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젝트 시간 관리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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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회차] 항상 마감기한이 아슬아슬하다면?
제가 프리랜서 번역가로 일하면서 자랑스럽게 생각했던 것 중 하나는 한 번도 마감기한을 어긴 적이 없었다는 것입니다.

초중고 시절 개근상 한 번 받아본 적 없고 대학교 때도 F 안 받으려면 결석을 얼마나 해야 하나 생각하던 저로서는 너무 뿌듯했습니다.

안타깝게도 올해 해외 체류 중 코로나 격리로 인해 마감기한을 한 번 연기하게 되면서 100% 마감기한을 지키는 데는 실패했지만, 여전히 마감기한을 반드시 지킨다는 마음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번역가를 비롯해 프리랜서라면 마감기한을 놓치거나 놓칠 뻔한 적이 한 번쯤은 있을 것입니다. 마감기한을 놓치면 추후 프로젝트를 수주하는 데도 큰 지장이 생길 뿐만 아니라 시간 관리 실패로 번아웃을 경험할 수도 있습니다.

이번에는 결석을 밥먹듯이 하던 저도 지금까지 마감기한을 철저히 지키도록 만들어 준 방법에 대해 이야기해 보려고 합니다.
1. 마감기한을 무조건 받아들이지 않기
사실 초보 번역가 입장에서는 에이전시가 제시하는 마감기한을 무조건 받아들이는 경우가 많습니다. 마감기한을 조정하자고 하면 바로 일거리가 사라질 것 같은 느낌도 듭니다.

하지만 마감기한이 빡빡하다고 생각된다면 먼저 마감기한을 조정해 달라고 요청해야 합니다.

작업이 시작되기 전에 마감기한 조정을 요청하면 '작업을 수월하게 진행하기 위해 적절한 일정을 고려하는 전문가'가 되지만, 일단 작업이 시작된 후 마감기한을 조정하게 되면 '시간 관리도 못 하는 아마추어'가 됩니다.

"현재 다른 작업을 진행 중이기 때문에 하루 XXX 단어 정도만 번역이 가능합니다. 감수하는 시간까지 고려해서 금요일 대신 일요일 자정까지 납품 가능할까요?"

이런 방식으로 번역을 적절히 마무리하기 위해서 필요한 시간을 설명하면 대부분 마감기한 조정이 가능합니다.
2. 주말과 저녁은 제외하고 생각하기  
번역가를 포함해 프리랜서는 야근과 주말 근로를 자주 하는 편입니다. 일하는 만큼 더 벌 수 있기 때문에 자발적으로 자신을 몰아붙이곤 합니다.

하지만 주말과 저녁까지 포함해서 작업 일정을 계획하고 있다면 이미 마감기한을 놓칠 위험이 매우 큰 상태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일반적인 근로 시간으로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일을 받은 상태이기 때문입니다.

사실 주말과 저녁에는 절대 일하지 않겠다고 다짐해도 결국에는 일을 하게 될 때가 많습니다. 이 때문에 주말과 저녁까지 포함해서 일을 계획하면 일정이 틀어졌을 때 바로잡을 수 있는 시간이 전혀 없습니다.

따라서 주말과 저녁 시간은 긴급 업무를 처리할 수 있는 완충지대로 활용할 수 있도록 비워두어야 합니다.
3. 마감기한을 실제보다 하루 빠르게 잡기
마감기한을 어기지 않기 위해서는 마감기한을 실제보다 하루 빠르게 잡는 것이 좋습니다. 예를 들어 마감기한이 금요일까지라면 목요일까지, 마감기한이 다음주 월요일까지라면 이번 주 금요일까지 완료하는 것으로 생각해야 합니다.

특히 여러 해외 클라이언트와 작업하게 되면 시간대가 서로 달라 마감기한이 헷갈릴 때가 많기에 처음부터 마감기한을 하루 빨리 잡는 게 마음 편합니다. 
4. 실제 작업량의 절반으로 마감기한 결정하기  
마감기한을 결정할 때에는 실제 작업량의 절반으로 설정하는 것이 좋습니다.

예를 들어 실제로 번역할 수 있는 단어 수가 하루 4,000단어라면, 마감기한을 결정할 때는 하루 2,000단어만 번역할 수 있다고 가정하는 것입니다.

따라서 8,000단어짜리 작업이 있다면 작업일을 2일이 아니라 4일로 잡아야 하는 것입니다.

클라이언트가 많아지다보면 여러 프로젝트가 동시에 들어오기도 합니다. 이때 프로젝트를 너무 자주 거절하게 되면 추후 프로젝트를 수주하는 데 문제가 생길 수도 있습니다.

마감기한을 결정할 때 다른 프로젝트가 들어올 수도 있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기회를 놓치는 일을 줄일 수 있습니다.
5. 마감기한 정확히 묻기
클라이언트가 마감기한을 '이번 주 금요일'이나 '2주 이내'처럼 모호하게 표현했다면 반드시 정확한 일자와 시간을 물어야 합니다. 이는 시간대가 다른 해외 클라이언트와 일할 때 특히 중요합니다.

예를 들어 '이번 주 금요일'이라고 말할 때 어떤 사람은 금요일 퇴근 전에 번역본을 받아 작업을 마치기를 원할 수도 있고, 어떤 사람은 '금요일까지라고 하면 아무리 늦어도 월요일 아침까지는 도착하겠지?'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후자라면 금요일 저녁 늦게 보내거나 마감기한 연정을 요청해도 크게 무리가 없겠지만, 전자라면 금요일 밤에 보내게 되면 클라이언트의 기대에 어긋나게 될 수 있습니다.
6. 일정 관리 서비스 이용하기
마감기한을 관리하는 마지막 방법은 일정 관리 프로그램을 이용하는 것입니다. 아사나, 노션, 구글 캘린더 등 일정 관리에 활용할 수 있는 다양한 서비스가 있으니 자신에게 맞는 서비스를 사용하시면 됩니다.

또한 어떤 일정 관리 서비스를 사용하고 업무를 어떻게 정리할 것인지는 초기부터 미리 생각하는 것이 좋습니다. 일이 몰리는 시점이 되서야 관리를 시작하려고 하면 다양한 방법을 시도해 보기가 어렵기 때문입니다.
지금까지 번역가의 시간 관리 방법에 대해 이야기해 보았습니다. 아르바이트나 인턴을 할 때는 시간이 너무 가지 않아서 문제였는데, 프리랜서가 되고 나서는 시간이 부족해서 문제인 것 같습니다 😅

다음 회차에서는 번역물에서 오타와 문법 실수를 방지하고 번역 품질을 높이는 방법에 대해 이야기해 보려고 합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