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아서 할게요라는 말을 뱉으며

님 안녕하세요. Team DAY1 호진입니다. 


지난 토요일에는 맑고 화창했는데, 일요일에는 비가 무섭게 내리더군요. 이번주는 다소 쌀쌀해질 것 같은데 변덕스러운 날씨에 감기 조심하시길 바랍니다. 


지난주 재석님의 나답레터를 읽으면서 잠실 구장에서의 추억을 떠올릴 수 있었습니다. 더불어 제가 어렸을 때 살았던 동네 야구장의 기억도 떠오르더군요. 추억이라는 게 뭘까 생각해 보게 됐어요. 어쩌면 우리는 추억 속의 나를 그리워하면서, 그리움을 통해 앞으로의 나를 그리고 있는 건 아닐까 싶더라고요.


우선 지난주 재석님의 뉴스레터 같이 읽어보고 가실까요? 


나답레터 #169. 서투르지만 가장 따뜻했던 시간의 기억

제가 알아서 할게요  

오늘은 추석 때 있었던 일을 살짝 꺼내 보려 합니다.


연휴에 부모님과 함께 부모님 댁 근처 명소에 갈 일이 있었어요. 내비게이션을 켜고 목적지로 향하는데, 아버지께서 자꾸 옆에서 당신이 아는 길로 가야 한다고 하시더군요. 내비게이션이 길을 이상하게 알려준다면서요. 그래서 제가 한 말씀 드렸습니다.


"제가 알아서 할게요."


아버지께서는 살짝 멋쩍어하시며 안내를 멈추셨어요. 그런데 그 말을 하고 나서 돌아보니, 이번 연휴에 부모님께 이 문장을 꽤 여러 번 했더라고요. 제가 하는 일을 궁금해하시고 걱정하실 때도, 이런저런 조언을 해 주실 때도 저는 같은 말로 대화를 닫았습니다. 부모님의 노파심이 이해 안 되는 건 아니었지만, 잔소리처럼 느껴졌나 봅니다.

그런데 곰곰이 생각해 보니, 이 말은 제가 요즘 자주 듣던 말이기도 했어요. 바로 제 아들에게서요.


아들의 공부나 학교생활에 대해 이런저런 조언을 할 때면, 아들은 늘 자기가 알아서 한다고 답했어요. 아직 청소년인 아들이 미덥지 않기도 했고, 제 경험을 나누면 도움이 될 것 같았는데 돌아오는 건 쌀쌀맞은 "알아서 할게요"였죠. 그때마다 그 말이 참 서운했더랬습니다.


순간 아차 싶었어요. 제가 느꼈던 그 서운함을 부모님도 느끼셨을 수 있겠더군요. 동시에 아들의 마음도 알 것 같았습니다. 부모의 걱정을 자기를 못 믿는 거라고 받아들일 수도 있겠다 싶었어요.

입장이 바뀌면 보이는 것들  

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하라는 역지사지라는 말을 자주 쓰지만, 타인의 입장이 되어 보는 건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그런데 이번처럼 같은 말을 들어도 보고 해 보기도 하니, 부모의 입장과 자식의 입장을 동시에 이해하게 되더군요. 그리고 두 입장을 오가다 보니, 정작 더 또렷하게 보인 건 그 사이에 서 있는 저였어요.


저는 마흔이 훌쩍 넘었는데도, 부모님 앞에서는 여전히 "저 이제 잘하고 있어요"라고 인정받고 싶은 아들이었습니다. "알아서 할게요"라는 말 속에는 그 마음이 들어 있었던 것 같아요. (아들의 "알아서 할게요"에도 아마 같은 마음이 들어 있었겠죠.)


아들에게 조언할 때의 제 모습도 다시 보였어요. 정말 아들을 위한 조언이었는지, 아니면 제 불안을 덜고 싶어서 꺼낸 말이었는지. 듣는 자리에만 있을 때는 미처 보지 못했던 부분이었습니다.


입장을 바꿔 보는 게 중요한 이유도 여기에 있는 것 같아요. 남을 이해하게 되는 것도 크지만, 그 과정에서 몰랐던 내 모습이 보이기 때문입니다.

타인의 입장에서 어떻게 생각해 볼 수 있을까요?

그렇다면 일상에서 타인의 입장이 되어 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매번 입장이 바뀌는 경험을 할 수는 없으니까요. 그래서 종종 타인의 입장에서 나에게 이야기를 건네 보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워크숍에서 저는 참여자분들께 서로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들은 사람이 상대에게 응원의 한마디를 건네 보도록 해요. 그런데 재미난 것은, 상대에게 건넨 그 한마디가 사실은 자기가 듣고 싶었던 말인 경우가 많다는 거예요. 내가 생각했던 큰 문제도 타인의 입장에서 응원할 때는 별 거 아니라고 이야기하게 되고, 자신감이 없을 때에도 잘 할 수 있다며 파이팅을 하게 되더라구요. 


결국 남을 향해 한 말인데, 들여다보면 그 안에 내가 있었던 거죠. 타인의 자리에 서면 내 문제를 한 발짝 떨어져서 보게 되고, 그러다 보면 나에게 정말 필요한 말이 무엇인지도 보이는 것 같아요.


이번 추석 일도 다시 들여다봤어요. 아버지 입장이 되어 저에게 한마디 건넨다면 뭐라고 하실까. 아마 "네가 알아서 잘하는 거 안다. 그래도 걱정되는 게 부모 마음이다" 정도가 아닐까 싶었어요. 반대로 아들 입장이 되어 저에게 말을 건넨다면 "아빠, 나 믿고 조금만 지켜봐 줘요"쯤 될 것 같고요. 두 말을 나란히 놓고 보니, 제가 듣고 싶었던 말도, 제가 해야 했던 말도 그 안에 다 있더군요.


그래서 구독자님께도 권해 드리고 싶어요.


요즘 고민되는 일이 있다면, 가까운 누군가의 자리에 서서 나에게 한마디 건네 보시면 어떨까요? 그 사람은 지금의 나에게 뭐라고 말해 줄까요?


물론 저도 다음에 부모님 앞에서 또 "알아서 할게요"라고 할 거예요. 몇십 년 된 말버릇이 하루아침에 바뀌진 않을 테니까요. 그래도 이번엔 그 뒤에 한마디를 덧붙여 보려고요. "걱정해 주셔서 고마워요." 그리고 아들이 같은 말을 하면, 서운해하기보다 "그래, 믿어 볼게"라는 말을 먼저 건네 보려 합니다.

호진 @mchojin
#버킷리스트 #중심잡는법 #자기발견

사람들이 자기 자신에 대해 구체적으로 들여다 볼 수 있도록 돕는 "자기발견연구소"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나에 대해서 알아가는 과정이 행복하고 설레는 작업이 될 수 있도록 저 또한 끊임없이 저를 찾아가고 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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