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 29일 제 생애 세 번째 풀코스 마라톤을 춘천에서 뛰었습니다. 연습도 제대로 못했고, 춘천 대회는 처음이라 긴장이 됐어요. 코스가 험난하기로 유명한 대회라 걱정부터 앞서더군요. 다짐하고 또 다짐하며 출발선 앞에 섰습니다. 기록에 연연하기 보다는 달리기 자체를 즐기자고 말이죠.
총성이 울리고 달리기가 시작됐어요. 명성대로 처음부터 오르막과 내리막이 반복되더군요. 빨리 가려 하는 마음을 억누르며 최대한 천천히 달렸어요. 마음이 앞서면 중간에 퍼질 수 있으니까요. 힘들 때면 하늘도 보고 의암호의 멋진 단풍도 보면서 달리기 자체를 즐기려 노력했어요. 다행히 처음에는 힘겹더니 페이스가 올라오면서 조금씩 몸이 가벼워지는 게 느껴졌어요.
하지만 그것도 잠시! 20km를 지나면서 조금씩 몸이 지쳐오기 시작했어요. 29km 구간인 춘천댐 부근을 지날 때에는 허벅지에서 찌릿하는 게 느껴졌어요. 쥐가 날 것 같았죠. 몸의 신호에 집중하면서 다시 속도를 조절했어요. 멈추거나 걷게 되면 더 힘들다는 걸 알기에 겨우겨우 달렸네요.
37km 구간에 다다랐을 때에는 욕심이 생겼어요. 페이스 조절만 잘하면 4시간 이내에 들어올 수 있을 것 같다는 기대감이 올라왔어요. 때마침 제 앞을 지나가는 페이스 메이커를 보며 힘을 낼 수 있었어요. 젖 먹던 힘을 다 해 열심히 달렸죠. 하지만 40km 지점을 지나고 나서부터는 달리기가 힘들더군요. 더이상 힘을 내기가 어려웠어요.
결국 4시간 기록에 50초를 넘겨서 골인 지점을 통과할 수 있었네요. |