작곡을 하곤 했는데요. 그렇게 작곡에 관심을 보인 이베르가 공부를 본격적으로 시작한 것은 다름 아닌 12살 때였어요.
자크 이베르는 음악에만 집중하기보다는 시, 연극, 그림 등 다양한 분야에 관심을 가졌어요. 관련 예술가와 꾸준히 네트워크를 형성했고, 이를 향한 관심은 그를 영화음악계로 이끌어주었죠. 1914년, 제1차 세계대전이 발발하자 23살의 이베르는 해군 장교로서 복무하게 되는데요🎖 작전 중 큰 공을 세워 훈장까지 받고 군에 머물기를 제안 받았지만, 작곡가로서의 삶을 위해 해군의 길은 선택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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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이 끝난 후인 1919년, 이베르는 28살의 나이로 파리 음악원에 입학하고, 같은 해에 처음 시도한 로마대상에서 칸타타 <시인과 요정(Cantata Le Poéte et la Fée)>으로 대상을 받게 돼요🥇 이로써 이베르는 로마로 긴 여행을 떠나게 됩니다. 마침 비슷한 시기에 결혼을 한 덕에 이 긴 여행은 공부 여행이자 신혼여행이 되었죠. 그는 이 긴 여행을 음악으로 풀어냈어요. 그 곡이 바로 오늘의 주인공, <기항지>입니다.
💡하나 더! 당시 프랑스의 음악계를 점령한 것은 다름 아닌 프랑스 6인조였어요. 이베르 역시 파리 음악원에서 친하게 지내던 교수님 덕에 프랑스 6인조에 속한 작곡가들, 예컨대 오네게르, 미요와 교류할 수 있었는데요. 혹자는 참전이 아니었다면 이베르 역시 프랑스 6인조의 일원이 되었을 수도 있다고 이야기합니다. 프랑스 6인조 관련하여서는 이전에 뉴스레터에서도 다룬 적 있으니 궁금하신 분들은 🔗클릭해보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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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로 주춤했던 여행 문화가 최근 다시 활발해지고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주변에서 해외여행 소식을 굉장히 많이 접하고 있는데요. 해외여행을 그리워하는 분들을 위해 비행기를 타고 상공을 돌다가 착륙하는 무 목적지 여행 상품이 등장했던 것처럼, 글릿도 여러 차례 낯선 나라의 음악을 소개하는 음악 여행 콘텐츠를 보내드린 바 있어요✈️ 우리는 왜 여행을 좋아하는 걸까요? 또 여행의 이유는 무엇일까요!
예술가에게 있어서 여행이란 둘도 없는 자극제인 것 같습니다. 여행이 보편화되자 많은 예술가가 여행지에서 받은 인상을 작품에 녹여내기 시작했어요. 특히 과거에는 상상만으로 그쳤던 다른 대륙의 어떤 나라를 방문한 예술가는 평생 그곳을 사랑하거나, 관련한 작품을 쓰는 등 지대한 영향을 받기도 했죠✍🏻 그런 만큼, 여행에서 출발한 작품을 보거나 들을 때면 마치 그곳에 있는 것 같은 감상을 받는 것 같아요. 오늘의 작품 <기항지>가 그러하듯이, 인사이트 코너에서는 여행지에서 영감을 받은 작곡가들의 작품을 여러 곡 준비해보았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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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몰리넬리, 4 pictures from new york
이탈리아 출신 작곡가 로베르토 몰리넬리는 활발한 인스타그래머이자 특이한 도전을 하는 작곡가입니다. 그는 미국을 여행하며 음악으로 공간을 기록하고 싶다는 마음에서 <4 pictures from new york>을 작곡하게 되었어요. 1악장 Dreamy Dawn, 2악장 Tango Club, 3악장 Sentimental Evening, 4악장 Broadway Night으로 구성되어있는 이 작품은 미국이 가진 다양한 모습에 주목하고 있어요. 일례로 마지막 악장 “Broadway Night”는 아주 늦은 밤, 화려한 조명 아래에서 활기를 띠는 뉴욕의 모습을 담았는데요. 타임스퀘어를 비추는 형형색색의 전광판과 공연 홍보물에서 영감을 받었다고 하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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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이든, 런던 교향곡
하이든의 인생에서 빼놓을 수 없는 키워드인 영국. 후작의 죽음으로 에스테르하지 가문과의 인연이 마무리되고, 드디어 자유의 몸이 된 하이든은 공연기획자 잘로몬에게 한 공연을 의뢰받습니다💂🏻♀️ 그 덕에 두 번에 걸쳐 영국을 방문할 기회를 얻게 되는데요. 이 여행에서 탄생한 것이 바로 그 유명한 '런던 교향곡'입니다. '교향곡의 아버지'라는 별칭답게 뛰어난 음악성으로 하이든 작품의 정수라 불리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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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생상스, 아프리카 환상곡
아마 많은 분이 <동물의 사육제>로 잘 알고 계실 생상스! 뜻밖에도 그는 소문난 여행 덕후였다고 하는데요. 그중에서도 특히 아프리카 대륙을 사랑했다고 합니다. 폐렴으로 아버지와 자식들을 잃어 따뜻한 공간을 좋아했다는 그는 알제리, 이집트, 모로코 등지를 여행하며 피아노 협주곡을 작곡했고 그렇게 <아프리카 환상곡>이 탄생합니다. 여러 나라를 한 곡에 담았다는 점에서 오늘의 작품 <기항지>와 상당히 유사하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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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거슈윈, 파리의 미국인
20세기 미국 음악의 정체성이라 불리는 조지 거슈윈에게도 여행지에서 영감을 받아 만든 작품이 있습니다. 평소 라벨, 스트라빈스키를 존경하던 그는 그들의 주 활동지였던 파리로 여행을 떠나는데요. 그렇게 파리로 떠난 미국인, 거슈윈은 <파리의 미국인>이라는 작품을 쓰게 됩니다🥖 3부분으로 구성된 이 곡의 첫 부분은 이제 막 파리에 도착한 미국인의 혼란, 두 번째 부분은 조금 적응해서 여유롭게 커피를 즐기는 모습, 마지막 부분은 행진곡풍으로 구성하여 활기차게 생활하는 모습을 담고 있습니다. 제목 때문인지, 갑자기 스팅의 <English man in NewYork>이라는 곡도 떠오르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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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어서 항구에 도착했다.
길게 부는 한지(寒地)의 바람
바다 앞의 집들을 흔들고
긴 눈 내릴 듯
낮게 낮게 비치는 불빛.
지전(紙錢)에 그려진 반듯한 그림을
주머니에 구겨넣고
반쯤 탄 담배를 그림자처럼 꺼버리고
조용한 마음으로
배 있는 데로 내려간다.
정박중의 어두운 용골들이
모두 고개를 들고
항구의 안을 들여다보고 있었다.
어두운 하늘에는 수삼 개(數三個)의 눈송이
하늘의 새들이 따르고 있었다.
- 황동규, 「기항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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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에게 <소나기>로 익숙한 소설가 황순원의 장남이자 시인 황동규 선생님의 '기항지1'이라는 시를 가지고 와 보았어요. 시에서 묘사하는 항구의 풍경은 오늘의 곡이 묘사한 기항지와는 사뭇 다른 느낌이지만, 때로 기항지는 이렇게 쓸쓸한 단어가 되기도 합니다. 기항지란 배가 목적지로 가기 전에 잠시 들르는 항구를 뜻하는데요. 크루즈를 타면 벽면에 이 배가 어떤 항구들에 들르는지 쭉 쓰여 있습니다🚢 승객은 잠시 내려서 그 도시를 둘러볼 수도 있고, 그냥 배에 있을 수도 있죠. 이처럼 기항지란 그저 스쳐 지나가는 곳이자 관광지이며 때로는 내키지 않는 발걸음을 띄어야 하는 다중적인 공간입니다.
자크 이베르는 1914년 해군 장교로 복무한 경험이 있어요. 이때의 기억과 이후 떠난 여행에서 얻은 영감으로 1923년에 작곡한 곡이 <기항지>이죠. 이 곡은 1924년 초, 라무뢰 교향악단에 의해 초연되었는데요. 바로 이 곡으로 이베르가 국제적인 명성을 얻었다고 이야기할 수 있을 정도로 큰 파장을 불러일으켰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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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이 곡이 어떤 '기항지'들을 표현하고 있는지 살펴볼게요. 이 곡은 주로 지중해 연안에 있는 도시들을 주제로 하고 있습니다. 세계 지도를 보면, 이 세 도시가 상당히 인접해 있음을 알 수 있어요. 1~3악장을 순서대로 듣다 보면 이베르의 여정을 함께할 수 있는데요👋🏻 먼저 1악장은 로마의 팔레르모를 테마로 하고 있어요. 바로 이베르의 출발지입니다. 그러다 2악장에서는 아프리카의 튀니지로 가는데요. 이때 활대로 현을 두드리는 독특한 기법인 '꼴 레뇨'를 활용하여 더욱 이국적인 분위기를 강조합니다. 마지막 악장이자 여행의 종착지인 3악장은 스페인의 발렌시아를 표현하고 있습니다. 스페인 무곡의 느낌이 물씬 나는 이 곡의 포인트는 바로 캐스터네츠 사운드가 아닐까 싶네요.
💡하나 더! 흔히 뚜렷한 주제를 가지거나, 음악 외적인 것을 드러내고 있는 교향곡을 교향시라고 하는데요. <기항지> 역시 교향시로 알려져 있으나, 이베르는 이 곡을 “교향곡 모음곡”이라고 표현합니다. 그 이유인즉슨, 하나의 악장을 독립된 곡으로 보기 때문이에요. 덕분에 지중해 연안에 있는 도시를 주제로 하는 '교향적 모음곡'인 <기항지>는 연주회의 성질에 따라 한 악장씩 따로 연주되기도 한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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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OLFIE⚡️ SHIRLE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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